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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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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2화


그 후 설득을 포기한 나는, 묘하게 조용한 쿠로네코와 평소와 같이 시간을 떼웠다.

적당히 시간을 떼우다 쿠로네코와 같이 귀가. 오늘 깨달은 것이라면 세나는 무적이라는 것 정도다.

오늘은 키리노도 독자모델일이 있으므로 키리노의 시스카리 대전상대가 되는 일도 없기에, 집에 가서 낮잠이나 자려고 생각중이다.

그런 평범한 행복감을 곱씹으면서 집으로 가는 도중, 처음 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응? 누구지?"

받을까 말까 5초정도 살짝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누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바로 안받는거야!」

키리노가 좋아하는 인기 애니메이션, 스타 더스트☆위치 메루루의 유명 성우인 '호시노 쿠라라' 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일 리는 절대 없고, 호시노씨랑 목소리가 매우 유사한 카나코 녀석이 틀림없다.

「너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골치아플까봐 알려준적 없는데, 딱히 번호교환을 할 계기가 없기도 했지만.

그러자 카나코는 매우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처음엔 키리노 녀석한테 너네 오빠 번호좀 알려달라고 했더니 아무리 부탁해도 안알려주잖아!! 그래서 수업 끝날때까지 기다려서 선생님한테 키리노네 집전화번호 물어봐서 아줌마한테 물어봤어」

"그렇게 수고를 들여서까지 내 번호를 알고 싶었냐?"

그냥 나한테 말했으면 알려줬을텐데.

그러니 카나코는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긴급상황이니까 어쩔수 없잖아」

"긴급상황? 나랑 연관된 이야기야?"

내가 당연히 품은 의문을 말하자, 카나코는 한박자 쉬더니

「아야세한테 들켰어」

움찔.

솔직히 뭘 들켰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야세의 이름만으로 긴장하기엔 충분했다.

"..뭘?"

"너랑 데이트 한거"

​"​.​.​.​.​.​.​.​.​"​

나는 걸음을 멈추고, 푸른 하늘을 10초정도 올려다보다 핸드폰을 든 손의 반대손으로 눈덩이를 비비면서 말했다.

"짧은 인생이었구나"

「무슨 영문도 모를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내가 그러고 있으니, 같이 귀가중이었던 쿠로네코가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선배?"

"아아 쿠로네코. 미안한데 먼저 가줘. 나는 할일이 있어서 말이지"

내 생에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것들을 해야되거든.

쿠로네코는 아직도 아픈 동생을 보는듯한 시선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봐 선배" 라고 말하고, 먼저 돌아갔다.

"카나코, 너는 굉장히 싸가지 없는 꼬맹이에, 독설가에, 이기적이고, 유아체형에 자기 멋대로인 녀석이지만 너의 프로의식에는 감탄했어. 바보라고 생각했지만 한번본것만으로 대부분의 안무와 노래를 마스터하고, 노래도 잘부르고 말이야. 그리고 브리짓도 잘 챙겨주는거 보고 감동했다. 너가 처음 일할때 기억나지? 브리짓네 가족이 와서.."

「왜 너 곧 죽을 사람처럼 유언을 남기는건데」

"응? 그거야.. 너 내가 살해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길 말을 하라고 전화한거 아니었냐?"

그러자 카나코는 이해가 안간다는듯 '핫' 하고 웃더니 

「지금 신변이 위험한건 나지 이 바보야! 나좀 도와달라고 전화했더니 왜 너가 죽을려고 하는데!?」

그거야 본인한테 '카나코한테 손대면 죽일테니깐요!' 같은걸 들었으니까 그렇지.

"너도 알잖냐, 아야세가 자기 친구 끔찍하게 생각하는거.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긴한데, 내가 키리노나 너한테 오해살일 생기면 위험한건 나야. 아야세 입장에선 너가 피해자니까 상관없지 않아?"

「이봐 로니져.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상식적으로 아무리 친구를 생각한다고 해도- 보통은 그런짓 안해」

그리고 카나코는 "오늘일만 해도 아야세가 광채없는 눈으로 날 죽일듯이 노려봤단 말이야!" 라고 덧붙였다.

".. 무슨일이 있었길래 그러는 거냐"

그리고 카나코가 설명하길, 아무래도 꽤나 난장판이었던것 같다.

카나코는 특유의 성대모사력으로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아야세와 키리노의 흉내를 내면서 이야기를 했다.

1인 3역의 연극같이 진행하는건 아마 연기쪽을 배워서 그런걸까?

아무튼, 카나코에 설명에 따르면 아침에 키리노가 등교하고나서, 카나코에게 따지러 왔다고 한다.

'왜 카나코가 그 바보녀석이랑 친하게 지내는거야?', '그녀석 로리콘이니까 조심해' 등등.

다른건 몰라도 내가 로리콘 이라는건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등교한 아야세가 그 이야기를 듣고, '헤에- 카나코, 키리노네 오빠랑 데이트 한거야?' 라며 다가왔다고 한다. (이 부분의 카나코의 신들린 아야세 연기는 여우주연상 급이었다.)

그러면서 주장하는게, 아마 오늘 자신이 아야세한테 해코지를 당할것이라고 생각나니 비교적 아야세랑 친하면서도 아는 남자인 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려고 전화를 한것이라고 한다.

하긴 이녀석도 담배사건 이후로 완전히 아야세의 다크오라에 당했었지.

"일단 정정해두겠는데, 아야세는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라고. 그리고 아야세가 친구를 끔찍히 챙기는게 아니라면 왜 나한테 협박을 했겠냐?"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랑 시시덕 거리는게 싫은거 겠지」

우와.. 당연하다는 듯이 엄청난걸 말하네.

뭐야. 즉- 아야세가, 날 좋아한다고?

"그 가설은 절대 일어날 수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내가 아야세한테 ​근​친​강​간​시​스​콘​변​태​라​고​ 찍힌 과정을, 이녀석에게 설명하는건 미친짓이겠지.

그러자 카나코는 시간도 없고 더이상 말해도 못알아듣을거 같다면서 결론만 말했다.

「그래서! 무서우니까 오늘만이라도 같이 있어줘」

"너무 이야기가 건너 띈다!?"

「거절하면 너가 맨살위로 내 몸을 마구 주물렀다고 할테니까」

"자폭이냐!!"

모르는 성인남자와 싸우면서도 기가 죽기는 커녕 욕설을 하던 카나코가 이정도까지 궁지에 몰린 쥐가 되다니..

담배사건 이후로 아야세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일은 그만두자.

"그래서? 언제 어디로 가면 되는데?

뭐 저런 흐름이면 승낙 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내 자신도 걱정되지만 카나코도 걱정되기도 한다.

그 후 나는 카나코와 시내에서 만나고, 지금은 근처 큰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다.

키리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성격을 가진 카나코가 이정도로 겁을 먹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평소에는 전기라도 뿜을듯이 찌릿찌릿한 느낌이었던 카나코가, 지금은 마치 다람쥐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만약 만화처럼, 카나코와 브리짓의 영혼이 바뀌어서 겉은 카나코, 속은 브리짓이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같이 있어달라고 해도, 딱히 내가 가능한것도 없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도와달라는 것인지도 모르기에, 지금은 그냥 곁에 앉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저 녀석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우리가 앉아있는 벤치의 11시 방향, 수풀속에 익숙한 세명의 모습이 있다. 

내가 카나코의 부탁을 승낙한후, 최소한의 보험으로 사용한건 키리노였다.

키리노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아야세를 잘 좀 설득시켜달라고 부탁했더니

"너, 구체적으로 장소랑 시간을 말해"

아야세 설득에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알려줬다. 설마 친동생이, 친오빠를 죽이라고 장소를 알려주거나 하지는 않을거라 믿고싶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오늘 독자모델 촬영이 있는게 분명한 키리노와, 쿠로네코와 사오리까지 합세해 노골적인 미행을 하고 있었다.

'다 보인다고..'

하지만 깊은 고민중이어서 그런지 카나코는 전혀 눈치채지를 못했다.

서로의 침묵 속에서 오랜시간 앉아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말을 걸 요령으로 일어나면서 카나코에게 말했다.

"마실거 사올게,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판기 쪽으로 몸을 돌리자 뒤에서 저항감이 ​느​껴​졌​다​. ​

고개를 돌려보니, 카나코가 내 상의 옷자락을 붙잡고 나에게 말했다.

"괘..괜찮으니까 혼자 내버려 두지마.."

큭.. 성격이 망할 꼬맹이어서 그렇지, 이녀석도 외모만 보면 정말 귀여운 편이다.

아야세 때문에 긴장을 해서 그런지, 독기가 빠진 카나코는 소름끼치게 귀여웠다.

"아- 응.."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으니, 다시 어색한 침묵이 돌아왔다. 가시방석이 따로없는걸..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누군가 벤치쪽으로 다가왔다.

흠칫

카나코가 먼저 반응을 하고, 그 후에 내가 고개를 올려보니

"안녕하신가요 쿄우스케 오라버님,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요"

사오리 버지나..가 아니라 마키시마 사오리가 있었다. 그것도 안경과 반디나만 없는게 아니라 완전체의.

엉? 방금까지만 해도 평소의 뱅글뱅글 안경에 오타쿠차림의 사오리가 수풀속에 있었는데, 하고 아까 셋이 숨어있던 장소를 보니 지금은 아무도 없다.

"우연은 무슨.. 너야말로 요즘 자주 그 모습 보이는거 아냐? 처음에는 1년이 걸렸는데"

사오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우아하게 웃더니 말했다.

"사람은 변하는 법이랍니다."

그러냐.. 뭐 나야 오히려 좋다만.

사오리가 거기까지 말하니,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던 카나코가 쭈뼛쭈뼛 나에게 물어봤다.

"저.. 누구야?"

"키리노랑 나의 공통된 친구야. 여담으로 나한테는 연하다"

그러자 사오리는 공손하게, 카나코에게 말했다.

"마키시마 사오리라고 합니다. 키리노양과 쿄우스케 오라버님에게는 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쿠르스양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어요"

남자라면 100명중 90명은 넉다운 당할것 같은 미소를 싱긋 지으며 말하는 사오리에게, 카나코도 사오리가 마음에 들은듯 자기소개를 했다.

"쿠르스 카나코라고 해요. 잘부탁해요"

평소엔 처음보는 사람한테도 반말을 하는 녀석인데, 사오리의 귀녀포스에는 무리인가 보다. 꽤 재밌는 상황이네

그러고 있으니 갑자기 투다다다- 사람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아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봤다. 그러자

"방해하랬지 누가 직접 문제점이 되라고 했어!!" / "당신.. 요즘들어 케릭터가 너무 바뀌었지 않아?"

쿠로네코와 키리노까지 합세하게 됬다.

사오리는 완전체의 의상에서 뱅글뱅글 안경만 솜씨좋게 꺼내 장착하더니

"성공적으로 방해하고 있었다오!"

바로 케릭터가 돌아왔다. 역시 의상이나 반디나가 아니라 저 인격 스위치의.. 아니 사오리 버지나의 본체는 저 안경이 분명하다.

여태까지 귀녀포스를 풍풍 풍기던 미녀가, 갑자기 목소리까지 바뀌어서 옛날 무인같은 말투를 하니 카나코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저 검은여자도 키리노 친구? 키리노 친구는 괴짜가 많네"

"아야세랑 너도 키리노 친구잖냐. 너네도 충분히 괴짜야"

순식간에 떠들석해졌다. 키리노와 사오리, 쿠로네코는 셋이서 또 뭐라뭐라 언쟁을 벌이고 있고. 나와 카나코는 조용히 그것을 지켜봤다.

또각또각-

앞의 소란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 진걸까, 한 인물이 앉아있는 벤치까지 다가오는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코 앞까지 왔을때 비로소 카나코와 나는 동시에 그 인물을 인지했다.

"안녕하세요 오빠. 카나코"

​"​끼​야​야​아​아​아​악​!​!​!​!​!​!​!​!​!​!​!​!​!​!​!​!​!​!​!​!​"​

한심하게도 아야세를 보고 비명을 지른건, 카나코가 아니라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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