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코믹! 8화
"나는 그냥 코스프레 광장 돌아다니면서 구경했을 뿐이라고"
"그냥 돌아다녔을 뿐인데 이렇게 사진이 많아!?"
키리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아이폰을 들이대고, 그 화면에는 여러 사람과 찍은 나의 사진이 있었다. (주로 여자)
"아니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니까 사진찍는건 당연한거잖아!"
애초에 코스프레 광장의 존재의미는 그거 아니야? 다들 돌아다니면서 사진찍고 찍히고. 도대체 뭐가 불만인거야?
"...선배, 촬영 하는 사람이랑 코스프레 하는 사람이랑 같이 찍힌 사진, 몇개나 봤어?"
"응?"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런 구도의 사진은 많이 없었던것 같기도 하고... 내가 고민하고 있자 사오리는 안경을 번뜩이며 말했다.
"후후후.. 기본적으로 코스프레 라는건 자신이 좋아하는 케릭터를 직접 재현하는것! 그런 코스프레의 사진을 찍는다면 코스프레 팀이 아닌 이상 단독샷이 당연하지요!"
"에.. 그런거야?"
"즉, 이런겁니다요! 저 여성분들은 사실 코스프레보다 쿄우스케씨 자체에... 커헉!"
"시끄러워!" "조용히 해!"
뭔가 검지를 하늘로 향하고 당당히 말하던 사오리는 키리노와 쿠로네코의 깔끔한 크로스라인에 넘어갔다. 진짜 호흡 잘맞네 너희...
사실상 사오리는 처음으로 육탄공격을 당했기에 꽤나 당황한듯 보였다.
"무,무슨 짓입니까 키리린씨 쿠로네코씨!"
그런 느낌으로 갸-갸- 하면서 싸움을 하는 셋을 두고, 나는 편의점 도시락을 뜯었다.
어찌됬던 가슴 이야기는 쏙 들어가서 다행이야.
뭐 그렇게 적당히 혼자 점심을 먹고 있으니, 다들 배가 고픈건지 싸우는게 지친건지 얌전히 다가와서 서로의 도시락을먹기 시작했을 무렵
"안녕하세요~ 오늘도 덥네요!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더워서 기분도 최악이에요!"
딱 맞는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빵모자를 쓰고있는 세나가 왔다.
"여 아카기. 어제는 많이 샀...엑."
이 더운날에 이곳저곳 엄청나게 돌아다니는 주제에 딱 맞는 티셔츠 한장만 입고 있어서 그런지 티셔츠가 잔뜩 땀에 젖어 브라가 비쳐보였다.
" ? 무슨일 있으세요 코우사카 선배?"
"야 너... 그... 비친다..."
"네?"
못본척 할 수도 있었지만, 코미케 회장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번뇌할것이 안타까워서 지적했다. 세나는 여태까지는 몰랐는지,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본후 '어맛' 같은 소리를 낸후 목쪽의 티를 잡아 땀을 식히듯 팔락였다.
"이거 못볼걸 보여드렸네요!"
.......................그게 더 가슴이 강조되는데
"또 가슴..."
나는 무의식적으로 또 세나의 가슴을 쳐다봤는지, 옆에서 쿠로네코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야 말로 왜이렇게 가슴에 집착하는건데!?
세나는 그런 싸늘한 시선의 쿠로네코와, 질린다는 표정을 한 나를 보고 계속 티셔츠를 팔락이며 말했다.
"이야~ 오늘도 러브러브네요~"
"누가 러브러브냐"
내가 그렇데 대답하자, 여태까지 세나가 나타나고 나서 조용히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던 키리노는 못들을것을 들었다는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러브러브?"
"응?"
"아 소개할게. 이녀석 코우사카 키리노. 내 동생이야"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저는 아카기 세나. 키리노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응, 좋을대로 불러줘. 나도 세나라고 불러도 돼?"
"물론! 잘 부탁해 키리노!"
"응 나야말로. 그거보다 세나. 아까 했던 이야기 자세히 해주지 않을래?"
"어떤거요?"
키리노는 거기서 나를 한번 흘깃 노려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그 러브러브 라는거"
"아~ 혹시 키리노 브라콘?"
"아니야!!"
"하하하 농담이에요. 저도 오빠가 있지만, 정말 지긋지긋 하다니깐요"
"그래!? 세나치랑은 꽤 잘 맞을것 같아!"
여동생 두명이 자신들의 오빠를 욕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지는 광경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나올것 같구만. 나는 아니지만 시스콘인 아카기가 들었으면 그자리에서 엉엉 울었을것 같다. 세계의 모든 오빠들이여, 당신들 여동생들도 이러고 있을거라고.
"그... 그래서 그 러브러브라는건..?"
"아 저랑 코우사카 선배랑 고코우양이 같은 부활동인건 아세요?"
"헤에~ 세나치도 같았구나"
"거기서 코우사카 선배가 고코우양을 완전 공주님 취급하는거 있죠~ 원래 둔감하고 무른 사람이긴 하지만 저건 이미 독점욕 수준이에요"
"어이, 나 옆에서 다 듣고 있거든"
적어도 본인이 안들리는데서 욕해라 이것들아.
"고코우도 그리 싫어하는거 같지는 않아보이고... 애초에! 왜 저한테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은건가요 선배!? 저희 오빠의 정보에 의하면 코우사카 선배는 안경에 거유파라고 하시는데 딱 맞지 않나요?"
"그거야 너의 뇌가 썩었기 때문이지."
"너무해요~"
그것보다 친구의 성적취향을 여동생에게 고자질하는 오빠라니, 아카기 이 녀석.. 나중에 한번 두고보자.
"........그래?"
왠지 힘이 없어보이는 키리노였다.
그리고 쿠로네코는 세발자국 뒤에서 아무말없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세나녀석을 반기지도 않다니,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걸까
"자 그럼 저는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동인지를 사러 출발하겠습니다. 나중에 뵈요!"
그렇게 말하며 티셔츠가 충분히 마른 세나는 가슴을 출렁이며 뛰어갔다.
점심시간이 다 끝나고 나서, 코스프레 광장에 다시 갈 이유도 없기에 나는 부스에서 코스프레를 한채로 다같이 서서 다시 판매 개시.
여태까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계획대로 여기에 있는 것 만으로 홍보를 하는것이 된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여학생이 두명 다가와서 우리의 책을 훑어봤다.
일러스트쪽에서 "오오~", 소설쪽에서 "오오~", 그리고 코스프레 사진쪽에서 "헤에~" 라고 한후, 두명의 여학생중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시원스러워 보이는 여자애가 말했다.
"두 분 애인사이세요?"
사진집을 쿠로네코와 같이 찍었기도 했고, 마스케라의 커플링중에 싯코쿠x퀸오브나이트메어의 소재가 강세기도 하고, 지금 구조상 나와 쿠로네코가 같이 서있으니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아 그건.."
콱
"아파앗!?"
"?"
내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왼쪽에서는 키리노가 나의 왼발을, 오른쪽에서는 쿠로네코가 나의 오른발을 동시에 밟았다.
여학생의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기에 의문인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졌는지 친구와 함께 책을 구매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님을 내보내고, 밑에 박스에 남은 책을을 봤다. 방금 팔린것까지 해서 벌써 52부가 팔렸다. 30부만 팔려도 많이 팔린거라는 쿠로네코의 말과는 다르게, 이거 진짜로 100부 다 팔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어서오세요"
내 홍보효과 때문인지, 직후 사람들이 줄을 서야 될 정도로 몰려왔고, 아주 순조롭게 팔렸다.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의 쿠로네코와 아직도 뭐가 기분이 나쁜지 우중충한 표정의 키리노, 즐거운듯 책을 파는 사오리 모두 바쁘게 책을 팔았다.
"다팔렸어... 정말 믿을 수 없네."
그렇게 30분 정도 더 파니 정말 100부 전부 완매! 게다가 다 팔린 상태에서도 줄이 약간 남아 있어서, 구매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투덜거리며 하나둘씩 사라졌다.
"써클 첫 출격 치고는 성적이 엄청나게 좋소이다"
"좋은 정도가 아니야... 거의 기적..."
"흥, 내 소설때문에 그런게 당연하잖아"
서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를 포함해서 모두의 표정은 정말로 뿌듯함 그 자체였다.
"그럼, 30분 뒤에 있을 메루루 이벤트라도 보러 가지 않겠소이까?"
"갈거야 갈거야!"
"내키지 않지만, 기념적인 날이니 어울려 주도록 할게"
또 금세 사이가 좋아진 여자들이었다.
"진짜 재미있었어!"
한시간정도, 카나코와 브리짓이 등장하는 대규모 부스의 메루루 이벤트를 즐기고 나서 이제 키리노는 완전 해맑은 표정이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가장 앞에 있는 특석 네자리에 당당하게 <예약> 이라는 푯말이 있었고, 그것이 우리를 위해 카나코와 브리짓이 준비해둔 자리라는 것을 듣고 키리노는 정말 뛸듯이 기뻐했다.
"자 그럼 다음에는 어디를 구경하겠소이까?"
"글쎄... 너흰 어디 보고 싶은데라도 있어?"
"나는 딱히..."
"우웅... 유명한 부스는 이미 다 돌아서 잘 모르겠는데, 어디든 좋아!"
그런 대화를 하며 느릿느릿 목적지 없이 이동하다 보니, 아까 코스프레 광장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아, 그러고보니. 아까 코스프레 광장에서 구경오라고 하던 부스가 있었어"
"...여자?" "여자야?"
"아마도?"
거기서 키리노와 쿠로네코는 질렸다... 라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대체 뭐가 문젠데!?
"부스명은 어떻게 됩니까?"
"아 음.. FBS 라고 했던거 같았는데, 악세사리를 판다고 그러더라"
"FBS.. 아 여기군요. 지금 꽤나 반응이 좋은 부스중 하나입니다"
"그래? 그럼 가자!"
방금 메루루 이벤트를 본 덕분인지, 텐션이 엄청 높은 키리노가 앞장을 서서,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에? 키리노양?"
"!!!!"
목적지에 도착후, 아까 나와 같이 사진을 찍은, 건담 제복같은 옷을 입은 여성이 키리노에게 반응했다.
설마, 또 키리노의 친구라던가 그런 패턴은 아니겠지!? 나는 식은땀을 잔뜩 흐르며 이걸 또 어떻게 반응해야 될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너, 너 오타쿠였어!!?"
뭔가 예전과는 다른 반응. 당황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았지만, 그때처럼 창백해지기 보다는 정말로 의외라는듯 키리노는 소리쳤다.
"네~ 오타쿠였어요 저"
"아, 아는사이야?"
내가 쭈삣쭈삣 이야기에 끼어들자, 그때서야 나를 봤는지 그 여성이 말했다.
"아, 아까의 싯코쿠씨. 와주셔서 고마워요. 싯코쿠씨라면 공짜로 하나 드릴테니 원하는거 골라보세요!"
"아.. 그것보다 말이야..."
"에!? 아까 '여자'가 구경오라던 부스가 여기였어!?"
뭔가 키리노는 방금보다 더 당황한듯 보였다.
"어.. 그런데?"
"이녀석 남자야!!"
...............................무ㅡㅓ?
"무머ㅜ머뭐뭐뭐!?"
내가 눈을 크게 뜨고 그 '여성' 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 '여성'은 눈읏음을 친채 뒷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이야~ 제 이름은 미카가미 코우키. 남자에요."
".....여장?"
"네 그런셈이죠"
"내 두근거림을 돌려내 이자식아!!"
"앗,네,네!?"
진짜, 자세히 보면 목젖 튀어나와있기도 하고!
...나는 그저 근처에 세나가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 이후에 키리노와 미카가미의 대화를 들어보니, 18살에 악세사리 엄~청 유명한 악세사리 디자이너라고 한다. 재수없는 자식....
내가 그 엄친아스러운 녀석의 스펙을 들으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니, 옆에서 쿠로네코가 은색 역십자 모양의 로자리오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어이 마카가미, 그럼 이거 하나 줘"
뭐 키리노와 셋이서 대화를 하다보니 소개를 받고나서 어느정도 친해진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녀석의 스펙이 재수없어서 약간 틱틱대는 말투가 나오기도 했다.
뭐 자기 입으로 공짜로 하나 준다고 했으니 할말도 없겠지.
"무, 무슨 생각이야"
그러자 쿠로네코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아니 뭐, 공짜로 하나 준다는데 나는 악세사리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대신 받아줘"
"어,으,응..."
쿠로네코는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친구에게 선물인가요. 부럽네요~ 직접 걸어주시는게 어때요?"
"엣"
"흐,흥..."
"......"
순간 정적이 왔고,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잘못 한건가요?"
미카가미는 뭔가 뻘쭘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악세사리도 몇개 사고 (나는 안삿지만) 구경할것도 다 구경했기에, 이제는 돌아가게 됬다.
전차에서 내려 역앞의 노래방에 들어가서, 약간의 뒷풀이로 놀것도 있지만 주된 목적은 매상의 정산.
"생각보다 이득이 별로네"
100부나 팔렸는데도, 그렇게 윤택해질 정도의 자금은 생기지 않았다. 그저 용돈정도?
"금전적으로 이득이 생겼다는거 자체가 엄청난 대 성공이야. 보통 다 팔아도 금전적으로는 적자가 나는게 당연해"
쿠로네코는 그렇게 덤덤히 말하며 "작년에는 정말..." 이라고 중얼거렸다.
뭐 그렇게 정산도 끝나고, 다같이 노래나 신나게 부르다가 오늘은 이만 해산.
나는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리고 나서, 밖에 나오니 쿠로네코가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응? 다른애들은?"
"밖에"
"아 그래? 그럼 우리도 얼른 나가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출구로 나가려고 걸었지만, 뒤에서 쿠로네코가 쫓아오질 않기에 뒤돌아봤다.
"쿠로네코?"
"선배"
"응?"
"때가 되었어"
"...때?"
에... 때라고 하면 그 뭐시기냐... 그 가짜연인. 건인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쿠로네코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계속 말했다.
"내일부터, 우리는 연인이야"
"아, 오, 오우"
가짜라는건 알고 있지만, 연인이라는 그 울림에 나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전명 발라(Wala). 내일부터, 드디어 시작이야"
오퍼레이션 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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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Wala)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예언가들. 신들과 거인, 요정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마법과 미래에 일어날 일 등을 모두 훤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