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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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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1화


아버지에게 하루종일 꾸중들은 다음날. 월요일 아침.

뭐랄까, 변화라는 것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서서히, 알아챈다기 보다 어느순간 '아 변했구나' 라고 ​깨​닫​는​것​, ​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그렇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대비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크게 바뀌어서 너무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어이 아침이야. 일어나"

아마 이 경우가 두번째 ​경​우​겠​지​. ​

나는 내 침대에서 상체만 들어서, 나를 깨우러 온 인물을 봤다.

내 여동생, 코우사카 키리노. 용모단정, 학업우수. 외모는 왠만한 아이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귀엽고, 독자모델까지 하고 있어서 옷입는 센스도 발군.

심심해서 쓴 휴대폰 소설이 책으로 쓰게 되고, 게다가 부활동으로 하는 육상은, 아직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유학을 권할 정도로 ​뛰​어​나​고​, ​

그런 주제에 공부까지 잘해, 현내에 손가락에 드는 성적을 유지중이다.

이렇게 초인같은 여동생의 재능을 질투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키리노는 사실 재능이라고는 그렇게 큰 녀석은 아닐거다.

키리노가 미국에 가기 전 보여준 초등학교때의 달리기 기록이 그 증거다. 굳이 말하자면, 신에게 받았다고 할만한건 외모밖에 없겠지. (물론 가꾸는 것도 따로 있었겠지만)

누구보다 두배, 세배를 노력하는 노력파. 그것이 코우사카 키리노의 정체. 열등감도, 분노도, 그런걸 모두 이를 꽉깨물고 견뎌서, 노력으로 승화시키는 노력파.

심지어 유학갔을때, 친구들에게 연락을 안한 이유라는게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스스로에게 사슬을 걸었던 것이라고 할때는 솔직히 어이도 없었다. 어딘가의 여단이라도 잡으러 가는 녀석이냐고.

그리고 키리노의 말에 따르면, 그런 '사슬' 은 그것 말고도 있다고 한다.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건 여동생 자랑의 브라콘 오빠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사실을 말해주는거다. 뭐라고 해도, 내 여동생은 대단한 녀석이다.

뭔가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그래서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게 뛰어난 여동생과 평범한 범인인 오빠. 사이가 좋을리도 없고, 물론 최근에야 키리노 녀석을 도와주면서 공통적인 친구가 생기고 하다보니 옛날보다 관계는 좋아졌지만, 나와 키리노는 사이가 안좋다는 것이다.

그런 키리노가 아침시간에 나를 깨우러 왔다는 거지. 이런게 큰 변화가 아니면 뭐겠어.

솔직히 말해서, 이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친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쪽' 일이 아니면 별로 친하지도 않고.

"음. 꿈인가."

나는 그렇게 솔직한 감상을 말하며,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당기려고 하는데,

"일어나란 말 안들려! 이 멍청아!"

"크헉!?"

배에 굉장한 격통을 느끼며 일어났다. 엘보드랍이라니!? 죽일작정이야!?

"뭐하는 짓이야 임마!!"

시계를 보니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20분은 ​빠​르​다​. ​

고등학생에게ㅡ 아니, 아침에 통학을 하든, 출근을 하든, 아침에 일어나는 자에게 20분은 커녕 5분의 수면은 정말 달콤한 꿀과도 같다.

"뭐야! 기껏 여동생이 깨워줬는데, 다시 자려고 하는게 죄악 아니야? 믿을 수가 없어! 오빠로써는 최고의 ​시​츄​에​이​션​이​잖​아​!​"​

"게임과는 다르다 게임과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침에 여동생이 깨워준다는 시츄에이션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고, 오빠로써는 굉장히 바람직한 상황이지만,

여기서 긍정한다면 나도 키리노 녀석 때문에 에로게임에 완전히 빠졌다고 인정하는 꼴이 됬기에, 부정했다. 그것 말고도 내 달콤한 단잠을 뺏겨 약간 짜증난것도 있지만.

"하아.."

나는 한숨을 쉬고, 뒷머리를 긁으면서 방해꾼에게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 생긴건가, 키리노의 변덕인가 궁금해서 말한 것이었는데, 키리노는 무슨 당연한걸 물어보냐는듯, 바보를 보는 시선으로

"아침먹으래"

그렇게 말하는 키리노를 보고 지금이야 눈치챘는데, 키리노는 이미 교복도 입고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이녀석은 항상 나보다 일찍 등교했었지.

더 이상 키리노에게 짜증을 내는 것도 의미가 없기에, 20분이나 일찍 깨워져 졸린 멍한 눈으로 키리노를 따라 내려갔다.

보통, 나갈준비를 다 하고 아침을 먹고 나가는 키리노와는 다르게, 나는 일어나자마자 어영부영 아침을 먹고, 씻고 나갈준비를 하고 나서 등교한다.

즉, 아침식사의 시간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역시나 거실로 내려가니 어머니는 식사준비중이었다.

"왠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니?"

"네, 뭐.."

건성으로 대답하고 나는 키리노를 흘겨봤다. 아침먹으라매!? 어머니는 깨우라고 한적이 없는것 같다?

그러자 내 시선을 느끼고, 눈이 마주친 키리노는 오히려

"뭘 멍하니 서있어? 시간이 남으면 등교준비나 하면 되잖아"

"어이.."

난 아침먹고 들어가서 조금 더 자려고 했었다고.

하지만 키리노의 그 말에 어머니까지 싱글벙글 쳐다보니, 이대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숨을 쉬며 씻고 등교준비를 마쳤다.

교복까지 입고 내려오자, 시간에 딱 맞게 아침식사 하는 시간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서, 내 밥공기에 밥을 푸려고 하니

"자"

"오,오우. 쌩큐."

키리노 녀석이 밥을 퍼줬다. 당황하긴 했었지만, 전례가 없던 일도 아니다. 비록 그때는 키리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이었고, 부모님에게도 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에게만, 밥을 퍼줘서 넘겨줬다.

내가 당연히 이상한 의문을 느껴서, '설마 이녀석 또 유학가나' 라고 생각한건 당연한 일이고, 저번에 키리노 녀석에게 말해서 무릎을 걷어차였기 때문에 본인한테 물어보기도 뭐했다.

나는 밥공기를 받고 역시나 신기해하는 부모님을 보며, 안면으로 '얘 왜그래?' 라는 표정을 만들어 고개를 갸웃하니, 어머니는 어깨를 들썩이는 제스쳐를 취하며 '나도 모른다' 라고 대답해주셨다.

뭔가 가시방석 같은 느낌으로도,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아침을 먹고나서, 평소보다 시간이 남으므로 뭐할까- 하고 있으니

"나가야지, 뭐하는 거야?"

키리노 녀석이 말했다. 뭔가 평소보다 이상한 키리노기도 하고, 솔직히 집안에서 짧은 시간동안 시간떼울것도 없어서. 마나미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먼저 등교해야겠다.

신발을 신고, 키리노와 같이 나가면서 마나미에게 '오늘은 먼저 가니까 기다리지 말고 너도 가' 라고 문자를 보내고 있으니 키리노가 물었다.

"누구한테 보내는 거야?"

"마나미.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까"

그러자 키리노는 불쾌한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야, 그 수수녀랑 매일 같이 등교하는거야?"

"그거야 집도 가깝고, 어쩌다보니 등교하는 시간도 같으니까 말이지"

"어쩌다 보니.. 라.."

키리노는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듯 했다. 아 여담으로, 키리노가 마나미를 수수녀라고 부르지 않는건 세나가 부녀자를 포기할 확률과 비슷하므로, 꾸중을 하는 것도 포기했다.

기본적으로 키리노가 다니는 학교와 우리 학교의 등교길은 거의 비슷하다. 키리노 쪽이 더 멀기에, 키리노는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큰길이나 그 전 샛길에서 빠져서 좀 더 가야된다.

하지만- 이렇게 둘이 등교하게 된건 처음이었다.

"..."

"......"

​"​.​.​.​.​.​.​.​.​.​.​.​"​

​"​.​.​.​.​.​.​.​.​.​.​.​.​.​.​.​.​.​.​.​.​"​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 속에, 속도를 맞춰 걸어가던 중에, 이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먼저 연건 나였다.

"오늘은.. 무슨 일이냐?"

"..."

키리노는, 약간 침묵을 지킨후

"여동생이 아침에 깨워주고, 여동생이랑 등교 하는게 그렇게 이상해?"

너에 한해서 이상하지. 라고 나오기 일보직전의 말을 다시 삼키고

"여태까지 이런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무슨 바람이 불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별로-"

그렇게 대화는 중단되었던 것처럼 보였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우리 학교 앞의, 그러니까 키리노 녀석은 나를 두고 좀 더 가야하는, 횡단보도의 빨간불에 걸려 서있으니. 키리노가 말했다.

"단지..."

"응?"

키리노는, 자책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참회하듯이 말했다.

"너가 아무것도 관심 없어보이는 듯한 그 죽은눈에, 징그러운 애정결핍까지 걸린건, 내 탓도 있으니까.."

"하아..?"

이녀석 설마.. 저번에 말한 그것 때문에, 자책감을 느끼고 있는건가. 그래서 책임을 느끼고 미안해 하는건가? 내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키리노가 걱정되는 것도 있지만 내 안위도 걱정됬다.) 그리고, 횡단보도의 빨간색 불이 녹색으로 바뀌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반쯤 지나갔을때, 키리노는 멍하니 있는 나를 내버려 둔채로, 횡단보도로 뛰어가며 외쳤다.

"멋대로 착각은 하지마! 그저 너한테 빚이 있는게 기분나빠서 그러는 거니까!"

'착각하지 마' 인가. 에로게임에서는 1000% 호의인 말인데 말이지. 현실은 ​다​르​니​까​. ​

쌩하니 달려가는 키리노에게 "횡단보도에서는 뛰지마 임마" 라고 뒤에서 말하고, 나도 걷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뭐랄까ㅡ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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