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코믹! 3화
뭐, 코스프레 촬영을 하는 동안은 별일도 없었고, 무난하게 끝났다. 키리노는 '이럴줄 알았으면 괜히 왔어!' 라면서 불평불만을 토했지만, 뭐가 뭔지..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름코믹 당일. 엄밀히 말하면 2일째다. 코믹케는 총 3일로 나뉘는데, 이중 2일째는 주로 동인 게임을 만드는 써클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쩌다보니 학교의 게임 연구회도 2일째에 참가. 쿠로네코와 만나 역에서 내려, 빅사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다시 봐도 진짜 사람 많네.."
솔직한 감상이었다. 날도 더럽게 더운데 무슨 고생들이신지. 어딜 봐도 사람밖에 안보인다고.
"평일날 와보면 또 느낌이 달라."
"그러냐?"
그런 말을 하는 쿠로네코는 평소의 검은 고스로리복을 입고 있었다. 바다에 놀러갈때 본 사복과 수영복, 그리고 학교와 방과후에 보던 교복이, 방학이 되고나서 모일때는 검은 고스로리복이 됬을땐 오랜만에 봐서 나름 좋은 느낌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쿠로네코는 사복이 어울리는데 말이야...
다시 이야기를 돌리자면, 쿠로네코의 말대로 코믹때가 아니라면 빅사이트는 그저 평범한 넓은 광장일것 같다. 주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나 하면 좋을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더워~ 그 요기의 막이라는거 나한테도 쳐주면 안될까?"
가뜩이나 더워죽겠는데, 사람도 이렇게 많으니 열기가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올정도였다. 적어도 냉방이 되는 실내로 가고싶어 죽겠구만.
그런 느낌으로 쿠로네코에게 중2병 대사를 유도해 심리적으로라도 시원해져볼까 했는데
"...자."
"엥?"
'인간 주제에 쉽게 요기를 입에 담지 마.' 같은 대사를 기대했것만, 쿠로네코는 가방에서 얼린 생수통을 꺼내서 나에게 넘겼다.
".. 뭐하고 있어?"
"어? 응 고마워."
반응이 평범하니까 긴장해서 더 더운것 같네. 나는 받은 생수통을 입에 대지 않고 벌컥벌컥 마셨다.
"다 마셨으면 줘."
"오우."
생수통을 반쯤 비우고 쿠로네코에게 넘기자 쿠로네코도 더웠는지, 목이 말랐는지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흰 피부 때문인지 딱히 립스틱을 바르지 않았는데도 붉은 입술을 갔다댄 쿠로네코의 목이 경쾌하게 움직여 남은 물의 반 정도를 마셨다.
그러면서 어느새 빅사이트에 도착하고, 이렇게 날도 더운데 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써클 참가 하시는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비교적 한산한 줄에서 스태프가 확성기를 들고 안내를 하고 있었다. 쿠로네코와 같이 써클 참가용의 줄에서 다이렉트로 입장을 하고 있으니, 반대편에서 서있는 일반 참가인원들의 곁눈줄이 기분 좋을정도였다.
"기분나쁘게 뭘 히죽거려 선배?"
히죽거리고 있었나. 그거 보는 입장에서는 되게 기분 나쁘겠는데. 나는 최대한 얼굴표정을 바로잡으며 말했다.
"아니 저 땡볕에 또 줄서서 기다릴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좋네."
"써클참가는 그만큼 자유도 적고 바쁘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거야."
"음.. 그런가?"
그런 대화를 하며 회장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찾고 있으니
"어~이 고코우! 코우사카! 여기다 여기!"
자신의 인상은 상관 안하는지, 턱수염도 깎지 않은 부장이 우리를 불러서, 부스를 찾을 수 있었다.
"어서와라! 우리 부스에!"
"안녕하세요 코우사카 선배. 고코우."
변함없이 털털하고도 재수없는 부장과, 산뜻한 미소를 보여주는 마카베에게 인사를 하고 보니, 뭐랄까 인원이 적은데
"뚱보 둘은 어디갔어요?"
"세나랑 같이 부스들 돌면서 인사중. 덤으로 사정사정 해서 예약도 하고 있댄다. 누가 뭐래도 2일차는 BL이 많으니까 말이야."
"하하..."
한마디로, 이 회장 안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여성은 부녀자인건가.. 세나같은 똘기의 소유자가 이렇게나 많이.. 뭔가 위험한 상상까지 가기전, 겨우 사고를 정지시켰다.
그렇게 오늘 일정이라던가, '얼마나 팔릴까나?' '안팔릴걸요.' 같은 무의미한 대화를 하다보니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고, 부장은 능숙하게 표에 이것저것을 기입했다.
"이걸로 슬슬 시작인가."
"아. 코우사카 선배 고코우 안녕하세요."
부장이 필요한 준비를 다 하고 중얼거리자, 주변 모든 서클을 돌았는지 세나가 상쾌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이 아카기. 물어볼게 있는데."
"네? 뭔가요 코우사카 선배."
"그.. 너 보는 것만으로 부녀자를 색출할 수 있냐?"
"네??"
갑자기 나의 물음에 따라갈 수 없는지 물음표를 잔뜩 띄우던 세나는
"네 뭐.. 오타쿠던 부녀자던 일종의 동족혐오랄까? 보는 것만으로 자신과 동류인지 아닌지는 보통 파악 할 수 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도 꽤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동족혐오라니.. 그런 원리였냐.. 나는 그냥 호기심 때문이랄까, 실례되지 않게 손가락으로 가르키지는 않았지만, 저 앞에 검은 생머리의 청초한 누님을 가르키며 말했다.
"...예를 들어 저 검은머리 누님은?"
"100% 동류에요."
"...확실해?"
"뭣하면 내기해도 좋다구요? 제 부녀자로서의 감이 확실히 말해주고 있어요."
"......"
저렇게 청초한 이미지의 누님도 부녀자라니. 정말 저주하고 싶은 세계구만. 그렇게 잡담이나 하고 있으니-
띵동띵동-
"그럼 이제부터, 코믹 마켓을 개최하겠습니다."
개장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리자, 회장에서 큰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에.. 그건 그렇고 출품작이 부장이 만든 쿠소게임들이랑 강욕의미궁 리메이크 버전이었나요?"
"쿠소게임이라니! 저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고!"
"누가 봐도 쿠소게임이에요 부장."
나의 질문에 부장은 발끈했지만, 바로 마카베가 응원을 넣어줬다. 굿잡 마카베.
내가 마카베에게 보이게 불끈하며 엄지손가락을 올리자, 마카베는 난감하다는 듯이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보여줬다.
"쿠로네코. 리메이크 판이라고 해도 뭐가 달라진거야?"
"...선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을텐데."
"?? 괜찮아 궁금해서 그런거니까."
쿠로네코는 '그...' 라며 약간 주저하는 듯 하더니
"BL의 요소가 대폭 증가했어."
"...에?"
내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세나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나는 '헷헤~' 하며 웃었다.
"서, 설마 너까지 오염된건.."
"그런게 아니라."
강한 부정으로 내 말을 끊은 쿠로네코는, 약간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강욕의 미궁'은 둘이 같이 만든 게임이야. 저번에는 저 여자의 참전이 늦어서 저 여자의 색깔을 못냈지만, 이번 리메이크를 통해서 5:5 비율로 수정했다고 할까.."
에.. 그러니까 세나를 챙겨줬다는 거지? 예전보다 쿠로네코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다는건 좋은 일이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마냥 좋아할수가 없네 이거.
그러자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던 세나가 기쁜듯이 끼어들었다.
"제대로 미우라 부장이랑, 마카베 선배랑, 코우사카 선배랑 다 등장하니까요!"
"에!?" "네!?" "... 그 엉덩이에 '고기' 써져있던 그거?"
"네♡"
옆에서 전시용의 게임기를 세팅하던 부장과 마카베는 '그럴 줄 알았으면 리메이크 따위 허락도 안했는데!' '너무해요 아카기..' 같은 소리를 했지만, 세나는 여태까지 한번도 못본, 얼굴에서 빛이 나는거라고 착각할정도의 환한 미소를 보여줬다.
"저, 이거 한번 해봐도 되나요?"
"아, 네. 해보세요."
우리의 바보짓을 구경해서 그런지, 흥미가 생긴듯한 남자가 부장의 밸런스가 엉망인, 슈팅게임에 흥미를 가져서 언젠가 부원을 모으듯이 마카베가 컨트롤러를 넘겨줬다.
그러자 마치 클리어 할 수 있으면 클리어 해보라는듯, 부장이 바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죽도록 해라!"
...
딱히 말해줄 필요도 없지만. 남자는 그래도 '꽤 게임실력이 좋은 편이어서' 노멀 난이도의 1탄 보스에게 무참히 패배했다. 보통 이런거 보스까지 가지도 못한다고. 구매는 커녕 욕이나 안하면 다행이다.
"저, 이거 하나 주세요."
"뭐!?"
"?"
순간 놀란 내 목소리에 저쪽 남자가 더 놀란듯 했지만 내가 더 놀랍다고. 저 쿠소게임을 산다고? 장난해!?
"감사합니다."
그렇게 돈을 받아서 매상 BOX 에 넣는 마카베도 어이가 없는지. 남자의 모습이 안보이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참 넓네요..."
"야 마카베! 그거 무슨 의미냐!"
"부장의 쿠소게임을 돈주고 사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네요~"
... 이 바보콤비도 꽤나 재밌게 노는구나.
"정말 이 게임, 아무리 생각해도 하드 모드는 너무 생각이 없다구요. 아카기양이랑 고코우양 말고 클리어 한사람이 없다니깐요."
"흐음.."
거기서 부장은 정말 진지하게 자신이 배설한 쿠소게임이 밸런스에 대해 고민하는 듯 하더니
"근데 아카기랑 고코우랑 누가 더 잘하냐?"
"고민한건 그거냐!"
"하아? 그거 말고 고민할게 뭐 있나 형제."
진짜 이 사람과 대화하면 언제나 페이스에 말려들어간다니까... 마카베는 잠시 기억을 뒤적이다가
"그때 스코어 상으로는 확실히 고코우양이 위였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 세나가 끼어들며
"저는 그거, 인정할 수 없으니까요."
장엄한 세나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세나에게 돌아가자, 세나는 다시한번 말했다.
"고코우가 얼마나 게임을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꽤나 자신 있다구요? 대회에도 여러번 나갔었고. 그러니까 그건 아무래도 우연이에요."
"큭큭큭.. 패배한 개 주제에 말은 잘하네."
"얌마.."
너희들 아까까지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만 뭐냐 이게...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땀을 흘리며 하하.. 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보이던 마카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 하더니 말했다.
"확실히. 1시에 대기업부스에서 소규모로 시스칼리 대회를 하는것 같던데, 거기서 붙어보시는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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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본편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름코믹은 절대로 빠질 수가 없는 요소니 -_-;; 되는대로 본편에서는 언급 안한 2일째를 다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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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갑자기 이 무시무시한 선작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