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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war Chronicles


저기 말이야. 유나.
요즘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여기저기 약삭빠른 사람들만 넘치고.
좀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은 없는걸까?
다들 다른 사람들 뒷통수 치기에만 여념 없다고 생각해.
뭐? 헌터는 원래 그런거 아니냐고?
내 말이 너무 바보같은 이상론이라고.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말이야 유나.
나는 타인의 불행이나 죽음을 못본체 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걸 걸고서라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바보가 이 세상에 가득했으면 좋겠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만약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 망가진 인간일거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네.
보통 사람이라면 어찌되었던 자신이 가장 소중할테니까.
그래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좀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려나?"
-2년전 유나의 스승이자 의붓엇니인 슈네이엔 데어 라인바이스 빈터몬트의 말중


 

4화 바보



"유나 이 녀석!!"
"으갸갹! 잘못했어요 영감님!"
"누가 영감이란 거냐! 난 아직 팔팔한 60대라고!"

흰수염이 가득한 노인은 유나를 향해 그렇게 외친 후 유나가 들고온 검을 살폈다. 어찌나 거칠게 다루었는지 칼날은 다 상했으며 칼심도 이리저리 뒤틀려 있었다. 더구나 검신에 한가득 생긴 금을 보자면 이미 검이 아니라 폐기물이라 보는 것이 옳았다.

"이딴걸 고쳐달라고 들고오다니 간이 부을대로 부었구나 유나야."
"아하하... 영감님이 이쪽에서 실력이 가장 좋잖아요."
"내가 아니라 신이 내린 손을 지닌 대장장이라도 이건 차라리 녹이고 다시 만들라 할거다! 칼날이 나간건 둘째치더라도 검심이 뒤틀렸어! 이건 이미 검이 아니라 쓰레기다."
"쩝-"

노인의 선언에 유나는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상당한 강도를 지닌 검이었지만서도 이번에도 유나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너덜너덜해진 것이었다. 보통 무기는 한번 휘두르는것 만으로도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유나의 힘은 무기 선택의 폭을 너무나 좁게 만들었다.

"유나야 그러지 말고 그냥 사천검을 다시 쓰지 그러냐?"
"아직은 안돼요."

유나의 말에 노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유나가 그녀 자신의 힘을 견딜 수 있는 몇 안되는 무기중 하나이자 현상황에서 제일가는 해결책인 사천검의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탓이었다. 노인은 유나의 말에 품속에서 담배를 꺼낸 후 불을 붙이며 말했다.

"왜냐, 벌써 2년째다 검은 묘비가 아니야. 사용해야 의미가 있는거라고!"
"하지만 전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어요."
"참나. 네 언니가 잘도 좋아하겠구나."

노인의 비아냥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진열대로 향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손님은 손님. 게다가 자신의 작품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몇안되는 사람이었던 탓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결과가 노인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함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이다.

"어디... 최근에 만든 녀석이."

진열대에 놓여진 무기들을 살피던 노인은 투박하고 거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얇은 느낌을 주는 대검을 골라 유나에게 건넸다. 유나는 노인이 꺼낸 대검을 들어 이리저리 살피고 검신을 두들겨 강도까지 확인 한 후 노인을 향해 물었다.

"이 검은?"
"검 자체의 위력보다도 네놈에게서 버틸 수 있는지를 주안점으로 잡고 만든 녀석이다. 120장의 얇게 편 영강(英剛)을 검심에 두른후 다시 얇게 펴 두들긴 것으로 한도이상의 힘을 받을때마다 각 코팅이 벗겨지면서 그 충격을 해소하지. 모르긴 몰라도 다른검 보다는 오래쓸 수 있을거다."
"영감님..."
"그렇다고 초장부터 전력으로 가지 말고! 네놈의 전력은 사천검과 동급의 검이 아닌 이상에라야 버틸 수 있는 검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네..."

유나는 노인의 말에 미안한표정을 지은 후 몇개의 소모용 검과 단검을 챙긴 후 대장간을 나섰다.



"때 마침 잘왔네."

HMD의 등록을 마치고 나오던 란스는 새로운 검들을 등에 메어든 채 들어오고 있는 유나를 보며 말했다. 유나는 란스가 들고 있는 HMD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것이랑은 다르네?"
"네건 S랭크 전용 특제 디바이스니까. 서현, 그녀석에게 줄것은 특별전형자를 대상으로한 디바이스고. 그러니 보통의 디바이스와는 다른게 당연하지. 더구나 올해부터 특별전형대상자용 및 일부 지원자들 한정으로 삼라 컴퍼니제 신형으로 바뀌었으니 다를 수밖에 없지."
"그런가...?"
"그런거야. 잠시 네것 좀."
"뭐?"

유나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HMD를 빼앗은 란스는 유나의 HMD와 서현의 HMD를 연결시켰다. 그리고 약간의 조작을 거쳐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두기기를 링크시킨 후에 다시 유나에게 그녀의 HMD를 넘겼다. 유나는 갑작스런 란스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뭘 한거야?"
"네가 서현의 후견인이니까. 서현의 HMD를 네거에 링크시켜놨어. 뭐 거의 일방적인 링크지만 말이야. 네가 원한다면 서현의 사생활은 없는것이나 마찬가지겠지."
"뭔가 사감이 잔뜩 들어간것 같은데... 그래야만해?"
"최소한의 예방책이야. 만약 다른 사람몰래 대형 사고를 치면 곤란하니까 말이야. 적어도 후견인인 너는 그녀석이 뭘 할지 알아야 한다는거지."
"흠..."

란스의 설명에 이해는 하지만서도 별로 내키지는 않는 유나였다. 다른이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하는 취미따위는 추호도 없는 탓이었다.

"뭐 안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 경우 책임은 네가 다 지게되"
"상관없어."

자신의 HMD를 받아든 유나는 란스와 함께 막 다른 등록을 마치고 나오는 서현을 볼 수 있었다. 서현은 등록에서 상당한 번거로움을 느꼈는지 그의 얼굴에선 약간의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

"드디어 등록이 끝났나보네."
"꽤나 번거롭더군요."
"그래도 특별전형이라 꽤 줄어든거야. 감사해라고."

'뭐 너같은 경우엔 이런저런 확인차 원래절차대로 했지만 말이야.'

겉다르고 속다른 말을 한 란스는 서현을 향해 그의 HMD를 던졌다. 상당히 무례하기 짝이없는 행동이었지만 공무도 끝났고 공무대상외에 패주고 싶을 정도로 사이가 안좋은 상대라면 이정도로도 감지덕지였다. 서현은 받아든 HMD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HMD. 정식명칭 헌터 멀티 디바이스로 신분증이면서 카드, 단말기등등 별별기능을 다갖추고 있는 헌터의 필수품이지. 이 단말기를 통해서 헌터기구내 정보 열람도 가능하지. 물론 등급에 따라서 열람가능정보가 틀리지만 말이야. 정말, 주고싶지 않은데 줘야만하는 이 불합리 함이란..."
"사설이 길어. 뭐 결론만 말하면 필수적인 '지급품'이란 거군."

서현은 HMD를 이리저리 살핀 후 허리춤에 꽂았다.

"슬슬 가볼까?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도 아니고 말이야."
"저는 별로 ​상​관​없​습​니​다​만​.​.​.​"​
"그런말 하지 말고."

서현의 뒷덜미 잡아 끌고나가는 유나, 그렇게 지부 밖으로 나가고 있는 유나와 서현을 보며 란스는 지부장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서현이 행한 매치기 기술을 들었던듯한 기분이 들었던 탓이었다. 그것도 꽤 근시일에 말이다.

​"​누​구​였​더​라​.​.​.​"​

란스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 사색에 빠졌다. 물론 자리가 자리인 관계로 사색의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지만 말이다.



곧장 병원으로 돌아온 유나는 유카리에게 부탁해 수일치 식량과 약품을 얻어 티거에 실었다. 물론 본의 아니게 신세를 져야만 하는 서현도 그 작업에 동원되어야 했지만 그다지 불평을 내뱉지는 않았다. 어차피 강제적으로 빚을 지게 될 거면 이런식으로라도 조금은 갚아주는 쪽이 여러의미로 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서현이 그렇게 티가의 지시에 따라 식자재및 의약품을 두고 있을때 유나는 유카리와 함께 지도를 보고 있었다.

"여기서 천지(天地)시까지 거리는 약 500km 가량. 평상시라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역시 시기가 안좋아. 하필이면 데저트 드래곤이 날뛰는 시기니까 말이야."

사막룡 데저트 드래곤은 S랭크로 등록되어있는 변이체로서 적게는 수마리에서 많게는 수십마리에 달하는 샌드 웜을 거느리고 다니는 거대한 지렁이였다. 몸을 뒤덮고 있는 껍질은 다이아몬드급의 강도를 지니고 있으며 그들이 내뱉어내는 모래폭풍은 도시 한구획을 일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기 충분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날뛰고 있는 지역을 가로질러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자살행위. 결국 평상시의 루트대신 다른 루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동쪽이나 서쪽으로 둘러가야하는데 말이지..."
"동쪽은 안돼. 데저트 드래곤의 소굴이 발견되었단 말이 돌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직 미확인 정보지만서도 사실이라면 직선루트를 타는것보다도 훨씬 위험하다고."
"결국 남는 루트는 서쪽으로 빙 둘러가는건가?"
"그렇겠지."

본의 아니게 정해진 근1000km에 달하는 장정. 길이 험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랜드워커가 아닌 티거였기에 어떻게든 갈 수 있었다. 그래도 원래보다 약 하루정도 더 걸리는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이다.

"뭐 예정대로라면 그래도 하루... 아니 이틀정도는 벌 수 있겠지만."
"역시 교섭이 필요하겠지. 그냥 넘겨줄리는 만무하니까"
"교섭이 하루에서 이틀내로 끝나면 상관없겠지만... 그럴리가 만무하니."
"그렇지?" 삼라 컴퍼니 현 회장... 어떤의미론 ​지​독​하​다​니​까​.​.​.​"​

17살의 어린나이에 철혈의 여제라 불리는 삼라컴퍼니의 현 회장에 대해 떠올리던 유나와 유카리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오한을 느꼈다. 어떤의미로는 어쩔 수 ​없​겠​지​만​서​도​말​이​다​.​ 결국 유나와 서현이 도시에서 출발하게 된 것은 모든 준비가 끝나고도 2시간이 더 지났을 무렵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지낼까?"
"의외네요. 밤낮안가리고 갈줄 알았더니."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엔 밤이 위험한 이곳이거든."

사막의 밤은 무척이나 위험했다. 제멋대로인 기온과 날씨는 둘째치더라도 수많은 야행성 변이체들은 아무리 유나라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상대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강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 물량... 달빛과 별빛만을 등불삼아 싸워야 하는 밤의 특성상 대지를 가득 메울 정도의 물량이 나오면 어떤식으로 뒷통수를 맞거나 할지 몰랐다. 물론 낮을 살아가는 변이체들도 단체로 움직이는 녀석이 많지만 밤을 살아가는 변이체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자면 낮을 살아가는 변이체들의 단체적 움직임은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귀찮은 일이란건 피하고 봐야 하니까"
"그렇군요. 그것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서현도 본의 아니게 겪게되는 쓸데없는 일은 가급적이면 피하자는 주의였으므로 유나의 말에 동의했다. 더구나 서현도 밤의 싸움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에 그러한 유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아직 청경밖에 이루지 못한 나로선 확실히 밤은 까다로워. 감의(感意)를 완성하면 또 ​모​르​겠​지​만​서​도​.​.​.​'​

아직 시각과 청각에서 벗어나 촉감과 직관에 도달한 서현이었지만서도 아직 직감과 감응에 대해서는 살짝 엿보기만 한 상태. 감각에 의지하지 않게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

"응?"
"사람?"

갑작스럽게 밖에서 껴지는 다수의 인기척에 서현과 유나는 티가의 밖으로 나섰다. 티가는 색적이 완료되면 나가라고 말했지만 '사람' 한정으로 레이더에 의한 색적보다는 감각쪽이 더 빠른 두사람이었다. 두사람은 나오기 무섭게 자신들이 위치한 야영지를 둘러싼 이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수는 약 60가량. 더구나 호의적이지 않은 기운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아 도적들인듯 싶었디.

"60명에달하는 산도적이라..."
"누가 산도적이란 거냐!"

서현의 말에 대표로 추정되는 전기톱을 든 거한이 앞으로 나섰다.

"어라? 넌?"

거한의 모습을 보자 유나는 뭔가 까먹은듯한 것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유나의 반응에 산적 대표도 뭔가 떠올렸는지 식은 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서... 설마. 유나씨입니까?"
"이런 후줄근한 복장과 반디나로 돌아다니는 여자헌터는 잘 없지."

유나의 말에 산적 대표는 똥밟았다는 표정으로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젠장! 브레이크 소드 댄서 유나다!! 정찰 한 놈 누구야!!"

산적대표의 격한 반응에 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뺨을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사풍단인가."

유나는 기본적으로 사람 좋은 성격이다. 적당한 선만 유지한다면 산도적쯤은 직종으로 대우해줄 만큼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직종을 존중해 주기에 왠만해서는 통행세를 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 좋은 만큼 도를 넘어서는 녀석들은 극히 싫어했다. 그 대표적인 녀석이 바로 사풍단으로 유나가 낸 통행세를 무시하고 유나가 지키고 있던 짐을 습격해 반쯤 괴멸당한 녀석들이었다. 물론 '고작' 반만 괴멸당한 이유는 단순히 유나 혼자 호위중이었다는 이유였지만 말이다.

"이 자식들 아직 정신 못차린건가?"

유나는 간만에 살기를 끌어올리며 영감에게서 받은 검을 뽑아들었다. 그녀가 내뿜는 살기만으로도 주위의 공간은 이미 유나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 잠깐!"
"왜?"

말도 섞기 싫은듯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유나를 향해 산적두목은 유나의 옆에 있던 서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이미 우리가 포위했다고. 너는 몰라도 저 청년은 우리의 십자포화에서 무사할 수 있으려나?"
"칫..."

산적두목의 협박은 주효했다. 유나는 서현이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불어 서현의 몸상태가 심하게 안좋은 것도 알고 있었다. 티거와의 거리는 약 30M 가량. 서현의 상태가 좋다면 1보면 충분할 거리로 생각하나 지금 상태로는 가던중에 십자포화에 당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걱정마. 조건만 만족한다면 아무해도 안끼치고 물러날테니까."
"어떤?"
"너의 랜드워커인 티거를 넘기던지 아니면 우리가 제시한 대표 셋을 저 청년이 이기던지."

유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들다 들어줄 수 없는 제안이었던 탓이었다. 티거는 자신의 언니이자 스승의 유품이자 파트너. 자신이 멋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서현의 경우도 아침의 일을 생각해보자면 충분히 실력이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픈몸이 걸렸다. 하지만 그러한 유나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현은 불길하기짝이 없는 미소를 띄우며 산적들을 향해 말했다.

"그 세명은 누구죠?"
"서현?"
"간단한 이야기잖습니까. 대표 셋을 쓰러뜨리라니."

서현답지 않은 해맑은 미소를 보며 유나는 불길하기짝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 그보다 흉흉하다고 해야할까? 유나가 자신을 어떻게 느끼든 신경쓰지 않은채 천천히 앞으로 나서는 서현. 그러한 서현을 보며 사풍단의 두목은 불쾌함을 드러냈다. 자신들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듯한 서현의 태도 때문이었다.

"무기는 어디있지?"
"난 권사야. 무기따윈 필요없어."

오만하기짝이 없는 발언. 그것은 산적들을 흥분시키는데 충분했다.

"이 자식이!"
"이봐!"

두목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달려드는 3인. 신체능력이 상당히 좋은지 그들은 상당한 빠르기로 서현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막 무기를 휘두르려는 순간.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서현에게 달려들었던 삼인이 날려졌다. 일순간 생긴 요란한 모래먼지 탓에 산적들은 볼 수 없었지만 유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진각과 동시에 두사람의 가슴에 작렬한 양손, 그리고 그 직후 가운데로 달려오던 남자의 가슴에 작렬한 무릎차기. 단 한번의 격돌로 단번에 세사람의 가슴을 함몰시킨 서현은 무척이나 당당한 자세로 다음 상대를 기다렸다.

"다음은 누구죠?"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서현, 하지만 상대입장에서 보면 조소내지는 마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해맑지만 흉흉하기 짝이없는 미소. 그 미소를 보며 모두가 분을 삭히고 있을때 저 뒤쪽에서 부터 약 3m쯤 되는 거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로 몸이 3m쯤 되는 것이 아닌 파워드 슈츠를 걸치고 있는 탓이었다.

"나다 꼬맹이-"
"흠, 인형몸을 타고 노닥거리는 고릴라인가요."

인정사정없는 소감에 인상을 찌푸리는 거한이었으나 함부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아까의 싸움으로 상대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간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맹렬한 속도, 그리고 무지막지한 권격. 서현은 그 권격을 가볍게 피하며 그 권격의 위력을 가늠해 보았다. 맹렬한 돌풍과 폭산하는 모래, 어지간한 사람으로선 피해도 그대로 딸려들어가 분쇄될만한 위력이었다.

"흐음, 이정도인가요? 제대로 맞지만 않으면 문제될건 없군요."
"뭘 중얼거리는거냐!"

거한이 다시한번 주먹을 휘두르자 서현은 그 주먹을 받아 넘기며 접근해 가슴쪽에 가벼운 손등치기를 먹였다. 물론 단순한 손등치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서현이 여태까지 갈고닦은 무술의 기술중 하나.

"무문팔극권 팔대절초 중첩폭뢰(
重疊爆雷
)"

요란한 굉음과 함께 거한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나왔다. 중첩폭뢰의 충격파가 파워드 슈츠의 장갑을 넘어 거한의 외부와 내부에 동시에 작렬한 것이었다. 거한이 피를 쏟고 죽기 무섭게 서현은산적들을 돌아보며 미소를지었다.

"자, 다음은 누구려나요? 참으로 기대가 되네요."
"쏴... 쏴라!"

자신들이 지닌 최대의 전력을 가볍게 죽여버린 청년에 공포를 느낀 산적두목은 청년을 가리키며 발포명령을 내렸다. 다른 산적들도 서현의 모습을 보며 공포를 느꼈기에 망설임없이, 혹은 다급히 총의 방아쇠를 당기려했다.
그 순간, 그들의 눈앞에서 빛이 번뜩였다.

"크억!"
"뭐... 뭐냐!"

산적두목이 당황하며 소리치기 무섭게 티거에서 부터 기관총 세례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 탄우속에서 한명의 검사가 엄청난 속도로 노닐고 있었다. 두자루의 칼로 총기를 베고 팔을 베고 있는 검사는 어느새 너덜너덜해진 칼을 버린 후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칼을 산적두목에게 겨누었다.

"어... 언제?"
"서현, 저녀석이 처음 상대를 완전 보내놨을때부터 대충 이리될거라 생각했거든. 그나저나 개심의 여지가 없는 녀석이네. 그렇게 혼나고도 같은 짓을 반복하는거 보면..."
"살려..."

"잘가-"

유나의 냉혹한 선언과 함께 검광이 번뜩였다.



"결국 죽이진 않았네요"

서현은 기절한 두목을 데리고 사라지는 사풍단을 보며 입을 열었다. 분명 죽일줄 알았던 사풍단의 두목을 죽이지 않고 칼등으로 쳐서 기절 시킬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뭐, 악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잖아."
"그것도 사람 나름이라고 생각하지만..."
"3번째 삶도 똑같이 산다 치면 그때는 거둬갈 생각."

순간 유나의 눈에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아무리 사람 좋은 유나로서도 저런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그냥 둔다는건 쉬운 결정이 아닌것이 분명했다.

"보통 저런종류의 사람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말이지 가끔반성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확실히 그러한 사람이 없는건 아니지만... 이 바닥에 있는 당신이라면 알고있을 겁니다. 인정을 베푼다는게 어떤의미고 상대가 어떤식으로 받아들이고 그게 어떤식으로 돌아올지 잘 알고 있을겁니다."
"응, 알고있어. 하지만 말이야 언니가 생전에 이렇게 말했거든. '이 상막하기 짝이없는 세상에서 한명쯤은 바보같은 인간이 있는것도 좋지 않을까?' 라고 말이야."
​"​바​보​입​니​까​.​.​.​"​
"그래, 바보. 자신의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남을 위하는 바보가 말이야. 삭막한 이 바닥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바보가."
"이 바닥에서 바보는 이용당하다 죽을뿐입니다."
"확실히 그렇긴해... 이 바닥은 사람좋은 바보가 살기엔 참 힘들어. 그런데 말이야..."

유나는 검을 등에 매고 서현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그런것 치고는 너도 사람 꽤 좋은편에 속하지 않아?"
"무슨?"
"감이랄까... 너에겐 나랑 비슷한 느낌이 들거든. 사람 좋은 녀석의 느낌이."
"착각입니다."

서현은 그리 말하며 티거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나는 그런 서현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뒷머리를 긁적인 후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면 조금이라도 자두는 편이 좋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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