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또한, 타이가는 시공관리국 쪽에도 손을 벌렸다.
인선이야 하야테를 통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최대한 '믿을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것이 관건.
그리고 타이가는 린디, 크로노 두 사람과 대면했다.
이야기를 시작한지 정확히 1분.
크로노는 들고 있던 찻잔을 깨트렸다.
"… 미안하지만,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못했는데. 다시 한번 들려줄 수 있겠나?"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타이가는 조금 전의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했다.
"지금의 나는 시공관리국의 민간협력자 아리카도 타이가로서 이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인간이 아닌 이형의 종, 마계의 지배자인 '판가이어'의 왕, '킹 오브 뱀파이어'로서 너희들과의 동맹을 요청하는 바… 라고 말했는데."
최연장자인 린디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간추렸다.
"그러니까… 타이가 군은 인간이 아니라는… 이야기인가요?"
"그렇게 되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 나이 대의 소년에게 어울리는 웃음을 짓는 타이가는, 분명 그녀가 알고 있는 '타이가'다. 하지만 조금 전, 처음 저 말을 했을 때의 그는 문자 그대로 '왕'. 그녀조차 그렇게 느꼈을 정도로, 주위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 뭐. 1년밖에 안됐다곤 해도 우리들의 교제다. 네가 믿을 수 있는 자라는 건 알고 있고. 하지만, 어째서 지금까지 그걸 숨긴거지?"
"원래는 여기있는 두 사람한테도 밝힐 생각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생겼으니까."
상대를 믿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가진 것부터 다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이 하려는 것은 '협력'을 구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이용하는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야기했다. 판가이어라는 종족에 대해서, 그들의 생태에 대해서, 어떤 것을 먹고 사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자신이, 인간과 판가이어의 공존을 이루려하고 있다는 것도.
"이야기는 알겠다… 그래서, 그것에 시공관리국의 기술을 더하고 싶다?"
"그런 거야. '저쪽'의 과학력과 마황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해."
린디와 크로노의 인맥을 풀로 활용하면, 이 동맹을 표면적으로나마 성사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소 무리는 해야겠지만.
게다가 이 동맹은 시공관리국 측에도 메리트가 있다. 계통이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판가이어의 기술도 어느 의미로는 초과학. 그 수준은 시공관리국이 보유 중인 과학력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
"삼제독에게 이야기는 해두겠지만, 성사될지 어떨지는 몰라."
"그걸로 충분해. 설득하는 건 내가 직접 할 테니까."
"그런데 타이가 군. 이런 말하긴 미안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한데요."
"…… 네?"
린디로부터 흘러나온 말.
여기에 크로노가 덧붙인다.
"그렇다. 일단, 그 판가이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으면 하는데."
"…… 보여주는 것 자체는 문제없지만……"
"없지만?"
"틀림없이, 당분간은 밥 못먹게 될 걸."
그렇게 말하고 타이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직후, 배트 판가이어의 모습을 본 두 사람 중 린디는 가까스로 견뎌냈지만, 크로노의 경우엔 타이가가 말한대로 정말 '당분간 밥을 못먹게' 됐다.
그 이후 4개월.
새로운 라이프 스트림의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타이가가 직접 관리하고, 또한 참가 과학자를 골랐기 때문에 비숍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타이가의 목표는 하나하나 이루어져 갔다.
『블레이드 봄버』
『하켄 슬래시』
폭발의 힘이 담긴 쟈코더와 전격을 발하는 하켄 슬래시가 부딪힌다.
그 직후, 붉은 폭발과 금색의 섬광이 함께 일어나 도시를 뒤흔든다.
붉은 검과 금색의 낫은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고, 그걸 들고 있는 사가와 페이트의 거리도 자연히 벌어졌다.
『플라즈마 랜서』
페이트의 주변에 나타나서 사가를 향해 발사되는 16개에 달하는 뇌전의 창. 사가도 자주 사용했던 마법이기 때문에 그 위력은 잘 알고 있다. 페이트가 쓰는 플라즈마 랜서라면 사가의 갑옷이라고 해도 무사할 수 없다는 것 역시.
그러니까, 막지 않고 받아친다.
『블러디 스피어』
사가가 앞으로 내민 쟈코더의 주위로, 역시 핏빛 마황력으로 이루어진 16개의 창이 나타나 발사된다. 페이트로부터 가르침받은 포톤 랜서 계열(플라즈마 랜서도 여기에 속하지만)의 마법을 자기 마음대로 어레인지한 것. 그 파괴력 역시, 보다 압도적이다.
플라즈마 랜서와 블러디 스피어가 두 사람의 사이에서 부딪혀 폭발을 일으킨다. 어차피 두 사람 모두 이걸로 결착을 낼 생각따윈 없고, 다음 공격을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는다.
페이트의 전면에 금색 마법진이 떠오른다.
그리고, 곧이어 방대한 양의 마력이 그곳에 집중된다.
그것에 대응하듯이 사가 역시 포격을 준비한다. 당연하지만, 이것도 그가 자기 식으로 어레인지한 물건이다.
페이트가 만든 금색 마법진에 대비되는 적색의 마법진.
"트라이던트 스매셔!!"
마법진의 중앙에서부터 하나. 연이어 그것을 기점으로 위 아래로 하나.
마치 트라이던트(삼지창)와도 같이, 금색의 섬광은 3줄기로 나누어져 발사된다.
[데모닉 노바!!]
쟈코더로 마법진을 베어가르자, 갈라진 마법진에서부터 핏빛의 회오리가 뿜어져나온다.
횡으로 발사되는 거대한 소용돌이는 폭풍마저 불러일으킬 기세로 날아간다.
번개와 회오리. 기상이변마저 만들어낼 것 같은 두 마력의 집합체가 부딪힌다.
─그 시점에서, 시뮬레이션이 과부하를 버티지 못하고 다운되는 바람에 결국 두 사람의 대련은 무승부로 끝났다.
"결국 이건가아… 시뮬레이션 보강해야 하지 않아?"
"타이가 군이 심하게 했으니까."
페이트의 대답에 타이가는 그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어쩐지, 대단히 이빨을 가는 듯한 웃음을 띄면서.
"너, 꼭 자기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시뮬레이션 다운이 심해진 건 타이가 군이 몇번 쓰고 난 다음인걸. 그 전까진 문제없었는데."
"윽…"
사실이었다.
"아마 시그넘과 대련한 이후부터였었지."
"관둬. 그건 꿈에 나올까 무서우니까."
그땐 혈전이었으니까.
분명히 말하건대, 타이가는 배틀러가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먼저 싸움을 걸 때도 있고, 그럴 의지도 충분히 있지만 스스로 싸움을 찾아가는 배틀매니아는 아니다(새 마법을 익혀서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같은 건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대련을 권해오고 있는 시그넘은 대단히 피곤한 상대. 그러나 페이트의 동료인데다 시그넘에게도 베르카식의 마법을 꽤 배웠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거절할 수도 없고 해서 대련을 받았는데… 그때부터가 문제였지.
시그넘은 니어 S랭크의 마도기사. 그리고 타이가는 마력(정확히는 마황력)의 양에 있어서는 SS 이상의 능력자. 그런 둘이 리미터고 뭐고 없이 시뮬레이션에서 부딪혔는데 멀쩡할 리가 없다(시그넘과 나노하가 대련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는 걸 감안할 때, 문제는 타이가 쪽에 있다는 것이 확실해진다).
그 대련에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최초 다운. 그 이후부터 대장진들이 리미터를 해제하고 대련할 때마다 노이즈가 점차 심해지더니, 얼마 전 타이가 vs 나노하의 대전 때 장렬하게 산화했다. 지금 메인 프로그램은 수리 중이고, 서브만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 그런 상태에서 조금 전처럼 신나게 날뛰었으니 맛이 가버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곤 해도 그땐 놀랐지…"
아무리 킹으로서의 힘은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과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는 인간들이 이렇게 많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대충 잡아도 5명. '타이가를 상대로 일정시간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상대들까지 합치면 열 사람을 넘어간다.
"놀란 건 우리들이야. 설마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지 두달도 안된 사람이 그렇게 강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나노하가─"
"다른 사람들은 둘째치고 타카마치는 절대 그런 소리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나노하가 눈앞에 있었다면 "남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아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순수하게 '전투력'만 놓고 보면, 나노하는 페이트보다도 위. 거기까지 가면 이미 인간이 아니다. 게다가 아주 잠깐, 블래스터인지 뭔지를 사용했을 때는 킹의 힘을 해방해야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정도.
… 미안합니다. 잠시 허세 좀 부려봤어요. 제대로 싸워도 이기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타이가는 블래스터가 강한 만큼 위험한 물건이라 장시간 사용하긴 힘든 물건이라는 걸 모른다)
"아, 타이가."
"응?"
"그러니까… 그…"
페이트는 답지 않게 우물거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는 분명히─
"… 이번엔 어디서 뭐가 터진거야."
"… 에?"
"또 발전소에 불 났어? 아니면 고대 괴수가 깨어나기라도? 그것도 아니면 외계인이 쳐들어왔다던가?"
"하아?!"
"말 늘이는 시간이 긴 거 보니까 만만찮나 보네. 괜찮아. '무리한 일' 부탁받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와선 뭐가 나온다고 해도 놀랄 일따윈─"
"틀려!! 이번 주말에 시간있으면 같이 나가자고 하려던 것 뿐────"
네, 성대하게 자폭하셨습니다.
그 직후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깨달았는지, 파악하고 얼굴이 빨개지고는 고개를 숙여버린다.
다시 한번 말해두건대, 타이가는 별로 무욕(無慾)한 인간도 아니고 자신에게로 향해오는 호감에 둔감한 인간도 아니다. 출가한 승려도 아니고 득도한 선인도 아닌데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 틈 사이에서 살았기에 사고방식 자체는 지극히 건전하고 올바르며 정상적인 인간의 청소년과 별 차이가 없다(그 본인이 인간을 얼마나 싫어하느냐 하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그 정서 자체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한술 더 떠, 유년기 시절부터의 경험이 경험이니 만큼 이성과의 접촉은 별로 없고 진전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가 하면, 타이가도 결국 페이트와 동갑의 17세 소년. 이런 상황에는 면역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페이트는 타이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봐온 이성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여성이며, 자각은 못한다고 해도 대단히 의식하고 있는(아마도,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람이다.
타이가의 얼굴 역시, 페이트에 뒤지지 않을만큼 붉어진다.
서로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이유도 없이 발을 굴리고,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볼을 긁적이기를 대략 5분.
페이트의 귀에, 겨우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괜찮지만…"
"…… 그, 그렇구나… 가 아니라! 괘, 괜찮은거야?"
"……… 응."
사실은 꽤 위험하지만.
타이가가 크라나간에 머무는 것은 단 3일이다. 킹으로서의 일도 있고, 그 이상 지체됐다간 비숍에게 들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나노하나 페이트들에게는 회사 일로 바빠서, 라는 이유로 하고 있다. 아주 거짓말도 아니니까 자신이 그녀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이유도 없어, 라고 타이가는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있는 중).
─그러나, 그딴 것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을만큼 부끄럽고… 기뻤다.
그래서
"크라나간은 잘 모르니까… 안내 부탁할게."
"으, 응… !"
목소리는 작았지만, 페이트는 정말로 기뻐보였다.
별로, '페이트를 위해서'라던가 하는 낯뜨거운 이유로 인간과의 공존을 택한 것은 아니다. 원래 그런 성격도 아니고.
그렇지만 그녀에게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녀를 만나고, 그녀에게 마법을 배우고, 그녀와 함께 지내고, 그녀의 미소를 접하는 동안.
인간을 향한 증오따윈 아무래도 좋을만큼 그녀를 좋아하게 되버렸다.
그녀 본인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스스로에게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해졌다.
자신은, 아리카도 타이가는 분명히 페이트 테스타롯사 하라오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매우 깊게.
지금까지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증오해온 '인간'이었는데도.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페이트가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증오가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싫은 인간은 여전히 싫지만, 전처럼 무조건 혐오하고 경멸하는 마음은 들지 않게 됐다.
고작 1년.
그 시간만에, 자신은 이렇게도 변해버렸다.
─게다가, 그것이 나쁘다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는다.
자신의 변화라거나, 판가이어의 본능이라거나, 킹으로서의 입장이라거나.
─그런 것들보다도… 페이트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