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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R.K


원작 | ,

8화



"…………… 좋았어."

페이트는 한참동안이나 거울을 보면서 모습을 가다듬었다.
옷과 화장이 마음에 안들어 뜯어고치기를 2시간. 그러고도 약속 시간까지는 앞으로 1시간 넘게 남아있었지만.
타이가와 단 둘이 있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전부' 일이 있을 때. 단 둘이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그것들 모두 싸우는데에 정신이 팔려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의 시간은 대단히 소중하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칼을 휘둘러 방해하는 가제트 드론도 없고, 우물우물하면서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그 사이에 끼어들어 가로채는 제자들도 없고, 눈치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절묘하게 훼방을 놓는 동료들도 없다.
타이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어찌할 도리없이 큰 '호의'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을 정도로.

어느 의미로,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 그 하얀 갑주를 풀어헤쳤을 때부터 느껴왔던 그의 감정.
그때는 지금과 달리 얼음같은 냉정함이 전신을 휘감고 있던 타이가였지만, 그때도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그가, 옛날의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

그와 함께 해온지 1년.
그 동안, 타이가가 먼저 자신들에게 다가온 적은 없다. 자신들이 다가가면 받아주지만 스스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타이가는 여러 가지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뛰어난 화자였지만, 결코 그 자신의 옛날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하나만은 알고 있다. 그는 자신 쪽에서 다가갔다가 거부당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가오지도 않는다. 거부를 당하지 않는 한,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일으켰던 사건. 그 이후, 만약 그녀에게 나노하를 비롯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지금의 타이가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타이가와의 차이가 있다면, 자신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상처가 아물어온 동안 타이가는 그 상처를 가진 채 그대로 성장해버렸다고 하는 정도.

가끔 '적'이라고 할만한 존재에게 엄청난 적의와 함께 냉혹함을 드러낸 적이 있다. 다른 동료들은 그 때문에 타이가를 경계한 적이 있었지만(물론 초기에만 그랬고 중반 이후부터는 경계도 하지 않게 됐다), 그녀는 한번도 그러지 않았다. 알고 있었으니까.

타이가는 분명 냉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한' 겉모습. 단순한 위장. 단순한 허세. 단순한 껍질, 단순한… 갑옷.
그 안에 있는 그의 진심은 틀림없이 상냥하고 따뜻한데,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는 타이가 자신조차도.

그녀보다도 강한 그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언제 깨질지 모를만큼 위태로워 보이는 소년일 뿐.
그러니까 적어도… 이 세상에서 한 사람 정도는, 그가 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나노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구해진 자신 뿐.
자기 과신일지도 모르고, 터무니없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이 감정은 틀림없이 진심이니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
─페이트가 타이가에게 빠진 이유는, 타이가가 그녀에게 빠진 이유와 거의 같은 것이었다.

 


"……"
"……"

두 사람 모두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둘 다, 이런 경우를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고 하는 것.
페이트는 누가 봐도 인정할 미녀고, 프로포션도 발군. 게다가 어린 나이에 집무관인 엘리트인데다 성격마저 최상. 인기가 없을 수 없지만, 그녀 자신이 누군가와 교제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경험은 제로. 타이가는 유년 시절부터 그런 일을 겪을 여유가 없었고, 킹이 된 이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누가 판가이어의 폭군에게 이런 일을 제안할 수 있을까.
그 때문에, 모처럼 조용한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으면서도 타이가는 오른쪽 끝 구석, 페이트는 그 반대편 구석에 앉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우물쭈물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잠시, 두 사람의 머리를 들여다보면

'침착해, 페이트… 그냥, 단순히, 외출만 한 것 뿐이야. 딱히 이거 한번으로 관계가 엄청 진전될 것 같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안했잖아. 그냥 조금이라도, 앞으로 타이가와 이렇게 만날 기회를 더 만들고 싶어서─ 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타이가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잖아! … 라고는 해도 어떡하지? 역시 영화라도 보자고 하는게… 하지만 타이가의 취향이 아니면 싫어하게 되버릴지도… 그건 싫은데. 하지만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되고…'

'뭐하냐, 아리카도 타이가. 모처럼 페이트가 불러줬잖아. 언제까지 입 다물고 말 걸기만 기다리고 있을건데. 이럴 때는 보통 남자 쪽이 이야기를 이끌어야 정상이잖아. … 그렇지만, 어쩔까. 언제 여자애랑 외출같은 걸 해봤어야지.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좋은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학교 다닐 때 좀더─ 하지만 페이트말고 다른 사람하곤 이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할 것 같지도 않고─ 잠깐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겠지! 어떻게든─'

… 괜히 봤다.
누구 한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편해지련만, 유감스럽게도 둘 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도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두 사람이 고민하는 사이에도 1초 1초 시간은 흐르고 흘러, 마침내 벤치에 앉은지 20분이 경과됐다.
지나가던 행인들 마저, 이 얼굴을 빨갛게 하고 서로가 있는 방향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있는 두 남녀를 보고 신기해하거나 어딘지 모르게 그리워하는 듯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을 무렵.
마침내, 각오를 굳혔다.

'─라고 하는 거지만, 왜 하필 유원지로 온 걸까, 나는…'

페이트는 타이가에게 보이지 않게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스스로를 책망했다.
어젯밤 벼락치기로 '연인들의 전형적인 데이트 코스'에 대해 공부했을 때 들어있었던 메뉴. 전형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불안감은 남아있다.
자신은 '전형적인 사람들'이 기뻐하는 곳이 아니라, 타이가가 기뻐할 곳에 오고 싶었으니까.
만약 여기가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재빨리 다른 곳으로─

"…………"

─어쩐지, 말없이 살짝 웃고 있었습니다.

"… 저기, 타이가?"
"아, 응?"
"여기… 마음에 들어?"
"…… 그, 뭐랄까… 난 이런 곳에 와본 적이 없으니까. 꽤 동경하고 있었다고 할까…"

지극히 드물게도, 부끄러워하면서 볼을 긁적이고 있다.
─나이스, 10분 전의 나. 잘 골라서 다행이었어.
페이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조금 더, 적극적이 되기로 했다.
타이가의 손을 붙잡고, 유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들어가요, 타이가. 보여주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잔뜩 있으니까."

 


그때 그녀는 자신을 향해 미소지어주었다.
무엇보다도 밝게,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그리고 그때 타이가는 다시 한번 확실하게 자각했다.

─나는, 이 사람을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라고.

그것을 깨달은 이상, 주저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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