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2화
"풉…………… 풉캬카카카카카카캬카! 뭐니 사오리 그 꼴은?"
카오리… 라고 불린 사오리의 언니는 경망스럽게도 그 긴 치마가 기어올라갈 정도로 몸부림 치며 듣도 보도 못한 웃음소리로 웃었다. 완전 깬다…
"어, 언니…"
오타쿠 모드인데도 불구하고 '사오리 버지나' 로서의 케릭터를 잃어버릴 정도로 당황했는지, 사오리는 안절부절 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웃던 카오리는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웃음을 멈추고 일어나 사오리의 어깨를 오른팔로 끌어당기며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지. 나는 마키시마 카오리. 이 녀석의 언니야♬ 이야기는 들었을려나?"
그렇게 말하며 비어있는 왼손의 집게 손가락을 눈가에 가져대며 '반짝☆' 이라며 입으로 추임새까지 넣었다.
"……"
마치, 쿠로네코와 키리노를 데리고 우리집에서 처음 메루루 감상회를 가졌던 그 때 처럼, 쿠로네코는 관자놀이에 주름까지 새겨가며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고 있는듯 했다.
"그래… 당신이 사오리를 포함한 오타쿠 커뮤티니를 박살내서 사오리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준 그 악랄한 언니구나?"
"악랄하다니이~!? 나처럼 청순한 미인한테 무슨 소리야~ 그야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되면서 내가 탈퇴하긴 했지만 그 후의 리더는 사오리에게 맞겨놨었다구? 그럼 나한테는 아~무 잘못 없지잉!"
"호, 혹시 쌍둥이야?"
눈을 반짝반짝 빛나며 말하는 키리노.
"앙!? 쌍둥이라니 자세히 보란 말이야!"
카오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서히 거리를 벌리던 사오리를 다시 한번 붙잡고 자신의 얼굴 옆으로 끌어당겼다.
"눈썹도 내가 더 길고! 눈도 내가 더 크고! 코도 내가 더 오똑하고! 입술도 더 탱탱하고! 가슴은 내가 더 큰데 몸무게는 더 적다구?"
사오리가 안경을 벗은 모습을 그리 자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이렇게 둘이 나란히 서서 비교해보면 확실히 쌍둥이거나 하는건 아니었다.
어느새 사오리의 안경을 벗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눈물 젖은 강아지 같은 눈을 가진 사오리와 달리, 뾰족하고 강한 인상의 카오리는 저런 얌전한 아가씨 같은 옷 보다는 가시달린 가죽재킷이 더 어울릴법한 인상이다.
키가 엄청나게 큰게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지만… 가슴은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너희들 이야기는 사오리한테 많이 들었어. 근데 이게 뭐니? 사오리 너 무슨 벌칙게임으로 그런게 입고 있는거야? 아니면 괴롭힘 당한다던가?"
"아, 아니에요… 이건 제 나름대로의 사정이…"
"꺄하! 역시 우리 사오리는 귀엽다니까아아아앙!"
사오리의 맨얼굴에 자기 얼굴을 마구 비비는 카오리.
……진짜 사오리 정도의 소심한 성격으로, 이 정도 파워풀한 언니를 두면 트라우마가 될법하겠구만.
"그래서 그래서? 이쪽이 애인이야?"
"!?"
그렇게 말하며 카오리는 앉은채로 몸을 날려 내 옆에 밀착했다.
"아, 아뇨. 쿄우스케 오라버니라면 저쪽이 계시는 쿠로네코씨 연인이에요"
"에에~? 겨우~?"
빠직. 하며 쿠로네코의 옆에서 검은 오오라가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정말로 무례한 사람이네 당신"
머리 끝까지 화가 난듯한 쿠로네코는 주먹을 꽉 쥔채로 온몸을 부들거리며 일어서며 말했다.
"쿠, 쿠로네코 일단 진정하고;"
"선배는 조용히 해"
"……넵"
'분노'라는 감정이 질량이 있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그것도 기체가 아니라 액체로 느껴질 정도로 고밀도.
피부가 따끔따금 하는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화가 난 쿠로네코를 보고 천하의 키리노 마저 얼굴표정이 굳을 정도였는데, 그런 쿠로네코를 상대로 카오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헤에?"
라며 씨익- 웃었다.
"어디가 무례하다는 걸까? 응?"
"하나하나 일일히 설명해 줘야될 정도로 바보야 당신은?"
"설마 이거 때문?"
카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한번 내 배 위에 온몸을 날려 안기듯이 몸을 던졌다.
"!?"
이내 당연하게도 쿠로네코의 살기어린 시선이 나에게 돌아왔고 당황한 나는 손을 파닥거리며
"아니 나, 난 불가항력이라고!?"
"꺄하-☆ 거짓말쟁이 유부녀 상대로 두근 거리다니 너무 지조없는거 아니야?"
슬금슬금 올라오며 내 심장소리를 듣는 듯 가슴에 얼굴을 밀착시키더니
"후~♡"
"히익!"
나를 올려다보며 입으로 바람까지 불었다.
"그것보다 너 몇살? 오늘은 누나랑 놀래?"
"아, 아니 저기…"
나는 이 난장판의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머리가 아플 정도의 상황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이게 만화라면 내 눈이 분명 @ @ 같은 모양으로 되있겠지…
"당신 정말!"
"아하☆ 누나취향은 아닌가? 중학생? 초등학생? 이랑 사귀고 있으니까"
뭐라고 말을 하려는 쿠로네코의 말을 무시하듯 자르며, 카오리는 도발적인 눈초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남자들은 속 좁은 여자는 싫어한다구? 너 남자 사귀어 본적 얼마 없지?"
"……"
"그 몸매로 괜찮은 걸까? 금~방 남자친구 빼앗길 지도 모르겠는걸~"
"……………"
"그만하세요"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며 카오리를 제지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로네코는 말싸움엔 엄청나게 강하지만, 그것도 자기또래의 친구와 말할때다.
이렇게 경험치 만땅의 연륜이 느껴지는, 자신만이 아니라 제 3자까지 끌여들여 빙빙 돌려가면서 하는 말싸움에는 이길 재간이 없다.
일어선채로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쿠로네코에게 다가가, 그 머리를 내 가슴에 묻게 끌어당겨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건 너니까, 괜찮아 쿠로네코"
"욱… 우, 우, 우우…"
쿠로네코는 그대로 양손으로 내 옷을 붙잡고, 소리죽여 울기 시작했다. 진짜로 분했구만…
살짝 뒤로 돌아보니, 카오리는 혀를 살짝 옆으로 내밀고 자신의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이고 있었고, 안절부절 못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키리노와 "이게 우리 언니에요…" 라며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오리가 있었다.
"너무 심하게 장난쳤나?"
"심했어요"
내가 살짝 노려보며 말하자 카오리는 미안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장난치는 목소리로
"이야~ 미안 미안. 사실 너무 귀여워서 그만 괴롭혀주고 싶었어~"
라고 말했다.
사오리와 비슷한 얼굴을 해놓고 성격은 정말 최악이구만… 뭐랄까, 같은 편이었다가 나중에 결국 모든 흑막이었다! 하는 그런 케릭터 같네…
"응?"
앞에서 쿠로네코가 옷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리니, 쿠로네코는 나에게만 들릴듯한 목소리로
"흑… 저, 저 여자는 아스모데우스야… 틀림없어…"
라며 이제는 무서운지 살짝 떨고 있었다.
"그래도 난 사오리 애인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으음…"
"어, 언니! 저 아직 애, 애인같은거 없어요!"
"응? 그래도 좋아하잖아?"
"네,네!?"
흠칫. 하며 쿠로네코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카오리에게 돌아갔다.
"그치만~ 가끔 자기 친구들 이야기 할때 쿄우스케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입이 귀에 걸려가지고는"
"아, 안 그랬어요! 그나저나 언니는 왜 일본에? 갑자기 돌아온다고 했을때도 놀랐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싶더니 아키하바라에, 그것도 제 친구들이랑 있다니…"
거기서 카오리는 "응? 그거야 당연하잖아?" 라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너 약혼 성사 시키러 날아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