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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Simple Life


역자 | 淸風

 내가 처음으로 그를 본 건, 4월도 막바지에 이르려 한 시기였다.

제 1화 「행복/당황」


 4월――.
 평소라면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신선한 기분으로 신학기를 보내고 있을 무렵인데, 안타깝게도 내가 속해있는 미술과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어서, 그런 일과는 완전히 연이 없다. 3년동안 같은 얼굴을 맞대고 학교생활을 보낼 숙명인 거다.
 신선미는 조금도 없는 4월의 어느 점심시간――,
 나는 아직 덜 끝난 미술 과제를 하려고 미술실에 있었다. 교실에는 나 말고도 몇 명이 더 있었다. 과제를 하려는 애. 거기에 어울려서 옆에서 수다를 떠는 애.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그 교실 안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아무래도 소란을 부른 원인은 창 밖에 있는 모양이다. 다들 과제를 팽개치고 창쪽에 모여있다. 대체 뭐가 원인인 거려나.
“쓰카사도 빨리 빨리!”
 친구가 창가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왜? 무슨 일 있니?”
“요즘 화제인 도야 군. 한번 볼 가치가 있으니까, 자, 빨리.”
“예이예이.”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림붓을 놓고 친구쪽으로 다가갔다. “저쪽 저쪽.” 하고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자, 미목수려한 안경낀 지적 미소년이 운동장 구석을 친구와 함께 걷고 있었다. 분홍색 넥타이를 끼고 있는 걸 보면 새로 들어온 1학년 애들인 모양이다.
“저 애가 뭔가 했니?”
“뭔가 한 게 아냐. 올해 신입생 중에 제일 인기 좋은 도야 군이라고?”
 다들 소리치며 손을 흔들며, 마치 거리에서 연예인이라도 본 것 같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뭐야 그거? 제일 인기 좋다니?”
“물론 3학년 여자들이 한 인기투표 결과야. 저 예쁜 얼굴이랑 침착한 분위기로 당당히 1위 자리서 빛나고 있어.”
“…….”
 자신에겐 그런 인기투표에 참가한 기억이 없는 건 어째설까. 3학년에 올라와서 감기로 결석한 날이 하루 있었으니까, 혹시나 그때 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부재자 투표제도는 없었던 모양이다.
“좀 유감스러운 건, 붙임성이 없어. 저 애.”
 친구는 정말로 유감스러운 것 처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확실히 그래 보인다. 이쪽에서 소란을 떨고 있는데도 그는 계속 책만을 보고 있었다. 뭐, 붙임성 운운하는 문제 이전에 걸으면서, 게다가 옆에 친구가 있는데도 책을 읽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기인에 가까운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게 넘버 2.”
 인기투표에 참가할 수 없었던 내게, 친구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다.
 도야군과 함께 귀여운 남자애가 걷고 있었다. 아직 키가 크지 않은 건지, 도야군보다 머리 반개 만큼 작다. 어림잰거긴 하지만, 아마 나보다도 작을 것 같다.
“저 애랑 도야군이 3학년 여자의 인기를 3등분 하고 있어.”
“둘이서 인기를 3등분? 무슨 소리야? 3번째 세력은 어떻게 된 거니?”
“둘이서 한 세트 파.”
“…….”
 뭔가 이해를 넘은 세계가 되기 시작는데――하고 생각하길 잠시, 당사자들이 미술실 창문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야기가 약간 귀에 들어왔다.
“저기, 도야. 내 이야기 듣고 있어?”
“듣고 있고, 제대로 이렇게 대답도 하고 있잖아.”
 그는 책을 읽기만 하고 있는 친구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이다. 상대의 얼굴을 엿보면서 말을 걸거나, 앞으로 돌거나 뒤쪽으로 걷거나 하는 모습이 귀엽다. 놀아줬으면 싶어서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강아지같다.
“뭐, 그렇긴 하지만.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시시해―.”
“몰라. 거기까지 신경쓸 수 있겠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둘은 미술실 바깥을 지나갔다.
“…….”
 …….
 …….
 …….
 과연. 둘을 한 세트로 보는 애들의 생각을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쿨한 지적미소년과 사랑스런 남자애 이인조. 불건전한 상상을 하기에는 충분한 소재인 것 같다.
“아~아, 가 버렸다. 그래도, 뭐, 좋은 것도 봤으니, 열심히 과제 끝내자!”
 떠나간 둘의 뒷모습을 보며 친구가 말했다. 내 친구는 눈길로 연료를 채워넣을 수 있는 특수체질인 모양이었다.
 다들 차례차례 창에서 떨어져서 각자 과제를 하러 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둘을 바라봤다. 그 애는 아무래도 실력행사를 시작한 모양인지, 도야군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아, 그러고 보면 저 애,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지나가는 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옆에서 친구가 해설해 줬던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뭐, 됐나.
 별 신경 쓰지도 않고, 나도 과제를 하러 돌아갔다.

 5월 초순――,
 하필이면 나는 교내에서 습격당할 뻔 했다.
 체육관 뒤에서 남자 4인조에게 둘러싸였던 거다. 그러고 보니 친구인 마도카가 종종 “저 녀석들에게 가까이 가지 마”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런 말을 해도, 저쪽에서 가까이 온 거니까 별도리가 없다. 그런 충고는 경고판이나 마찬가지다. 낙석도 곰도 사슴도 주의해 봐야 올 때는 오니까.
 나는 무서워서 다리를 떨고 있었다. 이 뒤로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나쁜 상상만이 떠오른다.
 거기서 나타난 게 그 애였다.
“선배에게서 떨어져!”
 그렇게 소리치며 죽도를 손에 들고 뛰어 들어왔다.
“가타세 선배, 도망쳐!”
 그 소리를 신호로 나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나는 이 시간이라면 틀림없이 다른 사람이 있을 미술실로 달려갔다. 거기에서 한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 같은 표정으로 친구랑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까 있었던 일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 실수를 한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서서히 기분이 침착해지자, 이번에는 그 애가 어떻게 됐는지 신경쓰이기 시작해서 30분정도가 지난 시점에 나는 적당한 이유를 대고 미술실을 떠났다.
 그 애는 여기저기 다쳐서 체육관 뒤에 쓰러져 있었다. 죽도 하나로 불량배 넷을 격퇴하는, 멋지고 편리한 상황으로 끝나진 않았던 거다. 나는 한 번 교사로 돌아가, 적신 손수건을 들고 그에게 달려갔다.
 그는 말했다.
“우연히 저 녀석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버려서. 지금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나중에 선배가 심한 일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히 후회할 거라고 생각해서…….”
 즉, 그는 자신이 다치는 것보다도 자신이 보고도 못 본척을 한 걸로 남이 다치는 게 싫었던 거다.
 ‘아아, 이 애는…….’
 어찌 이리도 곧은 애인 걸까.
 나는 그리 느꼈다.
 그리고 전조도 없이 이 애가 사랑스레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무슨 실수인 걸까. 나는 다시 그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
 다음날부터 나는 스리슬쩍 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교실을 이동할 때 루트를 바꿔서 1학년 교실 앞을 지나가거나 해 봤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3학년 여자들 사이에선 유명인인 모양이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걸로 끝이었겠지만, 그건 주저됐다. 어설프게 의심받으면 그한테까지 폐를 끼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4일째. 간신히 나는 그를 발견했다.
 지아키 나치――
 그게 그의 이름이었다.

 지아키 나치.
 나치 군.
 그건 신비한 이름이었다.
 그 울림을 자아내는 것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대체 얼마나 그 이름을 내뱉고, 홀로 미소 지은 걸까.
 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다음에 나치 군을 발견한 건 제2 체육관에서였다.
 어느날 점심시간, 내가 친구 여럿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때, 거기에 나치 군이 친구와 함께 들어온 거다. 그 중에는 도야 군도 있어서, 우리들 사이도 좀 소란스러워졌다. 아무래도 3 on 3을 시작할 생각인 모양이다. 도야 군을 소재로 피어오르는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나는 슬쩍 나치 군을 보고 있었다.
 게임이 시작됐다.
 순간, 그는 두근거릴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한 순간에 눈 앞의 적을 앞질러, 골을 향해 점프한다. 하지만, 뒤쫓던 상대 플레이어가 뛰어서 나치 군의 팔이 향하는 쪽을 막았다.
 다음 순간, 나는 마법을 봤다.
   나치 군은 슛을 쏘려던 손을 멈추곤, 공중에서 상대를 피한 뒤 다시금 공을 던졌다. 공은 그게 당연한 것 처럼 링을 지났다.
 그건 분명 농구의 테크닉 중 하나였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그의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는게 틀림 없다. 그렇게 느꼈다.
 다음에 내 눈을 뺏은 것. ――그게 그의 미소였다.
 방금 전의 진지한 표정에서 확 바뀌어서 만면의 미소를 짓는다. 슛이 들어간 게 기쁜 건지, 안 그래도 어려보이던 얼굴로 어린애같이 순수하게 미소짓는다. 나는 그 멋진 미소에 넋을 잃었다.
“흐응. 과연~.”
 옆에서 친구인 시호도 마도카가 감탄스러운 듯 소리를 냈다.
 그쪽을 보자 마도카도 나와 마찬가지 방향으로 눈길을 향하고 있었다. 나치 군을 바라보고 있던게 걸렸다! 나는 어떻게든 변명하려 허둥지둥거렸다.
“아니, 저기, 나는 딱히…….”
“저건 굉장하네. 속도도 있고, 신체 균형도 괜찮아. 거기에 수비수의 움직임도 잘 보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더블 클러치같은 거 못 하니까. 빨리 끊는 건 난 좋아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역효과가 날지도. 그래도 총합적으론 레벨 높네. 내기해도 좋아. 저 애, 중학교때 남자 농구에서 주전이었을 거야.”
“에……? 응, 그렇구나.”
 후유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무래도 마도카는 순수하게 한 명의 농구선수로서 그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뿐이고, 체육계 사고 탓에 내가 나치 군에게 눈을 빼앗겼던 진정한 이유까진 깨닫지 못했던 모양이다.
“마도카, 잠깐 와줘.”
“응, 왜? 엣, 읏차차…….”
 갑자기 뭔가 떠오른 나는 마도카의 팔을 잡아 끌었다. 다른 친구들과는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서, 이야기를 꺼낸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 부탁을 들어줘.”
“드무네, 쓰카사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좋아. 그래서, 무슨 일이야?”
“저 애를 알고 싶어.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정보를 모아주지 않을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도카는 말이 막힌 채로 눈을 크게 떴다. 역시나 놀라는 걸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나 스스로도 내가 이런 말을 하는데 놀라고 있으니까.
“뭐야, 쓰카사. 저 애가 신경 쓰여?”
“아, 아니야! 나는 딱히 나치 군하곤――.”
“나치?”
“…….”
“…….”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고, 말했는데……. 나, 말했는데…….”
“너 말야, 벽에 머리를 찧을 정도로 자기혐오에 빠진 채로, 그러면서도 남한테 화를 푸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으, 응…….”
 그래도, 최근 자신의 멍청함에 조금 침울해진다.
 마도카는 그런 나를 보고 귀찮은 듯 머리를 긁었다.
“이름 쪽으로 부를 정도라면 본인한테 물으면 괜찮을 텐데. ……뭐어, 알았어. 한 번 한다고 했던 거고, 네가 움직이면 소란스러워 질 것 같으니까. 그럼 우선 거기 있는 우리 3학년 여자의 동경 대상인, 도야 군한테라도 떠볼까.”
 마도카는 바로 코트 옆에서 나치군네를 보고 있던 도야 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미안해. 이상한 걸 부탁해서.”
“됐어 됐어.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조금 재밌는 전개가 될 것 같아 보이고.”
 그렇게 말하면서 마도카는 어깨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재, 재밌는……?’
 지금 마도카의 말을 듣고 자그만 불안감이 머리를 스킨다.
 혹시나, 나, 사람을 잘못 골랐을지도 모르겠다.

 마도카가 모아온 나치 군에 대한 정보――
・지아키 나치
・현재 만 15살 (아직 올해 생일을 맞이하지 않은 모양)
・1학년 7반 보통과 특별진학반 (머리 좋나?)
・키 160cm (역시 나보다 작았다.)
・3학년 여자들이 한 인기투표에선 2위 (단, 이건 아마 개인 취향에 따른 부분이 크다. 그 이전에 인기투표가 인기투표가 있었는지도 분명치 않다.)
・ 성별에 개의치 않고 사람과 접해서, 여자인 친구들도 많은 모양 (…….)
・현재, 특별한 여자는 없는 모양 (단지, 노리고 있는 상급생 여자애는 많다는 모양)
・특히 사이가 좋은 건, 출석번호상 앞뒤 자리가 된 도야 이치야 군. 대개 항상 같이 있다 (특별한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중학교 때는 농구부에 소속. 단지, 주전은 아니었다. (여기에 대해 마도카는 납득이 안 되는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다음 날, 학생식당에서 합류했을 때 이미 마도카는 이만한 정보를 모은 상태였다.
“자, 이 뒤가 기대되네. 격추왕인 쓰카사가,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격추하게 될지. 아니면 역으로 격추당할지. 아아, 기대돼 기대돼.”
“…….”
 역시 나는 사람을 잘못 골랐던 모양이다.
 이래선 주말에 나치 군과 함께 놀러 갈 약속이 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이것만은 맹세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나치 군의 매력에 끌리곤 있었지만, 그를 손에 넣겠다는 당찮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일관적으로 남의 눈길이 있는 곳에서 말을 걸거나 하진 않았고, 부자연스런 접촉도 피하고 있었다. 학년이 두 학년이나 위인 여자애가 주위를 얼쩡거리면서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으니까.
 단지, 약간은, 다른 여자애들보다 한 걸음만 가까이서 그를 보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래도, 그런 내 결의도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조금 이상해져 있었다.
 나치 군이 신경쓰인다.
 마도카 탓에 나치 군과 만날 기회가 늘었다. 그건 나치 군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내게 있어서 바라던 상황인데, 이전보다도 나치 군이 더 신경쓰이게 되어 버렸다.
 아마, 나는 어느샌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던 거겠지.
 그래서――,
 저녁 햇살이 비치는 교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나치 군이 사랑스러워서, 뺨에 키스를 했다.
 여자애에게서 고백을 받는 나치 군을 보고, 남의 것이 되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바랐다.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듣곤 침울해지고, 그게 거짓말이란 걸 듣고 안심했다.
 마도카와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걸 보고 열이 올랐다.
 나는 나치 군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로 일희일비했다. 이렇게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아니, 흔들리고 있는게 아니다.
 기울어 있는 거다.
 지금 내 마음은 위험할 정도로 나치군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나는, 나치 군이 내민 손을 잡았다.


“우와아, 마도카, 어쩌지―?”
“아니, 어쩌지고 뭐고, 내가 보기엔 ‘해냈잖아’ 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데?”
 도서관에서 그 일이 있었던 다음날 점심시간, 마도카가 여자 농구부 부실에서 볼일이 있었기에 클럽 하우스까지 같이 가서,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이제와서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는 걸 느꼈어, 나는.”
 나는 교실 중앙에 놓인 긴 책상에 엎어져서 말했다.
 거기에 반해 마도카는 내 정면에 앉아 있다. 아무래도 찾을 게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걸 금방 찾고, 우리는 아무도 없는 걸 좋은 기회로 삼아 동아리방에 편히 머물러 있었다.
“그게 연하잖아? 연하고, 키도 나보다 작고, 얼굴은 멋있다기 보다 귀여운 타입이고, 성격도 보는대로 어린애고. 그래도, 공을 들고 있을 때 진지한 표정이 멋있어서, 농구도 잘하고. 조금 무모해서 위험해 보이지만, 그게…….”
“그냥 돌아가.”
 마도카가 내 말을 막고 딱 잘라 말했다.
“후반, 이라고 해야할까, 8할쯤 의미 불명이었지만, 그건 안 들었던 걸로 할게.”
“에, 응, 그렇게 해줘. 그편이 나도 좋고.”
“일단, 쓰카사가 아무래도 걱정하고 있다는 건 알았어. 그래도, 그건 틀린거 아냐? 그런게 이론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낫치가 손을 뻗어와서, 네가 잡았어. 그게 사실.”
“우으…….”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다시 부끄러워졌다. 무의식중에 동동 발을 구른다.
“그걸로 한 걸음 두 걸음, 아니면 반걸음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앞으로 나아간 것도 사실. 뭐어, 내가 보기엔 열걸음쯤 나아간 것 같긴 한데.”
“앞으로 나아가고 뭐고, 나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고?”
 그래도, 마음에 변화가 있었던 건 확실하다.
 나치 군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은 들었다. 남의 것이 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도 느꼈다. 그래도, 실제로 이런 전개가 돼서,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조금 무서워지는 거다.
“아, 그래. 그럼, 됐어. 낫치는 내가 받아 갈 테니까. 나, 낫치가 꽤 마음에 들어.”
“아, 안돼! 나치 군은 내…….”
 저도 모르게 일어나서 소리질렀다.
 하지만 힘차게 내질렀던 소리는 용두사미로 사라져갔다. 마도카가 히죽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으니까.
 내 친구는 언제부터 이렇게 나쁜 성격이 된 거지? ……아, 처음부턴가.
“쓰카사, 너, 중요한 걸 하나 잊고 있어.”
“뭔데?”
 나는 되물어보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낫치의 마음. 속셈 빤히 보이는 세노같은 녀석이라면 몰라도, 남자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의 손, 잡겠어? 단순한 친구, 단순한 선배한테 그런 일 하진 않을 거잖아.”
“그럴지도…….”
“그렇지? 그렇다는 건, 벡터의 크기가 어느정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대는 네 쪽을 향하고 있는 거잖아? ……뭐어, 단지, 낫치가 진짜 꼬맹이고, 깊은 의미도 없이 손을 잡았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
 여기까지 와서 추락시킬줄은 몰랐다.
 나는 이 성격 좋은 친구를 상담 상대로 고른 걸 후회했다. 그런데, 딱 거기서 점심시간이 끝날 걸 알리는 예비종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자, 시간 끝~”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돌아가는 길에, 나치 군을 발견했다.
 드물게도 혼자 걷고 있다. 그래도, 말을 걸 용기는 아무래도 안 생겼다. 아마, 만나면 남들의 눈보다도 나치 군 본인을 너무 의식할게 틀림 없어서겠지. 실제로, 어제도 같이 돌아가놓고 거의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다. 서로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한동안 지나, 나는 나치 군이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범위에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역 5개 거리를 전철을 타다, 내린 뒤에는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은 뜸해 보였다.
‘좋아…….’
 마음 속으로 기합을 넣고 나치 군에게 다가간다.
 앞으로 10걸음 정도 걸으면 그 어깨에 손이 닿을만한 순간――.
“아…….”
 갑자기, 나치 군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치 군이 향하는 쪽을 보자, 거기에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빨간 단발. 입고 있는 건 공립 고등학교 교복이다. 어디 있는 학교인지까진 모르겠지만. 겉옷은 벗고 있었고, 흔히 그렇듯 랄프 로렌의 하얀 베스트를 입고 있다. 나이나 학년은 나랑 비슷해 보였다.
 얼굴은 괜찮지만 품위 없어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 건 여자애가 담배를 손에 들고 있어서겠지.
 나치 군이 여자애 앞에 선다.
 여자애는 깜짝 놀란다.
 나치 군은 그 입에서 담배를 뺏곤, 그대로 땅에 버린 뒤 발로 밟았다.
 정말, 뭔 앤지. 요즘 담배를 피는 고등학생한테 일일히 주의를 줬다간 끝이 없을텐데. 거기가 나치 군답다고 하면 나치 군 다워서, 조금 얼굴이 풀어진다.
 상대 여자애도 처음에는 뭔가 반론을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얼마 안 가 끈기에 밀려 손을 든 모양이었다.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낸 뒤, 그걸 나치 군이 뻗은 손바닥 위에 올리곤 떠나갔다.
 아무래도 끝난 모양이다. 나는 다시금 나치 군에게 말을 걸까 했다. 지금 본 걸 화제로 꺼내면 조금은 이야기 하기 쉬워질 테고.
 그때――,
 다시 나치 군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 전의 여자애를 쫓아간다. 그리고, 쫓은 뒤엔 그 팔에 뛰어든다. 그건 마치 장난치는 강아지같은 모습이었다.
“에……?”
 한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나치 군이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미소와는 조금이지만, 뭔가 결정적으로 다른 미소.
 그건 내가 본 적 없는 옆모습.
 여자애도 귀찮은 듯이 나치 군을 쳐내려 하면서도, 거기에 이끌려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나치 군을 보는 눈이 상냥하다.
 둘이 멀어져 간다.
 ‘어라? 뭐지……?’
 갑자기 땅이 흔들린다.
 지진인가?
 계속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이럴 때는 어디로 도망치면 좋은 걸까. 건물 안보다 교차로 가운데에 있는 쪽이 좋으려나.
 아아, 그런 게 아냐.
 흔들리고 있는 건 나야.
 내 머리야.
 왠지 머릿속이 어질거려.
 빙글빙글 도는 풍경 속에서, 나치 군의 모습이 서서히 작아져 갔다.
역자의 말:
 정말 오랜만에 올리는 Simple Life입니다.
 
 에너지 충전 100% 완료! 상태일 때 조금 달렸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다음 화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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