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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Simple Life


역자 | 淸風

 당신은, 누구?
 그에게 상냥하게 미소짓고, 그가 즐거운듯 미소를 향해.
 당신은 대체 누구야?



제 2화 (1) 「소녀/그의 거짓」


 다음 날 점심시간――,
"하아……."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뭘 그리 크게 한숨같은 걸 쉬는 거야?"
 맞은편에서 점심을 집어먹던 마도카가, 당연하게도 물어봤다.
"별로……."
"그렇게 말할 거면 조금은 속이려는 노력이라도 하라니까."
 마도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쪽으로 고개를 휙 내밀곤, 주위에 들리지 않도록 자그만 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야? 낫치랑 무슨 일 있었어?"
"뭣, 그치만 나……, 아……."
 저도 모르게 일어나서 반론하려 하지만, 바로 주위의 눈길을 깨닫곤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으며 하려던 말을 삼킨다. 자칫하면 식당 중심에서 나치군의 이름을 소리칠 뻔 했다.
 나는 자리에 앉곤 앞으로 엎어지면서 마도카에게 얼굴을 가까이 댔다.
"왜 나치 군 관련이라고 확신하는 거야?!"
"그치만, 요즘 네가 고민하는 건 낫치 관련밖에 없잖아?"
"아니, 뭐어……."
 적중이지만,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아서 왠지 분하다.
 나는 마도카에게서 떨어져서 다시금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관계 없어."
"읏차, 낫치 소환."
 그렇게 말하곤 휴대폰을 꺼냈다. 손가락이 움직인 뒤 전자음이 울린다.
"싫어, 잠깐, 그만해!"
 허둥지둥 마도카의 팔을 잡아 멈추게 만든다.
"낫치랑은 관계 없잖아? 그러면 불러도 괜찮을거 아냐."
 그 말을 하며 마도카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내 친구는 어째서 이렇게 나쁜 성격인 걸까. 한숨이 나온다.
"네, 그렇습니다. 그 말 대로입니다. 뭐 불만 있어?"
"거꾸로 화내냐. ……뭐, 괜찮지만. 자, 들어 줄테니까, 이야기 해 봐."
"으, 응."
 그렇다곤 해도, 이런 걸 상담할 수 있는 건 마도카 밖에 없다. 물에 빠지면 뭐라든가.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기로 했다.
"나치 군이 여자애랑 걷고 있었어……."
"흐응. 그래서?"
​"​그​래​서​라​니​…​…​그​것​ 뿐이야."
"……."
"……."
 침묵.
 그리고――,
"하아? 혹시나, 그런 걸로 침울해진 거야? 너 말야, 상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낫치라고? 여자인 친구가 한 무더기 있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래도, 굉장히 사이 좋아 보였어……."
"그야 그중에는 평균보다 사이 좋은 애도 있지 않겠어? 근처에 살던 소꿉친구라거나,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거나."
 마도카는 마음 편히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직접 그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야.
 나치 군의 그 미소.
 때묻지 않은, 무방비한, 경계 없는 미소.
 그런 미소를 내게 향해준 적은 없다. 내가 모르는 옆모습. 그건 분명 나치 군이 마음을 터놓은, 한 줌의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미소인 거겠지.
"아아, 차암!"
 고뇌에 빠진 내 앞에서, 갑자기 마도카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 식으로 이러쿵 저러쿵 고민하는 건 성격에 안 맞아. 단도는 직수입이 최고야. ……낫치 소환. 직접 물을게."
"그러니까, 그만 하라니까."
 다시금 휴대폰을 손에 든 마도카의 팔을 붙든다.
 아무래도 이 체육계 직구 사고로 문제를 우선 힘에 맡겨 해결하려 하는 마도카에게 상담한 내가 잘못했던 모양이다.
"그보다, 왜 마도카가 나치 군의 번호를 알고 있는 거야?"
"아니, 몰라. 내가 아는 건 도얏치 쪽."
 아마 나치 군과 도야 군은 보통 함께 있으니까, 도야 군에게 연락하면 나치 군도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인 거려나. 그건 이해하지만, 그렇다 쳐도 마도카가 왜 도야 군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지는 큰 수수께끼다.
"혹시나 마도카, 슬쩍 도야 군이랑 사귀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지?"
"우째서?!"
 틈도 안 두고 부정당했다.
"아냐아냐. 그런 책벌레 우등생, 흥미 없어. 내 취향은 눈산에서 만나도 미소지으면서 앞에 서서 헤치고 갈 정도로 서바이벌 스킬이 높고, 체력이 솟아넘치는 남자니까. 장래의 꿈은 '부부끼리 에베레스트 등반하는게 취미. 원단에는 매년 정상에서 첫 해를 봅니다. 단지, 임신중에는 훌쩍거리면서 ​포​기​하​겠​지​만​―​'​식​의​ 가정이라고?"
"……."
 너무 장대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 "내 남편"이라고 말하면서 곰 같은, 모험가 일보 직전의 등산가를 소개받는 날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내 이야기는 어쨌든 됐잖아!"
 마도카가 거친 말투로 말했다.
 아마 저도 모르게 꿈을 이야기해 버린 게 부끄러운 거겠지만, 너무나 여자답지 않은 꿈이었기에 그 심정을 이해하는 건 어려웠다.
"어쨌든, 그 여자의 정체가 신경 쓰이는 거라면, 직접 물어보면 되는거 아냐? 낫치가 양다리를 걸칠만큼 솜씨 좋은 녀석이란 생각은 안 들고. 물어 보면 '뭐야, 그런 거였나'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응……."
 의외로 그게 제일 빠른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응, 정했어. 오늘 방과후에라도 물어보자.
"물어본 뒤에는 질투하면서 노려보거나 차거나 목 조르거나 하지 마."
"……"
 전부 했었지.
 ……그건 어쨌든.
​"​휴​대​폰​인​가​…​…​.​"​
 나치 군은 들고 있으려나? 혹시나 들고 있다면, 물어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마도카가 그걸 꿰뚫어 본 것 처럼 말했다.
"낫치라면 아직 해드폰 안 가지고 있다나 봐. 걔 외동에다가 혼자 살잖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아, 그렇구나……아니, 그러니까 왜 마도카가 물어본 거야!"
"전에도 말했잖아? 나, 낫치 군 꽤나 마음에 들고……아파!"
 일단 발을 밟아 줬다.

 방과 후, 7교시가 끝나는 걸 기다려서 1학년 쪽으로 가기로 했다.
 아직 남의 눈이 많은 곳에서 나치 군과 만날 용기는 없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긴급사태. 가급적 자연스런 느낌으로 나치 군을 불러내면 그리 사람 눈을 끌진 않을 거, 라고 생각한다.
 각 반의 담당 학생이 날림으로 청소를 하는 동안, 나는 나치 군네 교실을 향한다.
 그런데, 목적지에 가까워 졌을 때――,
"간다―, 낫치."
 누가 하는 말인진 모르겠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단어를 귀밝게 주워들었다.
"오―, 언제든 오라고―. 그리고, 낫치라고 하지 마―."
 거기에 대답하는 나치 군의 목소리.
 그쪽을 보자 복도 끝에서 1학년이 청소를 땡땡이치고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집에서 가져온 것 같은 고무공에, 배트 대신에 빗자루. 이쪽에 등을 향하고 빗자루를 거머쥐고 있는 게 나치 군이었다.
 투수가 던진다.
 날아온 공에 맞춰서 나치 군이 힘차게 빗자루를 휘두른다.
"아……."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울린다.
 복도 폭에 비해 배트(빗자루)가 너무 길었던 거다. 그걸 힘차게 풀 스윙했으니까,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만으로도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운이 나쁘게도 청소 시간이기도 해서 창은 열려 있었기에, 유리가 한 쪽에서 두 장이 겹쳐져 있었다. 거기를 빗자루가 관통. 한 번 휘둘러 두 장 깨는 울트라 C다.
"이봐아아아! 누구야―!"
 바로 교실쪽에서 선생님이 뛰쳐나왔다. 나치 군네 반 담임이자, 1학년 학년주임이자 생활지도 담당인 오자키 선생님이다.
"지아키, 너냐. 역시 너는 멀쩡한 짓을 안 하는구나. 너같은 녀석은 언젠가 분명 뭔가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유리를 정리한 뒤에, 학생지도실로 오도록."
 자그만 몸을 더더욱 작게 움츠리며 혼나는 나치 군.
 그리고, 나는 이야기 할 기회를 놓쳤다.

"뭐~하는 거야."
"와앗!"
 신발장에서 기다리다 나치 군에게 말을 걸었다.
 시간은 7교시가 끝난 뒤 가볍게 한 시간 반을 지나 있었다. 학생 지도실에서 잔뜩 설교를 들은 거겠지. 기진맥진한 상태로 나치 군은 문쪽으로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말을 걸었다 보니, 펄쩍 뛸 정도로 놀랬다.
"뭐야, 선배였나. 놀래지 말아 주세요."
 일단, 이상하게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니 우선은 제1관문 클리어란 느낌일까.
"설마 고등학생이 돼서 청소를 땡땡이치고 야구를 하다, 결국엔 유리를 깨서 선생님한테 혼나는 애가 있을줄은 몰랐어."
"……엑. 선배, 보고 있었어요?"
"응. 똑똑히."
"우와아, 꼴사나워. 다음부턴 손야구로 해야지……."
 그거, 뭔가 이상하잖아.
"어라? 그래도, 왜 선배가 그런 곳에?"
"아아, 응. 나치 군에게 좀 볼일이 있어서."
"볼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치 군이 되물어 본다.
 여기가 제 2 관문이겠지.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그 여자애는 누군지 묻는 것도 이야기의 흐름을 생각하면 이상하고.
"다음 일요일 말인데, 나치 군 예정 있니? 혹시 괜찮으면 놀러 가지 않을래?"
 일단 핵심은 피했다.
 그렇다곤 해도, 이것도 완전히 거짓말이란 아니고, 확실히 나치 군을 데려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근처의 교회다.
 거기엔 요즘 드물게도 아동양호시설을 겸한 커다란 교회인데다, 다음 일요일에 거기서 바자회가 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어서, 요즘 와선 축제같은 지역의 연례행사가 되었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평가가 좋은 건 교회에서 구워 파는 빵이고, 나도 그걸 기대하고 매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죄송해요, 선배. 다음 일요일은 좀……."
"에? 아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거절당해 버렸다.
 한 번 좌절된 계획을 고쳐 세우는 건 어려워서, 결국 중요한 질문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일요일――,
 나치 군이 없는 건 유감이지만, 나는 교회에 와 있었다.
 한적한 주택가의 구석에 있는 교회. 평소에는 주위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조용한 느낌이지만, 오늘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마치 거기가 거리의 중심인 것 처럼. 분명 다들, 이날을 기대하고 있었던 거겠지.
 정문으론 사람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거기 안에 있는 교회 정면의 공간과 예배당을 써서 바자회가 개최되는 거다. 또한, 바자회 만이 아니라 구석에는 테이블과 파이프 의자를 늘어놓고 찻집같은 것도 하고 있다. 거기서 맛있다는 평판의 수제 빵도 팔고 있는 거다.
 안에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보자,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저건……."
 나치 군이었다.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애를 몇 명 이끌고, 농구공으로 놀고 있었다. 골은 없지만, 곡예처럼 드리블을 하거나 손끝으로 공을 돌리거나 하며, 공 컨트롤을 내보이고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도 마치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일게 틀림없다.
 이윽고 나치 군도 나를 알아본 모양인지, 어린애들에게 공을 건네주곤 손을 맞대고 사과한 뒤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누군가 했더니 선배였잖아요. 혹시나 처음부터 여기 올 생각이셨어요? ……우와, 그럴거면 그 때 제대로 물어봤으면 좋았을 걸."
"그럼, 나치 군도?"
 분명 내 이야기를 거절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던 거겠지.
"응.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불렸는데, 어느샌가 어린이들을 지키게 돼 버려서."
"괜찮잖아. 다들 즐거워 보여. 사랑받는구나, 나치 군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치 군은 수줍은 듯이 웃었다.
 그 때――,
"나치."
 하고 저편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에 있던 건, 그때 그 담배 사건의 여자애였다. 그녀도 도우러 온 건지, 편한 차림에 에이프런을 달고 있었다.
"아, 사야카 누나."
 대답하는 나치 군의 표정이 환하게 빛났다.
 뒤돌아보는 순간, 한 순간 보여준 미소가 그 날 본 광경과 겹쳐서, 내 가슴을 꽉 죈다.
 숨이 막힐 것만 같다.
"나치. 빵을 다 구웠응까 애들이랑 같이 점심 묵자고, 쎔이."
 빈말로도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말투로 퉁명스레 그녀가 말을 꺼냈다.
 나는 허를 찔린 듯이 마음 속으로 놀랐다.
"어째서……."
 어째서 그녀까지 여기 있는 거야?
 나치 군과 그녀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녀는 내 눈길을 알아본 모양이지만, 귀찮은 듯 붉은 머리칼에 손을 찔러넣고 머리를 긁을 뿐이었다. 눈을 돌려서, 스스로 자기소개를 할 마음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
"아, 맞아. 선배한테 소개해 두는 편이 좋겠네요. 이쪽은 사야카 누나. 제 누나, 려나요."
 그렇게 말하는 나치 군의 모습은 어딘가 자랑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내겐 그게 지독히 괴로웠다.
"싫다, 그거 뭐야……. 왜 그리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속이는 거야……."
"거짓말?"
"그치만 그렇잖아. 나치 군에게 누나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 없어! 사이 좋은 여자애가 있다면 그렇게 말했으면 됐잖아!"
 나는 소리 친 뒤, 그 자리에서 달아나듯 달려나갔다.
 화가 나서,
 용서할 수 없어서,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비참스레 느껴져서,
 왠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마도카 거짓말쟁이. 뭐가 '뭐야, 그런 일인가'로 끝난다는 거야. 전혀 웃을 수 없잖아.
역자의 말:
 이런 감정선 정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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