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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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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3화


변화라는 것은, 한번 시작되면 무너지는 댐처럼 물밀듯이 계속된다.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인간이고, 티비에서는 항상 변화를 두려워 하는 정치인들과, 변화를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싸우는걸 많이 보게된다.

개인적으로는 변화라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마 오늘까지. 세상 만사, 변화없이 평화로운게 제일이라고. 아마 나는,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적게 끼치는 것들은 변화해도 상관 없다고 느끼면서,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변화는 그지 달갑게 여기지 않는것 같다. 

어찌 이리 지조가 없는지..

"안녕 키리노! 안녕하세요 오빠"

"아, 아야세?"

평소처럼, 아니 평소대로는 아니지. 어제부터 시작된 키리노의 이상행동. 이라고는 해도 보통의 여동생이라면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겠​지​만​. ​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주변에 여동생을 가진놈이라고 해도 참고안되는 아카기놈 밖에 없으니까)

아침에 나를 직접 깨우고, 아침을 먹고, 같이 등교하는 행동은 오늘로 두번째다. 아마 길어봤자 일주일, 빠르면 내일이면 "아 귀찮아 죽겠네! 니가 알아서 해!" 라면서 그만둘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나도 별 말 없이 따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오늘로 인해 찾아온 세번째 변화는, 키리노와 함께 코우사카가를 나오자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야세였다.

참고로, 저 얼빠진 소리는 내가 한게 아니라 키리노가 한 말이다. 키리노도 아야세가 오는줄 몰랐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키리노는 좀 적잖치 않게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20분 정도 일찍 등교한다길래, 나도 등교시간을 맞췄어. 항상 같이 등교했잖아. 그렇지?"

아야세는 키리노를 향해 방긋 웃은 후, 이내 나에게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후후... 키리노가 저를 버리고, 먼저 등교하는건 오빠 때문이죠?"

"아니 나 때문이라고 할까.. 분명 나 때문인건 맞지만 내 책임은 아니다?"

"그러니까 오빠가 키리노에게 또 무슨짓을 못하게, 제가 키리노랑 등교시간을 맞춘거에요. 문제 없죠?"

뭐랄까, 좀 변명하는 느낌이 드는 듯 한건 기분탓인가?

"뭐 마음대로 해"

나야 어찌됬든 ​마​이​러​블​리​엔​젤​아​야​세​와​ 조금이라도 같이 등교한다면 ​환​영​이​라​고​. ​

몇일 안가겠지만, 이게 아쉽게 느껴질줄은..

키리노도 아야세와 매일 등교하다가, 죄책감과 책임감 때문에 아야세를 포기한건데,      이렇게 나오면 키리노의 경우는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키리노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그래서 셋이서 등교하게 되었다. 아마 내 기분탓이었는지, 키리노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야세와 재잘거리면서 붙어서 가고, 나는 그 옆을 따라서 걷고 있었다.

그리고ㅡ 집에서 나와, 얼마 안가서 보이는 갈랫길에서 네번째 변화랑 맞닥뜨렸다.

"안녕 선배, 우연이네"

"뭐가 우연이야 이 속까지 검은게!"

갈랫길 앞, 쿠로네코와 귀가하면 집이 반대쪽인 쿠로네코와 항상 헤어지던 그 갈랫길에서, 쿠로네코가 있었다.

내가 뭐라고 인사를 하기도 전, 키리노가 선수를 쳤고, 키리노의 소리를 듣고 평소처럼  ​여​유​있​는​듯​ 표정으로 키리노를 놀리려고 고개를 돌리던 쿠로네코는, 나와 키리노 외    제 3의 인물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선​배​,​ 이건?"

"이거라니.."

내가 뭐라고 설명을 하려고 하자, 이번엔 아야세가 선수를 치며 말하기 ​시​작​했​다​. ​

나도 말좀 하자 이것들아.

"안녕하세요, 고코우씨. 보내드린 잡지는 잘 보셨나요?"

"에에. 보내줘서 고마워. 아~주 잘 보고 있어. 스크랩해서 벽지에 붙여놨을 정도인걸. 아, 실수로 대부분 여자쪽이 잘려나갔는데 상관없지?"

"네, 가위질이 미숙한 고코우씨니까 제가 이해해 드려야죠."

둘다 방긋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분명히 대기는 ​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ㅡ​ 하면서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위질이 미숙하다니... 아야세는 쿠로네코의 손재주를 모르는구만.

"그래서? 그 이기적인 아라가키양은 여기서 뭘 하는걸까?"

"뭘 하다니.. 친구랑 등교하는게 그렇게 이상한건가요? 귀축오빠가 시켰는지도 모르지만, 등교시간이 빨라지니 제가 그것에 맞춘거 뿐이에요."

"엄청나게 변명으로 들리는걸. 다른 이유가 있는건 아니야?"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는 쿠로네코에게, 아야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럼 고코우씨는 여기서 뭘 하고 계신건가요?"

훌륭하게 대답을 회피했다.

쿠로네코는 추궁을 하기는 커녕, 자신도 당연하다는 듯이

"같은 학교에 방향까지 같으니 '우연' 하게 만나게 된거지, '운명' 일수도 있고."

"무슨 알 수 없는 소리를... 오히려 그쪽이 더 변명으로 들리네요..."

어이가 없다는듯 대답하던 아야세는 이내 뭔가 깨달았는지, 눈을 크게 뜨며 나에게 말했다.

"오,오빠 고코우씨랑 같은 학교였어요?"

"어? 어 뭐.. 같은 학굔데?"

"칫..."

혀를 차는 아야세에게 쿠로네코는, 마스케라의 ​퀸​오​브​나​이​트​메​어​같​은​,​  오만한 여왕님같은 표정을 지으며

"당신들이 고교입학 할 쯤에는 선배가 졸업하겠네"

뭔가 놀리고 있었다. 뭘 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이 둘.. 완전히 상극인 이 둘이, 이렇게 까지 친해 보이는건 역시 키리노 덕분인가?

아니면, 나의 노력으로 아야세가 오타쿠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를 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 약간씩은 다르지만, 쿠로네코의 아야세 취급은 거의 키리노와 비슷하다.

뭐 그렇게 한차례 더 신경전(?) 이 계속된 후,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나 때문에 일단락.   이번엔 넷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위치는 오른쪽에 키리노와 아야세가 있고, 가장 왼쪽에 있던 내 옆에 쿠로네코가 서서 걷기 시작했다. 졸지에 가운데. 양손에 꽃이라는 시츄에이션에 등교하는 남학생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다른 이상이 없다면 완전 자신있는 표정으로 '우하하하! 양손에 꽃이다 꽃!' 이라며 지나가던 남학생들에게 '부러워 죽겠지' 염파를 보내겠지만ㅡ

"..."

​"​.​.​.​.​.​.​.​.​"​

​"​.​.​.​.​.​.​.​.​.​.​.​.​.​.​.​.​"​

셋 다 뭐 때문인지, 침묵이지만 불편한 침묵이 계속되고 있었다. 게다가 가운데 껴있으니 그 압박감은 더하고 말이야.. 이렇게 등교길이 멀다고 느낀건 처음이다.

내가 그렇게 느끼던 말던, 시간은 정직하게 흐르고 우리의 발도 쉼없이 걸은 결과, 우리 고등학교 앞 횡단보도까지 오게됬다.

이제 이 압박감에서 끝이구만! 하면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이내 파란불이 되고 건너기 시작했다. 아 여담으로, 마나미는 키리노와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기라면서, 따로 등교하게 됬다. 전통과자집은 아침에도 여러모로 바쁜가보기도 하고.

"자, 그럼! 나중에 봐요 오빠!"

쿠로네코와 아직 그렇게 까지 친한건 아닌지, 아야세는 나에게만 작별인사를 했다.

내가 대답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쿠로네코가 선수를 치며

"응 그래, 잘가 아라가키양"

"왜 당신이 대답하는 거에요!"

나도 말좀하자... 오늘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아야세는 할말많은 표정으로 궁시렁대며 키리노 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키리노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듯 집중을 하고 있었다.

"키리노?"

아야세가 그렇게 물어보고, 횡단보도 앞에서 이렇게 뭉쳐있는 것도 실례기에, 나도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아야세, 키리노, 잘가라"

아야세와 나의 외침에 정신이 들었는듯, 키리노는 이내 "어? 응." 이라고 짧게 대답하고 아야세와 같이 가기 시작했다.

오늘 키리노 녀석은 전체적으로 멍하구만. 저러다 넘어지지나 말아라. 그리고 몸을 돌려, 나를 기다리고 있는듯 앞에서 멈춰있는 쿠로네코와 함께 학교로 들어갔다.

"그런데 쿠로네코"

"왜? 선배."

"아야세는 그렇다 치고 너는 왜 거기에 있던거냐?"

"...그 여자는 되고 난 안된다는 소릴까"

조용하지만, 그 피부까지 뜨거운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글거리는 듯한 분노에, 나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 그러니까 나는 차라리 아야세보다 쿠로네코 너랑 등교하는게 좋다고?"

"에..엣.."

아.

아야세랑 등교하는건 좋고 나랑 등교하는건 싫어? ​(​화​남​) ​

​-> ​

아니 너랑 등교하는게 더 좋아. (풀림)

이라는, 아주 간단하게 보자면 직접적으로 제시된 갈등에, 그 갈등의 정반대인, '정답' 을 말해 화가 풀린다는 아주 당연한 플랜이지만.

미묘한 남녀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가족같은 이미지인 마나미였으면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게다가 쿠로네코는 미인이고...

얼굴에 살색이 안보일 정도로 빨개진 쿠로네코를 보고서야 깨달았는데, 나는 방금 엄청난걸 말한거라고.

"아.. 아니 그게.."

나도 얼굴에 엄청난 열이 오르는걸 느끼며, 아마 엄청나게 빨개진 얼굴로 변명거리를 찾으려다가, 이내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됬다.

학교앞 정문에서 서로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녀. 

이 상황 자체도 당황스러워서, 한층 더 붉어졌다.

"어라? 코우사카?"

"고코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자, 같이 등교하는 아카기 남매와 마주쳤다.

이 녀석은 참고가 안되는 남매상이긴 하지만, 같이 등교하는게 정상인게 맞긴 하나보다.

세나와 코우헤이, 이 남매는 뻘쭘하게 서있는 나와 쿠로네코를 몇초간 관찰하더니, 신호도 하지 않고 서로 동시에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더니,

이쪽을 바라보며 씨익ㅡ ​웃​었​다​. ​

"그럼 잘해봐 코우사카~ 근데 교문앞에서는 남에게 피해라고?"

"잘해보세요. 고코우"

킥킥대며 "근데 저 여자애 아는애야?", "응 친구야" 하는 식으로 떠들면서 지나가는 둘을 보고있자, 먼저 정신을 차린건 쿠로네코였다.

"머,먼저 들어갈께 선배"

그러면서 쿠로네코는 쌩하니 달려서 건물로 들어갔다. 가끔 보이는 쿠로네코의 스피드를 보면, 이 녀석도 사실 육상을 하다 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튼 나의 엄청난 실수, 덕분에 엄청나게 뻘줌한 분위기가 됬었는데, 어찌됬던 아카기남매 덕분에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다음에 무슨 얼굴로 보란거야..."

뭔가 달콤쌉싸름한 고민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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