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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모델? 모델! 4화


**

"쿄우스케군 왔어?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건물에 들어서자 마자 나를 반기는건, 환한 얼굴로 웃는 게이 감독 이었다.

뭐, 보통 이런 희망은 산산히 부숴지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도 있기야 하지만, 이 정도로 쌩쌩하면 뭔가 눈물이 나는걸.

"안녕하세요 감독님"

"……"

반지르르한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한 키리노와, 옆에서 뻘쭘하게 시선을 피하고 있는 쿠로네코.

그리고 감독은 키리노의 인사에는 대답도 안한채, 쿠로네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

쿠로네코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흠칫 놀라면서, 무의식적으로 두발자국 정도 뒤로 피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갑자기 다가온다면 놀랄만도 하겠지.

하지만 감독은 자신의 허리를 굽혀 쿠로네코의 눈높이를 맞춘후, 허리를 굽힌 그 자세로 쿠로네코를 추격해왔다.

"호오… 키리노양이 자기만 믿으라고 호언장담을 하던데,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헷헤. 그쵸?"

쿠로네코도 저 사람을 위아래로 감정하듯이 위아래로 훑어 보는 시선은 아무래도 기분이 나쁜듯 보였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감독 입장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일테니.

"너, 이름은?"

"고, 고코우 루리 입니다만…"

"좋아 루리양. 오늘 하루 잘부탁해. 들은대로 나는 여기 감독. 자세한건 키리노양을 따라가면 될거야"

"네…"

감독은 싱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더니, '에고고' 같은 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피며 일어났다.

"응?"

무언가 놓친걸 깨달은듯. 감독은 그런 소리를 내면서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뭐야 쿄우스케군. 멋쟁이가 다됬네?"

"아 네… 감사합니다"

"키도 조금 큰거 같고"

"에, 그런가요?"

"좋아 좋아. 그럼 쿄우스케군도 키리노양을 따라가면 될거야"

"네"

감독은 그대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 처음 만났을땐 내 몸 이곳저곳을 주물럭 거렸기 때문에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해야할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괜시리 쫄아서 힘들었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니, 옆에서 키리노가 말을 걸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문제라고 할것 까지는 없는데, 괜히 감독이 저번처럼 모델 몸을 주물럭 거릴줄 알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네"

"저번처럼?"

키리노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감독님, 딱히 모델 주물럭 거리는 취미는 없는데?"

"……"

역시 이곳은 여러모로 위험해…

**

당연하게도 쿠로네코는 이곳에 처음 왔고, 나는 저번에 한번 왔다고는 해도 이미 오래전 일이기에 방의 위치따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키리노는 아까 감독이 흥얼거린 콧노래의 멜로디가 마음에 드는지, 비슷하게 그 멜로디를 흉내내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고 있고 나와 쿠로네코는 그 뒤를 나란히 쫓아가고 ​있​었​다​. ​

"괜찮아?"

"………"

기본적으로 소심한 쿠로네코이기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쿠로네코는 딱딱히 굳은 표정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독에게 이름을 말한 뒤로 한마디도 없는 쿠로네코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저번 내가 왔었던 일이라던가, 촬영장의 분위기 라던가 이야기 했지만 그럴수록 쿠로네코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나라고 해도 그렇게 긴장했었는데, 너는 오죽하겠냐"

"………"

나는 그렇게 말하며, 쿠로네코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혼자도 아니고 나도 있잖냐"

갑자기 손을 잡아서 그런지, 흠칫 놀라던 쿠로네코는 나의 말을 듣고 엹게 미소를 지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응. 고마워 쿄우스케"

조금 쑥쓰러운 대사였지만, 쿠로네코가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렸으니 다행이려나.

그대로 키리노를 따라 촬영장 까지 가니, 언제 왔는지 감독이 이미 여러 직원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셋은 감독이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시 서있으니, 대화를 끝낸 감독이 우리를 먼저 파악하고 다가왔다.

"키리노양이랑, 루리양이랑, 쿄우스케군이지. 잠깐만 기다려봐"

그러면서 감독은, 손에 들고 있는 파일을 휙휙 넘기더니

"그래. 너희들 편한대로 하는게 낫겠다. 그 녀석들이 식중독에 걸린게 잘못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키리노의 잘못이겠지만. 괜히 말을 꺼내서 분위기를 흐릴 필요도 ​없​겠​지​. ​

그저 나는 이름도 모르는 다른 모델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루리양이 와줘서 살았어. 키리노양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화할 수 없는 컨셉이 많거든"

"감독님. 그거 무슨 뜻이에요?"

감독의 그런 말에, 키리노는 약간 기분이 상한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아아. 나쁜 뜻은 아니고. 키리노양은 활발하고 성숙한 건강미인 이잖아? 그래서 반대되는 컨셉은 아무래도 조화가 안맞거든"

"치이…"

더 항의하고 싶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한 키리노는 볼을 부풀리며 약간 삐진듯 했다.

"그래. 어차피 촬영할건 많고, 너희들만으로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보여주는 옷들 중에서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걸 골라. 식중독에나 걸린 녀석들이 남은걸 하면 되니까"

감독은 그렇게 말한후. 저번에 봤었던 여자분을 손짓으로 ​불​렀​다​. ​

고개를 숙여 우리에게 인사한 여성은, 그대로 우리를 의상실로 안내해 주고 샘플들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사복부터, 코스프레 의상같은 것까지 몇십벌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옷들이 방안 가득 있었다.

아직까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한 쿠로네코가 진땀을 흘려가며 옷들을 보고 있으니, 옆에서 키리노가 말했다.

"잠깐. 그래! 너, 아까 약속한거 여기서 해치워 버리지 않을래?"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 스윗트 1호"

"내가 너한테 어울릴법한 옷들을 골라줄테니까! 너, 어차피 뭘 고를지 막막하잖아?"

"으…"

키리노의 제안에, 얼굴을 붉히며 인상을 쓰던 쿠로네코는 십초가량 곰곰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당신 말이 맞는거 같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수지가 맞는건지 키리노의 제안을 ​승​낙​했​다​. ​

"우히히. 자~ 그럼 뭘 골라볼까!"

"……"

집에서 여동생이 나오는 에로게임을 할때의 표정을 만드는 키리노를, 쿠로네코는 불안한듯이 ​쳐​다​봤​지​만​… ​

"자, 그럼 처음엔 이거!"

키리노가 고른 옷은 세라복으로, 그나마 정상적인 옷이었다.

파란색과 하얀색이 섞여있는 세라복은 정석이라면 정석이었지만, 일반적으로 교복으로 이용되는 세라복 보다는 치마길이가 한참은 짧았다.

쿠로네코도 의외로 정상적인 옷을 고른 키리노에게 의아한 눈빛을 보냈지만, 키리노는 그런 시선을 눈치도 못채고 같이 들어왔던 여자분에게 말했다.

여자분은 요령좋게 쿠로네코의 사이즈를 척척척 재고 난후, 키리노의 분까지 옷을 가져왔다.

나도 뭐 교복 같은걸 입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번엔 나의 차례는 없나보다.

그대로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까지 받은후 키리노는 쿠로네코를 거의 밀다싶이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어때?"

라면서 환한 얼굴로 나의 평가를 요구하는 키리노. 음. 여기선 솔직히 말해보도록 할까

"양아치 여고생"

"죽인다?"

"굉장히 귀여운 여고생"

"응. 아슬아슬 하게 합격점"

해맑게 웃는 키리노의 옆으로, 쿠로네코는 아직도 딱딱한 얼굴로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다른곳 이었으면, 쿠로네코도 '어때?' 라면서 물어봤겠지만, 장소가 장소다 보니 여러모로 기가 죽은 쿠로네코는 고양이 라기 보다는 새끼 강아지 같았다.

한가지 흠 아닌 흠이 있다면… 안경을 벗어놓고 왔다는 점 정도? 하긴, 쿠로네코가 세라복에 안경이라는 환상의 조합을 실천했다면 나는 그대로 쿠로네코를 집어든채 집으로 돌아갈거다. 진짜라고.

"무척이나 귀여우니 걱정마. 내가 보장한다!"

"으,응…"

크… 키리노의 선택, 정말 바람직하구만.

아직도 정신이 없는 쿠로네코가 쭈삣쭈삣 대답하자, 키리노는 또다시 쿠로네코를 밀다싶이 하면서 카메라 앞으로 갔다.

여러 표정으로 즐거운듯 촬영하는 키리노와는 다르게, 딱딱한 표정이나 부끄러움을 타는 표정을 고수하는 쿠로네코는 키리노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기에 잘어울린다면 잘어울렸지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긴장하지 않고 평소처럼만 해도 좋은 사진이 더 많이 나올것 같은데.

그런 모습을 감독 옆이라는 특등석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옆에서 감독이 작은 소리로 '표정이 조금 딱딱하구만' 같은 말을 했지만, 그럭저럭 만족했는지 컷사인이 나왔다.

"자, 다음 다음!"

눈을 뱅글뱅글 돌리며 힘들어하는 쿠로네코는 안중에도 없는지, 키리노는 콧김을 훅훅 내뿜으면서 쿠로네코를 다시 의상실로 끌고갔다. 도와줄게 없다는게 슬프구만.

그 후로도, 키리노는 세라복 말고도 복고풍, 고딕로리타(나중에 알고보니 진짜로 이쪽 의상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였다!), 펑키룩, 웨스턴룩, 댄디스타일 등 별에 별 옷을 다 입혔다.

뭐, 중간중간 마다 남자역할이 필요한 복장엔 나도 투입이 되어 키리노, 쿠로네코와 함께 촬영을 했다. 그리고 쿠로네코는, 왠지 내가 같이 촬영할때는 표정이 편해보이는 것 같았다.

"우우… 언제까지 해야되는 거야…"

한시간 정도 더 지나자 슬슬 정신적으로 한계인지 의상실에 있는 소파에서 엎드려 울먹거리는 쿠로네코를 아랑곳 하지 않고, 키리노는 뭘 더 입힐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의상을 훑어봤다.

"언니, 유카타 같은거 없어요?"

아까 그 여성분은 싱긋 웃으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난잡한 의상실에서 유카타를 꺼내왔다.

노린건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쿠로네코의 이름과 같은, 유리색의 유카타 였다. 

요즘들어 젊은층의 여자들은 화려한 계통의 유카타를 많이 입는데, 이런 차분한 색상의 유카타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것 같구만.

저건 키리노 보다는 쿠로네코 한테 굉장히 어울릴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이돌 같은 키리노 보다는, 일본인형 같은 쿠로네코가 어울릴 법한 의상이었다.

그리고 키리노의 유카타를 찾으러 가는건지, 잠시 자리를 비운 여성분이 다시 돌아와서는 키리노가 아닌 나에게 다가와 유카타를 넘겨주며 ​말​했​다​. ​

"감독님이 전통복은 화려함 보다 차분함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니, 키리노양은 조금 참아주세요"

"크아악! 제일 중요한 때에!"

OTL 자세로 좌절하는 키리노를 두고, 나는 쿠로네코와 같은 유리색의 남성용 유카타를 받으면서 말했다.

"특등석에서 구경하고 있어라"

밖은 저렇게 추운데, 지금 유카타를 입고 촬영한다는 것도 신기한 느낌이네.

그대로 옷을 갈아입으려고 남자 탈의실에 들어가고 보니, 이거… 끈 어떻게 묶더라?

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수분동안 끙끙대면서 해봤지만 계속해서 실패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밖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니

"쿄우스케군. 유카타 입는 법도 몰라?"

라면서 감독이(…) 들어와서 끈을 묶어줬다.

​…​…​…​…​…​…​…​…​…​…​…​…​별​일​이​ 없었으니까 이야기를 했겠지. 안그래?

흠흠… 하여튼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겨우 유카타를 입은 내가 촬영장으로 다시 돌아오자, 먼저 유카타를 다 입고 기다리고 있는 쿠로네코의 뒷모습이 보였다.

"………"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쿠로네코가 입고 있는 유카타는 일반적인 수수한 유카타가 아닌, 목덜미와 어깨가 조금 노출되는 형태의 유타카 였다.

게다가 쿠로네코는 뒷머리를 가지런히 모은채로 올린후 그 중앙에 칸자시로 고정해 놓은 올림머리 였다. 

덕분에, 머리카락에 방해되지 않고 그 빨려 들어갈 것 같이 하얀 목덜미와 어깨가 더욱 강조되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켰다.

내가 숨을 삼키는 소리에 인기척이 느껴진걸까, 쿠로네코는 멍하니 있는 나를 보더니 쪼르르 달려왔다.

"이 유카타 왠지 노,노출이 많아…"

"어울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 쿄우스케?"

잠시 멍하니 중얼거린 나를, 쿠로네코는 걱정스럽게 올려다 봤다.

"아 미안. 잠시 네 모습에 넋이 나가서 말이지"

그러자 쿠로네코는 얼굴은 물론, 목까지 빨갛게 되더니

"이, 이런곳에서 까지 농담하지 말아줘…"

농담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아? 이거, 개인적으로 소장하게 사진좀 달라고 해야겠다.

그대로 쿠로네코와 같이 유카타를 입은채로 촬영을 하려고 하는 찰나, 아무래도 거리상 조금 떨어져 있는 감독이 큰 소리로 말했다.

"루리양. 미안한데 그 목걸이랑 반지. 잠깐만 빼줄 수 없을까?"

감독의 갑작스러운 주문에, 쿠로네코는 마치 목걸이와 반지를 가리듯이, 왼손으로 목걸이를 싸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덮었다.

원래부터 소심한 성격이라, 엄청나게 긴장한 쿠로네코는 이곳에 와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쿠로네코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ㅡ

"저, 저기 이건… 저에게 소중한,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물건이라… 잠시라도 빼지 않겠다고 맹세해서… 그, 그러니까…"

얼마나 긴장했는지, 뒤죽박죽 석인 말을 하는 쿠로네코지만 그 필사적인 마음만은 나에게 까지 전해졌다. 정말, 이녀석도 그렇게 까지 생각해주면 내가 다 부끄럽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 감독 옆에서 구경하던 키리노가 감독의 귀에 뭐라고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게 보였다.

"하하 이것 참 미안하네. 괜찮아 그대로 진행하지"

키리노가 뭐라고 말을 해준건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은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죄송합니다…"

그대로 다시 촬영이 시작되고, 쿠로네코는 오늘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

"아아, 지쳤다~"

오후까지 계속해서 무언가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생각보다 빨리 끝나게 됬다.

"이대로 집에 돌아갈거야?"

여러모로 지쳐보이는 쿠로네코가 걱정되어서 내가 그렇게 물으니, 당사자인 쿠로네코보다 옆에 있는 키리노의 반응이 더 빨랐다.

"이왕 모인거, 사오리 병문안이라도 갈래?"

"병주고 약주냐"

"하?"

"……됬다"

이녀석, 진짜 둔감하구만…

나는 정말로 '이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는 표정의 키리노를 내버려 둔채 쿠로네코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래?"

"…나는 괜찮아"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힘들면 무리하지 마"

"새삼스래, 저 여자의 체력에 놀라게 되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키리노는 "그럼 운동을 해" 같은 당연하지만 힘든 조언을 해줬다. 다른 사람들이 다 너같은줄 아냐.

"…"

"……"

"………"

거기서 대화가 끊기고, 침묵속에서 셋이 전철까지 걸어갔다.

"그…"

셋이 나란히 앉아 전철이 오길 기다리고 있으니, 조심스럽게 쿠로네코가 입을 열었다.

"고, 고마워 키리노"

"응? 뭐가아? 난 모르겠는데~"

얼굴을 붉힌채 고개까지 반대로 돌리면서, 솔직하게 감사를 표현 쿠로네코 였지만, 키리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었다.

"…사람이 솔직하게 고맙다고 해도 모른척 이라니, 이 여자는…"

"모른척 아냐"

키리노도 쑥쓰러운듯, 왼손으로 얼굴을 긁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딱히 감사를 받을 일이 아니니까, 친구잖아?"

"………"

그 후로 키리노도 쿠로네코도 서로 쑥쓰러워 하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서로 솔직하지 않을 때도, 서로 솔직할 때도, 그때마다 나름대로의 우정을 보여주는 녀석들이구만.

"저기, 다좋은데… 내가 다 부끄러운데"

키리노. 전에 네 기분이 어땠는지 이제야 알겠다. 사이에 껴있으니 무지하게 부끄럽네.

아 물론, 나는 감독에게 사정을 해서 쿠로네코의 유카타 사진을 컴퓨터 파일로도 받고, 사진으로도 받아서 지갑속에 넣어놨다. 너희한텐 안보여 줄거야.



"감독님, 왠 초콜렛이에요?"

"응? 너희들 먹을래? 난 단건 별로거든."

"앗싸 초콜렛"

->

감독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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