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태양의 코마치 Angel” - 12월 말
12월 말
오늘로 기말고사가 끝나, 드디어 어깨의 짐이 하나 줄었다.
난 매번 문과 상위 이과 바닥이라는 극단적인 성적을 자랑했었지만, 이번에는 사키와 사이카의 도움이 있다.
느낌은 나 치고는 훌륭했으니, 바닥 탈출은 할 수 있었겠지.
그 정도가 아니라 추가시험에서도 탈출할 수 있었을 거다. 아니 진짜, 이번에는 자신 있어.
거기에 추가시험 같은 거에다 시간 뺏길 수도 없게 되어 버렸고.
곧 겨울방학이다.
늦기 전에 준비해 둬야겠지…….
오늘은 오전수업.
오랜만에 혼자서 귀가.
사키랑 사이카도 오늘은 혼자 돌아간다.
“힛키~!”
문으로 향하는 계단 바로 앞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이가하마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 시점에서 이 녀석이 뭘 말하려는 건지 눈치채버렸다.
“시험 수고했어! 이 뒤에 뒤풀이…….”
“안 가.”
정말 미안.
“에에~ 또 힛키 그렇게~.”
“애초에~, 너희 그룹같은 데는 뒤풀이만으론 안 끝나잖아?”
“무슨 소리야?”
“겨울방학 전에는 종업식 뒷풀이,
방학중엔 크리스마스,
섣달 그믐때도 이러쿵저러쿵하면서 모이고,
신정땐 참배때부터 여차저차하다 모이고,
겨울방학 끝나기 전엔 『마지막이니까~』라든가 뭐라든가 하면서 또 모이고,
대체 얼마나 떠들면 속이 풀리는 거야. 적당히 하나로 하라고.”
진짜 왜 일이 있을 때 마다 모여야 하는 거야?
리얼충 이벤트 너무 많잖아.
겨울방학이라는 건 그렇게까지 빡빡한 기간이야?
“힛키 체력부족!
지금까지 거의 이런 이벤트 뒤에 뒤풀이하러 안 나왔으니까 이번쯤은 괜찮잖아!”
“체력이 아냐, 기력이 없는 거야. 유키노시타도 어차피 안 가잖아?”
“유키농은 지금부터 꼬실거구!”
“아, 그럼 이미 늦었네. 그 녀석은 아마 벌써 돌아갔을 거라고.”
시험 며칠 전부터 시험기간까진 동아리가 없다.
유키노시타가 동아리도 없는데 방과후에 학교에 멍하니 남아있을 만한 여자일 리가 없잖아.
“거기에 오늘 난 볼일이 있어.”
“에? 힛키가? 에이~.”
“내 예정에 부정부터 시작하는 건 그만둬 줄래? 이래 봬도 좀 서두르는 중인데…….”
가급적 오늘의 행동시간은 긴 편이 좋다.
오늘을 놓쳐도 기회는 있겠지만, 제일 시간이 있을만한 건 오늘과 종업식날 정도인 거다.
“설마 진짜로?”
“아아, 연휴 시작 즈음도 괜찮았겠지만……그것도 힘들 것 같아서.”
“응, 에……그럼……크리스마스엔 모일 수 있어?”
“에?”
“크리스마스 파티야! 봐, 사키랑 사이도 부를테니까!”
언제든 괜찮다고 그걸 고르는 거냐, 유이가하마 답네…….
뭐, 괜찮겠지.
“알았어, 단지 사키랑 사이카가 둘 다 알겠다고 하면.”
“응! 꼭이야!”
“그리고 간다면, 나는 코마치 데리고 가겠지만 아마 사키도 타이시 데리고 올거라고.”
“응, 얼굴도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걔들은 네가 불러야 돼?”
“알고 있어! 그럼, 고마워 힛키~!”
그 말을 하곤, 유이가하마는 돌아갔다.
뭐가 ‘고마워’야 진짜. 부끄럽게 하는 자식.
아차, 나도 서둘러야지.
곧 겨울방학.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코마치가 아닌 상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