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수개월 전.
푸른 늑대인간의 모습을 한 가루루의 몸이 날려간다.
바로 조금 전, 사가의 주먹에 강타된 탓. 그의 몸은 그대로 뒤에 있던 벽을 부수고 박혀버린다.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그럼에도, 가루루는 몸을 뽑아내어 다시 덤빈다. 이미 상처투성이에 체력은 바닥이고, 승산이 없는데도 그는 몇번이나 일어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세가 기울어지는 일은 없다. 사가는 쟈코더의 빛을 늘려 그의 목에 휘감은 다음, 그대로 위로 던져올려 천장에 부딪히게 만들고는 바닥에 내리찍었다.
[크아악!!]
쟈코더에서 풀려난 가루루는 그대로 몸을 뒤로 굴린다. 그 사이 사가가 휘두른 채찍이 날아왔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채찍은 바닥을 때린다.
[과연 울펜이라고 해야할까. 도망치는 발은 빠르군.]
[이 자식…!]
가루루는 이빨을 갈면서 일어났지만 힘의 차이는 역력. 루크에게조차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졌던 그가, 루크를 능가하는 킹에게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그것은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지금 사가의 뒤에서 나타나 그를 두 팔로 강하게 붙잡은 인조인간의 프랑켄족, 돗가도 마찬가지.
붙잡는데에 성공하고, 프랑켄족 특유의 괴력으로 조이기 시작했다. 보통의 판가이어였다면 그 힘에 의해 쪼그라졌겠지만 상대는 '킹'. 판가이어… 아니, 마계 최강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없는 자다.
「블리츠 액션」
사가크의 기계음이 들리는 순간 사가의 발밑에 핏빛의 마법진이 생겨난다.
그 마법진이 사가의 양 발에 흡수되고, 곧이어 무지막지한 추진력으로 사가의 몸을 공중으로 상승시켰다.
자신을 붙잡고 있는 돗가와 함께 위로 날아오른 사가는 천정에 부딪히기 직전 몸을 앞으로 숙였고, 그 결과 사가의 뒤에서 붙잡고 있던 돗가는 피하지도 못하고 천정에 부딪혀 사가를 구속하고 있던 팔을 풀고 만다.
사가는 가볍게 지면에 착지하고, 돗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닥으로 추락.
[하앗!!]
이번에는 반어인의 종족, 머맨의 밧샤. 입에서부터 강렬한 물의 탄환을 발사해 사가를 공격한다. 가루루나 돗가와 마찬가지로, 밧샤 역시 보통의 판가이어를 능가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 그가 발사한 탄환의 위력은, 판가이어라고 해도 일격에 바람 구멍이 생길 정도.
─그러나 아까부터 지겹게 말하고 있지만, 상대는 판가이어의 왕 사가. 게다가 '마법'이라는 힘까지 손에 넣은 존재다.
「프로텍션」
사가의 앞에 핏빛 방어 배리어가 발생된다.
사가가 사용하는 마법의 절반 이상은 페이트가 가르친 것이지만, 나머지는 그녀의 동료들에게서 배운 것. 이것은 페이트의 친우인 나노하로부터 배운 방어형의 마법으로, 특히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높다. 발동 속도도 빠르고 방어 범위가 전면 전체에 해당해 자주 쓰는 물건.
밧샤가 발사한 물의 탄환은 프로텍션을 뚫지 못하고 사라졌고, 그 직후 프로텍션을 해제한 사가는 곧바로 달려들어 밧샤의 복부에 주먹을 뻗는다.
물론, 그 공격조차도 그냥 날리진 않았다.
「플래쉬 임팩트」
압축된 마황력을 주먹에 실어 타격하는 근접공격마법. 이것 역시 '관리국의 하얀 악마'로부터 배운 물건으로, 위력은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다. 밧샤의 복부에 꽂힌 주먹은 섬광과 함께 작렬했고, 밧샤의 몸은 뒤로 날려가 가루루와 부딪힌 후 돗가가 있는 곳까지 밀려나고 난 다음에야 정지했다.
[… 크, 윽… 어?! 야, 정신차려!!]
가루루는 자신의 위에 쓰러진 밧샤를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 어째 비명을 안지른다 했더니 맞는 순간 기절한 모양이다.
[승부는 났군요. 당연한 일이지만.]
사가의 뒤를 따라온 비숍… 스왈로우테일 판가이어가 말했다.
비숍으로서는 처음부터 예견되어있던 결과. 판가이어의 킹이라고 하는 건 달리 말하자면 '마계 최강의 남자'. 제아무리 판가이어에 대적하던 전투형 몬스터 종족들이라곤 하지만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게다가 도대체 저런 능력들(마법)은 어디서 어떻게 익힌건지.
비숍은 사가의 앞까지 걸어나와, 검을 뽑아들었다.
[약한 종족의 끝은 오로지 멸종 뿐. 이제 그만 사라지도록 하세요.]
체크메이트 4 중에서 비숍의 역할은 전투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비숍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같은 체크메이트 4 이외에는 판가이어 내부에서도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없다.
'킹을 제외하고서 최강의 판가이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루크. 그것은 사실이지만, 비숍의 전투력 역시 그보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일 뿐 모자람은 없다. 당연히 그의 일격을 막을 수 있는 존재따윈 이 자리에 없다.
─킹을 제외한다면.
[킹?!]
가루루의 목을 치려던 비숍의 검이 사가의 쟈코더에 가로막혔다.
사가는 팔에 힘을 가해 비숍의 검을 튕겨냈고, 비숍은 뒤로 몇발짝이나 물러났다. 그리고 사가는 그대로 비숍을 무시한 채 가루루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다음에 사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이 자리의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말.
[너희들. 내 밑에서 일해라.]
……
……
[뭐?!]
[킹, 그것은─]
[킹의 명령으로, 닥쳐라.]
비숍이 뭐라고 하려는 순간, 사가는 여전히 그에게 등을 보인 채 대답했다.
결국 비숍은 뭐라고 하려다 말고 입을 닫은 채 물러나야 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킹의 명령은 절대적이니까.
[…… 무슨 수작이냐, 킹. 우리들의 종족을 멸망시킨 주제에.]
[유감스럽지만 그걸 한 건 내가 아니라 선대의 킹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죽었지.]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이 있다면 멸족된 종족도 부활시킬 수 있다. 자존심을 위해서 종족의 미래를 버리겠다면 마음대로 하시지. 나라면 절대 하지 않겠지만.]
이건 거짓말이었다. 타이가는 페이트를 비롯해 '저쪽 세계'에서 만든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다른 것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살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종족을 부활시키는 것도 봐주겠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판가이어로부터 마계를 빼앗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안되겠지만.]
[………]
가루루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