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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R.K


Original | ,

3화



그의 아버지, 선대 킹은 대단히 강한 남자였다고 한다. 비숍(그 놈 입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신빙성은 그다지 없지만)의 말에 따르자면, 타이가와 타이가의 아버지는 역대 킹 중에서도 1, 2위를 다툴 수 있을 정도의 강자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타이가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지낸 기억도 없고, 아버지의 얼굴같은 건 사진으로밖에 본 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얼마나 강한 판가이어였는지, 전부 주변에서 말하는 걸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가계에는 또 한 가지…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선대의 퀸이자, 타이가의 어머니. 그녀가 타이가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인간과 사랑에 빠져 판가이어를 져버렸고, 그 대가로 퀸으로서의 지위와 힘을 박탈당하고서 살해됐다… 고 하는 사건이.
이것은 전대미문의 일로, 하필 "인간과 사랑에 빠진 판가이어를 숙청"하는 역할의 퀸이 인간에게 빠졌다고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선대의 퀸이 사라지고, 더 나아가 최강이라 일컬어졌던 선대 킹이 사망, 당시 고작 2세였던 타이가는 인간들의 틈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십수년간의 수색 끝에 간신히 그를 찾아낸 비숍에 의해 킹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인간들 사이에서의 삶"이 타이가의 생을 크게 비틀어놓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타이가에게 있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어째서 아버지가 죽은 것인지, 어째서 도망치는 것이 나았을 터인 어머니… 선대의 퀸이 자신을 인간에게 맡기고 죽은 것인지.
그러나 그런 것따윈 아무래도 좋을만큼, 타이가는 '인간'이라고 하는 종족을 증오하고 있다.

자신을 맡긴 했지만 애정이라곤 전혀 없었던 의부모.
특히 판가이어에 대해 알고 있었고, 더불어 판가이어에 적대하는 조직의 회장이었던 의부는 자신을 실험체와 다를 바 없이 취급했다.
그야 인간의 입장에선 당연하겠지. 살아있는 판가이어, 그것도 「킹」으로 예정되어있는 자라고 하면 최고의 샘플이 될테니까.

… 뭐, 그딴 것들이야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렇다 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이가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타이가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만큼 '인간의 강함'이라고 하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인간의 강함은 판가이어조차 위협한다.'
이걸 증명하는데 필요한 예는 딱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첫번째가, IXA(이크사). 이것은 그의 양부모가 소속되어있던 인간의 조직, 『창공회』의 물건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대(對) 판가이어 전용의 파워 슈츠. 이 세상에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힘인 '과학'의 결정체로, 처음의 그것은 보통의 판가이어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벅찼던 모양이지만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지금은 체크메이트 포조차 위협할 정도다. 그 이외에도 "레이"라느니 하는 슈츠도 있는 모양이지만, 이쿠사와 비교하면 격도 파워도 떨어지니까 신경쓸 필요는 없고.
그러고보면 그 전까지 무적을 자랑했던 루크를 처음으로 쓰러트린 존재도 이크사였다. 아무리 다른 몬스터족들의 힘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인간인 주제에 잘도 거기까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타이가조차 감탄했을 정도다. 이젠 보통의 판가이어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정도라는 이야기니까.
… 비숍도 그것에게는 몇번이나 엿 먹었다고 들었는데 슬슬 자신이 나서야 하는 거 아닌지 고민된다.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지금의 타이가에게는 IX'따위'에게 신경을 쓰고 있을 겨를이 없다.
바로, '인간의 강함을 증명하는 두번째의 예'와 관계된 일 때문에.

"… 늦는데. 도약해버릴까."
"그건 참아줘요. 지금 도착했으니까."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는 타이가의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타이가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그가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아깝네. 10초만 늦었어도 ​도​약​해​버​렸​을​텐​데​.​"​

만약 판가이어들이 지금의 타이가를 봤다면, 틀림없이 경악하거나 자기 눈을 의심하거나 꿈으로 치부해버렸을 장면이 여기에서 벌어졌다.
그를 아는 판가이어들은 "절대적인 왕"이자 "냉혹한 처형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KING"이라고 부르는 존재.
그를 아는 인간들은 "전율스러운 적"이자 "한없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악"인 그를 매도하는 의미에서 "KING"이라고 부르는 존재.

그런 존재가.
인간들의 앞에서 짓는 가식과 거짓으로 가득한 웃음이 아니라.
판가이어들에게 보이는 냉정하고 잔혹함으로 찬 웃음이 아니라.
어떤 악의도, 어떤 계산도, 어떤 욕망도 없이.

─보통의 '인간'처럼 웃고 있다.

"제발 참아줘요… 지난번에 얼마나 놀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페이트 테스타롯사 하라오운은 한없이 진심을 담아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안했으니까 된 거잖아. 그래서, 오늘은 어디인건데?"
"… 저기, 타이가. 전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그만두는 게 좋지 않아요? 이 일은 위험한데다─ 아, 타이가의 실력은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판가이어의 『킹』, D&P의 사장.
그것들에 이어, 타이가가 가지는 두개의 직업.
그것은, 「차원 표류자」임과 동시에 「시공관리국의 민간 협력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페이트는 차원 범죄자를 쫓아 타이가가 살고 있는 세계까지 추격해왔고, 타이가는 그때 처음으로 '마법'이라는 힘과 접촉하게 됐다.
판가이어가 가지는 힘인 "마황력"과는 다른, 인간만이 가지는 또 하나의 힘인 "마법". 그것은, 어느 의미로… 아니, 확실하게 말해서 "IX" 이상으로 판가이어에게 위협이 될지 모르는 힘이다. 실제로 눈앞에 있는 페이트만 해도, 처음 만났을 때 경계한답시고 적대했을 당시 "사가"로 변신한 상태였음에도 제압하는데에 상당히 애를 먹었으니까(그 직후에 오해를 풀긴 했지만).

물론 페이트 정도의 실력을 가진 마도사가 그렇게 많을 리는 없다. 페이트가 굉장히 겸손한 성격이라는 걸 감안해서 그녀의 말을 참고하자면, 많아봤자 10명 전후. 시공관리국이라고 하는 조직 자체를 탈탈 털면 20명 정도 나올까 말까. 그 정도라고 하면 얼마든지─
…… 방금 한 말 취소. 상상해봤더니 상당히 무서웠다.

이야기가 거기서 끝났으면 다행인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페이트는 범죄자의 체포에 협력해준 타이가에게 감사를 표하고─타이가의 입장에선 "자신의 도시"에서 난리를 일으킨 무단 침입자를 박살내놓은 것 뿐이지만─, 차원도약의 마법으로 복귀했다. 타이가가 보는 앞에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타이가는 역대 판가이어의 킹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재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처음보는 물건이나 기술이라고 해도, 한번 정도 확실하게 보고나면 어떤 원리인지 어떤 효능인지 대강 추정할 수 있다는 것.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 하면, 타이가에게 있어 차원 도약 마법같은 건 한번 보는 걸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이다.

처음 썼을 때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마법"이 어떤 것인가 직접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이곳과는 다른 세계를 보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고.
본래 마법을 쓸 때는 마력이 사용되지만, 타이가는 마황력으로 대충 떼웠다. 디바이스가 해야할 연산과 계측은 전부 사가크에게 시켰고, 그 이후에도 페이트가 했던 것을 거의 그대로 해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페이트의 경우 딱히 지정하지 않으면 본국에 해당하는 미드칠더, 그리고 그곳의 크라나간으로 가도록 바르디슈에게 입력이 되어 "자동 지정"으로 가도록 정해져있다. 그렇기에 타이가의 앞에서 차원 도약을 할 때는 딱히 지정을 하지 않았다.
그럼 정리해보자.

1. 페이트는 타이가의 앞에서 도약할 때 '좌표 지정'을 하지 않았다.
2. 타이가는 그때 페이트가 했던 것을 '거의 그대로' 했다.

결론. 좌표 지정도 하지 않고 차원 도약 시도.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도사라면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을 짓을 태연하게 해버렸다는 이야기. 이것도 결국 마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생긴 사건이었지만, 어쨌건 그 당시의 타이가는 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상태였으니까 어쩔 수 없다.
보통 그런 짓을 했다간 차원의 틈에 끼여 영원한 미아가 되던가, 아니면 소멸되버리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차원 도약 실패로 끝날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는 타이가는 셋 중 어느 것도 아니라 "엉뚱한 세계로 튕겨진다"로 흘러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있지도 않은 행운으로 아는 사람(그러니까, 페이트)이 있는 세계인 미드칠더로 떨어졌다는 것 정도일까.
아니, 그 이후 타이가가 "단독으로, 그것도 좌표 지정도 하지 않고 차원 도약을 한다는 바보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페이트에 의해 무슨 꼴을 당했는지 생각하면 그것도 그다지 다행인 것은 아니다.

그때 타이가는 약 2개월 가량 "차원표류자 겸 보호 필요자"라는 명목으로─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당연히 비밀로 붙여졌다. 아무리 경계심을 어느 정도 풀었다고 해도, 인간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힐만큼 타이가는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시공관리국에 머물렀고, 그곳에서 어깨 너머로 보는 "마법"을 굉장히 빠른 시간에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보는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해 꿈으로 취급할 정도로.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원래 세계'의 좌표를 알아낸 타이가는 자력으로 원래 세계와 미드칠더를 오고 갈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게 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때 페이트가 한 것 역시 미리 차원 도약 전용의 에너지를 카트리지 형식으로 압축해서 썼을 뿐이고, 타이가처럼 '순수하게 자신의 힘'만으로 차원 도약이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몇안되는 예외 중 대부분이 지나치게 한 곳에 몰려있다고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참고로 페이트의 지인이자, 머지 않은 장래에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부대를 만들 생각으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인재"에 대해선 대단한 집착과 열정을 보이는 야가미 하야테의 경우 그 당시에도 틈만 나면 정식 입국을 권유했을 정도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찌되었건, 그 이후 타이가는 자기 마음대로 미드칠더와 자신의 세계를 오가기 시작했고 페이트는 그걸 말리다 못해 하야테가 내놓은 절충안─민간 협력자 신분이라도 만들어놓으면 '협조' 명분으로 감시도 할 수 있다─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타이가가 차원 도약하는 걸 막을 수도 없고. 게다가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주민이라고 해서 타이가의 앞에서 경솔하게 차원 도약을 행했던 자신에게 대부분의 책임이 있으니까 타이가에게 지나치게 강한 억제를 가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그 웃기지도 않는 '우연'이 가져온 만남으로부터 1년.
여전히 페이트는 타이가에게 관리국의 의뢰를 받는 일을 그만두지 않겠냐고 권유하고 있지만, 타이가는 여전히 무시하고 있는 관계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지만.

"… 또 저거? 어째 요즘에는 많이 보이는데."

타이가는 눈앞에 나타난 수많은 기계 병기─ 가제트 드론들을 보면서 눈쌀을 찌푸렸다.
하지만 타이가와는 대조적으로, 페이트는 드물게 적의를 드러내며 바르디슈를 들어올렸다.

"안할거라면 지금 말해요."
"그런 소린 안했어. 이건 이거대로 재밌으니까."

새로 배운 마법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고.

"사가크."

타이가의 말에, 작은 메카닉이 타이가의 주변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극히 오랜 옛날부터 판가이어와 함께 해온 고대 몬스터. 그리고… 「최초의 갑옷」 "사가"의 보관자.
사가크의 입에서, 이제는 판가이어들조차 쓰지 않는 고대의 언어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사가크는 타이가의 주변을 계속 멤돌다가 그의 앞에서 멈춰섰고, "벨트"로 변환되어 그에게 '걸쳐'진다.
타이가는 어느 틈엔가 오른손에 쥐어진 붉은 검─ 쟈코더의 폼멜 부분을 사가크의 옆쪽에 꽂았다.
그러자, 벨트의 중심이 된 사가크에게 새겨진 원반이 굉장한 기세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HENSIN』

다시 한번, 사가크가 기계의 음성을 발하고.
타이가의 전신을 거울과도 같은 '무언가'가 뒤덮는다.
끊임없이 약동하며 타이가의 몸 위를 달리던 그 '거울'들이 갑자기 정지하고, 산산히 깨져나가는 순간.

왕의 갑옷, "사가"가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다.

[가자, 페이트. 시험해보고 싶은 마법들이라면 잔뜩 있으니까, 멍하니 있다간 해가 떨어져도 다 못끝내.]
"… 예에, 예에. 그런 사람이었죠 당신은."

한숨을 쉬면서도, 페이트는 바르디슈를 하켄 폼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런 페이트를 보며, 타이가는 사가의 가면 아래에서 웃었다.
그 웃음에는, 여전히 어떠한 타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좋아하지 않아.
─좋아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
─나는 아직, '인간'이 나에게 한 일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나에게 한 짓을, 무엇 하나 잊어버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 여자에게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아.
─그 세계, 미드칠더에서도 보고 싶은 것이 많아.
─이 여자에게도, 그 세계에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얼마든지 남아있어.

─그러니까, 다.
─자긍심 높은 판가이어의 왕인 내가, 인간과 행동을 함께 하는 건.
─오직, 그 이유 뿐.


백은의 갑주로 얼굴을 가린 "이형"의 왕은, 자신의 안에서 피어나고 있는 "어떤 감정"에 대해서, 그렇게 결정지었다.
하지만 그 "어떤 감정"이 어떤 것인지, 어떤 이유로 그런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인지. 그로서는 알 수 없다.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알지 못하는 지금의 타이가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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