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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R.K


원작 | ,

15화



눈 앞에 있는 괴물─ 편의상 '킹'이라고 칭하겠지만─의 힘도 마황력도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페이트를 처음 만났을 때도, 나노하나 시그넘과 대련했을 때도. 혹은 그녀들과 함께 일하면서 싸운 적들도. 일단 눈으로 직접 보기만 하면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대강은 알 수 있다. 다소 오차가 있을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눈 앞의 '킹'이 가진 힘만은 가늠할 수가 없다.
이유는 오직 한가지.

이 녀석은, 자신이 '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녀석이 아니다.

어느 정도 상회하고 있다면 그거라도 느끼겠지만, 이 녀석은 "도대체 얼마나 자신을 상회하고 있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이길 자신도 있다. 어쨌거나 싸움은 스펙만으로 결정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저것'은 지금 막 되살아난 상태. 승산이 있다고 하면 이날 이때까지 수없이 싸우고 죽여온 자신쪽에 있다.

『웨이크 업』
『하켄 슬래쉬』
『플래쉬 임팩트』
『자염일섬』
『라켄텐 해머』

사가크가 휘슬을 부는 순간.
조금전까지 낮이었던 세계가, 순식간에 밤으로 역전된다.
그와 함께 '사가'에 응축되어있는 마황력이 전부 잔바트 소드로 응집되고, 이날 이때까지 다른 세계에서 익힌 마법들 중 가장 빠르고, 동시에 강한 마법들만이 검에 담겨진다.
금색의 뇌신으로부터 얻은 뇌격의 칼날.
백색의 악마로부터 얻은 빛의 타격.
진홍의 검사로부터 배운 폭염의 일섬.
철퇴의 기사로부터 익힌 폭쇄의 굉타.

타이가가 지니고 있는 압도적인 마황력, 동시에 일반적인 디바이스를 월등히 뛰어넘는 사가크의 연산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저렇게 마법을 담아도 끄떡없이 버텨낼 수 있는 판가이어 최강의 검, 잔바트 소드가 갖추어져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지금 현 시점에서, 타이가가 가할 수 있는 '일격' 중에서는 틀림없이 최강의 것이다.

『소닉 무브』

거기에 더해, 최대의 가속.
여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은 순간. 타이가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그, '한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킹은 이미 타이가의 바로 앞까지 접근해왔다.

 


[큭!!]

잔바트 소드를 내려친다. 최강의 공격력과 최고의 속도가 합쳐진 일격.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존재따윈 없다. 그것은 다시 부활한 '킹'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킹'은 반격을 택했다.

주먹을 내질러, 잔바트 소드를 때린다. 측면이나 빈틈이 아니라 말그대로 '정면'에서.
전격이 터지고 폭발이 일어나고 섬광이 번쩍이며 굉음이 울린다. 붉은 빛이 사방으로 퍼지고, 칠흑의 밤이 핏빛으로 물든다.
그 일격으로, '킹'의 주먹이 부서지고 그 뼈가 탈골되며 피가 사방으로 퍼진다.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핏빛에는, 분명 그의 피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대가로, 잔바트 소드는 타이가의 손에서 날아갔다.

[뭐─]

잔바트 소드를, 타이가 최강의 일격을 쳐낸 대가로 박살난 왼손. 하지만 '킹'에게는 남아있는 손이 있다.
그론기가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힘'과, 판가이어가 가지고 있는 '마황력'이 그 오른주먹에 집결되고, 타이가의 복부를 때린다.

​[​─​─​─​─​─​─​─​─​─​─​─​─​─​─​─​]​

타이가의 의식이 돌아온 것은 그의 몸이 한창 공중을 부유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타이가는 곧바로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다. 전신의 감각이, 일시적이지만 완전히 사라져버린 상태였으니까.

'킹'이 날린 일격은 타이가가 걸치고 있던 '사가'를 단 일격에 분쇄했다.
태고부터 이날 이때까지 판가이어의 왕을 지켜온 '백은의 갑옷'은, 기형의 형태로 부활한 왕의 주먹에 산산히 깨져나갔다.
그러고도 남아있는 힘이, 타이가를 날려 캐슬드란의 벽에 충돌시킨다. 직선 거리로 약 500m 정도.
… 정정. '충돌시킨' 수준이 아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킹'의 일격에 날려간 타이가는 캐슬드란의 벽에 부딪혔다. 그 충격은, 캐슬드란이 비명을 지르며 하마터면 옆으로 기울어져 구를 뻔했을 정도로. 그 이름그대로 '성'과 같은 형태와 크기를 가진 캐슬드란이,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사가를 부수고 '남은 힘'이 그 정도라고 하면 사가를 파괴할 때 사용된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크… 아……!!"

그제서야, 간신히 신음이 튀어나온다. 조금 전까지는 숨도 쉴 수 없었으니까.
감각이 돌아오는 것과 함께, 무시무시한 통증이 전신을 휘감는다.
단 일격에 복부 속은 '액체'나 다름없는 상태. 타이가가 아니었다면 죽는 것은 당연한거고 상반신이 통째로 사라졌을 것이다. 형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타이가의 '힘'이 얼마나 강대한지 말해주는 것이지만, 어차피 '킹'의 앞에서는 무용.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려고 하지만, 일어설 수가 없다. 팔에 힘이 안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다른 신체도 움직일 수 없다.
신음 소리의 한중간에 울컥하고 입에서 피가 튀어나온다. 그 핏속에는 내장조각들까지 섞여있고, 그나마도 조각조각 나있는 상태다.

[후… 후후…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과연 그론기의 육체로군!! 지금 그 공격마저도 견뎌냈다는 건가!! 과연 판가이어를 지배하는 자의 육체로서 무엇보다도 어울리는 물건!!]

비숍은 광란에 가까운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당연히 기쁘겠지. '운'의 육체를 사용한 '킹'의 힘은 비숍의 예상따윈 가볍게 초월하고 있었다. 그의 예상으로는 타이가를 상대로 다소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했고, 자신이 합세하여 타이가를 완전히 쓰러트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토록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이상, 그럴 필요따윈 없어졌다.

타이가는 간신히 간신히, 옆에 있는 캐슬드란의 벽을 붙잡고 일어난다.
팔다리는 떨리고 전신은 박살 일보직전. 출혈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없으며 당장 죽어버리지 않는 게 이상한 상태다.
그럼에도, 일어섰다.

'… 계산, 틀렸군.'

상대는 자신과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나는지도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태.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걸었다. 그 일에 실수는 없다. 단지 계산에 착오가 있었다면, 저 '킹'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조차도 까마득히 넘어있다고 하는 것.
지금의 공격을 받고 알았다. 자신에게 '킹'을 쓰러트릴 수단은 없다. 그 정도의 공격을 받아냈다고 하는데도 왼팔로 끝난 데미지. 포격이나 광역계 마법을 사용한다면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걸 얌전히 맞아줄 녀석이 아니다. 파괴력이 큰 만큼 상대에게도 기회를 줘버리는 게 그쪽 계열 마법이니까.
어딜 어떻게 생각해도, 승산은 없다.

─그래도, 일어섰다. 이길 생각으로.

[어리석은… 아직도 싸울 생각인가. 그래도 한때는 왕이었던 자,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할 기회는 주려 했건만.]

타격은 크고, 몸은 움직이기도 힘들다. 그러나 아직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몸이 한계이고 싸울 수단이 없어도 일어서서 싸울 수 있는 사람따윈 얼마든지 봐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날 이때까지 함께 지내온 친구들 전부 그런 사람들이었으니까.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고 해도 한방에 쓰러져서야 그들의 동료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그나저나 이젠 어쩐다…'

별로 도움은 안됐지만 갑옷이 박살나버린 것은 손해가 크다. 잔바트 소드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만큼 멀리 날아갔고, 사가크도 의식을 잃은 채 벨트의 형상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싸울 수단은 ​전​무​─​─​─​─​─​─​─​─​─​─​─​─​─​─​─​

'… 있구나, 그러고보니.'

사가 없이 녀석과 싸울 방법이, 딱 하나.
그 동안, 페이트들과 지내면서 결코 보이지 않으려 했던 모습.
이날 이때까지 억눌러온 힘.

판가이어의 킹, 「배트 판가이어」의 힘이.

─마황력을 개방한다.
─그 몸이 글래스로 뒤덮힌다.
─등에는 네 장의 흑익.
─그 밑으로는 새카만 망토.
─머리에는 박쥐의 작은 날개.
─그와 함께, 기형적으로 돋아나는 송곳니.

거기로 끝나지 않고, 타이가의 모습은 점차 '인간이 아닌 것'으로 되어간다.
완전히 변이가 끝난, 그 칠흑과 진홍이 뒤섞인 '박쥐 괴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판가이어의 킹 「칠흑의 밤과 진홍의 달 위에 군림하는 마수」.

'킹'에 의해 박살났던 전신이 잠깐 사이에 회복된다.
지금껏 억제되어있었던 반동일까. 배트 판가이어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마황력을 방출해냈다.
그것에 직격당한 비숍은 하마터면 무릎을 꿇어버릴 뻔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배트 판가이어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 이 모습이 되보니 좀 알겠군.]

말그대로, 타이가의 '전력전개'. 그렇게 되고보니 간신히 '킹'이 가진 힘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흐릿하게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걸어오는 산과 대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이런걸까.
─F5 랭크의 토네이도 앞에 맨 몸으로 서있는 인간의 기분이 이럴까.
─이쪽을 향해 쇄도해오는 해일과 마주하고 있는 선박이 이런 느낌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힘'을 드러내버린 지금이 상대와의 격차를 훨씬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킹'은 여유작작. 배트 판가이어가 전개하는 위압감에 반응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쥐와 늑대.
─두 '어둠'의 마수가 다시 부딪히기까지, 수십초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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