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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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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6화


잠이 들지 않아도, 눈을 감고 몸에 힘을 푸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피로회복이 된다. 

익숙하지 않은 차에서 편하게 잠이 들 정도로 둔감하지는 않아서 (그래 그래, 육체적으로 말이야 육체적으로. 나도 둔감한거 안다고) 적당히 목적지에 도착해서 차가 멈출 때는, 알아서 눈치채고 눈을 뜨게 됬다.

"도착했습니다."

야부키씨 (키리노 녀석이 말했으니 맞겠지 뭐) 가 목적지에 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나서,

적당한 인사치례를 한 후 차에서 내리니, 꽤 깔끔한 건물이 눈에 보였다.

'꿀꺽..'

막상 와보니 긴장되는데.. 내가 마른침을 삼키자, 아야세에게 그 소리가 들렸는지 안들렸는지, 혹은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챘는지 말했다.

"그리 부담갖지 마요. 그리 어려운 일은 없을거에요."

없어요. 가 아니라 없을 거에요. 라니, 위로로서는 빵점이다.

"자, 이런데서 미아되지 말고, 제대로 따라와"

키리노가 그렇게 말하며 앞장스자, 길도 모르는 나는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조금 걷다가,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하고, 조금 더 걸어서 키리노가 들어간 방에 들어가자, 20대 후반쯤으로 보일까, 마르고 세련된, 분위기는 좀 경망스러운 남자가 있었다.

"아, 키리노양, 아야세양 어서와"

"안녕하세요. 감독님"

아야세는 그렇다 치고 키리노 까지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말을 하는걸 보니, 아무래도 이 사람이 촬영감독인가보다. 감독은, 익숙한 얼굴들에게 인사를 하고 당연히 처음 보는 얼굴인 나를 보며 말했다.

"응? 자네는?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기억이 났다는 듯이, 말을 가로치며

"아~아~ 오늘 새로 온다던 모델? 으응, 분명 아야세양 추천이었지?"

"네.."

예상대로 정신사나운 남자다. 이런 타입은 대하기가 껄끄러운데,

그리고 감독은, 나를 감정하는 듯,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으흥. 음."

"큭;;"

이거 굉장히 불편한데... 그렇게 한 20초정도 훑어보다가, 감독은

"뭐 얼굴도 나쁘지 않고... 키도 큰편이고.. 응 뭐 나쁘지 않네. 아, 잠깐만"

그리고 감독은 와서 내 어깨나 허리같은 곳을 주물럭대기 시작했다.

"힉!"

"따로 운동같은건 안하지?"

"아 네.."

아야세와 키리노는 뭔가 재밌는 구경이라도 한다는 듯이 굉장히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감독은 '음,음' 하는 뭔가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몸도 그럭저럭 괜찮네, 응 나쁘지 않아."

하아.. 드디어 끝인가, 아무리 몸을 확인한다고 해도 남자가 주물럭 거리면 ​생​리​적​으​로 ​

혐오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정말..

"자, 그럼 가서들 의상들 입고, 20분 뒤에 모여~

"네~"

아야세와 키리노가 대답하고, 뭔가 둘이서 킥킥대며 나가자, 나도 어영부영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아.."

"응? 왜그래요 오빠?"

"아니, 좀 상대하기 힘든 사람인것 같아서"

그러자 아야세는 킥킥대며 웃으면서

"다들 그래요, 뭐랄까,예술가들은 좀 제멋대로란 느낌이 있잖아요? 감독님은 딱 그 느낌이에요"

말을 끝내고도 아야세는 다시 킥킥대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길래 그래?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서 같이 킥킥대던 키리노가 입을 열길-

"아, 그리고 게이야"

"네?"

...뭐?

"야부키씨가 말했잖아? 일하는데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이런 의미야. 쿡쿡, 너, 감독이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거 같은데, 킥킥" 

요즘 뭐랄까... 주위에서 굉장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거 같은 경황이 있는데

.. 설마.. 키리노 녀석이니까 충분히 나를 놀리려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진짜?"

내가 아야세를 보며 말하자 아야세는 양손으로 입을 막고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도 '풉..' 하는 소리는 새어나오지만, 아무래도 상황을 보니 진짜인거 같은데.

"설마 전에 모델이라는 사람도, 부모님이 아픈게 아니라 이거 땜에 안오는거 아니야..?"

내가 농담 반쯤으로 말하자, 아니 제발 부정해줬으면 좋겠는데.

"뭐.. 그럴 가능성도 있지"

깨끗하게 키리노가 내 희망을 부정해줬다.

설마 이거 함정!? 아야세에게 이미 ​근​친​강​간​시​스​콘​변​태​로​ 찍혀있으니, 키리노에게 찝적대지 못하게 금단의 길로 빠트리게 할 속셈인가!? 내가 아야세를 쳐다보면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니, 아야세는 상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자~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오빠는 먼저 메이크업부터 받고 오세요."

"에? 나도 화장하는거야?"

"그거야 당연하지. 연예인들도 맨얼굴로는 TV에 안나온다고."

아야세와 키리노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이따 뵈요!" 하면서, 내가 충격적인 사실에 정신적 회복을 꾀하며 멍해 있을때, 가버렸다. 어이, 메이크업 받는데가 어딘지 알려줘야 될거 아니야. 어쩔 수 없이 전화라도 해서 다시 불러야겠다.

"응? 자네 여기서 뭐하나?"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감독이 있었다.

"아 네 저기.. 키리노가 메이크업을 받으라는데 어디로 가면 되죠?"

"아아 그런건가, 자 안내해주지"

나는 조심히, 나의 정조를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

감독이 안내해준 방이 사실은 함정이었다! 같은 전개가 제발 일어나지 않게 조심히 말이야...

메이크업, 이라고 해도 저번 코스프레 대회에서 처럼 조금 자극적이고 진한 화장이라기 보다, 요번에는 그저 자연스럽게 하는 화장이었다. 에.. 분명 이런 기초화장을 뭐라고 했었던거 같은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그 후에 화장을 해준 누나가 의상실을 안내해주고, 매니져인지 직원인지, 그것도 아니면 코디네이터인지, 하는 누나가 건내주는 옷을 받고, 탈의실에서 입고 나왔다. 옷의 사이즈는 소름끼치게 딱 맞아서, 혹시 그 누나분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신체사이즈를 아는 신비한 능력 (나중 쿠로네코 왈, 의상판 직사의 마안) 을 가진게 아니라면 아마... 그 감독이 주물럭댈때 사이즈를 잰거 같다. 

전자든 후자든 소름끼치게 무서운데.

그 후, 역시나 안내를 받아 촬영장을 가니, 처음 보이는건 촬영세트.

TV에서나 보던, 조명등에, 우산같은 것도 여러개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소품도구.

그리고 촬영을 준비중인 아야세와 키리노가 있었다.

"아 자네, 코우사카군이라고 했나? 이리로 와"

아야세와 키리노 앞에 있는 감독이 손짓을 하며 말하자 나도 감독 앞까지 갔고, 감독은 이내 설명을 계속했다.

"요번에 촬영할건 음.. 그래, 키워드는 연인이랑 남매야. 키리노양이랑 코우사카군이 연인. 아야세양이랑 코우사카군이 남매로 따로 촬영할거야. 뭐, 이의없지?"

헹. 이사람 아직 키리노에 대해 모르는구만, 나랑 연인컨셉이라니, 당연히 키리노 녀석이 노발대발 화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키리노와 아야세, 둘다 별말이 없었다.

키리노 녀석이 생리적으로 나를 거부하는 것과 일에 대한 프로의식. 그 둘이 싸워서,

아무래도 일에 대한 프로의식이 승리했나보다. 뭐 내 의사는 묻지도 않겠지만.

그리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내가 입은 의상은 뭐랄까, 옷 자체에 그렇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 자세히 명칭까지는 모르겠지만 신쥬쿠쪽에서 옷 잘입는 대학생 정도 느낌이 난다. 전체적으로 갈색으로 포근한 이미지를 준다.

바로 촬영한건 아야세와의 남매. 라고는 해도 뭐 모델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뭐 일단 편한대로 있어. 나는 신경쓰지 말고. 아야세양이 도와줄거야"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 끝이었다.

그 후 쭈뼛대는 나에게, 아야세가 말했다.

"딱히 포즈를 잡고 그런게 아니라, 편한대로 있다 보면 알아서 감독님이 좋은 타이밍에 찍어주셔요"

"편한대로 있으라고 해도 말이야.."

이런 상황에 편할리가 없잖아. 낯선 환경인데.

"그럼 아무 상관도 없는 잡담이나 할까요?"

"뭐 나야 좋지"

아야세는 살짝 텀을 준 후에

"제가 키리노랑 싸우고, 오빠가 근친상간 커밍아웃을 하면서, 화해시켜줬잖아요"

"어 응.. 그래"

지금 이 타이밍이 아니라면, 그게 오해라고 설명할 날은 평생 오지 않을것 같지만...

뭐 아무래도 좋나, 이미 다 지난 일이고, 나를 ​근​친​강​간​시​스​콘​변​태​,​ 예비성범죄자라고 인식하는 아야세랑의 관계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다. 괜히 무리해서 모험을 해볼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키리노의 체면도 있으니까

"그날 제가 보낸 문자, 기억하세요?"

"아 응. 기억해"

기억은 커녕. 아야세의 문자는 전부 저장해놓는다.

... 스토커라던가 변태라던가 그런건 아니라고.

"거짓말쟁이 오빠. 라고 했었죠? 사실 그날, 오빠가 키리노와 저를 화해시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는걸 알고 있었어요"

"... 그래, 알고 있었구나."

"그거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고마워요. 덕분에, 키리노랑 사이가 틀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친해질 수 있었어요"

빙긋 웃는 아야세. 나도 뭔가 뿌듯한 마음에 표정이 편해졌다.

찰칵

작은 셔터소리. 신경이 쓰일만큼 크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무시하는게, 촬영에도 좋겠지.

"에 잠깐, 그럼 오해라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왜 변태취급 하는건데?"

"네? 그거야,"

아야세는 빙글 돌아, 나에게 뒤를 보이며 두걸음쯤 걸어가더니, 다시 내 방향으로 빙글 돌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랑 관계가 없어도, 오빠가 시스콘이라는건 알고 있다구요?"

"얌마 터무니 없는 오해다! 키리노 녀석이 뭐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저번게 오해라는게 알면 이번것도 좀 믿어달라고"

찰칵

"풉... 하하하하하하하~"

찰칵

한참을 웃던 아야세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잡혔는지, 물방울을 훔치며

"정말~ 오빠랑 있으면 심심하지가 않아요. 키리노는, 항상 이렇게 재밌어 하는건가요?"

"뭐, 저 녀석은 나를 꺼리니까 말이지. 본인한테 물어봐"

그런 느낌으로, 처음보다 훨씬 편해진 표정으로, 조금 시간을 더 써서, 찰칵, 하는 셔터소리의 횟수를 까먹을 때 쯤 촬영을 종료됬다. 이거 은근히 재밌는데,

그리고 시작되는 키리노 녀석과의 촬영. 나는 의상이 바뀌었는데, 전체적으로 검은색 바탕의, 샤프하게 멋진 의상이었다. 이런게 나랑 어울리려나.. 하는 걱정을 가지고 들어가니 감독이 미묘한 표정으로

"음..."

하면서, 살짝 고민하다가, 옆에있던 여자분을 부르며

"쿄우스케군 머리에 왁스좀 발라봐, 앞머리를 좀 올리는 느낌으로"

그렇게 말하자, 여자분이 다가와서 의자에 앉으니, 막힘없이 머리에 왁스를 바르기 시작했다. 다 완성이 된듯, 여자분이 나가자 감독은

"응 그래. 좋아."

준비된 거울로 확인해보니, 저번에 했던 내 평균 머리와 올백머리의 사이랄까,

숙련된 기술자의 기술로 멋드러지게 올라간 머리는, 전체적으로 검은색 바탕에 넥타이 까지 있는 의상과 소름끼치게 잘어울렸다. 뭐랄까, 나쁘게 말하면 좀 양아치 같고, 좋게 말하면 샤프하고 시크한, 그런 느낌.

"뭐 쿄우스케군은 기본적으로 눈이 좀 의욕 없어 보이는, 죽은 눈이어서 말이지. 그런 스타일로 세팅하면 잘 어울리네"

감독이 그렇게 말하고, 촬영이 시작됬다. 역시나 이번에도, 편하게 대화를 하거나, 키리노가 리드를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됬다. 적어도 난 경험치 면에서는 절대 부족하니까 말이야.

"헤에, 생각보다 잘어울리네"

"그러냐?"

"뭐, 나랑 비슷한 유전자가 1% 라도 들어갔을테니까, 너무 촌스러우면 내가 다 창피하다고"

"촌스러워서 미안하게 됬네~"

찰칵

"그러고 보니, 예전보다는 확실히, 너랑 이렇게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는것 같다."

"..갑자기 무슨 기분나쁜 소리야?"

"아니 뭐랄까- 쿠로네코와 사오리를 만나기 전에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가 조금 힘들다구"

"뭐 그때야 너도 충분히 재수없었으니까"

"헹, 누구씨처럼 잘나가는 동생을 두면은, 아무래도 나는 부모님한테 잔뜩 구박받는다고?"

"에..? 그랬어?"

"너는 못느꼈냐? 네 방은 리폼까지 해주고, 내 방은 리폼은 커녕 열쇠도 안달려 있잖아"

"......"

찰칵

"뭐, 확실히 나도 그때는 너한테 쌀쌀맞게 대했으니까. 지금에서야 말하는건데, 쿠로네코의 말대로, 나는 확실히 너를 질투했었나봐"

"... 질투?"

"아아.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것도, 재능이 뛰어난것도, 전부다 말이야.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너는 재능보다, 엄청난 노력가라는걸 ​알​았​으​니​까​. ​

노력도 별로 안한 내가, 너를 질투하면서 재능탓이다 라고 핑계댄건, 엄청나게 비열한 짓이었지"

"... 나 때문에..."

찰칵

"아 아니야 오해하지마. 뭐 쿠로네코랑, 사오리랑, 너랑 어울리면서, 너에 대해 더 알게 되고 내 나쁜점도 파악했고, 자랑은 아니지만 그 이후로 너를 본받아서 이것저것 노력한다고? 성적도 굉장히 올랐고 말이야"

"응.. 그래. 그럼 된거야."

찰칵

잠시 풀이 죽은듯했던, 키리노는 다시 기운을 차렸는지 이내

"그래. 이 뛰어난 여동생을 뒀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너도 뛰어날 수 있도록 노력이라도 해보란 말이야!"

"뭐 너 정도까지는 절대 무리지만"

찰칵

뭐 또 그런 느낌으로 30분쯤. 촬영은 종료됬다.

뭐랄까.. 촬영이 아니라 오늘은 고해성사 같은 느낌인데.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감독은 굉장히 만족했다는 듯이

"오늘은 아야세양도 그렇고 키리노양도 그렇고 왜이렇게 사진이 좋아? 쿄우스케군 때문인가?"

"뭐 컨디션이 좋아서 그래요"

"흐응.."

그리고 사진들과, 이름들이 써져있는 표를 보더니 감독은

"에.. 아라가키 ​쿄​우​스​케​군​이​었​나​?​"​

"네? 코우사카 인데요"

"엥?"

감독은 잠깐 갸웃이더니

"아야세양이랑 남매에 키리노양이랑은 연인 아니었어?"

"무슨 오해를.."

"아니 너무 자연스럽길래."

굉장히 재밌는 사람이네. 정신사납고. 예술가란 사람들은 역시 알수가 없다.

그러자 키리노는 빠르게 나에게 등을 돌려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역시나 화가 났는지 감독에게

"그, 그럼 ​가​보​겠​습​니​다​!​" ​

하고 뛰쳐나갔다. 정신없구만. 그럼 나도 가도 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아야세가 말했다.

"자 오빠. 그럼 다음으로 가죠"

"응? 다음?"

키리노랑 아야세 촬영을 했으니. 끝 아닌가?

"카나코가 남아있잖아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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