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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Simple Life


역자 | 淸風

 그때 나를 달리게 만든 건, 솔직히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나치 군에게 대한 분노와, 그녀에 대한 질투였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나치 군의 얼굴을 보고싶지 않았다.
 물론, 그녀도.
 그런데――,
"잠깐 기다리라고."
 나를 불러 세운 건 그녀였다.


제 2화 (2) 「그의 진실/그녀의 죄」


 달려간 뒤에 숨을 헐떡이며 우리는 상대를 바라본다.
"정말, 왜 내가 이런 등신같은 짓을 해야 하는 건데?"
"……."
 등신?
 지금, 등신이란 말 입에 담지 않았나?
 아까도 말투가 나쁜 여자애라곤 생각했었지만, 설마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아, 진짜. 숨차서 뒤질 것 같네."
 숨을 헐떡거리면서 그런 소릴 꺼낸다.
"담배같은 걸 피니까 폐활량이 부족해 지는 거야."
"――안 해……."
"에?"
"아니, 아무것도 아니……어, 잠깐? 왜 내가 담배 피는 걸 알고 있는데?"
"……가슴 주머니. 담배곽 보여."
 지당한 지적이었지만, 그녀가 담배를 가지고 걷고 있었던 덕에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었다.
"무슨 볼일 있어?"
 나는 물어봤다.
 한 순간 "나치 군은?"이란 소리가 입에서 나올 뻔 했지만, 바로 삼켰다. 그래선 마치 나치 군이 쫓아오는 걸 기대했던 것 같잖아.
"네가 가타센가 하는 나치 선배지? 자주 들었다고."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한 번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핥는 듯이 살펴보고, 그 뒤에 말을 이었다.
"어떤 년인가 했는데 이 꼴인가. 아무래도 꼴은 멀쩡해도, 대단한 건 없을 것 같잖아."
"뭐……!"
"거도 그렇잖아? 아까 말한 거, 나치 입장에선 구라도 뭣도 아닌데. 그래도, 넌 그짜식이 거짓말 한거라 생각하고. 갸를 제대로 이해하고, 믿어주는 년이 아니면 우리 나치는 못 준다."
"……."
 대체 그녀는 자길 뭐로 생각하는 거지. 게다가, 나치 군을 '우리 나치'라니.
"그럼, 당신이라면 나치 군한테 어울린다고라도 말하는 거야?"
"어떠려나. 그래도, 적어도 너보단 나치한테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소리야?"
"듣고 싶어? 좋아, 갈쳐 줄게. 그래도, 들었다간 너, 분명 지가 나치하곤 안 맞는다고 깨달을 건데."
 그녀는 도발적으로 말한다.
 거기에 대해, 나도 그 말에 응하듯이 임전태세를 취한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따라가 주겠어.
"예, 꼭 들려줘요. 나치 군이 어느 나라의 왕자님이거나 하나요? 기대되네요."
 내가 그렇게 말해 주자, 그녀는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겁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우선은 자기 소개부터 할까. 난 아토미야 사야카. 이즈미가오카 고등학교 3학년."
 여기에는 좀 놀랐다. 이즈미가오카 학교라고 하면, 이 학구에선 톱인 공립학교다. 그녀의 소행을 생각하면, 그런 우수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거론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가오칸게 이상하지? 안 숨겨도 괜찮아. 놀라 주는 쪽이 나도 즐겁고. 세상 보면, 남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레벨 낮은 새끼들이 많으니까. 그런 놈년들이 눈 크게 뜨면서 놀라는 걸 보는 게 취미다?"
"성격 나쁘네."
"어쩔 수 없잖아? 나 말야, 중학교때까지 저 교회에서 신세 졌었고."
"에? 교회라니, 설마……."
 아동양호시설――.
"그래. 부모가 둘 다 일찍도 사고로 죽어 버려서, 다른 맡아줄만한 친척도 없었고. 이유는 그걸로 땡인데, 시설에 있다는 것 만으로 색안경 끼고 본다? 못 참겠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말투는 의외로 후련한 느낌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되돌아보게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말야. 죽도록 공부해서 가오카 쳐 들갔다? 학생수첩 볼래? 간간히 못믿는 병신들이 있어서 갖고 다니는데."
"됐어. 그리고 당신 이야기만 하지 말고 나치 군의――"
 거기까지 말한 뒤 뭔가를 깨달았다.
 그녀는 그 교회에서, 아동양호시설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나치 군은 그런 그녀를 누나라고 부른다.
 그건 즉――,
"나치 군은 설마……."
"똑똑하네. 맞아. 나치 군도 나랑 똑같이, 저 교회 출신이야."
 그녀는 아니꼽게 웃곤, 내 말을 앞질렀다.
"그런……. 그래도, 잠깐. 나치 군에겐 제대로 부모님이 계셨을 텐데."
"나치는 말야, 인연이 있어서 지아키 댁에서 맡아간 것 뿐이야. 실제론 전혀 피가 이어지지 않은, 쌩짜 남. 초 5때였던가?"
"그럼, 나치 군의 부모님……, 친 부모님은?"
 다음에 솟아오른 의문은 그거였다.
 그녀랑 마찬가지로 뭔가의 사정으로 이미 타계하신 걸까. ……하지만, 현실은 내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글쎄다. 쎔 이야기론 교회 앞에 내버려져 있었다는데. 그게 눈내리던 날이어서, 발견했을 때는 폐렴 걸려서 위험했다든가. 생후 1달도 안 된 채로 부모새끼한테 내버려진 거야. 부모 얼굴도 모르고, 그새끼들이 지금 뭐하는지도 몰라. 그런 의미선 나보다 지독할지도?"
"……."
 나는 왠지 지독히 불안정한 발판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당장에도 무너질 것만 같은 그 바닥은, 내 마음 속의 나치 군을 이미지하고 있는 거겠지. 내가 알고 있던 나치 군은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몰랐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치도 나도 마찬가지로 이유도 없이 부당한 취급을 받아 왔다고."
 그녀가 말한다.
 교회에 있었을 때는 당연하게도 그랬고, 지아키 가에서 거둬들인 뒤에도 세간의 눈은 차가웠다고 한다. 지아키의 아버님은 법조계에 몸을 두신 분이고, 나치 군은 아동양호시설의 천애고독한 신분에서 나름 풍족한 집의 아이로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그 몸에 쏟아진 차별과 편견은 시샘과 질투로 바뀐 거다.
"그런데, 왜 짜식은 그리도 곧게 자랄 수 있었으려나. 난 이렇게 비뚤어졌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쓴웃음 짓는다.
 나치 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빛이 왠지 상냥하다.
"나치 짜식, 지아키 집안에 간 건데도, 지금도 이따금 교회에 얼굴 내민다고. 짜식이 오면 다들 기뻐하고. 너도 봤잖아? 중학교때까지 있던 나보다도 한참 더 따른다고. 저런 것도 재능의 일종이려나."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 라고 이번에는 나 자신을 불러 세운다.
 전에 나는 나치 군에게 지독한 소릴 하지 않았었나. ……맞아. 기억 났어. 그건 나치 군을 집에 초대해서, 함께 밥을 먹었을 때야. 우리 집이 부자가정이라는 걸 안 나치 군은 ​"​큰​일​이​었​겠​네​요​"​라​고​ 위로해 줬었어.
 거기에다 나는 뭐라고 말했었지?
 이렇게 돌려주진 않았었나.

 다들 그렇게 말해 줘. '큰일이었겠네.' '고생했겠어.' 하지만, 그건 결국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거야, 라고――.

 그 순간, 내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무슨 말을 해 버린 거지.
 그때는 몰랐다는 변명도 못 한다.
 적어도 나는 동정해 준 나치 군의 마음을 되밀쳤다. 마치 나만이 불행했던 것처럼 행동했다.
​'​상​처​입​혔​어​…​…​.​'​
 나는 틀림없이 나치 군을 상처입혔다. 그런데, 나치 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론도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나치 군에게 난 뭐라고 말하면 되지? 뭐라고 말하며 사과하면 괜찮은 거지?
 그런데, 그 때――.
"아아, 여기 있었구나."
 나치 군이었다.
"뭐야, 사야카 누나 쪽이 먼저 찾은 건가. 그럼, 나, 전혀 엉뚱한 곳을 찾았단 소리야?"
 나치 군은 쓴웃음 지으며 말한다.
 분명 내가 달려간 뒤, 바로 쫓아와 준 거겠지. 그건 솔직히 기뻤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 나치 군에게 다가갈 자격따윈 없다.
 저연스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오지 말아줘……."
"에……?"
 나치 군의 걸음이 멈춰, 미소가 얼어 붙는다.
 무서웠다.
 나치 군과 얼굴을 마주하는 게 무서웠다.
 나치 군의 옆에 있으면 싫어도 내 죄를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미안해……."
 나는 다시 나치 군의 앞에서 달아났다.
역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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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도망

 쓰카사는 나치에게서 도망쳤다!
 효과가 발군이다!
 나치는 1024의 대미지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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