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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떠도는 유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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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남자라면 사랑을 위해...


"조작계통은 이전이랑 다를바 없지만... 조작감이 완전 달라. 이게 태양로의 힘인가?"

[정확히는 유사태양로인 타우 드라이브지만 말이야]

이안 바스티에게 기체에 대한 대략적인 변경점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그대로 시험조작에 들어간 시즈는 이전과는 다른 조작감에 심히 놀라며 기체를 조작했다. 구동계와 계기가 달라져서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조작계 자체는 이전과 거의 유사했기에 금방 적응 할 수 있었다. 그렇게 Ex-S의 조작을 계속하던 시즈는 문득 처음 조작계통을 만졌을때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가변능력은 상실한건가?"

[가변능력 말인가? 아 그거라면 타우드라이브를 끼워넣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배제했다네. 애초에 태양로를 감안한 기체가 아니다보니 밸런스가 좀 무너져서 말이야.]

"어쩔 수 없네요"

가변기능이 사라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시즈는 수긍하며 다른 점이 있는지를 살피며 기체를 길들였다. 기체를 길들이던 시즈는 문득 자신이 너무 쉽게 받아들여졌음을 떠올리며 지금의 솔레스털 빙에 현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전례가 있다지만 신분이 불확실한 나를 이토록 쉽게 받아들이는걸 보면 어지간히도 어려운건가... 뭐 이런건 익숙하지만."

시마함대에 있었을 시절부터 어려운 일에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시즈였다. 그렇게 새로운 Ex-S에 완벽히 적응해갈 무렵 통신회선으로 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즈, 시간은 있는가?]

"응? 세츠나 왜?"

[맞이하러 가고 싶은 사람이 둘 있다. 만약을 위해 Ex-S와 함께 동행해줬으면 한다.]

"Ex-S도? 그럼 같이 가는건가"

[아니 합류는 지구에서 한다. 좌표는 나중에 전송해주지]

"잠깐 Ex-S만으로 대기권을 돌입하라고?"

대기권 돌입중에 타버린 Ex-S건담의 전례를 떠올린 시즈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물론 료우녀석의 실력이 터무니 없이 형편없는 탓도 있었지만 원래 MS자체가 단독으로 대기권을 돌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러한 기능을 가진 MS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Ex-S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걱정할 필요 없어. 태양로를 지닌 기체는 단독으로 대기권 돌입이 가능하니까. 타우드라이버 기체도 단독으로 대기권 돌입이 가능하다고.]

시즈는 이안 바스티의 설명에 새삼 태양로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GN필드 전개, 대기권 진입각 클리어-"

먼저 선행한 세츠나를 뒤쫓아 Ex-S를 몰며 대기권을 진입하는 시즈. 처음 하는 대기권진입이었기에 조심에 조심을 거듭했다. 아무리 GN입자 필드에 의해 기체가 보호받고 있다지만 그래도 세상일이란 혹시 모르는 일 투성이었다. 주의해서 손해 볼 일따윈 없었다.

"자세제어, 목적지 좌표까지 순항. GN입자 살포"

어로우즈도 연방군도 없는 공역이었지만 만약을 위해 재밍용 GN입자를 살포한 시즈는 그대로 세츠나가 보낸 좌표로 기체를 몰았다. 얼마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한 시즈는 재빨리 주위를 살피며 위장을 시작했다.

"시즈, 도착했군. 들키진 않은건가?"

"뭐 그렇지. 연방군도 어로우즈도 없는 공역으로 대기권 진입을 했으니. 궤도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실수할뻔 했지만서도"

"다행이군. 그럼 두번째 사람을 마중하러간다."

"누군데?"

"톨레미팀의 전술예보관이자 함장대리.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

"전술예보관? 요컨데 전술가나 참모 같은건가?"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세츠나의 말에 시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절실히 그 필요성을 느꼈다. 수일간 플톨레마이오스에서 지내면서 확인한 일이지만 세계를 상대로하면서 전술가가 한명도 없다는 것에 의아해한 시즈였었다. 그런데 그 전술가가 밖에 있었다니.

"그녀는 지금 4년전 실패로 실의에 빠진 상태다. 요컨데 현실도피중이란 거지"

"흠..."

확실히 이토록 작은 집단에서 자신의 지휘아래 있는 사람이 셋이나 죽었다는건 실의에 빠질만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현실도피중이라니.

"믿어도 되는 거야 그 사람?"

"그녀의 실력은 확실하다. 실제로 그녀의 전술로 위기를 돌파한 적도 많았지"

"흐음..."

아직 미심쩍어하는 시즈였지만 세츠나는 말로하기 보다는 직접 그녀의 실력을 보여주는 편이 더 났다 생각하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빌리 카타기리의 주택.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 그녀가 본명인 쿠죠 리사로서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술~!"

"쿠죠, 이제 그만 마시는게 좋지 않을까?"

"술이 없다면 나갈래!"

"하아..."

어로우즈의 사령관의 조카이자 이전 유니온의 연구원인 빌리 카타기리는 술로 떡이되어 인사불성인 첫사랑 쿠죠 리사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2​~​3​년​전​쯤​ 돌연 그의 앞에 나타나 신세를 지겠다며 눌러앉고는 매일매일을 술로 보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빌리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열정적이던 그녀가 왜 저런 모습이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에 짓눌렸기에 저렇게 술을 마셔대는 걸까? 위로를 하고 싶어도 속내를 말해주지 않는 그녀였기에 빌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저기 쿠죠.."

"왜 빌리?"

"저기, 지난번에 한 말 생각해 봤어?"

"무슨... 아."

술에 쩔은 뇌라도 우수한 뇌란 것일까? 쿠죠 리사는 금새 얼마전 그가 말한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가 말한 것이란 결혼. 빌리도 그녀도 이미 30을 넘긴 나이. 결혼 적령기로는 좀 지났다고 할 수 있는 나이들이었다. 결혼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신부인가...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정말?"

그녀의 말에 빌리는 뛸듯이 기뻤다. 십수년에 걸친 짝사랑이 드디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대학시절부터 그녀를 좋아했지만 그때당시 그녀에게는 이미 연인이 있었다. 몇년뒤 인혁련과의 분쟁에서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남몰래 기뻐한 그였지만 그와 동시에 사랑하던 쿠죠 리사는 모습을 감춘 뒤였다. 그렇게 가끔 그녀와 재회할때마다 마음을 졸이던 빌리였지만 십수년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자신의 소원이 성취되고 있었다.

"축하라도 할까? 하객은 몇명으로..."

딩동-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분위기를 깨는 저 초인종 소리가 짜증 날법도 했건만 그런 가벼운 짜증따윈 단번에 날아갈 정도로 빌리의 기분은 절호조였다.

"누구십니까?"

"아..."

화면에 보이는 두사람의 모습을 본 쿠죠 리사는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 어두워졌다. 뒤쪽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은 몰랐지만 앞쪽에 서 있는 청년의 모습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세츠나."

"아는 사이야 쿠죠?"

"아니... 그"

"잘됐네. 이참에 저 사람들에게도 축하받자고"

"자..."

쿠죠 리사가 빌리 카타기리를 막기 전에 빌리 카타기리는 반가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청년의 입이 열렸다.

"오랜만이군.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

"응? 그녀의 이름은 쿠죠 리사인데... 사람을 착각한거 아냐?"

갑작스럽게 청년에게서 내뱉어진 생소한 이름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그 직후 뱉어진 소년의 말에 빌리는 눈을 휘둥그래 뜰 수밖에 없었다.

"본명 쿠죠 리사, 솔레스털 빙 전술 예보관이자 함장 대리. 더 이상 도망칠 수 장소는 없다."

쨍그랑-

깨지는 유리컵, 쏟아지는 술. 이미 쿠죠 리사의 안색은 파래지다 못해 창백해진 상황이었다.

"자, 잠깐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녀가 솔레스털 빙이라니?"

"도움이 필요하다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 5년전 그때처럼"

세츠나의 잔혹한 선언에 쿠죠 리사, 코드 네임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절규하듯이 외쳤다.

"제발... 제발 그만 나를 놔줘! 난 이미 3년도 전에 솔레스털 빙에서 나왔다고! 더 이상 전장에 설 자신이 없어. 누군가가 죽는걸 보고 싶지 않아!"

"농담이지 쿠죠?"

인정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외침에 빌리는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듯, 현실을 외면하는 눈동자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농담이지? 저건 조크인거지? 그렇다고 말해줘!!"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란 언제나 힘들일이다. 그때 빌리를 향해 세츠나의 뒤에 서 있던 시즈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쿠죠의 몸을 잡고 흔들고 있는 빌리를 떼어놓으며 말했다.

"저기 흥분한건 알지만 잠시 심호흡 하시고... 하나 둘 하나 둘"

자신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바뀐 분위기에 휘말려버린 빌리 카타기리. 시즈의 말에 따라 쉼호흡을 하며 진정을 하던 빌리는 갑작스럽게 복부에서 느껴지는 충격과 함께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기절한 빌리를 들쳐맨 시즈는 세츠나를 잠깐 본 후 쿠죠를 향해 말했다.

"지인이죠? 상투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이 사람을 위해서라도 따라와 주세요."

쿠죠 리사로선 더 이상 물러설 방도가 없었다.



"세츠나, 그럼 난 Ex-S로 먼저 선행할게. 이 사람을 데리고 말이야."

쓰러진 빌리 카타기리를 가리키며 시즈는 Ex-S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메라기를 차에 태운 세츠나는 시즈를 향해 조금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가 있는건가?"

"내가 군에 있었을 당시 얻은 교훈중 하나는 상황이 안좋아보이면 일단 움직이게 하라 였지. 그리고..."

"그리고?"

"아무래도 이 남자 어로우즈의 사령관인 호머 카타기리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자칫 스메라기씨에 대한 정보가 저쪽에 들어가면 큰일이잖아? 물론 언젠간 들어가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의 정보가 들어가는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그렇군"

완전 납득까진 아니지만 어느정도 납득할 수준이었다. 실제로 세츠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빌리 카타기리는 어로우즈의 사령관인 호머 카타키기와는 혈연관계였다.

"먼저 출발하지"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를 데리고 궤도 엘리베이터로 출발하는 세츠나를 보며 시즈는 남몰래 중얼거렸다.

"뭐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지만."

방금 말한 것이 공적인 이유라면 사적인 이유가 시즈에게 있었다. 말할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깨질것 같은 커플은 왠지 도움을 주고 싶거든"

그렇게 말하며 그는 Ex-S를 숨겨놓은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빌리 카타기리는 그 키에 걸맞게 제법 몸무게가 나갔지만 그래도 단련된 군인인 시즈는 어떻게든 옮길 수 있었다. 끈으로 가볍게 그의 손을 묶은 시즈는 그를 좌석 뒤에 눕혀놓고는 그대로 기체를 기동했다.

"Ex-S 출발이다."

급격한 부유감을 느끼기 무섭게 Ex-S가 떠올랐다. 보통 이정도 움직임이라면 G를 느낄법 하건만 태양로로 움직이는 기체는 이런 움짐임에도 오는 G가 거의 없었다.

"선행하는 루트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우주까지 나와 복귀한다? 엉망진창이구만. 뭐 정규루트의 검문이 강해진 이상 어쩔 수 없나?"

보통이라면 정규화물로 위장해 궤도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것이나 솔레스털 빙의 세력이 축소, 약화된 이상 그런 꼼수는 쓰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가지. 인력의 영향을 덜받는 궤도 엘리베이터 통로를 통해 이동하던가 아니면 군 기지에 있는 MS용 로켓을 약탈하거나.

시즈는 Ex-S를 조작해 궤도엘리베이터 중간의 틈으로 들어가 인력권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크악, 이것도 틀린건가!"

사실상 완전파괴된 엑시아를 대신하여 4년전 솔레스털 빙의 시조이자 희대의 천재인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남겨놓은 두가지 유산. '트란잠'과 '트윈 드라이브' 그중 트윈드라이브가 가능한 건담. 더블오 건담의 기동을 실험하던 이안 바스티는 퀭한 얼굴로 머리를 박박 긁으며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2%... 앞으로 2%인데! 뭐가 문제인거지!"

[트란잠을 써보는건?]

"트란잠으로 강제로 가동률을 올린다 해도 결국 한계치를 넘지 못하고 폭발할 뿐이야. 오버로드한 태양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거야?"

[하지만 앞으로 2%다.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안돼, 그건 최후의 최후에다. 일단은 다시 시뮬레이터를 시작해 분석해보는게 우선이야"

[하기사 기존에 있던 엑시아 태양로의 자료는 4년전 자료니.]

"혹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보다 세츠나들은 아직이야?"

[조금 변수가 생겨서 한명이 더 추가된 상황이라는군. 일단 그 한명은 시즈와 함께 Ex-S로 선행, 세츠나들은 지금 막 궤도 엘리베이터로 출발]

"가급적이면 세츠나가 오기전에 완성하고 싶은데"

이안 바스티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단숨에 시뮬레이션를 구축하며 엑시아의 태양로와 오건담의 태양로. 두기를 통한 트윈 드라이브에 대한 시뮬레이터를 다시 행했다.



"으으...."

"일어났어? 좀 참으라고 이제 곧 인력권을 벗어나니까 말이야"

갑작스럽게 뒤쪽에서 침음성에 시즈는 그렇게말하며 조종에 집중했다. 궤도엘리베이터에 주둔중인 연방의 주둔군과 마주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일단' 톨레미팀의 신형기인이상 적성세력에게 노출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한계에 가까운 세밀하고도 은밀한 기동을 하고 있었다. 인력권을 벗어나 데브리와의 인력권에 들어온 데브리에 섞여 궤도엘리베이터를 이탈한 시즈는 겨우겨우 한숨을 내쉬며 이제 막 깨어난 빌리 카타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깨어났."

빡-

그 불편한 자세에서 어떻게 발차기를 한 공간을 마련한 것일까? 빌리는 뒤돌아보는 시즈의 얼굴에 발도장을 찍었다. 다행이랄까 자세가 불편한 만큼 그렇게 강한 위력은 아니었기에 기절하거나 목이 젖혀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코피가 나오는데는 충분했다. 발차기에 대한 보복으로 가볍게 그의 발을 꺾은 시즈는 그대로 코피를 닦은 후 입을 열었다.

"깨어났어 빌리 카타기리씨"

"이익! 솔레스털 빙!! 잘도 은사님을!"

역시 연방쪽 인사인걸까? 솔레스털 빙에 대해 꽤나 감정이 있는듯 했다.

"미안하지만 난 며칠전에 솔레스털 빙에 들어온 사람이라서 댁한테 그럴말 들을 이유가 없거든? 게다가 우리들이 한 일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당신에게 기회를 주려는 '은인'에게"

"은인? 기회라니 무슨 말이지?"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 그러니까 본명이..."

"쿠죠 리사..."

"아, 맞다. 쿠죠 리사. 그녀를 네가 설득할 기회를 말이야"

시즈의 말에 순간 입을 다문 빌리는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그녀는. 쿠죠 리사는 정말 솔레스털 빙의 사람인가?"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5년전 건담의 행동은 그녀의 계획에서 나온거라던데?"

시즈의 말에빌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그리고 묘하게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녀는 날 이용한건가!"

"설마 5년전의 그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녀를 볼때 그럴 성격은 아니야. 도리어 네쪽이 그녀를 볼때마다 반가워서 할말 안할말 다한거 아니야? 선물까지 잔뜩 쥐여주면서"

"큭-!"

시즈의 말에 빌리 카타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을 흘렸다. 확실히 그랬다. 쿠죠 리사 그녀를 볼때마다 설레인달까 긴장한달까 잘보이고 싶달까 그런것들이 휘몰아쳐서 결국 할말 안할말 다하면서 자랑까지 했었던 자신이었다.

"우우..."

"아까 찾아갔을때 네 외침을 들었는데 네가 프로포즈한거지? 그정도로 좋아한다면 말이야 상대가 적이었다던가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던가 그런 사소한 일따윈 넘어가라고. 그런걸 따졌다간 후회한다고"

​"​후​회​한​다​니​.​.​.​"​

"난 말이야 10살 남짓한 나이때부터 소년병으로 있었어. 그래서 나름 겪은 일이 많은데... 내가 게릴라의 MS파일럿으로 있었을 당시 내 상사가 한 여인을 좋아했었어. 그런데 그녀는 적의 스파이였지. 하지만 그땐 이미 손을 씻은 뒤였어. 하지만 중요한 기밀까지 넘긴게 많았던지라 투철한 군인이었던 상관은 결국 그 여인을 스파이혐의로 총살했고 하루하루를 술에 쩔어 살다가 다음 전장에서 자살에 가깝게 죽어버렸지"

"그 얘기가 나랑 무슨 상관...."

"그러니까"

빌리의 말을 자르며 말을 잇는 시즈

"여성의 사소한 단점은 그냥 넘어가 줘야 한단 그거야. 게다가 결혼까지 받아들였잖아. 그 아가씬 남 이용할 성미는 아니니까 그건 분명 진심이라고. 상대가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면 남자쪽에선 사소한 단점같은건 그냥 옛추억정도로 웃어 넘겨야 한다 이거야"

"지금 상황이 옛추억정도로 넘길 상황인거냐!"

"그러니까 기회를 준다니까. 네가 그녀를 솔레스털 빙에서 빼낼 기회-"

"뭐?"

시즈의 말에 빌리는 무슨 말을 하냐는듯 눈을 휘둥그래 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끌리는 내용의 말이었지만 그의 입에선 나올 말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너 솔레스털 빙이 맞는거냐?"

"며칠전에 됐다니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로선 하기 싫어하는 사람 억지로 끌어들이는거 싫어하니까."

그렇게 말한 시즈는 다시 조종석에 제대로 앉으며 빌리를 향해 말했다.

"일단 널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 즉 쿠죠 리사의 안보문제로 일시적으로 구속한걸로 해놨어. 그녀도 너한테 마음이 있는걸로 보이니까 아마 자주 방문하겠지? 그때 어떻게든 설득해봐. 그녀가 진심으로 솔레스털 빙을 그만두도록. 톨레미팀도 그정도로 진심이라면 포기할테니까"

그의 말을 들은 빌리는 그것이 가장 가능성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의문에 빌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렇게 날 돕는거지?"

"아 별거아니야. 10년도 넘게 전쟁터에서 살다보면 전쟁때문에 깨지는 커플을 종종 볼 수 있거든. 좋아하는데 전쟁터란 이유 하나만으로 깨지는 커플들을 보면 왠지 안타까워서 말이야"

왠지 씁쓸하고도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시즈는 Ex-S의 속력을 한층 더 올렸다.



"흐음..."

아무도 모르는 곳. 솔레스털 빙의 근간이자 희대의 천재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남긴,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이것을 넘는 컴퓨터가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능력을 지닌 양자컴퓨터 베다가 있는 곳. 아니 이 자체가 베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다.

"왜 그래 리본즈?"

​"​리​제​네​인​가​.​.​.​"​

리본즈라 불린 소년은 조금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리제네라 불린 여인도 리제네가 눈을 감기 무섭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두사람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서로를 향해 말했다.

"이게 네 고민의 근원인건가?"

"그래, 계획에 있을리 없는 '건담'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확실히 저건 이오리아의 설계 사상에서 나온 건담이 아니야. 그리고 현재 솔레스털 빙의 메카닉인 이안 바스티의 작품도 아니야. 설계사상도 설계목적도 전혀 알 수 없는 건담이네"

"뭐, 이런 경우엔 하나밖에 없겠지"

"뭐가?"

"미끼를 던져두고 천천히 살피는 것"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이네."

"어로우즈에 저 기체의 위치를 흘려. 과연 저 기체가 '우리'계획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알아봐야겠군."

"OK, 곧장 호머 카타기리에게 연락할게"

리본즈의 말에 리제네라 불린 여인은 속으로 미소와 조소가 뒤섞인 웃음을 지었다.

'우리? '너'의 계획이겠지. 리본즈 알마크. 자 그럼, 이오리아의 계획을 위해선 어떠한 플랜이 필요할까나.'

리제네라 불린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호머 카타기리에게 회선을 연결 했다.



"템 레이 소령님. 총사령관님으로 부터 급전입니다."

"음? 뭐지."

"B구획 데브리 지대에서 '건담'으로 보이는 기체를 발견했답니다."

"건담인가... 지금 우리 함에 있는 기체는 몇기지?"

"GN-XⅡ 3기, GN-XⅢ 2기입니다. 아, 소령님 전용기도 있습니다."

부하의 말에 템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에 빠졌다. 건담을 상대로 과연 5대로 될까란 고민이었다. 타우드라이브의 도입으로 기체의 성능차는 거의 줄었으나 건담 파일럿의 실력이면 정찰대에 불과한 대원들의 실력으로는 건담을 잡을 수 있다곤 생각할 수 없었다.

실제로도 그렇고

"내가 직접 나서야 겠군"

"아, 급전이 하나 더 왔습니다. 다른곳에서 솔레스털 빙의 전함이 발견되었답니다."

부하의 보고에 템 레이 소령은 인상을 한숨을 내쉬며 6기 밖에 되지 않는 MS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GN-Ⅲ1대와 GN-XⅡ 2기는 전함쪽으로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건담'에게로 간다."

"직접 나서시는 겁니까?"

"상대는 건담이다. 방심하거나 여력을 아끼기에는 상대가 강해."

"하지만 GN-Ⅲ면 건담 이상의 성능을..."

"상대는 그러한 모빌슈츠를 만든이들이다. 지난 4년간 개량을 하지 않았다는게 도리어 이상하지 않을까?"

"확실히... 그럼 바로 출격준비 하겠습니다."

경례를 하며 브릿지를 나서는 부하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유는 두가지 부하들의 배치와 '건담'이란 이름의 묘한 울림때문이었다.



"응?"

갑작스런 레이더 반응에 레이더를 확인하던 시즈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뒤쪽에 앉아있는 빌리를 향해 외쳤다.

"벽에 잘 기대고 있어!"

"뭐? 으압!"

갑작스런 고속기동- G가 잘 걸리지 않는 태양로 기체였지만 2G가량의 압력이 걸릴 정도의 고속기동이 일순간 두사람의 신체에 압박을 가했다.

"무슨....!"

"적이다. 어로우즈인가!"

멀리서부터 날아오는 붉은색 MS를 보며 시즈는 기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것은 간만에 실전인 탓일까? Ex-S로서의 첫 실전인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상대가 강적이라던가"

어느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한 긴장감은 전투에 있어 활력을 주는 요소기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고민할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온다!"

쏘아지는 붉은색 광선. Ex-S에 달고 있는 유사태양로와 같은 유사태양로에서 발현된 GN입자. 혹은 타우입자라 불리는 입자를 응축한 빔이 Ex-S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능숙한 고속기동으로 빔 공격을 피한 시즈는 Ex-S의 대퇴부에 있는 빔캐논을 전개하며 적에게 접근했다.

대퇴부에 장비된 빔 캐논은 출력은 약하지만 연사 가능에 근접한 상태에서도 상대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무장이었다. 상대의 빔 공격을 피해서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시즈는 Ex-S의 빔캐논을 적에게 선사했다.

투타타타타타-

마치 기관총과도 같은 연사. 이를테면 빔 머신건이랄까? 순식간에 적을 너덜너덜하게 만든 Ex-S의 공격은 그 한대를 처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퇴부의 빔 캐논으로 한 녀석을 처리한 시즈는 그 직후 옆에 있던 녀석을 향해 빔샤벨을 꺼내 휘둘렀다.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는 또 하나의 기체. 본래라면 시즈쪽이 격추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타이밍의 공격이었지만 Ex-S와 시즈의 반응이 더 빨랐다.

"느려"

실제로 느리지 않았지만 전장에서 많은 강화인간과 뉴타입을 상대해온 시즈로선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대보다 더 성능이 좋은 MS를 지니고 있다는 이점을 지닌 이 상황에서라야.

"다음은... 큭!"

마지막 남은 한대를 처리하려던 시즈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충격에 침음성을 흘렸다. 대퇴부의 빔 캐논중 하나가 피탄 당한 것이었다. 그 직후 또 다시 느껴지는 충격과 경고음. 여차하는 사이 무기 하나가 완전히 봉쇄된 상황이었다.

"신형기인건가? 큭!"

어느새 접근한 적의 MS를 보며 시즈는 재빠리 빔샤벨을 휘둘러 적의 랜스형 병기를 베었다. 가벼운 폭발과 함께 시야가 가려지고, 시즈는 GN필드로 폭발을 방어한 후 폭발을 뚫고 빔샤벨을 찔러넣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폭발을 뚫고 지나간 시즈의 눈 앞에 적의 신형기의 모습은 없었다.

"뭐?"

"위에다!"

"큭-"

중심이 앞으로 쏠린 탓에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아니 도리어 그런다면 상대의 공격을 정통으로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길- 장난 아니군!"

가속도를 한층올리며 공격에서 벗어나려는 시즈. 그런 시즈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시즈는 백팩에 구멍이 뚫리는 정도로 적의 공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공격에서 벗어난 시즈는 그 즉시 백팩의 빔캐논을 전개하며 적 신형기를 향해 난사했다.



"상당한 실력이군."

템 레이는 건담파일럿의 실력에 감탄하며 적 건담의 빔포를 회피했다. 부하 둘을 아차하는 순간에 처리하고 자신의 기습도 최소한의 피해로 피한 상대의 기량은 템 레이로서도 놀랄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상대의 빔캐논을 피하며 단숨에 접근한 템 레이는 그대로 빔샤벨을 휘둘러 건담을 단번에 가르려 했다. 실제로 건담쪽의 대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두동강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반응이 빨라. 아니 이쪽이 느린건가..."

템 레이는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MS에 답답해하면서도 착실하게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상대가 기체성능은 위였지만 어째서인지 상대의 움직임이 절로 보이고 있었기에 몰아붙이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대가 반응하지 못할정도까지 몰아간 템 레이는 그대로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빔샤벨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쓰러져가던 건담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솔로스탈 빙을 벗어나기위한 그 첫번째-

주인공의 괜한(?) 간섭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커플 브레이킹(?)을 면한 쿠죠와 빌리.

과연 두사람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전에 저 괴물 파일럿에게서 살아남아야 겠지만서도.

주인공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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