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Simple Life

Simple Life


역자 | 淸風

 나치 군은 일단 사흘간의 근신처분을 받았다. 정식으로 어떻게 처분할지는 그 사이에 있을 직원회의에서 정해진다.
 안 그래도 담임 선생님에 대한 폭력사건인데, 나치 군이 때린 상대가 학년주임겸 생활지도를 맡은 오자키 선생님이라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최악의경우 퇴학도 있을 수 있다. 그렇게 가르쳐 준 건 직원회의에 참가했던 내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화요일인 오늘, 나치 군이 학교에 불려 그 처분을 선고받게 되어 있다.



제 4화 「처분/가족」


 나는 어제 하루를 일일여천추의 마음으로 이날을 맞아, 오늘 학교에 온 다음에도 느리게 느껴지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방과 후――
 나는 교문 근처에서 나치 군이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이미 5시를 지나, 나치 군이 학교에 오고 한 시간 이상이 지났다.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있는 걸까.
‘최악의 경우, 인가…….’
 그 때는 나도, 하고 생각하고 있다.
 나치 군이 저런 행동을 일으킨 건 내 탓이다. 자신에 대해선 무슨 소리를 듣든 참고 있었는데, 근거도 없는 비열한 중상이 나를 향한 순간에 나치 군이 폭발했다. 나를 위해서, 라고 자만할 생각은 없다. 그냥 단순히 참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거기서 폭발했던 거겠지. 그래도 내가 없었으면 그런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내 탓이라 할 수 있다.
 내방객용 출입구에 나치 군의 모습이 보였다. 함께 있는 건 아버지와 어머니겠지.
 나치 군도 이쪽을 눈치채, 혼자서 먼저 달려왔다.
“선배, 일부러 기다려 주신 거네요.”
 오랜만에 만난 나치 군의 표정은, 평소랑 마찬가지로 밝았다.
“응. 그런데, 그……어땠니, 결과는.”
 내가 물어보자 나치 군은 피스 사인을 보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무죄.”
“그거, 아냐.”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미소를 짓고 있으니까 최악의 처분은 받지 않았을 거로 기대하니 이 반응이다. 게다가 이런 농담을 할 수 있으니 안심할 수 있냐고 하면 그렇다고 하기도 힘들다. 이 애는 웃으면서 ​“​퇴​학​이​었​습​니​다​―​.​”​같​은​ 소릴 태연히 말할 것 같아서 무섭다.
“그래서, 사실은 어땠어?”
“오일간의 정학으로 끝났어요. 그러니까 다음 주 부터 학교에 올 수 있어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무심코 나치 군을 껴안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지만, 그건 이성으로 억눌렀다. 여하튼 여기는 학교고, 거기다 나치 군의 부모님이 계신 거다.
 그 부모님도 서서히 다가오고 계신다.
“아버지와 어머니?”
“응. 유리를 깼을 때는 어떻게든 용서받았지만, 아무래도 이번건 좀.”
 말하는 중에 이미 옆까지 와 계셨다.
“당신이 가타세 양인가요. 아들에게서 들었습니다. 언제나 신세를 지고 있는 모양이라.”
 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나치 군의 아버님은 이미 초로라고 해도 될만한 나이로 보였다. 머리에는 하얀 색이 섞이기 시작했지만, 그걸 잘 정리하고 있다. 키도 크고, 차분한 분위기의 아저씨였다.
“아뇨, 저야 말로요. 그리고 이번에는 제 탓에 이런 꼴이 되어 버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애초에, 어떤 이유가 있든 손을 낸 나치가 제일 나쁜 거지요.”
 그렇게 말하며 아버님은 미소 짓는다. 안심되는 미소였다.
“예, 그 말 대로예요.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어요.”
 이번에는 옆에서 어머님께서 말씀하신다.
 어머님은 아번님에 비하면 아직 젊어 보였지만, 그래도 고등학생 아이를 가진 부모님치고는 좀 나이가 든 편이겠지. 전통복장이 어울려서, 아버님과 함께 서기 어울리는 멋진 아주머님이었다. 같은 여자로서 이런 식으로 예쁘게 나이를 먹고 싶다고 느낀다.
“정말, 내 교육방법이 나빴던 걸까.”
 하며, 한숨을 내쉬는 어머님.
 나치 군 갚은 멋진 애를 키웠으면서 교육방법이 나빴단 말을 하면, 세상 부모님의 대부분이 바다보다 깊게 반성해야 할 거다. 범죄자의 부모님까지 가면 할복해야 할 수준이다.
“지금은 일로 집을 비우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역시 오늘 일 때문에 여기 오셨나요?”
“예, 맞아요. 아, 아니, 일이 바빠서 황금연휴때도 돌아오지 못했었으니까, 마침 좋았습니다. 휴가를 얻을 구실이 생겼지요.”
 중간부터 나를 신경 써준게 잘 느껴졌다. 그런데도 그게 괴로운 느낌이 아닌 건, 아버님의 인격인 거겠지.
“여보, 슬슬.”
“아아, 그렇네. ……맞아, 가타세 양. 괜찮으면 집에 들렀다 가지 않을래요? 이런 시간까지 나치를 걱정해서 기다려 준 거지요? 이대로 돌려보내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고.”
“아뇨, 하지만…….”
 도움을 바라고자 슬쩍 나치 군을 바라본다. 그걸 보고 나치 군도 뭔가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어머님이 입을 여셨다.
“그러고 보면 일전에 저희 나치가 그쪽에서 신세를 졌다는 모양이었죠. 그렇다면, 돌려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이래선, 저녁에 힘을 안 넣으면 안 되려나?”
“그럼 정해졌네. ……다들 문 바로 앞에서 기다려 줘요. 바로 차를 끌고 올테니.”
 그렇게 말하곤 아버님은 빠른 걸음으로 내방객용 주차장을 향한다.
 급작스런 전개에 나는 얼이 나갔다.
“미안해요, 선배. 아버지도 어머니도 억지스러워서.”
“으으응, 괜찮아. 뭐, 조금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나쁜 기분은 안 들었다.

“낡은 집이라 놀랐지요?”
 응접실에서 아버님이 말씀아셨다.
 나치군의 집은 양관풍 저택이어서, 확실히 오래된 느낌이다. 요즘 집과 비교하면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거실과 주방이 완전히 나뉘어서 다른 방으로 되어 있어, 이렇게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다. 실제로 아까부터 어머님께서 계속 오가고 계신다.
“이 집은 나치가 우리집에 왔을 때 산 거예요. 그 때한 번은 개축을 했는데, 역시 낡은 건 어떻게도 안 되더군요.”
“아뇨, 그래도 멋진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빈말같은 게 아니라요.”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기쁘군요.”
 아버님께서 정말 기쁜 듯 말씀하셨다.
 분명 여기는 그때까지 둘이 살아왔던 부부가, 새로운 가족을 위해 산 집인 걸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역사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이는 대로 여기는 낡은 집이지만, 쓸데없을 정도로 넓어서요. 나치의 놀이터같이 돼서 곤란했어요.”
“덕분에 잔뜩 다쳤었고.”
 어머님도 추억을 읊듯 말한다.
“또 쓸데없는 이야길. 부끄럽게. ……뭐어, 한때 월에 한 번은 어디서 떨어지거나 했었어요. 나무에 올라 떨어지고, 담장을 뛰어 넘으려다 또 떨어지고, 지붕에 올라가선 또 굴러 떨어지고. 그리고, 계단에서도 떨어져 봤었던가. 제일 윗단에서.”
 계단에서 떨어지다니, 이케다야도 아닌데.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고 있는 나치 군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개구장이였다는게 와닿는다. 정말 지금까지 큰 일이 없었던게 다행이구나. 나치 군, 넌 슈퍼맨이냐.
“아저씨, 괜찮으시다면 좀 더 나치 군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서, 선배?! 뭘――.”
“예, 기꺼이.”
“아버지도 참!”
 저쪽을 봤다가 이쪽을 봤다 하며, 이상한 흐름을 막으려고 나치 군은 필사적이다. 그 기분은 이해된다. 나도 자기를 화제로 신나게 떠들면 싫을 테니까. 그래도 여기는 내 호기심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 ……소중한 희생에 합장.
“그럼, 뭐부터 이야기 할까요.”
 아버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나치 군은 체념한 모양이었다. 소파 위에 책상다리로 앉아서, 입은 시옷자로 빼죽이고 있다.
“나와 나치가 만났을 때는, 이 애가 초등학생일 무렸이었어요.”
 생각이 끝나 아버님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건 내가 제일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만난 계기나 가족이 될 때까지의 경위. 난 그걸 알고 싶었다.
“어느 날, 저는 길을 걷는 중 몸 상태가 나빠져서 웅크려 앉았었어요. 그때 옆을 지나갔던게 이 애였지요. 나치는 제 상태가 나빠 움직이지 못한다는 걸 알자마자, 길로 뛰어나가 몸을 펼쳐 차를 막았어요.”
 그걸 듣고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무모한 나치 군이 할 만한 일이었다고 느꼈다.
“그 차에 타고 간 곳이 그 교회였어요. 나치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여기가 내 집이야.’라고. 자기 환경에 열등감 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는, 순진한 미소였어요. 그 뒤에 바로 저희의 교류가 시작됐어요. 휴일에 이 애를 집에 부르거나, 아내와 함께 교회로 가거나 하기도 했지요. 교회에 갈 때는, 수많은 미소를 볼 수 있었어요.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 애가 있었지요.”
“예. 그건 잘 알아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버님은 웃음지었다. 자랑스런 아들을 칭찬받은 아버지의 미소다.
“나치는 말이죠,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그런 애였어요. 솔직하고, 올곧고, 성장 내력같은 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밝은 애였지요. 저희 부부는 이 애의 인격 형성에 무엇 하나 관여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나치는 나치였어요.”
 앞부분은 아마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토미야 양도 나치 군은 그런 환경에서도 곧게 자랐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뒷부분은 강하게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남았다. 지금 나치 군이 있는 건 아버님과 어머님의 영향일 거다. 이 멋진 부부의 애정으로 나치 군의 마음 속에 뭔가가 태어났을 테니까.
 아버님은 이야기를 잇는다.
“그러는 중에 우리는 나치를 맡고 싶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이미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텐데, 아내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인 거예요.”
“…….”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의 말씀대로였다. 이렇게 아이에게 상냥한 표정을 향할 수 있는 부부에게 아이가 없는 건, 특별한 경제적 문제가 없다면 그 외에는 그런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가 없는 저희에게 나치와 만난 건 정말 하늘이 보우하신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이 애를 맡고 싶다고 부탁하는 건 동시에 지나친 방종이기도 했지요.”
“설마요. 어째선가요?”
 그렇게 바라는 건 정말 자연스런 일로 느껴지는데.
“왜냐면, 나치가 교회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옆에서 봐도 시설의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거기서 이 애를 빼내는 건 죄책감같은 괴로움이 느껴졌어요.”
“…….”
“그래도 저희는 결단했어요. 앞으로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마음으로, 일생에 오직 한 번의 방종을 저지르기로 한 거예요. 교회의 선생님도, 분명 하느님도 용서해 주리라 말해 주셨어요.”
 당연하다. 그런 걸 용서해 주지 않는 신님이라면 없어도 된다. 영혼을 대가로 소원 셋을 들어주는 악마 쪽이 좀 더 나을 거다.
“나치랑 만나고 1년. 이윽고 우리는 이 애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었어요. ……거기에 사진이 있지요? 그게 당시의 저희들이에요.”
 아버님은 서가에 있는 액자에 눈길을 향했다.
“봐도 괜찮을까요?”
“예, 그럼요.”
 나는 자리서 일어나, 목제 액자에 손을 뻗었다.
 거기엔 지금보다 약간 젊은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어린 나치 군이 찍혀 있다. 나치 군을 가운데에 두고, 셋이서 소파에 앉아 있다.
“그건 나치가 저희 가족이 되고, 처음으로 우리가 집에 온 날에 찍은 거예요.”
“기념, 이군요.”
 나는 그걸 들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옆에 앉은 나치 군에게도 사진을 보여준다.
“귀여워, 나치 군.”
“그야, 애니까요.”
 역시 부끄러운지 사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심통이 난 채로 말했다.
 지금도 귀엽고, 지금도 애라고 말하면 분명 화내겠지.
“그 날부터 나치는 저희를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러 줬어요. 어째서 그랬다고 생각하나요? 자주 교류가 있었다곤 해도, 새빨간 타인을 그리 부르는 건 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만큼 두 분을 따랐던 건 아닌가요?”
“그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요. 하지만 그보단 저희가 그리 바랐으니까, 이 애가 거기에 응해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 이미 그 나이에 남의 생각을 살피거나, 자리의 분위기를 읽는데 능숙했던 거겠죠.”
“…….”
 혹시 그랬다면 그건 현명한 동시에 불행한 일이다. 그래야만 하는 환경이었다는 소리니까.
 그러자――,
“……아니야.”
 그때까지 조용히 아버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치 군이 입을 열었다.
“나는, 만약 부탁받는다고 해도, 할 마음이 안 드는 일이나 싫은 일까지 하려곤 안 해. 난 아버지랑 어머니가 진짜 부모님이 되어 준게 기뻤어. 그러니까, 그렇게 부르는데 아무런 저항도 없었어.”
 수줍은 듯이 그리 말한 나치 군은, 엉뚱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걸 피했다.
‘아아, 이 애는…….’
 역시 좋은 애다.
 나는 부모님 앞인데도, 저도 모르게 나치 군을 양 손으로 당겨서 그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사랑스럽다 느끼는 마음이 흘러넘친다.
“나치 군은, 상냥하구나.”
“자, 잠깐 선배……?!”
 나치 군이 기울어진 자세 그대로 당황한 듯 저항한다. 하지만 아버님도 어머님도, 아무말 없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눈매를 좁히며 보고 있었다.
 결코 그걸 보고 분위기를 탄 건 아니다.
 이건 극히 자연발생적인 거고, 주위에서 봤을 때 조금 기이하게 보이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예외로 분류되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런 건 아무런 상관도 없어서, 그 말을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나치 군을 놓고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나치 군을 제게 주세요!”
 옆에서 나치 군이 벌러덩 넘어졌다.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번역한 Simple Life입니다.
 이 한 쌍(?)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나저나 커플 단계를 건너뛰고 결혼부터 지르려고 하다니, 쓰카사의 행동력은 정말 무섭네요. 옆동네 사에키 양 뺨치는 수준입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