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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역자 | 淸風

제 5화 “꼬리별” (1)


8월


나는 지금 힛키에게 권유받아 무 대륙에 와 있어.
응, ‘권유받아서’ 야.

사키라는 여친이 생겼는데 성실히 예전 약속을 지켜 준 거야.
뭐라고 할까, 성실한 힛키는……헤헤헤.
사키도 오늘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야. 오히려 ‘빨리 가’라고 했단 모양이야.
이 사람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야.

……아니면 사키는 이미 힛키가 자기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는 자신이 있는 걸까.
으으~……‘뺏을 마음이 있으면 덤벼도 괜찮아’같은 소리나 하곤!
그쪽이 그럴 생각이라면 정말로 덤빌 테니까?
3학년이 돼도, 히나의 이야기론 반 안에선 힛키랑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고.




그래도……생각하게 돼……

이건 ‘여유’가 아니라 ‘신뢰’인게 아닐까 하고.

그 때 사키는 이렇게 말했어.

‘그 녀석은, 나를 눈꼽만치도 ‘신용’하지 않아.’
‘하지만 ‘신뢰’는 해 주고 있어.’

라고.


그건 즉, 사키의 생각을 다른 관점에서 말한게 아닐까?
둘은 항상 사소한 걸로 싸우고, 서로를 속이거나 앞지르거나 장난하거나 할 때가 많은 모양이야.
하지만, 몇 번 그걸 되풀이 하면서도 떨어지지 않아.
그게 ‘신용은 안 하지만 신뢰는 하고 있어’라는 이상한 밸런스의 표현인게 아닐까.

이건 내 예상이지만……
둘은 친구라고 부를만한 존재가 지금까지 적었던, 혹은 없었던 만큼 둘 다 브레이크를 못 밟는거 아닐까?
아! 그런가! 그래서 사이카가 있는 거구나!
새삼스레 그 셋의 밸런스가 굉장하다 느꼈어.



“어이 유이가하마, 뭘 멍하니 있는 거야?”
“아, 응, 미안 미안.”


우리는 오픈테라스에서 크레이프를 먹고 있어.
자리에 앉아 진정된 뒤, 무심코 생각에 잠겨 버렸어.


“미안했어. 그, 별로 다니는 곳의 레파토리가 적어서.”
“아하하, 괜찮아 힛키. 이렇게 약속 지켜 줬는 걸.”

그렇게 말하면서도, 힛키는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경계하듯 보고 있어.
아―……이건 그거구나. 작년 불꽃놀이 때처럼, 우연히 다른 사람들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사키랑 나갈 땐 어떨까? 전혀 신경 안 쓰려나……?
아, 그러고 보면 저번에 사이제리야에 갔을 때는 우리들도 못 알아보곤 말싸움 했었나?
역시 신경 안 쓰는 거구나아…….

“힛키, 힛키, 그렇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아, 아니 뭐랄까, 버릇이라서…….”

말투나 배려하는 방식 같은 것들도 예전과 전혀 바뀌지 않았어.
……역시 사키는 대단하네.


“저기, 조금 물어봐도 돼?”
“뭐를?”
“사키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게 된 거야?”
“음……에?!”

아, 커피 목에 막혔다.

“…….”

왠지 괴로운 표정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의 표정을 짓고 있어.
그래도 신경 쓰였는걸……대답 할 수 있으면 가르쳐주면 좋겠어.
옛날엔 계속 들었던 힛키의 실연 애피소드.
그 내용처럼, 힛키 쪽에서 적극적으로 된 건 어째설까.


“어……떤 부분……?
 음……하아…….”


얼마 안 가 체념한 건지, 조금씩 이야기를 해 줬어.


“별로 두근거릴만한 이야긴 없다고……?”
“그래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해​도​…​…​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인진 몰라.”
“에?”

좋아하는 부분을……몰라?
그럴 때도 있는 거야?
“물론 계기는 명백해.
 단지……뭐라고 할까……이론같은 게 아니랄까.
 예를 들면, 녀석의 브라콤짓에는 아직도 어울리기 힘들고, 사실은 뻔뻔한 부분도 열받고,
 잊을만할 때 마다 애같은 장난을 걸어오고, 내가 정신을 놓고 있을 때만 꼭 사진을 찍고…….

 그녀석은 그런 짓을 계속 다른 사람이랑 하고 싶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왠지 열받아.”


그런 걸……어쩐지 상냥해 보이는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말해.
눈은 좀 그렇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
 나보다도 훨씬 비겁하고 억지스런 짓을 하는 부분……일까.”
“에에?! 뭐, ​뭐​야​…​…​그​거​…​…​?​”​
“그렇다고 해서 비굴한 것도 음습한 것도 아냐……
 나랑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게 완승하는 부분.
 그 녀석은, 주위가 생각하는 것 보다 엉망진창인 녀석이라고…….”
“…….”


아니, 그래도 그건 알겠어.
작년 도시락 승부의 시발점.
학급 안의 힛키를 바라보는 눈길 속에서, 다른 사람을 전혀 가까이하지 않는 듯한……
평소라면 힛키가 제일 싫어할 것 같은 방식으로 덤비는 비겁함과, ​억​지​스​럼​과​…​…​엉​망​진​창​스​러​움​.​
그래도 그 방식으로……구해 버렸어.

힛키와 닮은 방식으로, 힛키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말 여러 의미로 져 버렸어, 나는.
 아, 말해 두겠지만 반한 것도 내가 먼저니까.”
“그, 그, 그랬어?!”
“많은 일이 있어서, 내가 옛날 잔뜩 저질렀던 ‘잘못’을 녀석에게 저질러 버렸어.
 그래서 그 일련의 승부는 그걸 상쇄하기 위한 행위였던 거야.”
“…….”
“내가 예전에, 네 생일에 이래저래 상쇄하려 한 적 있었잖아?
 그걸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부딪쳐 온 거라고?
 그런 걸 당해 버려서야, 완전 두 손 들었지.”


그때의 뒤에는……그런게 있었었나…….

그렇구나……계기는 계기일 뿐이야.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이론이 아냐.
얼굴이 멋지고, 상냥하고, 취미가 맞고, 등의 이유를 붙이는 건 간단하지만, 사실은 가져다 붙이는 것 뿐이야.
‘좋아하게 됐으니까 좋아’인 거야. 그건 내가 잘 알고 있어.


“하아……이제 됐잖아? 이 쯤에서 봐줘.”
“응, 충분해. 고마워.”
“그럼 슬슬 가자고.”
“에? 어, 어디로?”
“……스티커 사진, 계속 신경 쓰였었잖아?
 소, 솔직히 거기에 발을 디디는 건 좀 ​꺼​려​지​지​만​…​…​오​늘​은​ 특별히.”




그날 찍은 스티커 사진은 아무데도 붙이지 못하고 소중히 챙겨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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