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부활하는 예보사
갑작스럽게 모니터에 "ALICE"라는 붉은 글자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갑자기 무슨..."
[AUTO MODE "ALICE SYSTEM" START]
갑작스럽게 시즈의 제어를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는 Ex-S는 시즈의 조종을 넘는 반응으로 움직이며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피하기 무섭게 다른 한개의 빔샤벨로 상대의 팔을 베어버린 Ex-S는 그대로 거리를 벌리며 스마트 빔건을 쏘기 시작했다. 워낙 고출력이라 익숙하지 않은 자신으로선 쓰기 조금 난감했기에 쓰지 않은 무기였지만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Ex-S는 그 무기를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쓰고 있었다.
갑작스런 이상현상에 당황하던 시즈는 문득 자신이 애너하임 연구소에 있었을 당시 들은 소문에 대해 떠올렸다. S건담에는 이상한 장치가 되어있어 때때로 파일럿의 조종을 무시한채 멋대로 움직인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료우 녀석이 워낙 조종실력이 왔다갔다하니 생긴 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직접 겪은 지금 그 소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소문의..."
"무슨 말이야?"
시즈가 소문을 떠올리며 얼굴을 굳힌 사이 빌리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MS를 보며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아까와는 조종이 전혀 틀려. 설마 파일럿이 바뀐건가? 아니... 그보단 '의사'가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인가?"
아까완 달리 상대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는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대에 대해 파악하던 템 레이는 작렬하는 충격에 이를 질끈 물었다. 그리고 잠시후 계기에 뜨는 피탄 메세지. 왼손 부분이 피탄당해 완전히 박살난 것이었다.
"큭-"
그 직후 다시 오른손이 피탄당하고 두부마저 반쪽이 날아가 버렸다. 템 레이는 자신의 조종실력을 과신할 정도의 성격은 아니었기에 그대로 GN입자를 비산시키며 함으로의 귀환을 택했다.
[ERROR. ERROR.]
상대가 도주하기 무섭게 계기에 뜨는 에러신호. 시즈는 방금 멋대로 움직인 원인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계기판을 두들겼지만 이미 시스템이 반쯤 망가진 터라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조작계통은 살아남았단 점이랄까?
"뭐였지 방금 그건?"
"글쎄...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앞으로 알 수 있는 방도는 없다는 거겠지."
아까전 기동때문일까? 아니면 아까 시즈가 조종할 당시 입은 데미지 탓일까? 아까의 그 상황을연출 했을거라 생각되는 시스템 부분은 수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일단은 빨리 플톨레마이오스로 돌아가야겠군. 적이 왔을지도 모르니."
시즈는 꽤나 낮아진 출력의 부스터를 전력으로 전개하며 재빨리 합류지점으로 향했다.
"결과는 어때 리본즈?"
"어차피 인간이 만든 MS다. 우리의 위협이 될리가 없지."
'건담'과 어로우즈 정찰대의 싸움을 본 리본즈는 그 '건담'에 대해 완전히 신경을 끈 듯 싶었다. 그도 당연한게 어헤드 1기에 저런 상황까지 간 건담이라면 자신들의 계획의 영향을 끼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할게 뻔했던 탓이었다.
"확실히 저정도라면 네가 굳이 신경쓸 필요는 없겠네"
리제네는 그렇게 말하며 리본즈 몰래 조소를 지었다. 방금전 건담을 몰아붙인 어헤드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파일럿이 타고 있었던 탓이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오로지 자신이 군인이란 것만 기억하는 가련한 MS파일럿. 그리고 현존하는 MS파일럿중 제일가는 '괴수'
그라면 현재의 건담들도 어헤드로 충분히 몰아 붙일 수 있을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런 상황을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엄연히 자신이 '계획'을 위해 숨겨놓은 비수였으니까 말이다.
"그 다음은 플톨레마이오스쪽인데.. 과연 그 MS가 제때 도착할 수 있으려나? 물론 '그것'이 밝혀지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역시 가급적이면 안밝혀졌으면 하니까 말이지."
리제네 리제타는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표정을 지으며 각 전개에 따른 다음 수를 준비했다.
"큭 놓쳤나!"
플톨레마이오스를 공격한 3대의 어로우즈 MS중 두대를 격추한 티에리아였지만 사각을 파고들며 플톨레마이오스로 향한 기체는 잡지는 못했다. 물론 원거리 병기로 요격하는 방법도 있지만 건담 세라비의 무장은 대부분 고화력- 저 기체를 요격하려다가 플톨레마이오스를 날려버릴 가능성도 적잖게 많았다.
"늦어...!"
어느덧 기체의 사출구까지 도달한 적기를 보며 이를 가는 티에리아. 이대로 빔라이플이라도 한방 맞았다간 플톨레마이오스는 치명적인 위기에 빠질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푸슝-
한줄기의 푸른 빛이 어로우즈의 MS를 꿰뚫었다. 지근거리에서 MS 폭발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개방된 사출구를 제외하고는 GN필드가 전개되어 있던터라 피해는 미비한 편이었다.
티에리아는 갑작스럽게 어로우즈의 MS를 박살낸 빔의 주인을 찾다가 문득 너덜너덜한 상태로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한대의 MS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기체는 분명... Ex-S?!"
너덜너덜한 Ex-S를 보며 티에리아는 재빨리 통신채널을 열었다. 기체가 너덜너덜한 상황. 파일럿이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는 탓이었다.
"시즈, 무사한가!"
[뭐, 어떻게든. 덕분에 기체는 반파지만.]
"어떻게 된 일이지?"
건담의 기체성능과 연습당시 보여준 시즈의 실력을 생각하면 저런 상태에 이를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처음 출격에 저렇게 너덜너덜이라니...
[괴물을 만났어.]
"괴물이라니?"
[진짜 괴물같은 파일럿이야. 분명 성능차가 있는....]
시즈가 뭐라 말하려 하자 끊긴 통신. 아무래도 통신장비쪽에 문제가 생긴듯했다. 티에리아는 반파상태나 다름없는 시즈의 Ex-S건담을 보며 시즈가 말한 괴물같은 파일럿이 누군지에 대해 의문을 느꼈다.
"록온 스트라토스, 닐 디란디의 동생인 라일 디란디다."
"형을 대신해서 잘 부탁해."
"흥, 넌 그가 아니야."
"진짜 닮았네요"
전대 록온, 닐 디란디를 보지 못한 시즈와 티파는 모를 반응을 보여주는 톨레미팀을 보며 라일 디란디는 자신의 형이 이곳에서 어떠한 존재였는지 대충 느낄 수 있었다.
파란이랄까 적어도 잔존해 있던 톨레미 팀에 있어선 충격이라 할 수 있는 소개를 마친 라일 디란디는 세츠나의 뒤를 따라 걸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까 사람들의 반응으로 볼때 자신의 형에 대한 것은 상당히 민감한 이야기란 것을 알 수 있었던 탓이다.
"저기 말이야. 우리 형은 어떤 사람이었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너희 형이었을 거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라일은 세츠나의 그 말 한마디로 자신의 형이 이 솔레스털 빙에서 어떠한 존재였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형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 나름 부담가는 라일이었다.
"그런데 우린 지금 어디가는거야?"
"격납고. 네 파트너가 될 기체로 가고 있다."
격납고의 문을 열기 무섭게 보이는 광경은 반파된 Ex-S와 그걸 잡고 있는 두사람의 모습이었다.
"시스템 계통이 너무 망가졌어. 이건 시스템부를 완전히 재구축할때까지는 못쓰겠는걸"
"역시 그런가요... 하아"
"그보다 상대가 누구였기에 이리 망가진거야. 분명 이 기체라면 4세대 건담과 비교해도 그렇게 밀리지 않은 성능을 지니고 있을텐데"
"글쎄요, 확실한건 모르겠어요. 다만 상대가 터무니 없을 정도의 괴물 파일럿이란거 말고는"
"이안"
"여, 세츠나. 어쩐 일이야?"
"라일에게 '파트너'를 만나게 해주려고 왔다."
"잠깐 기다려줘. 시즈 일단 시스템 부분... 아니 기체는 나중에 상의하자고"
"예이- 그럼 그동안 수리부터"
시즈는 이안에게 수리를 맡긴 뒤 격납고에서 나갔다. 시즈가 나가고 이안은 세츠나와 라일 두 사람을 데리고 좀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세츠나와 라일 두사람은 이안의 안내로 한 MS앞에 섰다. 녹색도장이 되어 있는 어딘가 수수해보이는 기체였다.
"다목적 저격용 MS 케루딤 건담. 듀나메스의 후속기야. 실드를 제거한 대신 공격기능을 달고 있는 실드 비트를 장비하고 카메라 아이의 감도는 이전보다 1.5배 이상 향상. 게다가 듀나메스의 약점인 근접전도 보완 할 수 있도록 GN스나이퍼에 라이플 모드를 집어넣었지."
"휘유~ 이게 내 기체란 건가?"
라일은 꽤나 마음에 든다는 투로 말하며 케루딤을 이리저리 만지며 살펴보았다. 라일이 케루딤을 살펴보는 사이 이아는 세츠나를 향해 지나가는 투로 입을 열었다.
"스메라기씨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글쎄...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의 부탁인 알렐루야 헵티즘을 구하는건 도와줄 거다. 다만 그 이후는 스메라기씨의 선택을 존중해 줘야겠지"
"하기사 스메라기씨로서도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할거야."
전술예보관인 그녀는 사실상 지휘관 보다는 참모와도 같은 역할이다. 하지만 톨레미팀... 솔레스털 빙의 인재부족은 그녀에게 지휘관의 역할과 함장의 역할도 요구했고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하 것이 바로 4년전의 사건이었다.
"하여간 알렐루야도 빨리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안 그럼 저녀석이 안타까우니까"
이안은 고개를 돌려 케루딤 건담 옆에 서 있는 기체를 보았다. 황색계통의 도장에 날렵한 형태의 MS. 알렐루야 헵티즘의 건담 큐리오스의 후속기인 아리오스였다.
"걱정마라 반드시 구해낸다."
"그래, 부탁한다고 세츠나군"
이안 바스티는 그렇게 말하며 Ex-S를 다시 한번 더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수년만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냉장고에 있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세츠나와 새로운 건담 마이스터 시즈에 의해 강제적으로 톨레미팀으로 복구당한 그녀가 부탁받은 것은 다름아닌 알렐루야 헵티즘의 구출. 솔직히 그녀로선 더 이상 건담에... 솔레스털 빙에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알렐루야 헵티즘의 구출이란 말에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에 있지 않은 4년전 사건의 생존자중 한명... 그의 무사까지 확인하지 못한다면 평생 마음의 짐이 될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느낌은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구출을 허락하면 자신은 또다시... 아니 두번다신 솔레스털 빙이란 주박에서 벗어날 수 없을거라고.
"하아... 빌리한테나 가볼까?"
컵과 술을 챙기며 방을 나선 스메라기는 빌리가 갖혀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누군가 인사한것 같았지만 반쯤 취한상태엔 스메라기는 인사를 하는체 마는체 하며 빌리가 갇힌 방으로 향했다.
"빌리, 술상대좀 해줘~"
"쿠죠, 이게 무슨..."
시즈에 의해 잡혀와 갖혀있던 빌리는 두가지에 놀라며 휘청거리는 스메라기의 몸을 부축했다. 한가지는 쿠죠랑 예상외로 일찍 만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가 자신의 집에 있을때보다 배정도 취한 상태란 점 때문이었다.
"쿠죠 괜찮은 거야?"
"괜찮아 괜찮아~"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스메라기를 보며 빌리는 한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녀는 얼마나 술을 마셔 온걸까? 저렇게 떡이 되도록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일들을 몇번씩이나 헤쳐온 것일까?
"저기 쿠..."
"있잖아 빌리. 나 말이야...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어."
"뭐?"
"나 말이야. 4년전에 내 실수로 동료들을 죽게 만들었던지라. 십수년전에 그이가 죽었을때처럼 내 실수로 동료들을 죽게 만들었던지라...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솔레스털 빙을 나와서 너에게 찾아갔어. 솔레스털 빙에 들어가서 세상과 인연을 거의 끊다보니 남은게 너 뿐이더라?"
쿠죠의 눈빛에선 이런저런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회한, 불안, 후회, 슬픔, 그리고 미련. 어둡기짝이 없는 감정들은 술기운으로 탁해져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동자 속에서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쿠죠..."
"그래서 너한테간건데... 과거의 인연은 아직도 날 놔주지 않고있어. 난 어째야 하는 걸까? 빌리. 난 얼마나 더 사람들의 죽음을 봐야하는걸까. 얼마나 더 실패를 겪어야 하는 걸까?"
무겁기짝이없는 자책과 소리없는 절규. 스메라기의 말을 듣고있던 빌리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껴 안았다. 갑작스런 빌리의 행동에 놀라는 스메라기 였으나 취한 상태의 그녀로선 빌리의 행동을 막을 수도 빌리에거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신차려 쿠죠. 넌 이대로 주저앉을 여자가 아니잖아! 누구보다도 빛나는 나의 우상이잖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라고!"
빌리는 지난 3년간 쿠죠에게서 느낀 공허감을 그리고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것의 무게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지난 3년간 자신이 쿠죠에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는지도 깨달았다. 실의에 빠져있는 그녀가 그녀답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빌리는 외쳤다. 지금 차오르는 감정을 한껏 담아.
"네 정체가 뭐든 상관없어! 전술예보관이든, 평범한 여인이든, 솔레스털 빙의 사람이든! 너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그러니까 빛나줘. 이렇게 주저 앉아있는건 너답지 않아."
"하지만... 나는"
빌리에게서 눈을 피하는 스메라기. 하지만 빌리는 한층더 강하게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외쳤다.
"4년전에는 그렇게 빛나고 있었잖아. 전쟁 근절이란 꿈을 위해서 그렇게 달리고 있었잖아!"
"빌리..."
"단 일순간이라도 좋아. 다시한번 빛나줘. 네가 원하는대로! 내가 바라는대로! 그리고... 그 녀석들이 바라는 대로."
빌리에게서 이러한 격려를 들을 줄은 몰랐던 스메라기는 놀란 표정으로 빌리를 바라보았다. 그에게선 매도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 여겼건만 도리어 그에게서 이러한 격려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탓이었다.
빌리에게서 격려를 받은 스메라기는 술병에 남은 마지막 남은 한잔의 술을 들이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분간은 술을 끊어야 겠는걸..."
"쿠죠!"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다시 솔레스털 빙으로 복귀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너에게 말해줄게. 빌리"
분명 취해있을 상태건만 그녀의 눈은 그 어느때보다도 또렷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빌리는 감격이 가득한 눈동자로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쿠죠..."
"니야말로."
쿠죠 리사,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그날 자신이 빌리 카타기리를 친구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그를 좋아하게 된것을 진심으로 신에게 감사해 했다.
"어디어디, 역시 이거 당분간은 못쓸것 같다. 아니 그냥 다른 기체를 타는게 나을것 같은데?"
"역시 그런가요."
Ex-S의 시스템을 살피던 이안은 완전히 박살난 Ex-S의 시스템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즈가 겪은 '기체가 멋대로 움직이는 일'에 대한 것을 밝히고 싶었으나 기체가 이렇게 된 이상 밝히는건 무리나 다름 없었다.
"그나저나 곤란한걸. 아무리 목성에서 건담을 꽤 발굴했다지만 멀쩡한건 별로 없는데 말이지."
"여유 전력도 없는겁니까?"
이안의 선언에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즈. 이안으로서도 동료를 구하지 못하는 일에 전력을 유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하고 안타까운 일이었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아 그러고보니."
"왜요? 뭐 있어요"
"잠깐 따라와 봐"
이안이 손을 잡고 달리자 시즈는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안이 간 곳은 솔레스털빙의 자료실. 그리고 거기서 이안이 보여준 것은 핀판넬 시험용 기체이자 델타 플러스의 후계기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이 실험 파일럿으로 몰았던 건담.
건담 델타 카이의 모습이었다.
"이... 이건?"
"알고 있어?
"제가 이곳에 오기전에 시험적으로 몰던 기체중 하나입니다. 설마 이 기체도 이곳에 떨어졌을 줄이야"
시즈는 경악에 가득찬 눈동자로 모니터 너머에 있는 기체를 바라보았다.
"펠트, 밀레니아. 알렐루야가 잡혀있는 곳의 정보와 군사배치도를."
빌리에게서 부터 크나큰 위로와 격려를 받은 스메라기는 곧장 펠트와 밀레니아 에게서 알렐루야가 잡혀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아까와는 영 딴판인 그녀의 모습을 보며 크게 놀란 두사람이었으나 이내 그녀가 요구한 정보를 재빨리 준비하며 솔레스털 빙의 실력을 과시했다.
"여기인거네. 해안 절벽가에 위치한"
"네, 그곳에 알렐루야씨가..."
"군사 배치는?"
"대부분 육지쪽 출입구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보단 그쪽이 군사기지 그 자체니... 현재 카탈론 인혁련 및 EAU쪽 인력들이 차례차례 그쪽으로 모이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 되었습니다."
"이쪽의 등장은 어로우즈에 있어서 좋은 핑계거리니까 말이야.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어로우즈를 없에려는 우리들의 등장으로 어로우즈의 존재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됐다는 거지.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어로우즈의 군비확충이고"
펠트의 말에 스메라기는 당연하다는 듯 펼쳐진 지도를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든 그렇지 않던간에 알렐루야 헵티즘을 구해야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그렇기에 전력을 다하기로 결심한 스메라기는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저쪽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는 작전을 짜기위해 최대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양동은 라일이 아마도 카탈론에 정보를 흘릴테니 걱정은 없고.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친입하냐는건데. 전격전은 힘들고 그렇다고 건담으로 들어가서 구출하는것도 무리수니. 방법은... 음. 펠트 알렐루야가 잡혀있는 곳의 위치는 어디라고 했지?"
"여기입니다."
펠트가 계기를 조작해 알렐루야가 있는곳을 빛나게 하자 스메라기는 곧장 머릿속에서 작전을 시뮬레이트하기 시작했다. 건담의 콕픽트 위치와 잡힌 장소를 고려한 작전. 시뮬레이트를 마친 스메라기는 곧장 눈 앞에 있는 지도로 방금 시뮬레이트한 작전을 다시한번 검토했다.
"이런 방법이..."
"이런 방법으로 괜찮을까요? 좀 많이 엉망진창인데.."
"괜찮아. 300초 이내라면, 그리고 상대가 커티가 아니라면 반드시 성공이야"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4년전과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반짝임을 보이며 작전의 성공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