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그리고 현재.
'그러고보니까 내가 그때 그 녀석들을 왜 살려줬더라…'
인간들을 죽이는 건 그만뒀지만, 그 녀석들은 인간과는 달리 명백한 '적대 종족'이었는데.
뭐, 그런 건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어느 의미로 비숍보다도 일을 잘하고 있으니까. 뭣보다 그들에게는 비숍조차 알 리 없는 '다른 세계'의 일에 대해서도 가르쳐줬다. 공범으로 써먹기 위해서. 타이가의 입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팔들이 늘어난 셈이니까 나쁠 건 없다.
'… 응?'
문득 소란스러워졌길래 고개를 들어올렸다.
───차도 한가운데에서, 비비오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맞은 편에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트럭이 한대. 비비오나 차 쪽에서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 내 참."
가지가지 하는군.
겉모습과는 달리 맨홀 뚜껑을 한손으로 열었다던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나노하를 고전시켰다던가 하는 점을 볼 때 치이게 내버려둔다고 해도 별로 다치진 않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양심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럴 수는 없다. 그러니까
뛰어들어서, 비비오를 안은 채 대신 치였다.
타이가의 체중은 60Kg 정도. 비비오의 체중을 더한다고 해봤자 90이 될까말까다.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트럭의 무게는 말할 것도 없이 압도적으로 위. 타이가는 가볍게 튕겨져 날아가, 도로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데굴데굴 구르다가 정지.
"… 주, 죽은 거야?"
"보고만 있지말고! 누가 구급차를─"
소란스러운 행인들 사이에서.
타이가는 느닷없이 일어났다.
"…… 아아. 쬐끔 아프네."
인간의 모습에서 8톤 트럭의 시속 80Km 충돌이라고 하는 건, 아무리 타이가라고 해도 아프다. 라이징 이쿠사에게 맞았을 때보단 덜 아프다고 해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왼쪽 관자놀이 부근과 트럭에 직접 부딪힌 왼쪽 어깨, 바닥에 가장 먼저 떨어졌던 오른쪽 무릎, 그리고 구를 때 비비오를 감싸느라 정작 자신은 피하지 못해 땅바닥에 부딪히고 긁혀버린 오른쪽 팔꿈치에선 약간이긴 해도 출혈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금 전 트럭에 부딪힌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적은 부상. 그렇기에 주변의 행인들은 아연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 웁스."
타이가는 그제서야 주변 상황을 눈치채고 혀를 찼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변의 사람들이 이런 눈으로 볼 때는 오직 '어떤 행동'만이 정답이라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튄다.
"?!?! 없어졌다?!?!"
"애 보기 이상의 귀찮은 일같은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 말야."
거기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건물의 옥상.
타이가는 아래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동을 지켜보며 오늘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 어라.'
뭔가가 꼼지락거리고 있는듯한 느낌이 팔을 타고 전해져온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비비오를 안고 있던 채였다는 걸 기억해냈다.
'우와아아!! 대형 사고 발생!! 큰일났다!!"
설마 다친 건 아니겠지. 물론 비비오가 노출되지 않도록 꼭 안아들긴 했었지만 그래도 꽤 멀리까지 날려간데다 상당히 굴렀으니까 어쩌면 다쳤을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타이가는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아, 다행이다.'
상처는 없다. 과연 킹, 과연 나. 그 상황이지만 충격은 전부 내가 흡수하도록 굴렀으니까. 역시 칭찬해줄만 하다니까. 나 자신이긴 하지만.
… 확실히 정신이 없었긴 했던 모양이다. 이런 되도 않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담했기에, 타이가는 또다시 한숨을 토했다. 한번 한숨을 토할 때마다 한번씩 운이 빠져나간다고 했던가. 그게 사실이라면 오늘의 운세는 틀림없이 '최악'을 가리키고 있을 거다.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보니, 비비오에게 볼을 만져지고 있었다.
붉은 눈과 녹색 눈을 가진 소녀는 울면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피, 가…"
"아아. 괜찮아, 괜찮아. 전혀, 절대로 아프지 않으니까."
판가이어로서 태어난 자, 이 정도 상처쯤은 상처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고작해야 찰과상, 이 정도라면 약도 필요없이 자연 치유력만으로 나을 수 있다. 그것도 수십분 이내로.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비비오는 끝내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울면서 사과하는 비비오를 조용히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럼에도 처음과 같은 저항은 없다.
'… 곤란하네.'
저항감과 경계심이 없어진 건 좋지만─
이 울음을 달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타이가에 대한 비비오의 경계심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때문에 타이가의 경계심마저 사라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비록 거리가 떨어져있다곤 해도 이곳을 보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움켜쥐면서 분노를 삼키고 있는 비숍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으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이변'은 느닷없이 닥쳐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