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슈타인즈 게이트 x 내여귀
본 내용은 게임,애니메이션인 '슈타인즈 게이트'의 스포일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슈타인즈 게이트를 즐기시지 않았거나, 혹은 즐길 예정이라 스포일러를 피하시려면 안보시는걸 추천해요
맴맴맴-
귀가 아플 정도로 찌렁찌렁하게 매미가 우는 여름날.
오타쿠의 성지. 아키하바라에 있는 여러 메이드 카페중에서도 메이드가 귀엽다는 평으로 1,2위를 다투는 메이드카페 '메이퀸냥냥'의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따르릉.
문 위쪽에 달려있는,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달려있는 방울이 적당한 소리로 울었다.
마치 그 여름철 풍경같은 소리에, 이미 들어와 있는 손님들도 심리적으로 청량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서오세요냐 주인님! 어라? 쿄우마다냐!"
그중, 메이퀸냥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메이드. 페이리스라는 이름의 소녀가 평소대로의 접객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친한 지인을 반기는 듯한 기쁜 목소리를 내자,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찡그리는 손님도 몇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메이드 카페라는 점도 있지만, 페이리스를 몰래 동경하거나, 혹은 진지하게 이성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보기엔 그러한 이성이 자기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기분이 나쁠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단골인 손님들은, 페이리스의 환영을 받는 큰 키에, 하얀 가운을 입고 마치 귀찮은듯 안깎은 턱수염을 가진 남자를 보고 '또 저녀석인가' 라고 다같이 생각했다.
"뚯뚜루~ 안녕 페이리스. 미안해~ 기껏 휴가를 냈는데, 다시 돌아오게 됬네"
하지만 페이리스의 환영을 받은 그 남자보다 먼저 반응한건, 그 쿄우마의 뒤에서 가려있었던 푸근한 인상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호오!? 이번의 마유시는 손님으로 온거다냐!? 그렇다면~ 페이리스 필살의 아이스 커피가 서비스다냐!
"오오! 왔다오! 페이리스땅의 필살 아이스 커피! 왔다오!"
역시나, 이번에도 페이리스의 환영을 받은 여자아이보다 먼저 반응한건, 쿄우마의 뒤에서 가려있…지는 않고, 그 사이즈 때문에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몸으로 뿜던 뚱뚱한 오타쿠였다.
"정말, 덥고 목말라 죽겠는데 일단 들어가서 하면 안되겠어? 아. 페이리스양 안녕"
그리고, 붉은색이 감도는 갈색머리의 여자아이는 이중에서는 그나마 상식인인듯.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제안했다.
단지 그것만으로 그녀가 상식인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썩은 동태눈을 하고있는 하얀 가운의 남자나, 코에서 김을 훅훅 내며 페이리스에게 열광하고 있는 뚱뚱한 오타쿠, 그리고 뒤에서 소리없이 하얀 가운의 남자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는 건강미 넘치는 땋은머리의 소녀중에서라면, 누가 봐도 그나마 상식인으로 보이겠지.
"자자 그러면 주인님들. 이쪽으로냐!"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페이리스가 구석에 창가자리라는, A급 자리를 일행에게 안내한후, 주문을 받으면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쿄우마. 이렇게 다같이 나들이라니, 혹시 그 기관의 녀석들을 헤치우러 가는 라그나로크(최종 성전) 이다냐!?"
"……"
"후후. 그건 말이죠~ 오카링이 오늘 거하게 쏜다고 했습니다~"
만사에 관심이 없는듯, 썩은 동태눈을 하고 있는 남자가 별 반응이 없자, 그 옆에 앉아있던 마유시라고 불린 소녀가 대신 대답했다.
"정말, 아까까지만 해도 자전거를 타고 옆마을까지 가자고 하더만, 무슨 변덕인지"
아까의 상식인이 약간 토라진듯한 얼굴로 말하자,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쿄우마라고 불린 남자가 말했다.
"페이리스. 주문을"
"알겠습니다냐~ 주인님들. 원하시는 메뉴는 뭐다냐?"
"아, 그럼 난 이 딸기파르페."
"페,페이리스땅의 서비스 작살메뉴는 또 뭐가 있냐오?"
즐거운듯, 앞다투어 메뉴를 주문하는 일행들과는 달리. 정작 주문을 요청하고, 돈을 지불하는 입장인 쿄우마는 흥미가 없는듯. 자신들이 아닌, 두칸 뒤에있는 사람들에게 귀를 귀울였다.
"정말, 이런 가게는 어디서 알아냈어 사오리?"
"후후후. 아키하바라의 버지나 네트워크의 위력을 너무 간과하지 마시옵소서!"
레토르트 식품이 난무하면서 가격은 무지하게 비싼 다른 메이드 카페와는 달리, 제대로 느껴지는 손요리에 감동받은건지, 평소대로의 코스프레 차림의 쿠로네코가 그렇게 말하자, 사오리는 가슴을 핀채 노래를 부르는 듯한 포즈로 대답했다.
"하아하아… 메, 메이드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어이어이, 아무리 대충봐도 너보다 나이 많아보인다고?"
쿄우스케는 자기보다 연상이 확실한 메이드에게 침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자신의 여동생을 한심한 눈빛으로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키리노는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듯. 자신의 오빠가 말하는건 무시한채. 자신의 앞자리에 있는 쿠로네코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 말이야. 요번에 나온 신작게임. 해봤어?"
"흥. 당신이 소개시켜주는거면, 또 여동생물인게 뻔해"
"물론 여동생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너가 좋아할만한 내용이라구? 그거야 뭐, '나 졸라 짱쌤! 내 눈알 졸라짱쌤!' 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말이야. 적당한 중2병의 공상과학이라면 흥미있지 않아?"
"………당신 설마, 마스케라를 빗대어 말한건 아니겠지"
"응? 어떻게 알았어?
"이 망할 스윗트녀가…"
키리노와 쿠로네코는, 평소처럼 이를 들어내며 갸악! 하는 고양이들처럼 싸웠다.
"………"
그런 행복해보이는 일상을 보면서 쿄우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저 남자를 죽이고 여자를 겁탈한다고 해도 모두 없던 일로 돌릴 수 있다.
실천으로 옮길 악독함은 없어도,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지금의 쿄우마는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쿄우스케 일행에 대해 흥미가 떨어진 쿄우마가, 그 일행에게 관심을 떼자마자, 쿄우마에게는 놀라울 만한 소리가 들렸다.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저번에 그… 거대뭐시기? 그걸 실험한다고, 미니 블랙홀이 생기네 마네로 떠들석했었잖아. 그게 스토리의 주 내용이더라구"
"………거대강입자가속기. 통칭 LHC. 빅뱅을 재현해서, 존재한다고만 전해지는 다크메터나 힉스입자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SERN의 장치야. 그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확실히… 그때, 미니 블랙홀이 생겨서 지구가 멸망할 수 있으니 위험하다! 같은 소리가 뉴스나 인터넷 상에서 폭주했었소이다"
한심하다는듯 말하는 쿠로네코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사오리에게, 키리노는 즐거운듯 계속해서 게임의 주 스토리를 설명했다.
그렇게 키리노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정도의 개요를 파악한 쿠로네코가 이렇게 말했다.
"보통, 그런건 제작사인 SERN이 흑막인게 분명한데 말이야"
우당탕!!!
그러자, 테이블 위에 있는 얼음물이 든 유리컵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와 함께 쿄우마가 민첩하게 일어나, 쿠로네코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 어디까지 알고있나? 너도 미래에서 온건가? 아니면, SERN의 스파이냐!?"
"어, 어이 이봐요!"
"오카베!?" "오카링!"
갑자기 난입한 남자에 의해 대단히 깜짝 놀란 쿠로네코와 키리노 사이로 방패막이가 되듯이 인상을 쓴 쿄우스케가 막아서자, 오카베라고 불린 남자의 일행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아."
잠시 멍하게 있던 오카베는, 자신의 혀를 깨물어 자르는듯한 끔찍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다. 조금 착각했다"
"………"
사과를 해도 말없이, 자신의 속을 남김없이 파헤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영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쿠로네코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자. 오카베는 평소의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
"후~ 하하하하하하하하! 이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우인 쿄우마에게 그런 고급정보를 흘리다니, 기관의 스파이여. 나의 마안. '리딩 슈타이너'에게 걸린이상. 도망갈 방법은 없다!"
"……"
"………"
"……………"
"……………………또있어… 사기안…"
평소대로의 반응.
오카베는 자신의 속내를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크리스나 마유리, 혹은 다루가 와서 자신을 바보취급하고, 다시 대충 사과하면 끝나겠지.
그런 무른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쉰 순간-
"흥. 기관의 스파이? 흥. 인간주제에, 감히 타천의 여왕인 나. 쿠로네코를 그런 우매한것과 동일시 하다니. 딱한 녀석이군"
"!?"
"오히려 나를 상대하려면, 가브리엘의 빛의군대 정도는 데려오거라"
쿠로네코의 반응에 당황해하는 오카베를, 딱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키리노와 쿄우스케. 사오리는 혼자서 재미있다는듯 입을 ω 모양으로 하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붉은색이 감도는 갈색머리의 소녀와 뚱뚱한 오타쿠가 오카베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중2병인 주제에 중2병에게 약하다는건 무슨 개그야?"
"페이리스땅 때도 그렇더니, 오카링은 동족혐오가 분명하다오. 마키세씨도 중2병 속성으로 클래스체인지 하면 오카링은 이길수 있을지도 모른다오?"
"허나, 거절한다"
"……마키세씨…"
"………! 트,틀려! 틀리다구…"
뭐가 틀린지, 얼굴을 붉힌채 말을 흐리는 마키세의 뒤로, 마유시가 나타나서 당황해하는 오카베를 내버려둔채, 쿄우스케 일행에게 다가와 말했다.
"정말, 다들 미안해요~ 오카링도 참. 어서 사과해"
"그… 미, 미안하다…"
입술을 삐죽 내민채 말하는 오카베의 모습에, 아까까지 정색을 하고 자신의 일행들을 지키려던 쿄우스케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괜찮아요. 이녀석들도 충분히 괴짜라…"
"……까만거 말고 중2병은 처음봐"
키리노가 진심으로 그렇게 감탄한 찰나, 멀리서 주문한 요리들을 가져오던 페이리스는 (OㅅO)! 이런 모양의, 고양이 입을 하고 눈을 번뜩이더니, 요령좋게 내용물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채로, 스르륵하며 빠르게 다가왔다.
"오호! 쿄우마의 '리딩 슈타이너'가 발동한 여파를 느끼고, 나의 '쳇셔 브레이크'가 연동하고 있다냐!!"
"…………………늘었어…"
질린다는 표정의 키리노 너머로, 장난스러운 표정의 페이리스는 쿠로네코와 눈이 마주쳤다.
"냐냥!?"
"흐응?"
"……"
"………"
"…………"
그리고 동시에, 둘은 생각했다
'얕볼수 없는 여자야…'
파지직 하며 불꽃이 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눈을 번뜩이며 눈싸움을 하는 둘과는 다르게, 어째서인지 벌써 다른 일행들은 서로 친해진것 같았다.
오타쿠력이 상당해 보이는 뚱뚱한 오타쿠와, 오타쿠의 코스프레를 한 사오리는
"사오리씨는 건담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이 뭐냐오?"
"후후후. 물론 일반적으로는 퍼스트 건담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소인의 경우 역시 건담하면 자쿠라고 생각하오!"
"오오오 mjk!? 사오리씨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것 같다오! 역시 건담하면 자쿠! 자쿠와는 다르다오 자쿠와는!"
같은 대화를 하고 있고, 붉은색이 감도는 갈색머리의 여자아이와 키리노는
"정말, 현실의 중2병 속성은 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니까! 오카베는 맨날 기관이니, 매드사이언티스트니, 호우인 쿄우마니… 게다가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지도 않는다니까! 정말, 미국이었으면…"
"…………………그러고보니 저도 저녀석한테 이름으로 불린적이 거의 없네요…"
그리고 왠지 모르게 서로를 질린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오카베와 쿄우스케.
이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못따라갔는지, 아직도 당황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오카베의 옆에, 마유시가 소리도 없이 다가와서 말했다.
"오카링. 드디어 웃었구나"
"응? 무슨 뜻이야? 마유리"
"오늘… 이상하게 오카링이 기운이 없어서, 마유시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
아. 그러고보니, 웃었구나. 마음이, 정신이 부숴져가기 일보직전에, 단순한 변덕을 부려서 다른 선택지를 취한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
그 단순한 변덕에, 여태까지 알고 있었던 전개와 다른 전개라서 그랬을까. 조금은 생기가 찬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
누가 먼저 패배를 인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샌가 페이리스는 다른 테이블에서 서빙을 하고 있었고, 여유가 생긴 쿠로네코는 오카베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뭐, 뭐냐 요괴고양이"
반사적으로, 언젠가 본 무술영화의 한장면처럼 양손날을 세워서 몸앞에 두며 자세를 잡는 오카베에게, 쿠로네코는 웃지도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지옥 밑바닥까지 핥은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당신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게 어때?"
방금의 장난스러운 기색은 전혀 없는듯한 목소리와, 의미심장한 말에 오카베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리며, 내리깔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의미냐"
"글쎄?"
자기가 말하고도 자기 목소리인지 깨닫는게 오래 걸릴 정도로, 자신이 들어도 섬뜩한 목소리 였지만 쿠로네코는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처럼,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
"아까부터 당신 뒤에서 한마디도 안하고 지켜보고 있는, 저 여자에게 물어보는게 어때?"
순간 오카베는 핫. 하고 놀라며, 쿠로네코의 말을 따라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심란한 표정의, 건강미가 돋보이는 땋은머리의 소녀가 앉아있었다.
"스즈하…"
"……오카베 린타로. 너, 역시…"
아니야. 괜찮아. 이 일 역시 '없던일'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의 낙원은, 끝나지 않는다.
이대로 바로 돌아가서, '오늘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것으로 모든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오카베는 자기도 모르게 그 기묘한 느낌을 주는 검은 드레스의 소녀에게 말했다.
"이봐. 요괴고양이"
"……쿠로네코야"
오카베가 끝까지 결말짓지 못했던 문제.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그 문제에 대해, 오카베는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그 고양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만약 너가,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내쳐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그러자, 쿠로네코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답했다.
"양쪽, 다 구해"
"그런 속편한 결과가 있다면 진작에…!"
대답의 반응속도나, 조롱하는 듯한 쿠로네코의 목소리에 순간 욱하며 머리끝까지 화가 난 오카베가 뭐라고 따지기도 전에, 쿠로네코는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은 뭘 고민하는 거야? 제 3자인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는것 부터가, 이미 당신이 원하는 결말이 뭔지는 알고 있는것 아니야? 양쪽 다 소중한데, 한쪽만 선택하는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위해 몸버둥쳐. 그것이 아무리 이상향에 가까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고 해도, 끝까지 추하게. 더러운 시궁창 위라도 좋으니 추하게 몸버둥치란 말이야. 그것이 인간 답다는것 아니겠어?"
"…………"
쿠로네코의 말에, 오카베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무엇을 깨달았을까. 그걸 알아차리기도 전에, 오카베는 웃었다.
"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켁, 콜록 콜록!!"
폐에 있는 모든 산소를 내뱉는듯, 미친듯이 웃던 오카베는 사레가 걸린듯 기침을 몇번 하더니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했더니, 양쪽을 선택해? 어찌 되먹은 욕심쟁인거냐 너는! 과학자라면,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가장 리스크가 적은 판단을 하는게 당연하잖냐!!"
쿠로네코의 말을 부정하는듯한 오카베였지만, 그 상쾌한듯한 표정으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불만은 없는듯 했다.
"하지만"
씨익- 웃으며, 오늘 가게에 들어온 이후로부터 가장 생기발랄한 미소로, 오카베는 웃으며 말했다.
"실로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다운 선택지군! 좋다! 좋다고! 몸버둥 쳐주겠어.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 이거야!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찌되든 나와는 상관 없지만"
오카베는 그렇다 치더라도, 똑같이 왠지 모르게 상쾌해 보이는 쿠로네코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오카베는 "돈은 여기 있다! 난 일이 있으니 먼저 라보에 돌아가겠어!" 라며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
맴맴맴-
귀가 아플 정도로 찌렁찌렁하게 매미가 우는 여름날.
오타쿠의 성지. 아키하바라에 있는 여러 메이드 카페중에서도 메이드가 귀엽다는 평으로 1,2위를 다투는 메이드카페 '메이퀸냥냥'의 창가쪽 구석 테이블에, 익숙한 모습의 일행들이 보였다.
따르릉.
가게의 한편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실내에 왜 걸려져 있는지 모를 풍경이, 어떠한 매커니즘 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르릉 하며 기분적으로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해서 이미 시원하지만) 소리를 냈다.
"정말, 이런 가게는 어디서 알아냈어 사오리?"
"후후후. 아키하바라의 버지나 네트워크의 위력을 너무 간과하지 마시옵소서!"
레토르트 식품이 난무하면서 가격은 무지하게 비싼 보통의 메이드 카페와는 달리, 제대로 느껴지는 손요리에 감동받은건지, 평소대로의 코스프레 차림의 쿠로네코가 그렇게 말하자, 사오리는 가슴을 핀채 노래를 부르는 듯한 포즈로 대답했다.
"하아하아… 메, 메이드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어이어이, 아무리 대충봐도 너보다 나이 많아보인다고?"
쿄우스케는 자기보다 연상이 확실한 메이드에게 침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자신의 여동생을 한심한 눈빛으로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키리노는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듯. 자신의 오빠가 말하는건 무시한채. 자신의 앞자리에 있는 쿠로네코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 말이야. 요번에 나온 신작게임. 해봤어?"
"흥. 당신이 소개시켜주는거면, 또 여동생물인게 뻔해"
"물론 여동생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너가 좋아할만한 내용이라구? 그거야 뭐, '나 졸라 짱쌤! 내 눈알 졸라짱쌤!' 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말이야. 적당한 중2병의 공상과학이라면 흥미있지 않아?"
"………당신 설마, 마스케라를 빗대어 말한건 아니겠지"
"응? 어떻게 알았어?
"이 망할 스윗트녀가…"
키리노와 쿠로네코는, 평소처럼 이를 들어내며 갸악! 하는 고양이들처럼 싸웠다.
그런 모습을 보며, 쿄우스케는 "또 이 패턴이냐…" 라며 한숨을 쉬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미소녀 둘이 갸악! 하며 싸우는 모습은 아무래도 훈훈한 축이었기(…) 때문에, 별 말 없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싸움이 진정되고, 다시 대화의 주제는 아까의 게임으로 돌아갔다.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저번에 그… 거대뭐시기? 그걸 실험한다고, 미니 블랙홀이 생기네 마네로 떠들석했었잖아. 그게 스토리의 주 내용이더라구"
"………거대강입자가속기. 통칭 LHC. 빅뱅을 재현해서, 존재한다고만 전해지는 다크메터나 힉스입자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SERN의 장치야. 그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확실히… 그때, 미니 블랙홀이 생겨서 지구가 멸망할 수 있으니 위험하다! 같은 소리가 뉴스나 인터넷 상에서 폭주했었소이다"
한심하다는듯 말하는 쿠로네코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사오리에게, 키리노는 즐거운듯 계속해서 게임의 주 스토리를 설명했다.
그렇게 키리노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정도의 개요를 파악한 쿠로네코가 이렇게 말했다.
"보통, 그런건 제작사인 SERN이 흑막인게 분명한데 말이야, 큭…"
"어, 어이! 어디 아픈거야!?"
갑자기 인상을 쓰며 한쪽손으로 머리를 붙잡는 쿠로네코에게, 쿄우스케가 걱정스럽게 물어봤다.
"……이제 괜찮아 졌어"
정말로 괜찮아 졌는지, 아까의 괴로워 하던 모습은 조금도 찾을 수 없는 쿠로네코는, 창밖을 보며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도 힘들겠네"
모든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