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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Wala 2화


"아야세!?"

"안녕하세요 오빠"

오락실의 밖도 아니고 스티커사진을 찍는 기계앞에, 아야세는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우, 우연이네 오락실에는 왠일이야?"

최대한 평범을 가장해봤지만 의미는 없어 보였다. 그 아야세가 오락실 내부에까지 있다는건, 처음부터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카나코 이 망할꼬맹이가...

거기서 아야세는 내 옆에 있는 쿠로네코를 아래위로 흘겨보더니, 다시 빙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데이트 중이셨나봐요 오빠"

"아 그게… 혹시, 화났어…?"

"어머, 제가 왜 화를 내야 되나요?"

왜냐면 너 눈은 안웃고 있거든. 그치만 아야세는 아직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에게 연인이 생기던 말던 저에게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아야세는 잠시 생각하듯 눈을 감았다가, 3초정도 지났을까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

"…키리노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거기서 키리노가 왜 나와? 키리노는 상관없잖아"

"상관있어요!!"

분한듯 크게 소리지른 아야세 때문에, 오락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됬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의 아야세에게 '자리를 옮기자' 같은 말도 할 수 없었다.

"알아듣게 설명해봐"

"이익…! 대체, 저번에 바다에서 뭘 들으신건가요!? 당신은, 당신은!"

아야세는 분노 때문인지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한 표정으로, 그 맑은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주제에"

"뭐…?"

"결혼해달라고 한 주제에! 거짓말쟁이! 당신은 언제나, 언제나 거짓말을 할뿐이야! 키리노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한것도, 카나코에게 관심이 없다고 한것도, 나와 키리노를 화해시키려고 한것도 전부, 전부 거짓말이야! 대체 오빠는 무엇이 진실이죠!? 네!? 설마 이 데이트조차 ​연​극​일​뿐​인​가​요​!​?​"​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면서 아무렇게나 말하는 아야세는, 아이러니 하게도 정확히 정답을 맞추고 있었다.

…그래 연극은 여기까지 하자. 여기서 다시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내가 거짓말쟁이인건 마찬가지다. 아야세는 거짓말쟁이의 진실도 거짓으로 생각할까. 어찌됬던, 눈앞에서 나 때문에 이렇게 슬퍼하는 여자애를 보고도 뻔뻔할 정도로, 나는 마음이 강하지 않았다.

"사실은…"

내가 이번 사건의 모든 진실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찰나

짝-

시끄러운 오락실 안에서, 매마른 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 세명만 시간이 멈춘듯 조용했지만. 불규칙적인 오락실의 소음은 그대로 였다.

"에…?"

"정신차려, 스위트 2호"

자신의 뺨을 만지며 맞았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아야세와, 단호한 표정으로 아야세의 뺨을 때린 쿠로네코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무슨…짓을…"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

"………"

나는 이 갑작스러운 전개에 따라가지 못했기에, 그저 처음의 놀란 상태로 계속 그녀들의 말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당신이 제일 나빠. 알고 있을까? 그 여자도 분명 자기 나름대로의 싸움을 계속 하고 있어. 하지만 당신은 뭐야? 이것도 저것도 아닌체, 그저 운명에 몸을 맡기고 있을뿐. 그래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무슨말을, 하고싶은거에요?"

"그 여자와 교제가 길지 않는 나도 그 여자에게 배운게 있는데, 나보다 훨씬 긴 인연을 가진 주제에 아무것도 느낀게 없다니 한심하네"

쿠로네코는 정말로 아야세를 한심하게 생각하는지, 거기서 큰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나름대로의 각오를 굳힌게 아니라면, 더 이상 내 남자에게 손대지 마"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걸까. 분명 처음에는 키리노 녀석을 놀릴 생각으로 시작된 가짜연인사건. 쿠로네코는 정말로 키리노 녀석에게 큰 일침을 날리고 싶은걸까,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진지했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고, 내가 부탁을 했기에 아무말도 할 수 없지만, 무언가 전부 내 탓인것 같은 죄책감.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디서부터 실수를 반복해온건자 감조차 오지 않는다.

평소라면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두근거림은 물론 얼굴까지 빨개졌을만한 대사지만, 이 분위기엔 그런것도 무의미하다. 어디서부터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상하게 둘이 있을때보다, 아는 사람을 만났을때 더욱 적극적인 쿠로네코였다.

"…"

아야세는 분한듯 자신의 뺨을 한손으로 만진 상태에서 눈물을 멈추고 크게 훌쩍였다. 그리고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키리노…?"

"진짜!?"

"…!"

순간 갑작스러운 화제전환에 당황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쿠로네코와의 가짜 데이트로도 발이 저리는 판에, 아야세가 뺨을 잡고 울고있는 상황까지 들킨다면 정말로 최악. 더이상 변명할 수 있는게 없다. 아야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크게 돌려보니 (쿠로네코도 당황했는지 나와 같이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누군가가 도망가는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찰칵

"에?"

갑자기 손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에 고개를 돌려보니, 아야세가 눈물을 훔치며 서있었고

"뭐야 이게에에에!?"

쿠로네코와 나의 손이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오늘은 그거로 참을테니… 나중에, 두고봐요!"

아야세는 뭔가 오늘 두번째 듣는것 같은 대사를 말하며 뛰어갔다.

"아…"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건에, 뛰어가는 아야세를 부르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찰칵찰칵- 하며 손에 걸린 수갑을 흔들어보니 아무래도 장난은 아닌듯 했다.

**

그렇게 일단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로네코의 집에 갔다. 처음에는 우리집도 생각했지만, 혹시나 키리노가 있다면 모든게 말짱도루묵이 될게 뻔했기에 포기.

일단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도 서로 수갑이 걸려있는 손끼리 손을 마주잡은뒤, 양쪽다 내 주머니에 넣는 식으로 수갑을 가렸다. 그렇게 고코우가에 도착해서 처음 들은 말은 

"그거 알아 알아! 그… 뭐였더라? 수갑플레이? 맞아! 수갑플레이! 루리언니 대담해!"

"…"

하지만 아야세와 만나고 난 이후 인상을 쓰며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쿠로네코는, 문답무용으로 큰쪽 여동생을 무력화 시킨뒤, 자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큰쪽 여동생이 무력화 되는것을 본 작은쪽 여동생이 쿠로네코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자 쿠로네코는 '걱정마' 라고 말했다.

그 이후에 한 일은 지극히도 상식적. 인터넷에서 '수갑 푸는법' 이라고 검색을 했다. 뭐 그렇게 친다고 그런 정보가 나올리가…

《강철 이중수갑 푸는 방법》

"있다고!?"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처럼 핀셋을 구부려 넣어서 흔들다보면 정말로 풀리는것 같다. 왠지 아까부터 한마디도 없는 쿠로네코는 말없이 핀셋을 들고와서 동영상처럼 구부려서 수갑을 풀려고 노력했다.

조용한 방에 찰칵찰칵- 하는 소리가 10분째. 하지만 수갑은 쉽게 풀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 순간, 쿠로네코는 신경질적으로 벌떡 일어나며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말했다.

"…실"

"응? 뭐?"

"화장실…"

"아…"

수치심 때문인지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되게 얼굴이 빨간 쿠로네코는 더이상 한계인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쿠로네코를 데리고 화장실까지 이동. 되도록이면 나는 팔만 내밀고 문 밖에 있고 싶었지만, 화장실의 구조상 문이 정말 멀었기에 나도 화장실 안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쿠로네코는 정말 홍당무 같은 얼굴로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보면… 죽어버릴거야…"

"오, 오우"

죽여버린다가 아니라 죽어버린다인가… 오히려 더 무서운 협박법이네.

나는 ​단​념​하​고​(​무​엇​을​?​)​ 눈을 감은채로 고개를 돌렸다.

스르륵- 하는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이어지는 물이 흐르는 소리. 눈을 감아서 그런지 다른 감각, 특히 청각이 예민해졌기에 쿠로네코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죽을듯이 부끄러웠다.

볼일이 끝나고 아무말 없이 쿠로네코의 방에 돌아오고 나서, 쿠로네코는 다시 핀셋을 집고 수갑의 열쇠구멍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1분도 안되서 찰칵- 하는 소리를 내며 거짓말처럼 수갑이 풀렸다.

"풀렸다…!"

기뻐하는 나와는 달리, 쿠로네코는 시뻘개진 얼굴로 뭐라고 중얼중얼거리고 있었다.

**

그 후 풀이 죽은 쿠로네코를 어떻게든 달래고, 시간이 꽤 늦었기에 돌아가기로 했다.

"이만 가볼게"

"…쿄우"

"응?"

쿠로네코는 아직도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계약은 절대적이야. 내가 괜찮다고 하기 전엔, 절대 진실을 말해서는 안되니까"

"아아. 미안하다"

내가 아까 아야세에게 가짜연인 건을 말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 말하는 거겠지. 무슨 계획인진 모르겠지만, 남을 잘 배려해주고 사려깊은 쿠로네코가 의미없는 일을 할리도 없고, 그… 부끄러운 모습을 보기도 했고, 나는 한번더 쿠로네코와의 계약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고코우가를 나서서 코우사카가 까지는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는다. 저녁시간 전에는 도착을 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평소 이 시간대에 에로게임을 하던지, 소파에 누워서 잡지를 보던 키리노는 오늘은 왠지 소파에 고개를 숙인채로 앉아있었다. 잡지를 보지도 않고, TV를 보고 있는것도 아니었다.

"뭐하고 있냐?"

"…너랑은 상관없잖아"

"왜 그래? 무슨일 있었냐?"

왠지 상태가 이상해 보였기에, 소파 뒤에 있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키리노의 어깨에 손을 내밀었다.

찰싹-

언젠가 키리노와 부딪치고 가방에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려고 했던 때처럼, 내 손등을 강하게 때린 키리노는

"이제 와서… 친한척 하지마, 네 도움 같은거… 필요없으니까"

증오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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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 전개 - 위기

키리노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이유는 저번편과 이번편을 자알 보시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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