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황장미 연애 광상곡

黄薔薇恋愛狂想曲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 에필로그 ~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를 보여준 크리스마스 다음 날. 두 소녀가 다시금 역전 광장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머리를 땋아 내린 소녀와, 머리띠를 한 소녀.
 벤치에 앉지도 않고, 어딘가 가게에 들어가지도 않고, 12월의 겨울 하늘 아래서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도, 좀 맥 빠지네. 그렇게 끝날 줄 몰랐어.”
“정말 그래요.”
 에리코와 요시노.
 둘의 대화가 가리키는 건 물론 유키의 건이다.
 결국 그 뒤에 바로 셋이서 유키를 택시에 밀어 넣고 후쿠자와 댁으로 향했다. 후쿠자와 댁의 사람들은 황장미 세자매의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었지만, 장남의 상태를 보고 그런 생각은 바로 날아간 모양이다.
 바래다준 뒤는 바로 물러났지만, 오늘 의리있게 유미가 상태를 가르쳐 주었다.
 단순한 감기로 열이 난 거라 고열이긴 했지만 큰일까지는 아니었다고 하니, 일단 한 숨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중요한 날에 컨디션을 무너뜨리거나 하면 안 되지.”
“정말 그래요.”
“그래서, 요시노 쨩은 앞으로 문병 갈거니?”
“문병? 설마요. 안 가요.”
“어머, 손에 든 그건 병문안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아, 이거 말인가요. 이건 앞으로 1년간, 행선지를 잃은 물건이에요.”
“……아아.”
 자조하듯 말하며 손에 든 포장을 요시노가 들어서 보여주자, 에리코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코 역시 오른손에 든 포장을 들어 올리며 쓴웃음 짓는다.
“유키 군에 대해서, 잘난듯 이야기 할 순 없겠어.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는걸.”
“……정말 그래요.”
 에리코는 역 입구쪽에 눈을 향하고, 요시노는 분수를 바라본다.
 그때 에리코와 요시노는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는 알아챘다.
 그건 아마도 마음의 차이. 에리코는 요시노에 대한 대항심이 강했고, 요시노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마음이라는 걸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한편 레이는 분명 순수하게 유키 군을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그 순간, 에리코와 요시노는 서로를 의식하느라 유키에게 눈이 향하지 않았었지만 레이는 유키를 보고 있었다.
 아니, 설령 에리코와 요시노는 보고 있었다고 해도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뭐라고 할까, 이번만은 레이한테 완패야.”
“정말 그래요.”
“……요시노 쨩, 너, 아까부터 그 말밖에 안 하고 있어.”
“그렇……네요.”
 작게 말하고, 요시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거기에 이끌리듯, 에리코도 하늘을 우러러봤다.

 겨울의 푸른 하늘이 둘을 내려다보고 있다.

“……역시 패인은 마음먹는 방식이었으려나.”
 눈부실 듯이 맑은 하늘에 눈을 찌푸리며, 에리코는 나지막히 말했다.
 요시노는 뭘 말했는지 이해하지 못해, 눈으로 물어봤다.
 겨울 하늘 아래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바보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이 어딘가의 가게에 들어가잔 소리도 나오지 않아서 여전히 역 앞의 광장에 나란히 서 있다. 둘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지나가고 있다.
 에리코는 말을 잇는다.
“나는 재밌을까라거나 요시노 쨩에게 지고싶지 않다거나 하는 마음 쪽이 강했어. 하지만 분명 레이는 순수하게 유키 군을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뭔가를 요령 있게 할 수 있는 애가 아니니까.”
 요시노처럼 레이랑 이야기한 것도 아니면서, 에리코는 레이의 마음을 제대로 추측하고 있었다.
 말없이 요시노는 눈길을 떨군다.
 원망하기 없기라고, 정정당당하게 싸우자고 레이와 함께 맹세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로 결론이 나와버리는 건 정말 안타까웠다. 물론 혼자서 꾸물거리고 있던 자신이 나쁜 거고, 레이를 탓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역시 한숨은 나와 버린다.
 그러자.
“뭐어, 됐어. 이번은 졌지만, 이걸로 끝난 건 아니니까.”
“……에?”
 에리코의 말에 요시노가 눈을 크게 뜨자, 에리코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요시노를 바라본다.
“뭐야, 요시노 쨩은 이걸로 끝이니?”
“끝이라고 할까요……에?”
“그래도, 별로 레이랑 유키 군이 사귀기 시작한 것도, 유키 군이 레이한테 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잖아.”
“그, 그야 뭐어. 그래도 이번 간병은 단 둘이서고.”
“그것뿐이잖아? 뭐어, 그 사이에 고백이라도 해버린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그건 나중에 레이한테 물어보면 되는 일이고.”
“그그, 그래도, 에리코 님은 유키 군을.”
 왠지 말을 더듬으며 요시노는 몸을 앞으로 내미는 듯한 자세로 물어본다.
“유키 군은, 좋아해. 단지 지금은 연애대상으로서 그렇게 보기보단, 가정교사와 학생으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호감이 간다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그, 그래도?”
“유키 군이 나를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좋아하게 된다고 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잖아?”
“……에?”
“유키 군이 나한테 빠진다면, 나도 유키 군을 좋아하는 거고, 서로 사귀게 되는 게 부자연스럽진 않잖아? 우리는 가정교사와 학생이니까 만날 기회도 많고, 가르치는 동안에 서로에게 애정이 싹트는 것도 이상할 건 없으니까.”
 전혀 주눅드는 기색 없이, 에리코는 천연덕스레 말을 꺼냈다. 요시노는 입을 뻐끔거리며 말도 못하고 그런 에리코를 바라본다.
 역시 눈앞에 있는 여자는 터무니없는 상대라고 요시노는 재인식한다.
 그와 동시에, 요시노의 머릿속에 신호가 점멸하기 시작한다.
“……에리코 님은 정말로 방심할 틈도 없네요. 여동생인 레이 쨩에게서 상대를 뺏으려고 하는 건가요?”
“사랑은 전쟁이야. 설령 상대가 레이라도, 대충 할 셈은 없어.”
“사랑 같은 건 안 하고 있는 주제에……그래도, 그런 에리코 님한테 유키 군을 뺏겨 버리면 레이 쨩도 불쌍할 테니까요. 그것보단 제가 뺏는 쪽이 좀 더 낫겠어요.”
“어머, 요시노 쨩이야 말로 지독하지 않아?”
“에리코 님이 아까 전에 말했잖아요. 둘은 아직 사귀기 시작한 것도 아니라고.”
 요시노의 입가가 가볍게 풀어지며 미소를 짓자, 에리코 역시 당차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미소를 띄웠다.
“그렇네. 그래도, 일단.”
 에리코는 자신이 고른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을 들어 보이며.
“모처럼 산 선물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것도 아까우니까.”
 장난스레 윙크했다.



 후쿠자와네 집에선 아직 열이 내리지 않은 유키가 자기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상냥하게, 그러면서도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한 명.
 이마에 얹은 타월을 바꾸면서 레이는 아까 전에 들은 걸 떠올린다.
 결국 유키는 셋과의 약속을 고민하느라 한참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서 눈이 내릴 정도의 추위와 수면 부족, 거기다 지나친 고민이 겹친 탓인지 25일 당일이 되어 고열을 내 버렸다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해서 약간 기가 막혔지만, 어쩐지 미소가 우러나올 것처럼도 느껴진다. 그만큼 진지하게 생각해 줬다는 것도 있어서, 화낼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불을 덮은 유키는 조용하게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자,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건 평소같은 트윈테일이 아니라 머리를 풀어내리고 있는 유미.
“레이 님, 홍차 준비 됐어요.”
“고마워, 유미 쨩.”
 일어나서 유미를 맞이하는 레이.
“죄송해요. 유키를 바래다 주시는 것만이 아니라, 문병까지 오시게 해서. 정말 유키도 참, 폐만 잔뜩 끼치고.”
“아하하, 신경 쓰지 마. 어찌 보면 우리들 탓도 있고.”
“에?”
 유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레이가 얼버무리는 걸 이상한 듯 바라보면서도, 딱히 별말도 하지 않고 유미는 방을 떠나갔다.
 원래대로라면 손님인 레이를 배려해서 같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반대 의미로 배려하고 있는 건지 유미는 허둥지둥 나가 버렸다.
 다시 방에 유키와 둘만이 남아, 살짝 숨을 내쉰다.
 처음으로 들어온 남자애의 방. 단출하고 꾸민 곳 없는 방은, 처음에는 두근거리고 있던 레이의 마음을 금방 진정시켜 주었다.
 유미가 가져와 준 뜨거운 홍차를 입에 대고, 문득 다시 어젯밤의 일을 떠올린다.

 그래, 확실히 그건 현실이었다. 지금도 아직 그대로 떠올릴 수 있는, 그 뜨거운 감촉.
 몸의 무게, 화상입을 정도로 뜨거웠던 숨결, 남자애치곤 부드러운 피부. 그리고 그것들 모두를 능가하는 그 순간.

 쓰러지려 했던 유키와 레이의 얼굴이 스치는 찰나, 분명 닿았었다. 입술의, 정말 구석 쪽이었지만, 레이의 입술에, 유키의―――

 살짝 손끝으로 입가를 덧써본다.
 키스라고 부를만한 건 아니다. 유키가 기억하고 있을지 어떨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닿은 순간이 있었다.
 레이는 방 안에서 홀로 얼굴을 붉혔다.
 어젯밤부터 몇 번이나 떠올리고 열이 올랐었는지.

“그래도 확실히 닿았……었지?”

 조용하게 침대에 다가가, 자는 얼굴에 물어본다.
 그대로 몸을 내밀면 직접 닿을 수 있다. 유키는 푹 잠들어 있으니, 들킬 걱정은 거의 없다. 어젯밤에 닿은 정도론 다시금 감촉을 확인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귀에 들려오지만, 레이는 이성으로 그걸 억눌렀다.
 기습 같은 걸 해 봐야 나중에 자책하는 마음에 시달릴 건 눈에 빤히 보인다. 어제도 기습같은 거긴 했지만, 이거랑은 근본적으로 다른 거니까.
 지금은 단지 이렇게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수 있는 걸 솔직히 기뻐하자. 분명 얼마 안 가 다시 떠들썩한 나날이 찾아올게 틀림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미가 퉁탕거리며 달려나가 현관을 열었다. 유미의 놀란 목소리, 레이도 자주 들어 익숙한 두 소녀의 소리가 유키의 방문 너머서도 잘 들린다.

 역시, 바로 떠들썩해졌다.

 가볍게 쓴웃음을 지으며 레이는 아직 얌전히 숨을 쉬며 자고 있는 유키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열 때문에 붉어진 뺨, 약간 배어있는 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호흡.
 레이는 약간 고개를 기울이고, 자고 있는 유키의 상태와 문 저편에서 전해져 오는 기척을 번갈아 살피며 생각에 잠기듯 자신의 손끝을 바라봤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홀로 납득한 듯이 중얼거리고.

 아까까지 자기 입술에 닿아있던 손끝을, 평온히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키의 입술에 댔다. 전해져오는 부드럽고 약간 건조한 감촉.

 사랑스런 표정으로 상냥히 유키의 입술을 덧쓰고.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레이는 행복한 듯 미소 짓는다.


 계단을 올라와서 방으로 다가오는 발소리.

 열리는 문.


 화사함이 세 배로 늘어난 실내에서, 손으로 멋지게 뜬 머플러가 소녀와 소년을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 황장미 연애 광상곡 ~
 
~ 완 ~
~추신~
 우선은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 ‘황장미 연애혁명’에 뒤따르는 작품이었습니다만, 어떠셨는지요. 덧붙여서 중간에 인칭이라고 할까, 시점이 지금까지와 바뀌어 이상한 느낌으로 받아들인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쓰는 법을 맞추는 것보다 상황에 맞춰서 써야겠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 급작스럽게도 보이는 결말에 납득하지 못한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던 흐름이기에 그 부분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래도, 이번 화는 타이틀이 나타내는 대로 ‘광란’으로 끝낼 예정이었습니다만, 많은 메시지 등을 보고 전개를 바꿨습니다. 마지막의 부킹에 대해선, 유키가 세 사람과 각각 다른 곳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뛰​어​다​니​는​…​…​식​으​로​ 계획해 뒀었습니다만, 한곳으로 모여서 일촉즉발? 그리고 셋 중에 한 사람을 고른다?식의 전개가 되었습니다. 아, 세상이 다 아는 레이 쨩 말이군요. 원작 쪽에서는 그리 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레이 쨩입니다만, 소녀틱 모드가 개화하면 연애전개에서는 사실 강한 건 아닐까요……?
 이렇겐 말하고 있지만, 머리 하나쯤 앞선 정도고, 이 뒤에 에리코 님이나 요시농의 반격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과연 한층 더 뒤의 무대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혹시나 있다면 다시금 떠들썩해질 것 같다고 할까, 레이 쨩의 재난이 눈에 선합니다. (웃음)

 여하튼 간에 감사했습니다. 또 다른 작품에서도 레이 쨩, 요시농, 에리코 님은 나올테니, 그쪽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황장미 세레나데, 황장미 연애혁명, 추억이 한가득에 이은 네 번째 마리미테 번역 완결이네요. 반년간 광상곡과 함께했기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약간 김 새는 마무리긴 했는데, 이건 이것대로 虹님 풍이라고 할까……저로선 나쁘지 않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가씨 모드인 레이 쨩도 나쁘지 않았고요.


 자, 그럼 다른 마리미테 SS에서 뵙겠습니다. …​…유키 시리즈 레이 편이나 번역 해 볼까요?

이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는 다른 책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