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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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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Story - 쿠로네코의 경우 (完)


"응? 있지있지. 그래서 검은거 여동생들 어떻게 생겼는데? 귀여워? 역시 귀여워어?"

"…아야세한테 그거 빌려올걸 그랬나"

"그거라니?"

솔직히 말해서 쿠로네코의 여동생들이 걱정되는데…

아니, '하아? 게임이랑 현실이랑 착각하지 말아줄래?' 라고 하던 녀석이니까, 그래도 괜찮을려나…

"하아…"

내가 옆에서 한숨을 쉬자, 키리노는 자기의 질문에 답변해주지 않은게 기분나쁜건지, 아니면 단순히 무시당한게 기분나쁜건지 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뭐야, 의미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고! 그 검은거 따라하는거야?"

"음… 딱히 노린 건 아닌데. 그것보다 키리노"

"왜"

키리노는 입에 공기를 넣어 양 볼을 살짝 부풀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쪼금 귀여운데.

"저기 좀, 떨어져서 걷지 않을래"

주목받고 있잖냐.

**

'괜찮으면 우리집, 한번 오지 않을래?'

토요일 오후. 나와 키리노는 점심을 먹고 나서, 쿠로네코의 집에 놀러 가기로 됬다.

집에서부터 키리노와 단둘이 나오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그런 감상보다 더 문제되는건 길거리에서 걷기만 해도 여러모로 키리노는 눈에 띄기 때문이다.

걷기가 불편한 정도로 내 옆에 밀착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남매사이로는 안보이겠지. 실제로 조금도 안닮았고…

방금도 우리를 스쳐지나간 어느 남자는 반대편에서 걸어오면서 키리노를 보고 '오오오…' 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내 쪽을 보고 '겍,' 하는 표정이 되었다.

"누군 좋아서 이러는지 알아? 헌팅이라도 당하면 귀찮다고. 너는 시스콘이니까 상관없잖아?"

베시시 웃으면서 대답하는 키리노.

뭐랄까, 요즘 묘하게 순해진거 같은데 기분탓일려나

"아니 그런것보다, 평범하게 걷기가 불편한데. 아"

나는 거기서 키리노를 놀려볼 생각으로 말했다.

"그렇게 붙을거면 차라리 팔짱을 끼지 그래?"

내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씨익 웃으며 말하자, 키리노는 역시나 ​노​발​대​발​하​며​- ​

"흥,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네"

라면서 자신의 팔로 내 팔을 감아왔다. 뭐!?

"키,키리노…?"

"또 뭐가 불만이야?"

이번엔 진짜로 기분이 나쁜지, 키리노는 얼굴을 찡그리며 나에게 말했다.

"에 ​그​러​니​까​…​…​…​…​…​아​니​ 그냥 됬다"

뭐 내가 꺼낸 말이니까 불평하기도 뭐하고, 그리 나쁜 기분도 아니니 괜히 키리노를 자극하는것 보다는 가만히 있는게 나을것 같다.

옛날이라면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시스콘이란걸 인정하니까 그 부분은 훨씬 편하긴 하네.

"뭐 도착하면 풀어줄테니까. 그것보다, 동생들 나이는 어떻게 돼? 특징은?"

"아 음… 둘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막내는 1학년인가 그럴꺼야"

"어때, 귀여워? 역시 귀여워?"

"타마키는 좀 위험할 정도로 귀엽긴 해"

완벽한 여동생의 상이라고 할까. 천진난만하고 해맑게 웃는 그 미소는 아직도 뇌리에 똑똑히 박혀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의 얼굴에 무슨 표정이 보였는지, 키리노는 장난스럽게 나를 보며

"로리콘"

"뭐 너도 언제까지 그런말 할 수 있나 보자"

로리콘이고 시스콘이고 뭐고 타마키 앞에서는 무의미하겠지.

"그, 그래에? 츄릅. 히히히"

얼굴에 있는 근육을 모두 풀어버렸는지, 약간 멍청해보이기 까지 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키리노는 말했다.

"완전 변태아저씨구만…"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님다"

그런 쓸모없는 대화를 하며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그건 그렇고 꽤 머네. 한시간 거리라도 주말마다 오기 힘들겠어"

"음. 그렇네"

"가끔은 이렇게 우리가 놀러갈까?"

"왠일이냐, 그런 기특한 생각도 하고"

"하아? 원래부터 난 엄~청나게 착한아이였다고?"

"그러심까…"

씨알이 맥히는 소리를 해라 임마.

키리노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사오리, 오늘 안오는거지?"

"아아. 집안문제. 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물론 사오리에게도 권유했지만. 아무래도 집안에 급한 일이 있는지, 나에게 몇번이나 사과하며 말했었다. 사과할 필요따윈 없는데 말이야.

"집안문제라면… 저번에 그걸까?"

"음… 뭐 나중에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키리노 녀석이랑은 안맞는 소심한 목소리. 표정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키리노의 머리위에 손을 언지며 말했다.

"뭐, 그 녀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걱정마라"

키리노는 잠시 놀란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부끄러운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응. 그렇네."

덜컹덜컹.

전철이 움직이는 소리를 두고, 그렇게 5초정도 지났을까

"그런데 언제까지 내 머리에 손대고 있을 생각?"

"커헉!"

키리노는 아무렇지도 않게 팔꿈치로 내 복부를 타격했다.

…역시 안귀여워

**

"어서와"

전철 앞까지 마중나온 쿠로네코가 처음 본것은

"다, 당신들 대체…"

팔짱을 끼고있는 남매였다.

당연히 나는 당황하며 필사적으로 변명.

"아, 아니야 쿠로네코 이건-"

"뭐야, 너가 팔짱 껴달라며?"

"아니 그건 그렇지만!?"

이런 대화를 하면서도 팔짱을 풀지 않는 키리노를 보고, 쿠로네코는 뭔가 고고고- 하는 효과음을 내며 다가왔다.

"윽, 자자- 됬지?"

쿠로네코의 박력에 쫄았는지,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풀고 손을 탁탁 터는 키리노를 두고, 쿠로네코는 나와 키리노 사이에 들어왔다.

"…안내해줄게"

뭔가 기분이 나쁜듯한 쿠로네코와 10분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아파트 타입의 회사 숙소였다.

이내 문앞에 도착하고, 쿠로네코가 문을 열려는 찰나. 나는 그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

"?"

"아니 뭐라고 해야되나… 솔직히 네 여동생들을 보고 키리노가 폭주할게 감당이 안될것 같거든"

"뭐야, 사람을 변태처럼"

"변태 맞잖냐"

쿠로네코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히…"

응응.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니까 일단 순서를 두고 차례대로 소개시켜주는게 낫지 않을까? 히나타부터 소개시켜 주고, 그 다음에 타마키를 소개시켜주는 거야"

"명안이야"

나와 쿠로네코는 서로 마주본채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쿠로네코가 우리를 방치해둔 상태로 먼저 집에 들어간 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문이 열렸다.

"정말, 너 말이야- 사람을 대체 어떻게 보길…"

"옷~스! 안녕 오빠! 안녕하세요 키리노씨! 고코우 히나타라고 해요!"

문이 열리면서, 불평하고 있던 키리노는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히나타를 보고

​"​왔​-​다​!​!​!​!​!​!​!​!​ ​↖​(​o​∀​o​*​)​↗​=​3​ 왔다 왔다 왔다 왔다 왔다 왔다 왔다!!"

처음보는 여자가 자신을 보고 기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도, 히나타는 아직 여유가 있는지

"헤에, 루리언니가 항상 말하는 빗치씨? 사진도 봤었지만, 굉장히 이쁜 언니네!"

"히, 히나타라고 했지? 하아하아… 언니가 뭐 맛있는거 사줄까?"

완전히 맛이 간 모습의 키리노였다. 모습만 여중생이지, 이거 그냥 변태아저씨잖아.

"너 완전 범죄자의 모습인데. 아니, 애초에 너 '게임이랑 현실이랑은 분간해!' 라고 하지 않았었냐…"

"시끄러워! 애초에 현실에 이런게 있는게 반칙이라고! 괜찮아! 귀여운건 정의니까!"

"그러심까…"

히나타는 그런 모습도 재미있는지,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말했다.

"우와~ 역시 루리언니 친구라 그런가? 개성파네!"

"호오, 그건 무슨 의미일까?"

언제 왔는지, 평소의 고스로리차림으로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쿠로네코는 아까 전철에서 기분나쁜것까지 추가효과가 되어, 귀신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히, 힉!"

기겁을 하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히나타를 보고, 키리노는 다시 ↖(o∀o*)↗ 한 표정을 지으며 안으려고 했지만, 마치 키리노의 손을 피하듯 나에게 다가와 내 허리에 매달렸다.

"오오빠! 도와줘어!"

"…"

"……"

"아아 정말! 왜 언니품에 오지 않는거야?"

"너의 행동을 되짚어봐라"

발을 동동 구르면서 분해하던 키리노는 서있는 쿠로네코의 뒤에 누군가 있는걸 발견했다.

"헤에, 막내야?"

쿠로네코는 그런 키리노를 보고 흠칫. 하고 놀라더니. 마치 노한 신을 달래기 위한 제물로 자신의 딸을 바치는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타, 타마키. 인사하렴"

쿠로네코의 말에,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타마키.

"아, 안녕하세요. 고코우 타마키라고 해요"

쑥스러운 기색도 없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타마키.

"……"

그리고 키리노는 히나타 때는 다르게, 멍한 얼굴로 눈도 안깜빡이며 타마키를 보고 있었다.

자신을 계속 보고 있다는걸 깨달았는지, 타마키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내가 처음 봤을때 보여줬던, 순수함 100%가 담긴 미소로 활짝 웃었다.

키리노가 타마키한테 달려들 것을 대비해서, 뒤에서 키리노의 양팔을 잡아챌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자, 나는 몸을 앞으로 하며 키리노쪽을 봤다.

"어, 어이 키리…"

주륵

"……"

언젠가 '진짜 메루루야! 3D? 진짜!?' 라면서 카나코의 콘서트를 봤을때도 그랬지만, 진짜로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억눌러진 감정은 한번에 폭발하여-

​"​귀​여​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쩌렁쩌렁. 귀가 아플정도로 소리를 지르던 키리노는 눈에 별을 가득 띄우면서 뱀이 움직이는 듯이 자연스럽게, 스르륵 하며 타마키에게 다가오더니 그 양손을 잡고 말했다.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혹​시​ 메루루 ​조​,​조​조​조​조​좋​아​하​니​?​"​

역시 악의가 0%도 없는 타마키는. 그런 키리노를 보고 아까처럼 활짝 웃으면서

"네~"

"츄릅. 하아하아… 타, 타마키야아앙. 언니 동생 하지 않을래? 하아하아… 언니 메루루 인형이랑 피규어 엄청 많거든. 다 줄테니까 하아하아…"

"일단 진정해라"

코피를 흘리면서 눈에 잔뜩 별을 띄우고, 숨을 헐떡이는 현역 모델 여중생은 정말로 무서웠다.

**

키리노가 겨우 진정되고, 그 이후에 쓰잘데기 없는 대화를 하거나 간식을 먹거나, 쿠로네코의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면서 놀았다.

쾌활한 히나타가 재미있는 짓을 많이 했기에 (물론 그 재미있는 짓의 대부분은 쿠로네코를 놀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혼나는 것도 재미의 일부분)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키리노 녀석이 진정됬다고 해도, 그 이후로 계속 타마키를 자신의 무릎위에 앉히면서 헤헤헤 라고 웃으며 히죽히죽 대는건 막을 수 없었다.

시간이 꽤 흘러, 어둑어둑 해지자. 쿠로네코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저녁 준비할게. 오늘 자고 갈거지?"

"응. 그럴셈이야"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쿠로네코는 잠시 고민하듯 머뭇거리더니

"아마 조금이따 우리 부모님이 오실거야. 허락은 맡아놨으니까"

"오우"

별거 아닌 이야긴데 왜 쿠로네코가 머뭇거린걸까… 뭐 상관없나.

20분 정도가 지나고, 저녁 준비를 다한 쿠로네코를 도와 꽤 큰 식탁에 요리와 식기를 세팅했다. 수가 많은 걸로 보아, 쿠로네코의 부모님이 곧 오실건가보다.

마지막 그릇을 옮기자. 타이밍 좋게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빠왔다!"

라면서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 히나타와 타마키. 키리노와 나도 일어나서 그 뒤를 따라갔다.

"안녕하세요. 코우사카 쿄우스케 라고 합니다"

"여동생인 코우사카 키리노 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아. 루리 친구들인가? 별 거 없지만 잘 지내다 가게"

그러며 사람좋은 인상을 짓는 아저씨 뒤로 쿠로네코와 꽤 닮은, 긴 흑발의 청초해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언니인가? 아니, 분명 쿠로네코가 제일 큰언니라고 했었는데. 어머니라고 보기엔 너무 젊어보였다.

고등학교 일년생의 딸을 포함해 셋의 자식이 있는 사람인데, 아무리 봐도 20대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도 확실히 미인이긴 한데… 그래도 나이는 못속인다고.

내 표정을 읽었는지, 쿠로네코는 팔꿈치로 나를 살짝 치더니 말했다.

"…우리 어머니야"

"진짜냐…"

우와, 아저씨 능력좋구만? 대단하네 참말로!

그대로 쿠로네코가 준비한 저녁을 모두 떠들석하게 먹었다. 주 메뉴는 쿠로네코의 수제 햄버그. 여담이지만, 평범한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훨씬 맛있다고.

부모님이 그렇게 좋은지, 히나타는 물론이고 말수가 꽤 적었던 타마키마저 조잘거리며 즐겁게 이야기 했다. 별다른 말 없이 소리없이 미소지으며 딸들을 챙기는 쿠로네코의 어머니는 정말 청초함 그 자체였다. 쿠로네코도 크면 저렇게 되려나

저녁을 다 먹고, 어른들 먼저, 그리고 차례대로 욕실까지 빌린후.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오자 쿠로네코의 아버지가 가볍게 부르셨다.

"코우사카군이라고 했나? 할 이야기가 있네"

"아, 네"

그대로, 안방인듯한 곳으로 들어가자 아저씨는 친절하게 방석까지 넘겨줬다.

"감사합니다"

방석을 받아 앉자, 아저씨는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셨다.

"루리와 연인 사이지?"

어 잠깐만. 이, 이거 상견례? 진짜? 시험당하고 있는거야 지금!?

나는 최대한 이성을 총동원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언제부터 사귀었나?"

"2주정도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얼굴을 찡그리며

"2주? 흠. 그럼 언제부터 루리랑 만났나?"

"에.. 만난지는 1년 좀 더 넘었습니다만…"

"흐음. 1년전인가"

아저씨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듯 눈을 감더니, 잠시후에 다시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루리의 어느점이 좋은가?"

"에… 어느점이냐고 물어보셔도… 음… 저, 전부?"

"허어…"

나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으신듯 하다. 나는 당황하며 급히 말을 바꿨다.

"사, 상냥한점. 이해깊은점. 소심하면서도 자존심 강하고, 남을 잘 배려해주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

"그, 괴, 굉장히 귀여운 점이 좋기도 합니다…"

"흐음"

아저씨는 나를 평가하듯, 눈을 작게 뜨고 노려보시더니 말하셨다.

"아비인 입장에서 말하기도 뭐하지만 말이야, 우리 루리는 굉장히 귀엽지. 게다가 착하지. 요리도 잘하지. 암암. 좋은 아이지"

"네…"

딸사랑이 지극한건, 어느 아버지나 마찬가지인가보다.

"하지만… 흠 잡을 곳이 딱 하나 있다네. 가끔, 언동이 굉장히 이상해. 요즘들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

"아마 애니메이션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만. 연인사이까지 됬으니 자네는 알고 있지 않나?"

"알고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여태까지 온화한 인상을 보이던 아저씨는, 진지한 표정이 되시더니

"그럼 남자친구로서, 루리의 그런 부분을 고쳐줄 수 없겠나?"

"……"

아마, 자식을 둔 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중2병이라면 당연히 그런것을 고치기 바라겠지.

여기서 쿠로네코의 아버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얌전히 '네' 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왠지 그렇게 말하기 싫었다. 솔직하게, 그저 솔직하게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했다.

"그런건 제가 관여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코우의 그런 점까지 좋아하고, 그런 점까지 포함해서 고코우니까요. 억지로 그것을 포기하게 되면 고코우는 고코우가 아니게 됩니다. 그저 본인이,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진지한 표정 그대로, 나의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다시 물었다.

"그럼 아버지 된 입장으로, 내가 자네에게 우리 딸과 헤어지라고 하면 어떻게 할건가?"

"윽…!"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이 늙은이!? 쭉빵에 동안인 마누라까지 두고 자기 딸 남자친구한테 질투하고 있어!?

나는, 오히려 그 아저씨를 노려보면서까지,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만일 헤어지라고 하셔도 그렇게 못합니다. 그런 이유로 헤어질 일리도 없지만,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아버님이 알고 있는 것처럼. 저런 좋은 여자를 그리 쉽게 포기할것 같습니까?"

아저씨는 나의 대답을 듣고 미간을 씰룩였다. 이대로 한대 쳐맞아도 어쩔 수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풉​…​푸​하​하​하​하​하​하​하​하​!​!​"​

"어??"

"하하하하하하! 아니, 조금 장난 친거라네. 미안하네"

"…네?"

"아니 조금 시험해봤어. 내 딸이 고른 남자라길래 어떤 녀석인지 궁금했거든. 이야~ 역시 우리딸이야. 남자 고르는 눈도 그리 나쁘지 않군"

"에… 저기…"

"딸을 둔 아버지로서, 하나만 부탁함세"

인자하지만 진지한 표정. 진심이라고 느껴지는 그 얼굴로, 아저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저래 보여도 루리가 꽤나 질투가 많아. 알고 있나?"

"그, 그런가요?"

"아아 그래. 다른 여자와 만날때도 조심하게. 남자가 전혀 그럴 목적이 아니더라도 여자는 오해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뭔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피가되고 살이되는 정보같다.

"우리 루리에게 절대 상처주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나?"

"뭐, 저는 고코우에게 단단히 저주가 걸렸거든요"

"응? 저주?"

마치 버릇처럼 수염도 없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호오, 어느정도 코드가 통하는 건가"

"그런셈이죠"

"크크큭… 그럼, 우리 딸 잘 부탁하네 코우사카군"

"네! 걱정마십쇼 아버님!"

"아버님은 아직 빨라. 자네도 봤겠지만 우리 마누라를 보면 우리 딸도 굉장할거야. 아, 그리고"

나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하는 아저씨에게 다가가니, 둘만 있는 방인데도 불구하고, 누구한테 들릴새라 나의 귀에 조용히 말씀하셨다.

"참고로 우리 마누라 나이가…"

소근소근

"진짜입니까…"

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저 정도면 진짜 자랑할만 하네

**

쿠로네코의 아버지와 이야기가 다 끝나고 돌아오자, 다 샤워를 끝냈는지 잠옷차림으로 꺄르륵 대고 있었다.

"아, 오빠!"

일어나서 손짓하는 히나타. 뭐, 그렇게 다같이 잠옷차림으로 또 별별찮은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나쁘지 않네 잠옷파티…

어느새 시간이 10시가 되고, 어리고 잠이 많은 타마키가 뻗어버리자 히나타도 졸린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감기걸려. 들어가서 자렴"

"네에…"

졸려서 그런지 생기없게 대답하는 히나타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자기 방으로 가고, 쿠로네코는 이미 자고 있는 타마키를 업으려고 했다.

"아. 도와줄게"

"어? 어 응"

타마키를 들기 편한 자세로 (일명 공주님 앉기) 를 하자 쿠로네코가 잠시 '칫…' 이라고 했던것 같지만, 음… 잘못들은건가.

그대로 히나타가 이불을 깔고 누워있는 방에, 이불을 피고 타마키를 눕힌다음, 다시 방으로 가려고 하자 쿠로네코가 불렀다.

"선배"

"응?"

불이 꺼진 어두운 방. 쿠로네코의 여동생 둘 벌써 잠이 들었는지 쌕쌕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고마워"

"어? 응? 뭐, 뭐가?"

"여러가지로…"

상황도 상황이라, 검은고양이가 잔뜩 그려져 있는 귀여운 잠옷을 입고 부끄러운듯 말하는 쿠로네코는 미칠듯이 귀여웠다.

"그런데 말이야…"

에… 방금 눈빛, 변한거 같은데

"브라콘인 여동생이 어떻게 위로해줬길래 여자친구가 이사갔다는 우울증에서 벗어난걸까?"

"……"

와, 왔다…

꿀꺽.

나의 침 삼키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혹시라도 여동생들이 깨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솔직하게 말해줘"

검은 눈을 빛내며 말하는 쿠로네코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평소같았으면 끝까지 발뺌했을 내용을 입에 담고 말았다.

"그, 기, 기습키스를 당했는뎁쇼"

"……………그 여자가…"

분노한듯, 잠시 부들부들 떨던 쿠로네코는 갑자기 나에게 밀착하더니

"!?"

그대로 내 몸에 온 체중을 실어서 나를 넘어트렸다.

"쿠, 쿠로네코!?"

"쉿. 동생들 깨"

"……"

내가 누워있고, 내 위로 쿠로네코가 겹치듯이 누워있는 상황.

"그… 저번에 말했지? 하, 하던거는 다음에. 라고"

"으,응…"

"지, 지금이라면…"

"……"

그리고 말없이 서로를 마주보다가, 쿠로네코가 눈을 감고 떨고 있었다.

나는 쿠로네코의 어깨를 잡은채로, 그대로 천천히 다가가. 크게 자극 없는, 그저 서로 입술을 마주댔을뿐인 키스를 했다.

"쿠로네코…"

"선배…"

이, 이상황까지 오면 내 인내심이고 자제력이고 나발이고 ​업​ㅂ​다​!​!​!​!​!​!​!​!​!​!​!​

그렇게 폭발하려는 찰나

"앗. 드디어 츄~ 했다"

"!?"

"!!!?!?"

옆으로 돌아누은 히나타가 히죽히죽대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 언제부터 깨어있었을까?"

"뭔가 쿵 하고 나서부터"

"……………"

"후후. 루리언니.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안들리게 하기 위해서는 내일도 내일모레도 햄버그를 컹넣컨ㅇ허!?"

​"​…​…​…​…​…​…​…​…​"​

광채없는 눈으로, 이불에 누워있는 히나타를 이불채로 돌돌 마는 쿠로네코는 정말로, 진짜로 무서웠다…

**

"그럼, 좀 더 놀다 가게"

"네. 감사합니다"

다음날 아침. 쿠로네코의 부모님은 우리를 배려해준것인지, 오랜만에 부부데이트를 한다며 아침일찍 나가셨고, 히나타와 타마키는 아직도 뻗어서 자고 있다.

나와 키리노는 식탁에 앉아서, 쿠로네가 요리를 가져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사 갔다고 해도 별로 달라진것도 없네~"

불만이 있는건지, 아니면 그것에 만족해서 그런건지 키리노는 옅은 미소를 지은채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다음엔 우리집에서 다같이 자볼래?"

쿠로네코가 오는걸 보고 말을 한건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살짝 돌리는 키리노의 시선을 따라가면,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쿠로네코가 요리를 가져왔다.

"그때엔 그 거인녀도 확실히 부르도록 하자"

"물론이지! 아, 그럼 그 다음엔 사오리 집에서 자자!"

깔깔대며 대화하는 여자 둘.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느낀 의문을 말했다.

"에… 그건 그렇고, 어째서 메이드복?"

"왜, 왜냐니"

쿠로네코는 검지손가락의 옆부분을 물듯, 살짝 입에 가져다 댄뒤 

"귀여우니까…?"

"아침부터 발정이야? 변태고양이"

"벼, 변태고양이라니"

유효한 타격을 가하고 자신의 공격이 클린히트 했음을 느끼고 히죽히죽 웃는 키리노. 으음… 이제 이 광경도 너무 자연스럽다.

"사오리한테 빌린거야?"

나의 질문에, 쿠로네코는 잠시 부끄러워 하더니 말했다.

"저번에 사오리에게 빌려서 그걸 본따 만들었어"

대단하구만. 난 전에 그건줄 알고 있었는데

"……너 그냥 평범하게 디자이너 같은거 하면 되는거 아니야?"

"그, 그래?"

키리노의 칭찬아닌 칭찬에, 얼굴을 붉히며 기뻐하는 쿠로네코였다.

그렇게 쿠로네코의 여동생들이 일어나기 전에 다소 소란스러운 아침식사를 마쳤다.

나와 키리노의 관계. 키리노와 쿠로네코의 관계. 나와 쿠로네코의 관계. 그리고 모두와 사오리의 관계.

그 관계들이 직,간접적으로 몇번이나 부숴질뻔한 일들이 있었지만, 비 온뒤 땅 굳는다고 우리의 관계가 더 단단하게 엮이는걸 알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이제 서로가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던, 혹은 다른 시련이 있던. 우리의 관계는 절대 깨어지지 않을 거란 느낌이 확신처럼 느껴졌다.

그래. 쿠로네코의 말대로, 이 세상 뿐만 아니라 내세에도. 그 다음 내세에도. 우리의 관계는 영원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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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完

소재가 읍ㅋ엉

아이디어도 읍ㅋ엉

플래그는 존재해도, 그 무엇보다 모두와의 커뮤니티를 중요시 하는 사오리가 쿄우스케를 채갈 내용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

카나코와 브리짓은 음...

그저 부족한 제 역량을 탓하시는 수밖에 없을듯 합니다 ㅠㅠ

제 부족한 글을 보시고 재밌어 하셨으면 그거로 만족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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