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도시의 양들” (3)
문화제 이틀째
눈이 핑핑 도는 첫날이 드디어 지나갔다.
어제는 에비나의 기대대로라고 할까……1학년 손님이 우르르 나한테 몰려왔다.
아마 첫 파티가 정보를 뿌린 거겠지.
이런 저런 일들을 깡그리 질문받았다. 어디 정보야 그거!
코마치와 타이시에겐 최대한 내 정보를 흘리지 말아달라고 했으니까…….
가능성으론……봉사분가?!
어, 어느새…….
뭐가 어찌됐든, 알게된 게 하나 있다.
꼬맹이들이 나를 보는 눈은 착각할 것 없이 ‘진귀한 동물을 보는 눈’이라는 것.
다른 마음이라면 남자에게도 화제가 된 점에 대해 설명이 안 되고,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숙련된 착각생명체였던 내가 이런 눈길을 착각할 리가 없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애인이 있는 시점에서 노 땡큐 할 수 있고.
까놓고 말해 적당이 거짓말로 피할까도 했지만, 사키의 감시가 있어서 그것도 어려웠다.
뭐 이런 ‘겉보기만 리얼충’ 신세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난청계 주인공’이나 ‘에이구야 주인공’의 기분을 이해했다.
녀석들 대단했구나.
까놓고 말해서 대화력이 부족한 내게는 고문 수준이다.
허둥지둥하는 사이 내 트라우마 에피소드가 파헤쳐져 버렸다.
어디까지 아는 거야 이녀석들…….
이 문화제 자체가 트라우마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곤 해도,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
실수할 뻔한 상황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아마 몇 번은 저질렀겠지만) 첫 날을 이겨냈다. 자아, 다음은 어느 녀석이야…….
나도 익숙해지긴 한다고. 너희들 청동 성투사 따윈 별 것도 아……
“오―, 히키가야. 꽤나 멋지잖아.
모처럼 이런 이벤트니 학생들의 활동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담임의 역할이라고, 하하하.”
화, 화, 황금 성투사 왔다───?!
……………
…………
………
……
…
“술이 있으면 좀 더 분위기가 나왔겠지만, 그럴 수야 없고. 후후후.”
술도 안 마셔놓고 무진장 들떴는데……일렁거리는 바람에 실려 나비처럼 날아갈 것 같아.
아니, 분명히 대화에 익숙해진 상대다. 이야기만 한다면 1학년들보다 훨씬 상대하기 쉽다.
하지만 시추에이션이 곤란하다.
상대는 독신자리의 황금성투사, 자칫 말실수를 했다간 앞으로의 대우가 나빠질지도 몰라…….
거꾸로 잘 대응했을 경우……좀 더 두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나 혼자 상태로 ‘받아버릴’ 순 없다!
시야에 사키 확인, 헬프 미―!
───도와줘 사키 야아아앙!
이대로는 어라운드 서티 디멘전에 쳐박혀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고!
───상관없어, 꼬셔.
“…………….”
진짜냐……봐주질 않는구만!
“하지만 뭐어, 다들 대는 이름이 자기 ‘이름’인데……
왜 너는 ‘힛키’인 거냐?”
“하, ‘하치만’이면 진짜라기에 부자연스러워서는……?”
십중팔구 대 1학년 호객용이겠지만.
“그러면 ‘하치’면 어때? 후후후.”
“그건 작년에 사키가 이미 했어요……마치 개 이름 같네요, 그거.”
……어쩔 수 없지.
……구원이 도움이 안 될 상황인 이상, 여기선 마음을 굳혀야!
“선생님, 알고 계신가요? 개는 고기를 먹는다는 걸…….”
“알고 있는데……왜?”
“즉, 저는 이 클럽 안에서 종업원으로서 일하는 동안엔, 길들여지고 있는 거예요.
혹시 여기서 끌려나가게 되면…….
선생님을 먹어버릴지도 모른다고요?”
으갸! 뭐야 이거, 진짜 돌아가고 파!
부끄럽고 뭐고도 없다. 그냥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서 이불에 틀어박히고 싶어!
여, 역시나 저지른……건가?
“으……으으……히야…….”
고, 곤란해! 무지 기뻐하는 것 같아아아!
레드 존이다아아아아!!
“우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동 페리뇽 추가다아아아!!”
“없습니다.”
……………
…………
………
……
…
재난은 연이어 일어나는 법이다.
지금, 오늘 두 번째 강적을 상대하고 있다.
“이렇게 히키가야랑 이야기 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군귀강림, 최악의 강화외골격, 치바의 아머 비스트,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등장이다.
“너는 결국 유키노도 가하마도 아닌 다른 사람을 골랐구나…….
으음……카와……카와무시기? 였든가.”
“카와사키예요, 카와사키 사키. 가급적 기억해 주세요.”
나도 옛날에는 기억하기 힘들었지만, 중간부턴 알아놓고도 머릿속으로 모르는 척 하며 놀았었다.
왠지 그립네…….
그러고 보면 그때, 슈퍼에서 만난 그때는 자연스레 이름이 나왔었지.
나도……그 때는 여유 없었구나.
“그렇게 진심으로 이야기 하는 부분, 질투나네~.
그 히키가야랑 잘 지낼 수 있는 건 유키노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에.
“잘 지내는 건 확실히 유키노시타 쪽이 나았을 것 같아요.
사키는 애초에 그런 기분조차 없어요. 기본적으로 싸움밖에 안 한다고요?
둘 다 시스콤이랑 브라콤이니까, 언제나 으르렁대고 있어요, 후후후.”
“……그런가. 유키노가 이길 수 없겠네.”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마음 속으로 납득한 모양이다.
“그래도 그래도오? 뺏거나 해도 딱히 상관 없잖아?
예를 들면……나라면 히키가야를 뺏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굉장히 도발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과연 유키노시타 씨.
……하지만, 여기서 사키에게 도움을 바랄 순 없다.
녀석, 휴식 들어갔고. 젠장.
승부에 나설까…….
“유키노시타 씨가 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어머? 어째서?”
“스스로 말했잖아요…… ‘감이 좋은 꼬맹이는 싫다’고.”
“……아.”
“천하의 유키노시타 하루노씩이나 되는 분이, 자기 발언을 물리진 않겠죠?”
“후후……하하하하하!
이야―, 히키가야도 굉장히 솜씨가 늘었구나―! 하하하하!”
진심으로 다가올 생각이라면, 철가면을 라플레시아째로 전당포에 맡긴 다음 와 줬으면 싶다.
……………
…………
………
……
…
“하아, 언니가 폐를 끼쳤네…….”
“아아, 신경 쓰지 마…….”
다음은 여동생 쪽인가…….
오늘 손님은 터무니없는 자들 뿐이다…….
“너희 반은?”
“문제 없어, 오늘은 오후부터 자유야, 나.”
뭐어, 언니의 맹공 뒤다보니 이 녀석의 분위기는 굉장히 도움이 된다.
문제가 있다고 하면, 주위의 눈길이지만…….
교사에 이어 유키노시타 자매에게까지 지명받다보니 굉장히 있기 거북하다.
하지만 그, 이 녀석의 말공격도 굉장히 무뎌졌다고 할가ㄱ.
직접 공격하는 말이 줄었다.
“저기, 히키가야…….”
“왜 그래?”
평소대로의 대화 뒤, 한 호흡을 두고 유키노시타가 말을 꺼냈다.
“예를 들어……가정의 이야긴데……
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네 곁에 있게 됐으리라고 치면……
나는 어떡하면 좋았으리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구나.”
“응, 실제로는 있을 리 없는 걸.”
그렇구나…….
확실히 이 녀석에게 끌릴 때도 있었지만…….
실제로 이 녀석과 함께하게 되진 않겠지. 지금 상태론.
“‘괴로운 일이여 더더욱 쌓이거라’ 라는 말 있잖아?”
“‘끝 있는 내 힘을 시햄하리니.’ 구마자와 반잔이네.”
“녀석과 사귀는 건 힘들 때도 좋을 때도 있지만, 그게 좋은 거야.
평탄한 길 따위 재미 없잖아.
이럴것도 저럴것도 없어. 네가 나와 거리를 뒀던 것도, 내가 자신의 행동 양식을 의심한 것도, 그런 거에 지나지 않아.
괴로움이 많은 건 당연하고, 무리하게 자신을 바꿀 필요도, 상대가 바꿔줘야 할 필요도 없는 거야.”
“…….”
“하지만 지금대로면 너는 ‘너무 올발라’. 홀로 옳으려 하고 있어.
그러니까 아군을 만들면 좋았을 거야.”
“아군……?”
“잘 생각해 봐, 상대가 되는 나는 터무니 없는 시스콤이잖아?
하지만, 터무니없는 시스콤이 하나 더 있잖아?
언니랑 화해하라고, 이 고집쟁이.”
………
……
…
“후……후……후후……….”
“후후후…….”
둘이서 마주 웃는다.
별건 아니다. 상대가 비겁한 회피수단을 쓴다면, 비겁한 공격수단을 쓰면 되는 것 뿐이다.
룰 같은 건 없으니까. 소스는 내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