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도시의 양들” (1)
9월
2학기가 시작됐어.
올해는 수학여행은 없지만, 1년 중 가장 이벤트가 많은 시즌이기도 해.
이번 달은 문화제.
어찌 보면, 나와 하치만의 시작이기도 한 문화제야.
우리 반 담임은 히라사카 선생님이니, 혹시나 올해도 하치만이 문화제 실행위원이 될 수도 있다곤 생각하고 있었어.
예상대로 히라사카 선생님에게 지명당할 뻔했지만, 어떠한 이유로 그걸 막은 인물이 있었어.
“올해의 상영물에 히키가야 군이 필요해 질 예정인데, 다른 사람으로 해 주실 수 없나요?”
이번 학기의 반장에 입후보해, 추가로 이런 말까지 꺼낸 인물…….
에비나야.
녀석, 제대로 하치만의 이름 알고 있었잖아.
뭐, 그럴 거라곤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국 다른 사람이 실행위원이 되어, 올해의 하치만은 떳떳히 반 상연물에 참가하게 됐어.
문득 하치만을 바라보자……예상대로 아무래도 의아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
작년 상연물도 에비나가 제안했었지만……올해는 뭘 저지를까.
그리고…….
“에……어라……? 히, 히키가……야……?
“그건……어라? 작년 문화제에 화제가 된……?”
“그래도 그건……히키……타니……군?”
우와아, 정말 모르고 9월까지 보냈구나 이 사람들.
아무래도 ‘언제나 혼자지만 성실하고 공부에 열심인 히키타니 군’이,
작년에 일약 기피대상이 된 히키가야 하치만과 동일 인물이었다는데 대해 놀람을 숨기지 못하는 모양이야.
이 타이밍에 터뜨린 건 어째서야?
“그럼, 올해의 반 상연물 말인데요…….
다른 반과 합동 호스트클럽을 하려고 생각합니다―!”
……하아?
……………
…………
………
……
…
내용은 이래.
우리 반과 유이가하마네 반…….
즉 하야마 하야토의 반과 합동으로, 여학생만을 타깃으로 삼은 쁘띠 호스트 클럽을 열겠다는 거야.
요는, 하치만은 ‘1학년 여학생’ 전속 호스트가 되는 거고.
소부고의 네시라는 소문은 처음으로 듣는 사람도 많아, 곤혹스런 분위기가 감돌아.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하고 설득당한 모양이야.
원래 다들 하치만에겐 흥미가 없고.
당사자인 하치만은……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어.
애도.
에비나는 에비나대로, 작년 연극에 하치만을 넣지 않았던 걸 질질 끌고 있던 모양이야.
정말로 제멋대로인 여자네, 이 녀석……아, 남 이야기가 아닌가.
뭐어, 상관 없지만.
그건 그렇고 저번 달 수학여행 건을 까발리겠다곤 말했지만, 그 뒤에 어떻게 된 걸까…….
그런 건 생각할 것 까지도 없나. 애초에 합동 상대가 하야마 그룹이 있는 반이잖아.
이제와서 하치만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고 해서, 딱히 뭐가 있을 것도 아니고…….
“사키사키―.”
“하아……왜?”
에비나의 행동에 변화는 없어.
겉에 드러내지 않는 게 이 녀석도 특기인 모양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나를 ‘귀찮은 여자’ 취급한 당사자지만, 이 녀석도 이 녀석대로 귀찮은 편이고.
“그러니까~ 여자는 주로 홀스탭과 배후 역할을 맡을 거야.
호스트 수트 조정이랑 홀 스탭의 의상 조정은 사키사키한테 부탁하고 싶은데~ 하고…….”
“……의복 부분은 작년에도 거의 내가 했잖아?
올해는 나 본인이랑, 하치만과 사이카 몫 말곤 안 맡을 거야.”
“에―나는?!”
“넌 어차피 배후 쪽이잖아.”
어차피 이 녀석은 여러 속셈으로 이 기획을 꺼낸 걸테니까.
지휘를 맡기엔 배후 쪽이 움직이기 쉬울 거야.
“헤헤, 들켰나.
뭐어, 그 둘이 우리 반의 에이스가 될 테니까, 처음부터 둘은 사키사키에게 맡길 생각이었어.”
“작년이었으면 절대 못 믿을 발언이네…….”
하지만 올해는 달라.
1학년에게서 아직도 모습을 감추고 있는 하치만의 소문은 슬슬 약해져가고 있어.
그런 상황에서 하치만이 겉무대에 선다는 게 알려지면……다시 불탈거야.
사가미가 퍼트린 소문에 에비나는 기름을 부을 생각인 것 같아.
다시금 하치만을 바라봐.
주위의 곤혹스러워하는 눈길에 둘러싸여, 체념한 듯 머리를 안고 엎드려 있어.
사이카도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어.
에이구, 이래서야……나도 뭔가 계책을 짜 둘까.
파란을 일으킬 계책을 말야.
……………
…………
………
……
…
귀가길에 에비나에게 잡혔어.
아직 뭔가 있는 걸까.
“아니 그―, 애인에게 다른 여자를 상대 시키는 거니까―.
그 부분 이야기를 해 둬야 할 것 같아서.”
“……별로 신경 안 써.
녀석이 곤란해하거나 부끄러워할 일이라면, 얼마든지 해 줘.”
“흐, 흐응…….”
예상대로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저, 저기―, 애인 없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두 사람 관계 좀 이상하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좀 더 들러붙거나, 풀어지거나 하는 걸 상상했어?”
“뭐어, 그런 느낌.”
“그런 건 사귀기 전이 빈도 더 높았으려나.”
딱히 이야기해도 상관 없나.
의식해서 감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녀석도 나도, 친구가 없었으니까. 어느 정도로 사양하는게 좋은지를 몰랐던 거야.”
“…….”
“싸움만 한 것도, 장난의 연장선 같은 거였고.”
“…….”
“그렇게 틈을 만들어서, 허를 찔러서라도……서로가 쑥쓰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었던 거야.”
정말 별 쓸모 없는,
하지만 우리들만의 커뮤니케이션.
“과연…….
저기 사키사키, 둘을 표현하기 딱 좋은 말이 있는데.”
“……뭔데?”
“연인이상 친구미만.”
아아, 그건 딱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