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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R.K


원작 | ,

12화



"늦는데."

타이가는 손목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비비오가 다니는 학교. 원래라면 나노하나 페이트가 마중을 나왔어야 했겠지만, 비비오가 "오늘은 오빠로."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그 두 사람에게 등을 떠밀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거기에 타이가 본인도 그다지 싫은 기분이 아니었고.

"그렇지만 초등학교인가…"

타이가는 하교 종이 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학교라고 하는 장소는 별로 반가운 곳이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에야 아무것도 몰랐던 때이니까 그다지 아픈 추억같은 건 없지만, 중학생일 때는 실로 비참했었지.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고.

'… 옛날 일이지.'

그러니까 더 이상은 신경쓸 필요도 없다.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그는 과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잊어버릴 수는 없지만,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행복을 깨버리는 일따윈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저러나 하교 시간은 지났는데…"

어째서 비비오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걸까.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긴 했지만, 다들 비비오를 알고는 있어도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는 것.

​─​─​─​─​─​─​─​─​─​─​자​신​의​ 발로 비비오를 찾기 위해 움직이려는 순간.

그에게 있어선 지극히 익숙하지만, 또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느껴졌다.

 


이곳은 인적이 없는 폐쇄된 터널 근처.
타이가가 찾고 있는 비비오는 이곳에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비오의 손에서, 의모의 것과 같은 분홍빛의 광탄이 날아간다.
그것은 틀림없이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에 직격했지만, 단지 그가 쓰고 있는 안경이 부서졌을 뿐, 작은 상처조차 없다.

"…… 이것은 그 분의 것과 같은 힘인가. 질은 다르지만, 그 분이 그 힘을 이 세계에서 얻었다는 건 확실한 것 같군."

불과 수개월 전.
스스로를 제일 스칼리에티라고 밝힌 인간이 접촉해왔을 때는 상당히 놀랐다. 그가 가지고 있던 기술이나 힘은 그가 알고 있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가 데리고 왔던 전투기인이라고 하는 존재들은 비숍에게 시원스러울만큼 가볍게 제압당했지만.
그럼에도 스칼리에티는 그다지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스칼리에티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를 또 하나 알고 있었으니까.

그것이, '판가이어의 킹' 아리카도 타이가.

그 이야기를 스칼리에티에게 들은 비숍은 광분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낌새를 알아차린 스칼리에티는 전투기인들을 회수하지도 않은 채 미드칠더로 돌아갔고, 두번 다시 이쪽 세계에 나타나지 않았다(그로부터 얼마 후, 성왕의 요람 사건이 일어나고 스칼리에티는 체포된다).
그리고 비숍은 남겨진 전투기인들로부터 차원도약의 원리를 캐낸 후 이쪽으로 건너왔다(그 본인들이 차원 도약을 쓸 수 있는가, 와는 별개로 일단 지식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타이가에 비하면 뒤쳐진다고 해도, 비숍 역시 보통 지능이 아니다).

이쪽으로 건너온 비숍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먹이에 불과한 인간의 아이를 구한 그의 왕.
그것을 봤을 당시에는 한없이 분노했지만, 곧이어 한가지 가능성을 깨달았다.

─왕은, 틀림없이 이쪽 세계의 '힘'을 얻기 위한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다 라고.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은 생각이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그것이야말로 진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 아무리 위장이라곤 하지만 왕의 위광을 더럽힌 이 인간은 죽이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죽어라."

비숍은 자신의 검을 불러내서 들어올리고, 비비오를 향해 내려친다.
비비오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언제까지 기다려도 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프로텍션』

 

비비오의 앞에, 은빛의 작은 기계가 떠있다.
─그것은 비비오도 몇번인가 본 적이 있는 것.

"반짝박쥐 씨…!"

어둠 속에서도 은색으로 빛을 발하는 사가크에게, 비비오가 붙여준 이름. 사가크 자신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비비오가 그렇게 불러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 사가크는 지금 비비오의 앞에서 방어벽을 쳐 비숍의 검을 쳐냈다.

"사가크…!! 바보같은… 어째서, 인간을 지키는 거냐!!"
​『​∀​∃​∮​∑​∏​∴​∇​∂​∝​∠​』​

사가크의 입에서 기계음성이 흘러나온다.
비비오는 그것이 어떤 언어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오랜 옛날부터 판가이어의 비숍으로서 살아온 스왈로우테일 판가이어는 알 수 있다. 저것은 분명 고대 판가이어의 언어. 사가크 이외에 저것을 쓸 수 있는 메카몬스터는 없으니까, 지금 자신의 검을 튕겨낸 것은 틀림없는 진짜 사가크.
하지만, 그 사가크는 분명 '킹'인 타이가의 의지에 따라서만 움직일 터. 그렇다면─

 

"지금… 뭘하고 있는거냐."

 

칠흑의 어둠으로 뒤덮힌 터널 속.
그곳에서, '왕'이 걸어나왔다.

"키, 킹…!!"

비숍은 검을 치우고 곧바로 타이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사가크는 비비오의 주위를 멤돌다가 소녀의 어깨 위에 앉았다. 혹시라도 비숍이 다시 공격하면 지키기 위해서.

"허락도 없이 킹의 앞에서 검을 뽑은 것에 대해 용서를─"


"뭘하고 있냐고 물었을텐데."


비숍의 말을 끊어버리고 타이가가 물었다.
비숍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차라리, 그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예. 인간의 분수로 킹의 위광을 더럽히는 인간의 처형을────"

더이상 들을 것도 없다.

 


바로 다음 순간, 타이가의 발이 숙이고 있는 비숍의 안면을 걷어차올렸다.

 


위로 떠올려진 비숍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다.
한번이 아니다. 왼주먹으로 스트레이트, 그리고 이어서 오른주먹의 어퍼컷. 비숍의 몸은 그대로 뒤로 날려가 벽에 부딪혔다.

─거기서, 타이가가 한번 더 얼굴을 때리자 벽을 뚫고 날려가 바닥에 쓰러진다.

이미 타이가의 몸은 절반정도 판가이어화 하고 있었다. 눈과 송곳니, 그리고 손은 이미 판가이어로 변해버린 상태. 타이가는 비숍을 따라가 비숍의 위에 올라타 그 안면에 계속해서 주먹을 꽂는다.
전투기술이고 뭐고 없이, 그저 힘과 속도에만 맡긴 무자비한 공격. 그렇지만 그 위력은 심상치 않았다. 한방 때릴 때마다 비숍의 머리가 지면에 박히고 있고, 그 부분의 바닥이 점차 내려앉아갔다.


─네놈이.
─네놈이 감히.
─감히 어디서
─어디서 어디에다 검을 휘두르는 거야.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린다.
그저 때리고 어쨌든 때리고 아무튼 때리고 무조건 때리고 어떻게든 때리고 뭐가 됐든 때리고 닥치는대로 때린다.
인간의 머리는 물론이고 경차량 정도라면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강권이 끊임없이 작렬하고 있다.
비비오는 단순히 '페이트가 맡긴 아이'같은 게 아니다. 저쪽 세계의 '판가이어의 킹'이 아니라, 이쪽 세계의 '아리카도 타이가'를 구성하고 있는 소중한 '가족'의 한 사람.
이 놈은, 그걸 모르고 죽이려 들었다.

타이가의 주먹과 지면이 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비숍에게서 튀어나온 피가 타이가의 얼굴이나 옷에도 묻었고, 타이가 자신의 주먹도 찢어져 자신의 피도 흐르기 시작했는데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타이가는 분명 그를 죽인다.


그걸 막은 건, 그 자리에 있던 소녀.
타이가를 향해 달려간 비비오가 그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그 순간, 막 다시 주먹을 내리치려던 타이가가 멈춘다.

"……… 비비오?"

타이가는 고개를 돌리려다가 그만뒀다.
지금 자신의 얼굴은 눈과 송곳니의 변화만이 아니라, 판가이어 특유의 '글래스' 문양이 떠올라있다. 이걸 보게 되면 틀림없이 무서워하게 된다. 그러니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얼굴만은, 절대로.
그럼에도 소녀는 여전히 다가오고 있다. 무서워하면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하지 마요……"
"… 비비오. 이 녀석은─"
"모두들… 분명히 슬퍼할거니까…"

진심인건가.
바로 조금전까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상대인데. 아니, 타이가가 오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죽었을텐데.
​─​─​─​─​─​─​타​이​가​가​ 사귀고 있는 '친구'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호인인걸까.


"그러니까… 돌아와주세요…"


─조금전까지만 해도, 비할 데 없이 높아졌던 왕의 분노가 가라앉아가기 시작했다.
송곳니가 줄어들고, 글래스가 사라지며, 손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타이가는 자신의 뒤에 있는 비비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안아들고는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단 한마디만을 비숍에게 남긴 채.


"다음에는 죽인다. 당장 사라져."

 


비숍의 기색이 사라졌다.
그것을 느낀 타이가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오빠…?!"

안겨있다가 깜짝 놀란 비비오는 그대로 타이가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녀는 보게 됐다. 어쩌면 '엄마들'보다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오빠'의 '붉은 색의 눈물'을.

"미안…"
"… 에?"
"정말로, 무섭게 해버려서… 미안… 나만 아니었어도… 내가 좀더, 제대로 정신차리고 있었어도…!"

막을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정신만 제대로 차리고 있었다면 분명 앞서서 막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도대체 자신은 어디에다 정신을 팔고 있었던걸까.

"우, ​아​아​아​아​아​…​…​!​!​"​
"오빠……"

비비오는 자신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타이가를 끌어안아주었다.
자신보다 한참 큰 소년을, 그 작은 손으로 토닥이면서.

 


"크, 우으윽…!!"

얼굴이 알아보기도 힘들만큼 '뭉개진' 비숍은 비틀거리면서 벽을 손으로 짚었다.
그는 '차원 도약'으로 단숨에 공간을 넘어 원래 세계로 돌아왔다. 본래 '마황력'의 보유량이라면 킹 다음으로 많은 그였으니까.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왕이, 그에게 한 일을.

무자비하고도 잔혹하게, 그의 왕은 그를 때렸다. 정말로 죽일 듯이.
어쩌면 자신은 정말로 그때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비숍을 분노하게 했다.

"아리카도, 타이가…!!"

왕에게 '죽을만큼' 맞았다.


그따위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비숍이 무엇보다도 타이가를 증오하고 있는 이유.
그것은, "아리카도 타이가가 '인간의 만류'를 듣고서 자신을 살려줬다"고 하는 것.
자신을 죽일 듯이 두들기던 타이가는 분명히 비숍이 원하던 '폭군' 그 자체. 그렇기 때문에, 그가 원래의 왕으로 돌아온다면 그의 손에 죽었다고 해도 비숍은 기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광신도나 마찬가지로.

그러나 그의 왕은… 타이가는, 먹이에 지나지 않을 터인 인간 꼬마의 말때문에 자신을 살려주었다.
그 정도의 분노, 그 정도의 광기, 그 정도의 증오인데도.

─비숍을 죽였어야할 그 증오가, 고작 인간 꼬마의 말만으로 사그라들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용납되지 않는다.

"용서못한다… 절대로 용서못해…!!"

이제야말로 확신했다.
아리카도 타이가는 판가이어 킹의 자격이 없다.

그렇다면, 그를 킹으로 추대한 자신이 책임지고 그를 없애지 않으면 안된다.

… 하지만, 어떻게?
타락해버린 왕이라고 하나 타이가의 힘은 강대하다. 실로 유감스러운 일로, 그 자신 혼자서는 상대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만들면 된다.
─새로운 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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