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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미팅에서 만난 그녀는 2화


**

그리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나카시마 녀석은 

"마음에 드는애 있으면 먼저 말해라. 양보 해줄테니까"

"아. 너한테 여자애 몰려도 욕심 부리지 마라. 걷어차일걸?"

"그건 그렇고, 코우사카 너 여중생도 커버 가능하냐?"

같은 말들을 했다.

도중에 나는 몇번이나 "머릿수만 채워준다고 말했잖냐" 라고 말했지만, 나카시마는 그 소리는 귓등으로도 안듣고 "귀여운 애들이 오면 좋겠는데~" 같은 소리나 지껄였다. 대화가 안통하네.

뭐, 나카시마 녀석이 어떻게 생각하든 소신있게 행동하면 되겠지. 행여나 또 바보같은 오해로 쿠로네코에게 걱정 끼치지 말자. 

…………무척이나 안이한 생각이었지만…

사실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 뿐만 아니라, 실제의 역사에서도 항상 전황을 좌지우지 하며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는건, 단 한명의 인간이었다.

물론, 그 사건에 휘말리는 주변인 A가 상황을 타파할 가능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차라리 자쿠로 건담 이기는게 더 쉽겠네.

하여튼,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강의도 끝난후 나카시마 녀석이랑 같이 하교했다.

어치피 방향은 커녕 목적도 같고, 자세한 모임의 위치도 나카시마가 알고 있으므로 그러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한 10m 쯤 걸어갔을까, 하교하는 학생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방향을 보니, 중간중간 있는 벤치들의 사이에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190cm 는 돼보이는 장신에, 목젖 아래에서부터 목 뒤까지 이어져 있는 문신. (모양으로 보건데 용문신 같다.)

지금은 옷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팔이나 등에도 뭔가 문신이 있지 않을까?

머리는 멋드러지게 올려 고정한 세미 모히칸.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이긴 한데, 스킨헤드를 했답시고 까까머리로 밀은 이와오 녀석. 슬슬 머리좀 자랐으려나? 그러고 보니 요즘 못봤네.

나와는 달리 눈썹이 짙고,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 있는게 꽤 부러웠다. 키리노가 말하길 내 눈은 '죽은 동태눈' 이라고 하니까.

위의 묘사만으로 알 수 있겠지만, 딱 봐도 양아치의 분위기를 뿜고 있는 남자였다.

뭐, 생김새 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건 잘못 된거긴 하지만… 첫인상 이라는게 원래 그런거 잖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도중. 나카시마 녀석은 나의 시선을 따라간건지, 내가 보던 그 남자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어이~ 하야마~"

어이, 설마…

물론,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아까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던 남자는 이쪽을 향해 오른손을 살짝 올리더니 성큼성큼 걸어왔다.

"……"

나도 꽤 키가 큰 편이긴 한데, 고개를 올려서 사람을 보는건 오랜만이네. (사오리는 논외다.)

그러자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나카시마는 호전적인 웃음을 띄우며 나에게 말했다.

"이녀석 까지 세명"

"………"

아니… 뭐 어차피 난 머릿수만 채워주는 용도니 아무래도 ​좋​지​만​. ​

"하야마 히로. 우리랑 동갑이야. 아, 참고로 이녀석 약학과"

"약학과!!?"

………나카시마라는 전례가 있긴 했지만, 이 녀석도 상상 이상의 수재란 소린데…

내가 기이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자, 하야마란 이름의 남자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크큭. 난 저 '완전 의외다' 하는 시선이 너무 좋다니까. 코우사카씨.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완전 유명인 이던데?"

"유명인 이라니… 무슨 소리야?"

"여고생 킬러 카사노바로 유명한 1학년 이면, 코우사카씨 밖에 없다고"

"네놈이냐!? 네놈이지!?"

내가 찌릿 노려보며 말해도 나카시마 녀석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오히려 여유까지 찾아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사실이니까 괜찮잖아~"

"조금도 안괜찮거든!?"

"그치만, 여친이 여고생 이잖아?"

"이거랑 그거랑 뭔상관이냐!!"

"푸핫. 재미있는 농담인데 코우사카"

기본적으로 사람을 도발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러운 (사실 이녀석은 천성이 이렇다) 녀석 이지만, 내가 누구냐. 이 녀석 보다 더한 여자애들 사이에서 한참을 시달리고,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아야세에게 신나게 시달린 내가 보기엔 귀여울 정도였다.

**

나카시마의 친구와 어느정도 통성명을 한 뒤 (여담으로, 이녀석 취미는 꽃꽂이 랜다…)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셋이서 하교를 하고 있는데, 뭔가 평소와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대부분의 강의가 끝나는 시간이니 하교하는 학생들은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그 많은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듯. 아니,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앞에서 길을 비켜줬다.

"흐흐흥~♪"

"………어이, 나카시마"

"앙? 왜그러냐 코우사카?"

"저기 좀… 주목받고 있지 않냐?"

"캇! 신경꺼, 신경꺼"

"………"

나카시마는 콧노래를 부르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했고, 하야마 라는 녀석도 전혀 신경쓰는 기척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가운데에 껴있고 양옆에 나카시마와 하야마가 있는 상황에, 앞에 가던 범생이 처럼 생긴 남학생 둘이 잡담을 하며 걸어가다가 한명이 슬쩍 뒤를 보고,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기겁을 하며 자기 친구를 끌고 옆으로 비키는 모습을 보면 참…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게다가, 학교의 특성상 대부분 점수대가 꽤 높은 녀석들이 모였기에 (적어도 완전 양아치가 올 정도는 아니다) 나카시마와 하야마가 특이한 경우긴 하지만, 공부만 하던 범생이들은 멋대로 오해를 해서 겁먹는 상황이 된다.

뭐, 나카시마는 그런 반응을 즐기는듯 하고, 하야마는 별로 신경을 안쓰는듯 했다.

그렇게 눈에 띄는 2인조 사이에 내가 껴있으니, 나까지 양아치 취급을 받는건가 조금은 걱정했지만, 일부러 되고 싶어도 나는 양아치 기질은 아니니까 뭐 아무래도 괜찮을것 같다.

그대로 전철을 타고 이동. 전철 안에서도 꽤나 주목 받는게 신경 쓰였다.

가는 도중, 나카시마 녀석에게 어디로 가는 거냐고 몇번이나 물었지만, 나카시마는 "좋은 가게가 있어" 라면서 히죽 웃으면서 말을 흐렸다.

그렇게 30분 정도 이동하여, 목적지에 ​도​착​했​다​. ​

"…또 여기냐"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자주 왔었던 유명한 파르페 가게. 

처음엔 어쩌다 보니 카나코의 소개로 알게 됬지만, 그 이후로 꽤 자주 왔었던 가게다. 여기 말고 다른 가게는 없냐?

…그것 말고도 항상 이 가게에 올때마다 무언가 일이 터졌으므로, 나는 꽤 긴장한 상태였다.

"엇차, 저번에 헌팅했던 애가… 어디보자…"

아는 사람인지, 아니면 나카시마의 말대로 '저번에 헌팅했던 애'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카시마는 두리번 거리면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여고생 세명이면, 저기 인거 같은데."

"어디 어디? 오오. 잘했어 하야마!"

하야마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엔, 테이블 3개를 이은 좌석에 여자애 세명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후 나카시마가 선두인 형태가 되어, 우리는 여자애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아야땅~ 조금 늦었네. 용서해줄거지?"

"정말, 늦었어요 오빠"

나카시마가 양손으로 마주대고 사과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말하자, 여자애들 중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의 경망스러운듯 한 여자애가 (이쪽은 딱봐도 양아치다)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여자애를 제외한 다른 여자애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까 그 노란색 머리를 한 여자애의 옆에는 단발머리를 한 흑발의 여자애가 있었다. 얼굴은 청순해 보이는듯 생겼지만, 입은 옷이나 귀걸이의 화려함을 보면 이쪽도 역시 양아치…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있던건-

​"​!​?​!​?​!​?​!​?​"​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의 카나코가 있었다.

"………"

"……………"

서로 눈을 마주친채, 무언으로 '이, 이거 아는척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카나코도 똑같은 생각인가 보다) 나카시마가 말을 걸었다.

"응? 왜그래 코우사카?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어쩌다 보니, 카나코의 정면인 자리에 앉게 되고, 모임의 주최자인 나카시마가 '음.음.' 하면서 목소리를 정돈하는가 싶더니 

"아가씨들 안녕? 여기는 치바대 1학년 톱스타 셋이야. 어이어이 아가씨. 진짜라구? 학생증이라도 보여줘? 저쪽에 문신한 녀석은 약학과. 그리고 나랑 이녀석은 교육과야. 원하면 과외도 시켜줄 수 있어. 물론 잘 됬을때지만~ 뭐, 지겹게 서로 간보는건 하지말고, 서로 그냥 마음에 드는 사람 한명씩 잡아서 같이 놀자.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오늘 하루만은 그냥 즐기자구! 마음에 들면, 끝날때 서로 번호 교환이라도 하면 되잖아? 뭐, 여자애들도 귀엽고 이쪽도 미남들이니까 서로 마음에 안들리도 없겠지만!"

마치 방문판매 셀러리맨 처럼 막히없이, 처음 보는 여자애들 상대로 부끄러워 하는 기색도 없이 말한 나카시마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처음에 아는척을 했던 여자애에게 "너는 나랑 놀자!" 라면서 치근덕 댔다. 뭐, 그 여자애를 헌팅했다고 했으니 서로 마음에 드는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카나코 쪽을 힐끗 쳐다보니, 카나코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표정을 바꾸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약간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가운데, 옆에 있는 단발머리의 여자애가 나를 지긋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럼 나는 이 오빠. 괜찮지?"

라면서 당당히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뭔가 거절을 해야하나, 아니면 그냥 대충 어울려주다가 가야하나, 2초정도 고민하고 있으니 뭔가 척. 하고 나를 향하는 손가락 하나가 더 올라왔다.

"이쪽 오빠는 카나코가 마음에 드는것 같은데?"

"………"

"에, 뭐야 카나코. 내가 먼저 골랐잖아"

갑자기 옆에서 끼어들은 카나코에게 대놓고 짜증난다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하는 단발머리 ​여​자​애​에​게​(​무​섭​다​…​)​,​ 카나코는 오히려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무슨 착각을 하는 거야? 이런건 쌍방의견이 더 중요하잖아. 이쪽 오빠가 좋다고 하면 장땡 아니야?"

그런 말을 하면서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하는 사이, 옆에서는 나카시마가 휘파람을 불며 "코우사카 인기 많네" 라고 하고 있고, 하야마는 오묘한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있었다.

교착상태가 계속되도 무언가 진전은 없는지, 단발머리의 여자애는 갑자기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거기 오빠는 카나코가 마음에 들어요, 제가 마음에 들어요?"

"아니, 나는 뭐…"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머릿수나 맞춰왔다고 말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내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아아. 오늘 아야세 굉장히 기분 안좋아 보이던데"

"…………………"

마치 무심코 말했다는 듯. 옆에서 카나코는 그렇게 말했다.

"아야세? 누구야 그건?"

"응?, 아는 친구 있어"

옆에서 물어보는 자신의 친구에게 씨익 웃으며 대답한 카나코는 슬쩍 이쪽을 옆으로 흘겨봤다. 이 꼬맹이가…!

"그래서? 오빠는 누가 마음에 드는 거야?"

"아니 그, 그게…"

재차 묻는 단발머리의 여자애에게 신경을 못쓰고, 카나코의 의도를 파악한 나는 계속해서 카나코 쪽을 훔쳐보며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러자 카나코는 이쪽으로 살짝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씨익 웃기까지 했다. 악마같은 녀석…

나의 그런 모습을 보던 단발머리의 여자애는 유유부단 한것 같은 나의 모습을 보더니 이내 정나미가 떨어졌는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오빠, 로리콘?

"………그냥 그런셈 치자…"

시스콘은 어느정도 인정해도 로리콘은 절대 아니라고 다짐했던 나지만, 목숨을 담보로 잡힌 마당에 그런게 무슨 소용이겠냐…

뭐, 그리고 단발머리의 여자애는 하야마에게 "그럼 이 오빠랑 놀래" 라면서 전부 짝을 맞추게 됬다.

그대로 가게에서 과일주스나 커피같은 음료를 마시면서 대충 떠들다가, 서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됬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팔에 뭔가 들러붙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카나코는 내 옆에 팔짱을 낀채 씨익 웃으며 이쪽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뭔 생각이냐 너는…"

"키킥. 그럼 너야말로 애인도 있는 주제에, 미팅 같은데나 나오고 뭐하고 있는 거야? 벌써 질렸어?"

"그럴리가 있냐. 어쩌다 보니 머릿수 채워주는 용도로 나온거야"

"이봐 로니져. 그럼 오히려 카나코한테 감사해야지. 아는 사람이랑 대충 말 맞추고 놀다가 헤어지면 되는거잖아?"

"예이 예이. 그거 참 고맙네요"

내 빈정거림에도 불구하고, 카나코는 왠지 얼굴을 붉히며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나카시마 녀석이 계산하기 귀찮다며, 자기가 혼자 여섯명분의 음료값을 지불하고, 각각 짝을 맞춘 세쌍의 남녀가 차례대로 가게에서 ​나​왔​다​. ​

"자 그럼 어디갈까" 라면서 멋대로 진행의욕을 불태우는 나카시마를 두고, 나는 아까 카나코가 말했던 신경 쓰이는 내용에 대해 물어봤다.

"아야세… 아직도 화나있어?"

"응?"

아야세 이야기를 꺼낸것이 의외인지, 카나코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더니

"응. 뭐 그래. 그 여자도 엄청난 짓을 저질렀더라. 아야세 상대로 그런 도발이라니… 나는 뭣도 모르고 아야세한테 미팅 나가자고 이야기 했다가 엄청 혼났다니까!"

"하긴, 아야세가 미팅에 나올 성격은 절대 아니지"

미팅이라니, 불결합니다! 죽여버릴거에요! 라고 외치면서 나에게 뒤돌려 차기를 먹이는 아야세의 모습이 선하구만.

"에, 잠깐. 도발? 그게 도발이야?"

쿠로네코가 아야세에게 한건 그냥 복수 아니었나? 자기가 당한걸 그대로 되돌려주는 복수.

"그럼 도발이지 뭐겠어 멍청아. 저흰 지금 완전 러브러브 입니다요~ 하는 도발이지"

그러면서 카나코는 "정말, 생각만 해도…" 라면서 갑자기 한기가 돌았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카나코가 처음 아야세에게 속아 코스프레를 했을 때 아야세에게 흡연하는걸 들킨 이후, 아야세에게 무슨 조교(…)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나코는 아야세의 어두운 부분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 카나코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우위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나는 씨익 웃으며 카나코에게 말했다.

"뭐야, 너는 아야세가 그렇게 까지 무섭냐?"

"그거야 당연하지.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를… 아니, 너도 아야세 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감히 카나코를 바보취급 했겠다!?"

카나코는 말하던 도중에 갑자기 화를 내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무언가 입력하기 시작했다. (여고생의 타이핑 속도는 진짜 엄청 빠른것 같다)

"어, 어이 너 설마…"

설마 설마 하지만, 이녀석 아야세를 부르거나 하지는 않겠지. 나도 죽지만 너도 죽는다고!? 알고는 있는거야!?

뭐라고 말리기도 전에, 카나코는 뭔가 빛의 속도로 타이핑 하던 손을 멈추고 나에게 핸드폰 액정을 내밀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충 5초 정도. 진짜 빠르네.

카나코가 내밀은 핸드폰 액정에는 큼지막하게

[지금, 키리노네 오빠랑 미팅에서 만나 데이트중! 아야세도 올래? 아니, 아야세는 미팅같은거 불결하다고 싫다고 했었지? 그럼, 끝까지 재밌게 놀다 올게~]

수신인 : 검은악마(보스)

"어이… 너 핸드폰에 아야세 이름 저장한거 들키면 반드시 죽는다. 내가 장담한다…"

"앗, 얌마! 지금 그걸 보라는게 아니잖아!"

카나코는 붕붕 대면서 핸드폰을 몇번 흔들더니

"이대로 전송 버튼만 누르면 아야세한테 날아간다구? 죽을 준비는 됬어 둔감남?"

"푸핫. 맘대로 해보시지요"

내 이상으로 아야세의 공포를 잘 알고 있는 너가 보낼 수 있을리가 있겠냐. 나도 죽겠지만 너도 죽는다.

"지, 진짜 보낸다?"

"보내라니까아? 우리 카나카나땅은 전송 버튼도 못누르는 거야?"

"이,이익…"

카나코는 분노에 얼굴을 얼굴을 빨갛게 한채,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키리노와 쿠로네코에게 시달린 이후, 나의 독설력이 통하던 상대는 아카기 녀석 밖에 없었는데, 조금 더 강해진것 같다.

정말, 이 건방진 꼬맹이 녀석을 놀리니까 뭐가 이렇게 즐거운지! 키리노나 쿠로네코도 나를 놀릴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위험한데 이거. 빠져버리겠어…

"카나코, 얼빠진 포즈로 뭐하고 있어? 가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뭘 어떻게 더 놀려줄까 생각 하고 있는 찰나 갑자기, 뒤에서 오던 나카시마와 그 짝인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경망스러운 여자애가 그렇게 말하며 카나코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앗"

그러자 방금까지 흥분한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카나코가 그런 얼빠진 소리를 내면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다행히도 핸드폰이 열린 상태로 액정을 하늘로 향한채 가볍게 떨어진 핸드폰은 뭔가 익숙한 멜로디를 내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금방 멈췄다.

"엣…………"

​"​에​…​…​…​…​…​…​…​…​…​"​

"앗차, 카나코 미안. 핸드폰 고장 안났어?"

그리고 그 화면엔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메세지의 사형선고가 올라와 있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타무라 이와오와 키리노는 동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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