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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R.K


원작 | ,

6화



"… 지금 뭐라고?"
"그러니까, 올해는 우리들의 승부의 해라고 말했다."

판가이어들의 회사 D&P의 최고 회의.
사장인 타이가와 그 측근격인 비숍은 물론, 여기에 참가하는 간부 전원 판가이어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모아놓은 타이가는 분명하게 선언했다.

"지금부터 우리들은 라이프 에너지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을 최우선으로 한다. 도움이 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이든 판가이어든 가리지 말고 끌어들여 진행해라."
"… 라이프 에너지의 공급은 충분합니다. 이 세상에 인간들이 있는 한─"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걸 모르는건가."

간부 한 사람의 말을 가볍게 끊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고 반박할 수 없는 위압감. 지금의 타이가는 그런 것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들 판가이어는 인간들보다 우월하고, 또한 훨씬 더 진화된 종족… 그렇게 여겨져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나. 우리들은 인간들에게서 뽑아내는 라이프 에너지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인간이 없어지면, 우리들도 멸망한다. 그런 것의 어디가 '우월'한 종족이라는 건가."

판가이어들의 인식, 그 근간을 뒤집어버리는 말.
그리고 여기에 타이가가 쐐기를 박았다.

"인간에게 의지하지 않는 새로운 '라이프 스트림'. 우리들은, 우리들의 손으로 그것을 만들어내고 인간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된다. 그것이… 지금부터의 목표다."

 


비숍은 당혹스러웠다. 아니,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고 해도 좋다.
그의 왕이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직접 미행까지 했었지만, 어느 순간엔가 놓쳐버려 흐지부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변할 줄은 몰랐다.

지난번, 이크사의 착용자를 죽이지 않고 살려보낸 일.
그리고 이번, "인간의 라이프 에너지를 대신할 에너지의 개발"을 꺼낸 일.
그것에 대해 다른 간부 판가이어들은 타이가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비숍은 되려 전율을 느꼈다.

이것은 마치,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포석을 만드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게도 인간을 증오하던 왕이, 고작 1년 만에 여기까지 변해버렸다.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비숍은 이빨을 갈며 방법을 생각했다.

 


'…… 슬슬 비숍이 뭔가 일을 벌리려고 들 타이밍인데.'

그러나, 이번에도 타이가는 비숍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판가이어라는 종족은, 비숍처럼 "스스로를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라는 사상에 젖어있는 녀석들이 대다수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인간을 사랑하는 판가이어라고 하는 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숫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그나마도 거의 대부분 타이가와 퀸에 의해 처형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적은 수가 더 줄어들었지만).

'쉽진 않겠군… 인간과 판가이어의 화합이라고 하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벅차다.
지난 수 천년간 적대해온 인간과 판가이어를 공존시키는 것이, 자신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할 것인가.

"당연히 무리겠지, 그런 거."

아무리 타이가라고 해도, 혼자서는 안된다.
판가이어 내부에도 협력자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화합이라는 건 양 종족의 의지가 맞지 않으면 안된다.
… 다시 말해서.

"……… 만나는 수밖에 없나."

두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고, 만날 생각도 없었던 양부를.

창공회. 혹은 "훌륭한 푸른 하늘 회". 어떻게 읽어도 상관없지만, 이 조직은 판가이어에 대항하는 인간의 조직 중 가장 세력이 크고 강한 곳이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3WA라는 조직이 있긴 했었지만, 그건 레젠드로가 부활 당시에 사라져버렸고.
─그리고, 자신의 양부는 이 조직의 간부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를 만나러 왔다는거냐."

양부… 시마는 글래스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곳은 ​D&​P​와​도​,​ 창공회와도 거리가 떨어져있는 고급 식당. 타이가는 '인간'을 통해 시마와 약속을 잡았고, 이곳에서 만났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하필 나를 고를거라곤."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인간이니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타이가는 대놓고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있다.
그 순간 시마는 타이가에게 손을 뻗고, 그가 입으로 가져가려는 와인잔을 멈췄다.

"… 무슨 짓이야."
"너, 아직 미성년이겠지. 술은 2년 후에 마셔라."
"…… 이제와서 무슨."

그렇게 말하면서도 타이가는 얌전히 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잠시 침묵을 지키며,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사각사각하고 나이프가 스테이크를 자르는 소리만이 식당에 울렸다.
식사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시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고 군을 살려줬다고 들었다. 그거에 대해선 감사하마."
"… 나고?"
"너한테 엉망진창이 된 이크사의 장착자지."
"아, 그 녀석 이야기였나."

까놓고 말하자면 죽이려고 했던 건데, 마지막에 생각이 바뀐 것 뿐이다.

"그러나 타이가… 판가이어 중에서 누구보다도 인간을 증오할 터인 네가 인간과의 공존을 바란다는 것… 그렇게 간단히는 믿을 수 없는 거다."
"누구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야."

타이가는 페이트의 앞에선 절대 보이지 않을 잔혹한 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 그러나, 그 표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지금 중요한 건 그의 양부를 매도하는 일이 아니니까.

"동감이야. 나도 당신이 판가이어와 공존을 바란다면서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면 안믿었을테니까."
"그런데도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냐."
"그런데도, 다. 난 당신이 싫지만, 그래도 인간들 중에선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니까."
"만약 틀렸다면?"
"그때는 그때. 뒷일은 미래의 자신에게 떠넘길 뿐, 나는 현재에 집중할 뿐이야."

시마는 그런 타이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 변했구나."
"뭐가."
"예전의 너였다면 내 앞에선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테니까."
"……… 변했다, 인가. 그럴지도… 아니, 확실히 변했겠지."

그러지 않았다면 시마와 만날 생각따윈 들지도 않았을테니까.
이것에는 타이가 자신도 놀랐다. 시마를 보고 있으면 여전히 부글부글거리는 감정이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당장 뒤집어엎어 버리고 싶어지진 않았다.
그에 대한 증오도, 인간에 대한 분노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단지, 그 이상으로 '소중한 인간'이 생겼을 뿐. 그것만으로 자신은 이렇게나 변했다.

"그래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아아. 더이상 판가이어들이 인간을 습격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테니까 우리 측에서도 판가이어의 존재를 인정하라, 는 건가. 그렇지만 말이다, 타이가. 그건 어디까지나 너희가 새로운 라이프 스트림의 개발에 성공할 때의 이야기다. 그게 실패하면 이 이야기는 근본부터 무너져. 게다가… 인간이라는 생물은 그렇게 쉽게 다른 종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 예전의?"
"… 그렇게 대놓고 못믿겠다는 얼굴은 하지 말아라. 그때의 혈기 넘치고 분별없고 미숙했던 나는… 이젠 없어."

그렇게 말하는 시마의 얼굴을,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봤다.
흰 머리가 생기고, 주름이 늘어나고, 예전과 비해 여위었다. 예전에 비해, 나이를 많이 먹은 모습.
그리고… 지금의 그에게서는, 예전의 그에게서 느꼈던 것과 같은 '악의'는 없었다.
타이가는 와인 대신 놓여진 물잔을 들이키고 대답했다.

"성공할거야. 아니, 하게 만들겠어."

킹이 된 이후 처음으로… 아니, 태어나서 처음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에 대해, '전력'을 쏟아보는 건.
판가이어로서도, 킹으로서도, 사장으로서도 너무나 뛰어났던 타이가이기에, 반대로 지금껏 어떤 일에든 전력을 다해본 적이 없다. 마법을 배울 때엔 열정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힘을 쏟거나 한 적은 없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일… '인간과 판가이어'의 공존에 모든 재능을 쏟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 타이가를 본 시마는 결론을 내렸다.

"…… 거기까지 결심했나."

그렇다면 손을 더해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예전의 자신에게, 눈 앞에 있는 이 소년의 안에 있는 '빛'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이 있었다면 이 아이가 인간을 증오하는 일도, 이날 이때까지 자신들과 싸워올 일도 없었을테니까.
이제야말로, 그때의 죄를 씻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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