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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도 그라치아


-우웅…….

  어느 한 연구소에서 보이는 밝은 빛. 모든 것이 어두컴컴하고 오로지 단 2개의 빛만이 연구소 안, 어느 공간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강한 빛. 그 빛은 금빛과 은빛을 아우르며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빛을 바라보는 한 사람. 그 사람은 시험관 안에서 은은하게 보이는 빛을 보며 시험관에 연결된 컴퓨터를 보며 기록을 작성하고 있었다.

“현재 상황은 극히 안정적.”

  아주 단순한 말로 일관하는 그 사람……. 여자가 보고서에 빈 항목을 채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물질의 흡열 반응과 발열 반응 체크 완료…… 이걸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군.”

  여자는 재빠르게 빛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체크하고는 바로 컴퓨터를 조작해 다음 단계라 할 수 있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여자는 무뚝뚝하면서도 신중하게 옵션을 조정했고, 어느새 빛은 조금씩 그 밝기를 크게 만들기 시작했다.

“무리는 아니겠지요, 박사님?”
“이게 무리라면 다른 건 무리라고 할 수 없어.”

  여자 옆에는 다른 연구원들이 보인다. 그들은 하나 같이 박사라 불리는 여자가 하는 실험을 유심히 지켜볼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 사이에는 여러 대화가 오고 나가는 중이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신(新) 에너지 원료로 우리 프로젝트가 채택되겠지.”
“암, 그러면 우리 연구소 주식이 올라가겠지.”
“이번 연구만 제대로 되면 우린 돈방석에 앉으니 말이야.”

  그런 사적인 대화 안에서도 박사는 묵묵히 실험만 할 뿐이었다. 조금씩 옵션을 조정하자, 그녀의 연구물이 점점 빛을 밝히거나 꺼뜨리듯이 약해지는 등을 반복했다. 곧 그녀의 눈썰미가 움직이는 동시에, 다른 옵션을 조정하자, 곧장 빛이 더 밝은 광채를 뿜으며 연구소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우아아앗!!”
 
  너무 눈부신지 연구원들이 순식간에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런 소란과 함께 순식간에 내뿜는 빛은 이내 시험관에 연결된 코드에 거대한 스파크를 내더니 그대로 주변의 다른 기기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을 본 여자는 쓴웃음을 내며 옵션을 조작했다.

“성공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어느새 어둠을 유지하던 연구소 내부가 완전히 밝아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현상에 연구원들은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그리고 연구소 내부가 다시 원래 기능을 하며 돌아가기 시작하자, 박사는 기기의 옵션을 완전히 정지상태로 만들고는 몸을 돌렸다.

“수고 많이 했다.”
“그럼……”
“그래.”

  여자는 딱 부러지듯이, 그리고 얼굴의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총 4번의 실험. 전부 성공이며, 실용화가 가능하다.”

  박사의 대답과 함께 연구원들이 순식간에 환호한다. 드디어 염원하던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기쁨의 표시였는지 모른다. 아니면 그들의 속내에 있는 물질적 측면이 더 강하게 끌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연구원들이 기뻐하는 것을 본 박사는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이 이론하고 계획한 물건을 쳐다봤다.

“너도 수고했다. 그리고…… 응?”

  박사는 이상한 걸 봤다.
  그건 분명히 꺼졌다고 생각한 빛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존재한다면……

‘이상하…… 어어!’

  순식간에 그 빛은 시험관을 빠져 나오더니 그대로 여자의 가슴 안 쪽으로 들어간 버렸다. 그와 동시에 가슴에서 이상한 고통이 느껴졌다. 표정이 굳어졌으나, 여자는 내색하지 않고 연구원들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막 프로젝트가 완성될 찰나에 문제가 생기면 안되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 고통이 사라지자 여자는 다시 몸을 돌려 연구원들에게 말한다.

“수고했습니다. 나와 같이 야간 근무한 여러분. 이제 퇴근하셔도 됩니다.”
“박사님! 이제 저 동력기관은 어떻게 됩니까!”

  어느 한 연구원의 말이 나오자 막 퇴근하려던 자들에게서 야유가 튀어나온다. 그런 건 내일 물어보라고 하는 모두의 의견. 그러나 박사는 그 연구원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저건 이제 내일이나 모레에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려야지. 그래야 실용화가 되잖아.”
“아, 그렇네요.”
“그리고 하나 덧붙여 말하지. 날 부를 때는 박사님이라 부르지 말라고 한 게 몇 번째인가, 여러분?”

  여자는 약간의 쓴 소리를 덧붙여 그 연구원들에게 말한다.

“예전부터 이렇게 부르라고 했지 않는가, 나나 선생님. 또는 나나 쥬덱스 선생님이라고.”

  박사인 그녀.
  이른바 나나 쥬덱스는 그렇게 마지막 쓴 소리를 마쳤다.

1화 빛은 어둠이 짙을 때 나타난다.


  때는 2XXX년.
  사람들의 물질 문명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게 되었으며, 어느새 기술이 기술을 낳기 일보 직전의 세계가 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그런 풍부한 물질 문명과 비교하면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우우웅.

  저기 저 너머에 밤거리를 밝히는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 그리고 끊임없이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 그들의 정신적 문명은 아직도 서기 20세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변하지 않은 정신과 변해가는 거대한 물질. 그런 괴리감은 어느새 사람들 마음에 어떠한 의혹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의혹 중 하나는 무분별한 스트레스 발산. 그리고……

“아, 흉터가 남겠군.”

  그런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한 명의 여인, 나나가 거울을 보며 흉터를 바라본다.

“하필 가슴 골 위에 이렇게 새겨지다니, 영 아니라고.”

  날카로운 말을 끝으로 거울로 된 찻장을 열더니 곧장 커피 가루를 신경질적으로 잡아서 꺼낸 그녀는 바로 뚜껑을 열고 잔 안에다 커피 가루를 3스푼 정도 넣었다.

“아무튼 이번 실험도 마쳤고, 이제 신 에너지의 실용화 문제가 남은 건가.”

  나나는 막 끓기 시작한 주전자를 들어서 잔 안에 부었다. 가스를 잠그는 것은 잊지 않았는지 다시 주전자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는 가스를 잠근다. 적당히 휘저은 커피를 음미한 그녀는 창 밖으로 보이는 아주 큰 달을 보며 은은한 감성을 즐기기 시작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세상 모르게 아름다운 광경에 찬사를 날리는 그녀. 그러나 곧장 입 밖으로 쓴소리를 내뱉는다.

“그리고 미치도록 힘든 달이지.”

  안 그래도 이번 신 에너지 공급에 관해서는 정말인지 짜증이 났다. 대학 시절부터 동력기관에 대한 이론을 성립하고, 교수와 신경전을 벌였으며, 많은 사고와 사건이 일어났다. 대다수 사건은 미치광이 석유 회사 쪽에서 로비를 넣었지만, 이제는 문제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어느 석유회사가 큰 사고를 일으킨 바람에 오히려 석유 에너지 사업은 곧 사양할 처지에 놓이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좋은 것도 많이 들어오고.’

  제일 힘든 건 취직하기다. 취직하려고 많은 고생도 했고,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차세대 에너지 연구기관은 들어가기 힘드니, 여태껏 생고생한 것도 정말인지 쓰디 쓴 추억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고생해서 만든 기관도 부작용이나 위해성 검사에 떨어진 것도 여러 번이란 악몽도 겪었다. 그래도 좋다. 왜냐면 그런 사건과 위기를 겪고 결국 성공했으니까!

“이제는 자축해야지. 괜히 스트레스 받으면 힘들어. 그보다…….”

  성공한 거 둘째치고 문제가 생긴 것이 중요했다.
  바로 이 것.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빛이 자기 몸에 꽂혀서 상처를 입힌 것. 혹시나 싶어서 연구원들이 다 돌아가자마자 정리 차로 다시 가동했는데, 그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걸 5번 반복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인지 알쏭달쏭 한 이야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상관없겠지.”

  어느 정도 안심하고 싶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니지……. 생기기 전에 내일이라도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으면 그만이다. 안 그래도 일차 하나를 모레로 달았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건 내일 연구소에 가서 적당히 골치 아픈 토론과 회의를 거쳐 가는 일.

“씁, 아직도 따끔거리네.”

  막상 내일 할 일을 생각하다 상처 쪽에 반응이 온 나나.

“그래, 안 그래도 오늘은 그냥 자야겠다. 목욕은…… 그냥 하지 말자. 피곤하니 포기.”

  나나는 그 말을 자신에게 하고는 바로 커피를 들이킨 뒤 침실로 향해 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 그녀가 이제 느끼는 건 시간제한이 있는 수면과 내일 있을 골치 아픈 일에 대한 생각뿐이니 말이다.

“그럼, 내일의 나에게. 아하아암……”

  곧장 누운 그녀는 하트 무늬가 있는 수면용 안대를 쓰며 곤히 잠에 들었다. 오늘 피곤한 지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만, 집 안은 오직 자기 혼자. 고로, 그 누구도 터치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 결론. 그렇게 그녀는 지친 몸을 완전히 쉬게 한 채 생각을 끊어버린다.

-우웅…….

  그리고 또 하나.

-우우웅…….

  그녀의 상처 쪽에서 약간의 빛이 나온다는 것은 지금 이걸 보는 여러분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푸​하​아​아​…​…​.​ 시원하다.”

  연구소에서 있는 생활은 여전히 힘들다.
  적어도 골치 아픈 회의와 토론이 문제니까. 혼자면 아무 이론이나 꺼내놓고 막 만들면 되지만, 여기는 정부 공인 하의 연구 기관이다. 혼자서 하는 생활은 무리나 마찬가지. 게다가 여기서 독불장군 짓거리를 하면 미치도록 후회할 일만 생기는 걸 많이 봤으니 말이다.

“회의는 역시 어려워. 말보다 행동이 좋은데 말이야.”

  그녀와 다른 연구원들이 협동해서 만든 신 에너지 프로젝트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다만, 거기까지. 실용화 문제가 남아있다는 게 흠이란 사실이다. 실용화를 하면 정부 공인 하에서 어느 장소를 물색하고 그 기관을 장치한 다음에 테스트 하는 것인데…… 그게 너무 어렵다는 거다.

​“​오​클​로​시​움​(​O​c​h​l​o​s​i​u​m​)​ 안에서 테스트할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지……… 참나.”

  그녀의 조국인 오클로시움은 많은 대도시들이 있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기관을 운용하는 실험을 했으면 하는 바가 컸지만, 역시 실패였다. 대도시의 정전을 실험 하에 일으키는 것도 문제지만, 동력기관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구심 역시 문제였다.

“푸하아. 그래도 거기까지로 합의했으니 다행이지.”

  세수를 연거푸 한 그녀는 곧장 화장실 밖으로 나와 연구소 내의 공기를 들이키며 회의 때 얻은 결과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실용화 테스트를 위해서는 마땅한 장소를 나라 안에서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 그 결과로 일주일 뒤에 있을 남극 무공해 에너지 포럼에 참가하는 것까지 진행되었다.

“남극이라……”

  TV에서만 본 남극이란 곳. 분명 추운 곳이니 옷이라도 많이 입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움찔.

“윽.”

  입으로 가벼운 고통을 호소하면 가슴을 잡는 나나. 곧장 그녀는 옷 안쪽으로 겨우 보이는 상처를 보고는 쓴 소리를 마음속으로 토해냈다.

‘제길…… 너무 아파. 진짜 문제 있는 거 아냐?’

  오늘 아침부터 상처에서 자꾸 신경질적인 고통이 찾아왔다. 아픈 건 둘째치고 이건 너무 주기적이라고 느낀다. 어디까지 고통을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까지 참을 만하고, 오늘 회의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일은 별로……

-쿵.

  소리가 들린다.

-쿵.

  아니, 진동이다. 아주 큰 진동이 연구소 내를 흔들리게 한다. 연구소의 위치는 시내에서도 한적한 곳도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빠르게 번지지 않도록 교외 외각에 있다. 게다가 이렇게 큰 진동이라니…… 콘크리트를 통해 울리는 진동도 이 정도는 아니다. 땅이 완전히 덮을 정도의 진동. 그게 이곳을 울리고 있었다.

-쿵!

  그리고 그 진동이 더욱 크게 들렸을 때.

“저, 저거………!!”

  일하던 연구원 하나가 뭔가를 올려다보며 기겁한다.
  그가 지켜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전부 올려본 그것은……

“꺄아아아!!!”
“으아아아아!!”

  주변에서 비명이 울린다.
  사람들은 인지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경악과 실성을 반복한다. 나나 역시 상황을 짐작할 수 없었다. 이건 꿈이라고 치부하기에 너무 진짜 같다. 아니, 현실이며 진짜다. 그녀가 바라본 것은 연구소를 막 지나치려는 거대한 다리. 그리고 그 다리와 이어진 거대한 몸통과 꼬리였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저건 거대한 나무 같은 것이라 말하지만, 나나는 그게 뭔지 똑바로 알았다.

‘고, 공룡……”

  어릴 적에 본 유아학습 과제에서 볼법한 거대한 몸을 지닌, 파충류와 조류의 조상. 화석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러한 존재를 통틀어 공포의 도마뱀, 공룡이란 명칭을 주었다. 그리고 그 공룡이 지금 막 나나 눈 앞에서 연구소를 지나고 있었다.

“뭐, 뭐가 저렇게 크지……… 너무 크잖아!!”

  연구원들과 비정규직들이 도망치는 와중에도 나나는 그 공룡의 모습을 똑바로 직시했다. 저건 커도 너무 크다! 생물학 전공은 배우지 않았지만, 저런 거대한 몸을 유지하려면 산소라든지, 아니면 육체적인 모습이 달라야 했다. 거대한 윤곽을 봐도 저 공룡……… 괴물은 이족보행이다. 육식공룡에 가까운 것. 그러니 믿을 수 없었다.

“저런 게 어디서 나타난 거지……… “

  숨길 장소가 부족하다.
  지구에 저런 괴물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 과거시제로 없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 지구에 나타나……..

-크아아앙!!!

  포효를 지르며………..

-쿵!!

  단번에 연구소 외각을 부서버렸다.
  우악스러운 다리로 연구소 일부가 허물어지자, 주변 사람들이 거기에 나오는 파편에 깔리면서 목숨을 잃어갔다. 그런 광경을 보며 나나의 정신은 괴물에게 향하기 보다 얼른 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향한다.

“큭!”

-잘 들어. 넌 괜히 남 도우려 하지 마.

  옛날 일이 떠오른다.

-넌 혼자 아니다. 가족 있잖아. 그러니 절대 무식한 일은 하지 마라.

  가족 생각도 든다. 그리고 도망쳐야 한다는 감각과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머리에는 하지 말라는 지식이 들려오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젠장! 아까 괜히 말했나.!”

  막 무너지려는 천장. 아직 피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머리 위에 뭐가 오는지 아무 것도 몰랐다. 그리고 그 거대한 파편이 막 피하지 못한 사람 일부를 덮치려는 순간.

-쾅!!

“으윽!”
“얼른 도망쳐! 당장!”

  겨우 몸을 날려 몇 명을 구했지만, 많은 수를 구해내지 못했다. 구해낸 건 고작 해봐야 3명 정도. 그러면서 또 다른 기억이 났다.

-말했지. 이런 건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어. 그렇다고 너무 한심해 하지마. 넌 잘한 거야.

“아니야………”

  주먹을 세게 쥐며 대답한다.
  아무리 해도 구하고 싶은 건 구하고 싶었다. 지금 구한 건 고작 3명뿐.  날카로운 신경질과 함께 살아남은 사람 3명에게 다급하게 소리친다.

“뭘해!”
“히익.”
“정신 똑바로 차려! 얼른 대피소로 가! 안 그러면!’

-퍼억!

  그 한 순간이었다.
  그 찰나에 파편 일부가 나나의 머리를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당한 충격에 몸이 중심을 잃고는 그만 무릎을 꿇는다. 피가 솟구치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러면서 하나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그러니까 무리하지 마라. 네게는 소중한 사람이 있으니까. 나하고 어머니, 그리고 형. 이렇게 셋이나 있잖아.

‘망할.’

  그 말이 맞았다.
  역시 선배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게 잘못이었다. 모든 걸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설친 대가가 너무 심했다. 그래도 방법이 있다면 손을 뻗고 싶었다. 그러나  결말은 좋지 않았다. 특히, 과거의 그 일은 정말인지 미쳤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런 미친 결말을 정말 뼈저리게 느낀다.

“꺄아아………!”
“닥쳐! 시끄러우니까.”

  이미 망가진 몸을 겨우 추스린 나나는 바로 앞에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쓴 소리를 내뱉는다.

“당장 저 쪽으로 달려가! 나처럼 되지 말고! 얼른!!”

  생존자 셋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공포의 감정을 지닌 채 발길을 돌렸다. 이제 무너지는 건물 안에 남은 건 나나 혼자다. 나나는 공허한 눈으로 바깥을 쳐다본다.

“미치겠군. 너무 눈부셔.”

  피가 눈을 가리고 있지만, 역시 바깥 풍경은 정말인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밖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 그러면서 자신을 향해 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망할 선배의 말이 맞았어. 정말인지 여기까지 왔는데 괜히 성질을 죽이지 못해서 말이야.”

  입술을 깨물며 자신이 한 실책을 저주했다.
  너무나 멍청한 짓이고, 성공가도에 다다른 자가 괜히 함정 하나를, 자기 무덤을 판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초라했다. 저 맑은 하늘이 자신을 보고 비웃는 것 같으니까. 동시에 한 번은 바라고 싶은 소원이 생겼다.

“제길……..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어. 그래………”

  순간적으로 가슴에 오는 통증.
  그러나 그 통증을 느끼지 못한 채 그녀는 하늘을 보며 마지막으로 어느 광경을 보았다. 바로 자기 눈 앞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콘크리트 파편이………..

-쾅!!

  그걸로 끝이었다.

“훌륭하군요!”

  어두컴컴한 공간.
  그 공간 안에 거대한 원형 탁자가 있었고, 탁자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운을 입은 과학자인 사람도 있고, 군복을 입은 사람도 존재했다. 그런 여러 계층의 사람들은 바로 앞에 보이는 화면에서 감탄과 경멸을 내고 있었다.

-쿠오오오!!

“저게 대체 뭐지.”

  군복을 입은 사람은 저 화면에 나오는 괴물에 대해 그렇게 물었다. 아주 거대한 괴수가 도심지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 거대한 육식공룡, T-Rex와 비스무리한 그 괴물은 포효하면서 도시 건물을 하나하나 파괴하고 있었다.

“저것의 이름은 카사이 렉스(Kasai Rex).”
“카사이 렉스(Kasai Rex)라고?”

  군복을 입은 자의 말에 대답을 하듯,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당연하듯이 말한다. 곧 모든 사람 앞으로 작은 디스플레이 화면이 떠오른다. 곧 화면에는 아까 전의 그 괴물, 카사이 렉스의 자료가 열람되기 시작했다.

“카사이 렉스. 아프리카 카사이 계곡에서 서식하는 신비동물, ​크​립​티​드​(​c​r​y​p​t​i​d​)​ 중 하나입니다.”

  설명과 함께 카사이 렉스는 곧장 앞을 바라본다. 건물을 부수다가 그 괴물의 눈 앞에 나타난 건 오클라시움 군부대. 이미 사태가 심각한 지 전쟁 병기가 배치되었다. 신형 병기인 높이 15m 정도의 MM(Mobile ​M​a​r​i​o​n​e​t​t​e​)​과​ 32m 정도의 GA(Great Amor)가 카사이 렉스와 싸우기 위해서 움직인다.

“원래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 (​C​a​r​c​h​a​r​o​d​o​n​t​o​s​a​u​r​u​s​)라 불리는 육식공룡이 현대까지 살아남아 진화한 존재인 카사이 렉스. 저희 조직을 그걸 잡아 개조하는데 성공했지요. 몸길이 11m에 달하는 거대한 괴물은 더욱 거대화 시켜 이미 병기 수준으로 개조한 크립티드!”

  군부대의 공격에도 카사이 렉스는 묵묵하게 MM과 GA를 파괴하며 그 위용을 높인다. 생물 병기로 개조한 카사이 렉스의 이빨과 꼬리가 모든 것을 부순다. 이제 군부대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카사이 렉스는 모든 것을 짓밟는다.

“높이 6m를 약 58m까지 성장시키고, 앞발은 생체 개조를 실시해 날카로운 단분자 커터 발톱 2자루가 장비!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이제 카사이 렉스는 우리들의 적! 저 지긋한 오클라시움 녀석들을 삽시간에 없앨 비장의 카드가……..

-쾅!!

  별안간 들리는 스피커 소리에 양복의 사내는 고개를 돌려 화면을 본다. 거기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나타나 있었으니 말이다.

“대, 대체!!”

  그리고 그건 사건 현장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갑작스러운 거대 공룡의 습격에 모든 사람들은 미치듯이 도망치고 발광한다. 저런 압도적인 공포에서 살아남는 건 아무도 없으니까. 기동병기를 탄 병사도 마찬가지. 거기다 일반 병기가 통용되지 않는 것을 상대로 시민들을 지키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게 절망에 빠진 사람들 눈 앞에………

-쿵.

“저건……..”
“저것봐! 빛이!”
“천사………”
“아니면 악마인가.”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
  그들이 보고 있는 건 은빛과 금빛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카사이 렉스를 친 것. 그리고 그 빛이 한 번에 아우러지면서 거대한 형체를 만든다. 그래, 그 윤곽이 어느새 사람들 눈에 깊숙하게 새겨졌다. 굴곡이 진 몸매, 그리고 다부진 다리, 마지막으로 사람과 완전히 같은 머리까지.

“저, 저건 대체 뭐냐고!!’

  양복을 입은 사내는 화면 너머에 나타난 거대한 존재, 은빛 몸과 금빛 문신을 지닌 거인을 보며 소리쳤다. 여성의 모습을 한 거대한 인간. 그 거인은 당당하게 모든 사람들 눈 앞에 나타나 카사이 렉스를 일시적으로 쓰러뜨린 째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두근………

‘아픔이 없어졌어.’

  나나는 느꼈다.
  머리에 났던 상처와 고통이 사라진 것을.
  그리고 가슴에 일어났던 고통도 같이 사라진 것도. 그리고 그녀의 눈 앞에 보이는 건……..

‘자, 잠깐!! 이게 대체 뭐야!!’

  그것은 도시.
  도심지가 한 눈에 보이며, 앞에는 별안간 일격에 몸부림치는 거대한 괴물이 보이고 있었다. 곧 나나는 자신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았다. 높이 80m급 빌딩 창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금발만 빼고 완전히 변한 자신의 몸을 보며 경악했다.

‘나, 나……….. 어떻게 된거야!!’

  그런 소리도 나중에. 다시 일어선 카사이 렉스가 그녀를 덮치기 시작했다!
ps.
요새 울트라맨이 땡깁니다.
그리고 거대 히로인도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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