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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전환점 4화


그대로 그네를 삐걱이며 시간을 떼우다가 집에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형식적인 대답을 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려고 하자, 익숙하지 않은 두켤레의 신발이 보였다.

'손님인가?'

검은 운동화와 하얀 샌달. 한순간 쿠로네코의 검은색 구두인줄 알고 심장이 철렁 했었지만 그저 착각이었다.

딱 봐도 크기가 작은 신발은, 그 주인의 나이를 대충이라도 예상할 수 있게 해줬다.

설마 키리노 녀석이 범죄라도 저지른게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걱정이 되는데…

어찌됬던 거실에서 보리차를 마신다음 2층으로 올라가, 내 방에 들어가기 전에 키리노 녀석의 방에 귀를 기울였다.

"이, 이것도 줄까? 응응 정말로 괜찮아. 그러엄! 또 뭐 가지고 싶은거 있어?"

"…………"

똑똑

"어이 키리노… 난데…"

정말로 범죄의 냄새를 느끼며, 문을 두드리고 키리노를 부르자마자 문이 활짝 열리더니, 나의 허릿죽지에 무언가가 안겼다.

"오빠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보이는건 검은색 단발머리의 가마.

그리고 키리노의 침대에는 뻘쭘한 표정으로 히나타가 앉아있고, 바닥엔 각종 메루루 상품들. 그리고 한손에는 메루루의 피규어를 들고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서있는 키리노가 보였다.

나는 순간 히나타와 눈을 마주치며 뻘쭘한 표정을 짓자 히나타는 과장되게 손을 흔들었다.

"키리노"

나는 그 어느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지긋히 눈까지 감으며 키리노를 불렀다.

"뭐야? 갑자기"

진지한 표정 때문인지, 키리노는 긴장한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리 나나 아버지라고 해도 경찰을 막을순 없어. 하지만 걱정마라. 니가 범죄자가 되더라도 우리 가족은 항상 네편이니까"

"하?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

"응? 유괴한거 아니냐?"

"그럴리가 있냐 멍청아!"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던 키리노는, 나의 말에 손에 들고있는 물건을 나에게 집어던지려고 하다가 그것이 메루루 피규어라는것을 깨닫고 그만뒀다.

"히나타 언니가 오빠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왔어요~"

내 허리에 매달려 있는 타마키가 그런 말을 했다. 

그건 그렇고 이 상황, 밖이라면 문답무용으로 경찰에 잡혀갈 상황이군.

"할 이야기?"

"응 코우사카군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데…"

히나타는 말을 흐리며, 키리노쪽을 살짝 흘겨봤다.

"여기서는 좀… 헤헤"

**

"잘먹겠습니다~"

"잘먹을게 고마워 코우사카군"

"신경쓰지마 나도 배고프고"

나는 키리노가 신경쓰이는지 말을 가리는 히나타와 마냥 즐거워하고 있는 타마키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점심때가 가까이 왔기에 뭐라도 사먹을까 해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타마키가 해맑게 '햄버거!'라고 해서, 근처 패스트푸드점으로 왔다. 어느정도의 지출을 각오했었는데, 고맙다 타마키!

물론 키리노 녀석은 주인이 산책시간에 안데리고 나가는 강아지처럼 엄청나게 같이가고 싶어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인 데리야끼 소스로 만든 버거, 타마키는 치킨버거, 히나타는 '고기지 고기!' 라면서 불고기 버거를 주문했다. 물론 세트메뉴라고.

"코우사카군은 먹는것도 평범하네…"

"너가 말하기냐"

"응? 내가 왜?"

"고코우가 삼자매 중에서 가장 평범하잖냐 너는"

"자라나는 소녀에게 무슨 그런 심한말을!?"

"그럼 아니야?"

"크,크윽… 루, 루리언니가 개성적인건 인정하겠지만 타마키는!!"

"너… 쿠로네코한테 방금 한말 다 말한다"

"으아아아앙! 코우사카구우운!"

그런식으로 잡담을 떠들며 햄버거를 먹었다. 시간상 내가 가장 먼저 먹고, 그 다음으로 히나타가 다 먹은 타이밍에 맞춰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할 이야기라는게 어떤거야?"

"응? 아아, 그거 말인데…"

감자튀김을 먹던 히나타는 콜라의 빨대를 쭈욱 빨더니

"그… 코우사카군 혹시 루리언니랑 싸웠어…?"

불안한듯,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히나타.

역시 쿠로네코에 관한 이야기였나. 생각없는 장난꾸러기 처럼 보여도 히나타는 꽤 어른스러운 아이다.

"싸운건 아니야"

"…그래?"

아직도 즐겁게 햄버거를 먹고 있는 타마키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는 표정이었다. 아직 반이나 ​남​았​군​. ​

"혹시 쿠로네코, 어디 아파?"

"응? 아니 루리언니 딱히 아프지는 않기야 한데…"

말을 흐리면서 복잡한 표정을 짓는 히나타의 모습을 보니, 뭔가 평소와는 다른게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쿠로네코가 무슨말 안해줬어? 아니면 평소랑은 행동이 다르다던가…"

"으응. 뭔가 말을 해준건 없는데, 요즘들어 뭔가 우울해한다고 할까… 뭔가 멍ㅡ하게 있는 경우가 많아"

기운없는 언니가 걱정되는지, 자기까지 완전히 기운없는 듯한 모습으로 히나타는 말했다.

"어제 언니 울고 있었어요…"

"……"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타마키는 약간 침체된 분위기를 읽은건지 햄버거를 먹다 말고 자신도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렇게 된거야. 언니가 기운이 없길래 혹시 코우사카군이랑 싸웠나 해서"

"………"

"우웅~"

히나타는 나이에 맞지 않게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며 말했다.

"빨리 안돌아가면 루리언니도 걱정할테고~ 이만 가볼게. 잘먹었어 코우사카군"

히나타는 남기긴 했지만, 배부른지 만족한 표정을 짓는 타마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잘있어요 오빠~"

타마키도 손을 흔들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히나타!"

"응?"

나는 타마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히나타를 불러세웠다.

"아…"

나도 모르게 히나타를 불러세웠다. 왜?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일까. 무엇을 물어보고 싶어서 일까

방향을 돌리고,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나를 쳐다보는 히나타에게 나는 물었다.

"쿠로네코는… 내가 싫어졌을까?"

말을 한 자신조차,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히나타를 불러세워서, 나도 모르게 물어본 질문.

"응? 무슨말을 하는거야?"

히나타는 윗니를 보이며 사람좋게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루리언니가 코우사카군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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