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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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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3화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악​!​!​?​"​

"뭐.. 뭐에요?"

내 한심한 비명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건, 당연하게도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카나코였다.

내 비명소리에 놀랐는지, 카나코도 같이 비명을 질렀다. 다들 이런 경험 있지 않을까?

친구들끼리 밤에 담력시험을 한답시고, 폐가 같은 곳을 뭉쳐서 걸어가다가, 한놈이 어디에 부딪치거나 발이 걸려 놀라서 ​'​우​와​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 나머지 인원들은 그 소리에 놀라서 같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게 되잖아. 별것도 아닌데 비명소리라는건 무섭다니까

그리고 자신을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는 친구와 변태(아마도 나)를 보고, 아야세도 적잔치 않게 놀랐는지, 한발자국 물러서서 당황해 하고 ​있​었​다​. ​

"아..아무것도 아니야 깜빡 졸았는데 무서운 꿈을 꿔서 말이지"

"절대로 깨 있었는데요 오빠."

히익! 내가 생각해도 궁상맞은 변명이다. 게다가 아야세는 거짓말을 끔찍하게 싫어하니 최악의 판단이었다.

바로 그때, 큰 소리를 듣고 옆에서 투닥대던 세명이 ​돌​아​왔​다​. ​

그리고 가장 먼저 아야세를 보고 반응한건 키리노였다. 나이스 키리노!

"아야세.. 무슨 일이야?"

가장 친한 친구, 베스트 프렌드를 우연찮게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키리노의 음색과 표정은 그리 반갑지는 않은듯 했다.

"안녕 키리노, 몸은 괜찮은 거야?"

"에.. 응?"

"오늘 몸이 안좋다고 갑자기 촬영을 취소했잖아. 걱정되서 병문안 가려고 하는데, 키리노가 나가는걸 봐서 따라왔는데..."

빙긋 웃으며 말하던 아야세는 끝말을 흐리며, 동시에 표정도 흐려졌다. 그러자 키리노는 당황스러운 기색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야세. 다른 할일이 있었던 것도 있지만, 몸이 안좋은건 사실이야. 이런 컨디션으로 촬영해봤자 제대로 될리도 없는걸"

아아 그래서 촬영이 있는데도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구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키리노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식이 제대로 박혀있는 아이다.

아마 몸이 안좋고 컨디션이 안좋을때 독자모델 촬영을 한다면, 만반의 상태가 아니라면 독자들이 만족하지 못할거라 생각하는거겠지.

그 점은 아야세도 잘 알고 있고 말이야. 게다가 같은 잡지 독자모델이니까, 키리노의 프로의식은 아야세가 나보다 더 잘 알거다.

"응.. 그래, 미안해 키리노. 난 그런것도 모르고 맘대로 오해해서.. 근데.. 카나코랑 오빠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요?"

"아니 저.. 그.. 그게 말이야.."

사실대로, '카나코가 너한테 살해당할까봐 무서워서 같이 있어줬어!'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1분 1초라도 더 숨쉬고 싶다. 진실되게.

내가 적당한 대답을 못고르고 쭈뼛대고 있자, 아야세는 뭔가 얼굴의 윗부분만 음영이 생기면서 말했다.

"제가.. 말했죠? 카나코한테 손대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히...히익! 그러니까 오,오해라고! 키리노 때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죄다 오해라니까!"

"저한테 그런 말들을 해놓고 오해라구요?"

아.

맞다. 분명 아야세 앞에서 근친상간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면서 "난 여동생을 사랑한다!!!!" 라고 했었지.

우헤헿에헹헤ㅔㅎ헿 ㅎㅎㅎㅎㅎ 과거로 돌아가서 어리석은 내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다. 세계랑 계약하고 싶다고.

그러자 옆에서, 겁먹은 채로 듣고 있던 카나코가 용기를 낸듯, 각오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야세!"

"응? 왜그래 카나코?"

... 카나코한테도 저런 표정 짓는구나. 아야세는 역시나 광채없는 눈으로 카나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별로 키리노네 오빠가 손대도 사..상관 안하거든? 그러니까 아야세가 걱정해줄 필요는 없어"

아아 이녀석도 역시 알고보면 좋은 녀석이구나.. 분명 마음에도 없는 소리겠지만, 자기때문에 나와서 고생하고 있는 나를 변호할 목적으로 말해준게 분명하다.

망할 꼬맹이라는 호칭은 (비록 내 안에서 였지만) 바꾸도록 해야겠는걸.

내가 어느정도 감동을 느끼며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아야세는 더욱 싸늘한 목소리로 카나코한테 말했다.

"안돼. 카나코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니까 아무한테나, 조금 친절하게 대해준 정도로 호의를 품는거야. 그런식으로 자기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돼. 카나코가 괜찮아도, 나는, 내가 안괜찮아"

나라면 분명 제대로 겁먹었을듯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싸늘한 느낌의 아야세에게, 여태까지 그렇게 겁먹어 있던 카나코는 갑자기 어떤 용기를 얻었는지, 아까보다 더욱 강인한 어조로, 아야세에게 말했다.

"너야말로, 겨우 조금 친절하게 대해준 정도로 호의를 품고, 그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성숙하지 못한건, 오히려 아야세 너잖아!"

"무..무슨.."

뭔가 평소보다도 험악한 분위기. 원래 아야세가 화를 내면 험악한 분위기인건 당연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무언가가 다르다. 한발자국만 잘못 내딛어도 무언가 깨질것 같은. 위태위태한 분위기다.

"저.. 아야세양? 카나코?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둘다 진정하고.."

내가 말리려고 하자, 아야세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어깨를 부들부들 떨더니, 들릴듯 말듯한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다.."

"응;?"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아야세는 화를 내고 있었다. 평소의 험악한 분위기나 살기가 느껴지는 분노가 아니라.

그저 순수한, 평범한 여자아이가 진심으로 화내는 것처럼. 분명 나에게, 화를 내고 있다.

나는 무섭거나, 화가 난다기 보다, 뭐랄까- 아야세가 안타까운, 구해주고 싶은 느낌이 드는, 그런 종류의 분노였다.

"아야세.."

내가 또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미우라 부장이 말했던 것처럼, 나는 정말 둔감하고, 멍청한 녀석인것 같다.

내가 카나코랑 데이트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를 해서? 아야세한테 거짓말을 해서? 키리노를 오타쿠로 만들어서? (물론 이건 오해지만)

본능적으로, 아야세의 화를 풀어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나와 아야세의 사이에서 나를 방어하듯이, 쿠로네코가 막아섰다.

"정말.. 선배는 정말 잘 휘둘리는 사람이네"

"쿠로네코.."

의도를 몰라 당황하고 있을때, 쿠로네코는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듯한 자세로 당당하게,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아야세에게 말했다.

"이봐 당신. 저 여자의 친구지?"

"..당신은 누구죠?"

"깊게 알 필요는 없어. 나도 당신에 대해, 깊게 알 생각도 없고"

아야세가 불쾌한듯 살짝 얼굴을 찡그리자, 쿠로네코는 조소하면서, 아야세에게 말했다.

"정말, 저 여자도 그러더니, 친구까지 이 모양이야?"

"저 여자라니, 설마 키리노를 말하는 건가요? 내 친구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요!"

이를 뿌득하며, 진심으로 분노하는 아야세.

몇번이나 말했던 건데, 기본적으로 쿠로네코는 소심하다. 연약하다. 나는 그렇게 용감하지는 않지만, 아야세의 박력에는 항상 놀라고 있다.

역시나, 쿠로네코는 표정이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보이지만. 뒤에서 보면 떨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로네코는 반드시 말해야 되는게 있는지, 조소를 멈추지 않았다.

"뭐가 나쁘지 않다는 거지? 그 여자도, 너도,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고, 남을 자기 마음대로, 자기 좋을대로 형편에 좋게 휘두르면서, 그렇다고 자기 마음을 확실히 정한 것도 아니야. 당신같은 경우는- 그래, 자신의 마음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아니, 인정하지 않는게 아니라 정말로 눈치채지 못한걸까?"

"읏..... 당신이 뭘 안다는 건가요!? 키리노에 대해, 저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는 거냐구요!"

거의 오열하다 싶이 하는 아야세에게, 쿠로네코는 말했다.

"적어도, 마력을 쓰지 않아도, 당신이 고민하고 괴로워 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잘 알아. 나도 한때는 몰랐으니까. 같은 고민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어드바이스라도 해주고 싶지만-"

쿠로네코는, 잠시 눈을 감고. 한박자 쉬더니. 눈을 뜨면서 말했다.

"적을 늘리는 것도 좋지 않고 말이야. 그런건 자기가 직접 깨닫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어."

"......"

각오한 표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서 약간은 만족스러워 하는 쿠로네코와 대조적으로, 아야세는 거의 지금당장 주저앉아서 울것같은 분위기였다.

아야세의 싸움을, 조용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우리들 중에, 키리노가 나섰다.

"아야세"

"키리노.."

키리노는 마치 어머니가 자식한테 보여주는 듯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괜찮아ㅡ 울고 싶을땐 울어도, 나도 그러는걸"

"흑.. 키리노... ​으​아​아​아​아​아​아​앙​!​!​"​

아야세는 키리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아직 상황을 이해 못하고 복잡한 나와는 달리, 카나코와 쿠로네코, 사오리는 뭔가 만족한듯 옅게 웃음을 ​띄​웠​다​. ​

뭐야 대체? 해결된건가?

울고있는 아야세와, 그 아야세를 다정하게 안아주고 있는 키리노를 두고 카나코와 쿠로네코, 사오리는 이만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떳다.

"어이 로니져! 뒤는 맡길테니까!"

"흥, 이 사태의 반 이상은 선배가 초래한 결과니까"

"훗훗훗. 쿄우스케씨의 둔감력은 정말 상상이상이오!"

이녀석들이 왜 다 내 책임으로 돌리는 ​거​야​!​? ​

이제 눈물샘이 텅텅 비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울던 아야세는,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지. 우는걸 그만뒀다.

"흑.. 훌쩍.. 미안해 키리노.. 옷 더럽혀서.."

"아니야 아야세, 신경안써"

그러자 아야세는, 키리노 품에서 일어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그래도, 키리노의 촬영이 펑크난것도 있고, 사실 나도 오늘 아프다고 해서 나온거라.. 게다가 요번주 촬영에 남자모델도 부모님이 아프시다고 시간이 안된대"

진정된듯한 아야세는, 마치 처음 키리노에게 말하려다가 잊은듯한 이야기를 말하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래도 경험이 있는 오빠가 도와줘야겠어요."

충혈되고, 약간 붓기까지 한 아야세의 얼굴은 평소보다도 연약한 분위기를 띄어서 사랑스러웠다.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졌고, 눈앞에서 저렇게 까지 울고있었던 여자애가 하는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겠지.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게"

그러자 아야세는, 터무니 없는걸 말했다.

"저희와 같이 모델 촬영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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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신공 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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