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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역자 | 淸風

제 7화 “강하고 덧없는 배신자들” (4)


교내


교내에 있어봐야 딱히 할 건 없다.
어차피 퇴장이니, 옥장에라도 갈까.

할 수 있는 건 했다.
나 혼자서 실행했을 때랑 비교하면, 꽤나 좋은 결과가 됐구나.
뭐, 3학년은 거의 적으로 돌았겠지만……잘 됐지.


확률 낮은 승리따윈 필요 없다.
내가 항상 지고, 아무에게도 이기지 않으면서, 내 앞에 있는 다른 모두가 승리한다.


……──


녀석들은 썩어선 안되니까.
이 정도의 짐이, 비겁자에겐 어울린다.


……──어이.


……………


……──어이.


​‘​…​…​뭐​야​…​…​오​늘​은​ 맑다고……왜 또 쳐 나오는 거야.

 ……오랜만이구나, 나.’



그대로 옥상 문을 열었다.
구름 하나 없이, 한가득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비가 내릴 무렵에는 자주 봤지만……요즘은 나오지 않았다.
모처럼 열받을 정도로 좋은 날씬데……더더욱 열이 오른다.
음침해 보이는 얼굴……아니, 안색 쳐 해갖곤.


……──뭐야, 그 얼굴은.
‘아앙?’
……──묘하게 만족스런 그 얼굴 말야.
        그것도 자신에 대한 거짓말의 일부냐?

그런가……이 녀석은 그 때의 나다.
수학여행이 끝난 직후, 기만으로 가득찬 생각을 자신 속에서 느낀…….
자신이야말로 ‘있을 곳’을 소중히 하고 있다고 인정한……나다.


……──왜 이런 걸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거냐?

………
……



‘바보 아냐?’
……──하아?

아, 이거 사키의 대사였나……뭐, 상관 없지.


‘내가 그렇게 헌신적일 리 없잖아.
 자기희생? 그런 건 일요일 아침의 슈퍼 히로나 프리큐어한테 맡기면 돼.
 머글인 내가 그런 걸 해봐야 애처로울 뿐이고.
 덤으로, 안티 히로병은 중학교때 졸업했잖아?’

……──뭣……



뭐, 스스로도 뭘 하는 건지 의문으로 느끼던 시기의 나는 잘 모르는 이야긴가.

‘잘 회상해 봐, 입학식 때 개를 돕다 사고가 난 건 유이가하마를 위해서냐?’’
……──아냐, 우연히 몸이 움직인 것 뿐이다.
‘그래, 그걸 따른 것 뿐이야.
 그럼 문화제에서 저지른 일은 자이모쿠자를 위해서냐? 유키노시타를 위해서냐?’
……──……
‘수학여행때, 하야마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았던 건?’
​…​…​─​─​그​런​가​…​…​결​국​…​…​.​


별 거 없다.
처음부터 ‘자신을 위해서’ 였던 거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상의 사랑을 주거나 하는 기분 나쁜 짓을 내가 하겠냐.
결국은 단순한 보신.

그런 내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시작했던 거다, 이 녀석은.
그래서 자기혐오에 빠지려 하고 있다.


‘……하지만 말야.’
……──?
‘그래도 괜찮아. 자기 자신에게 기만을 느끼든 자기혐오에 빠지든……신경 안 써.
 나는 그렇게 말해 주는 녀석들이 생겼으니까.’
……──말도 안 돼……
‘네가 나아가는 미래에 그런 녀석이 나타날지 어떨진 몰라.’
……──……



그 때, 슈퍼에서 사키와 만난 순간부터 내 인생은 분기된 거다.
앞으로 이 녀석이 나와 같은 길에 이를지 어떨진 모른다.

혹시나 다른 누군가에게 구원받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자력으로 해소할지도 모른다.
혹시나 구제는 계속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적어도 이 이야기만은 전해 주자.


‘발 밑에 버릴 수 없는 자신이 구르고 있다고. 정리는 서툴잖아?’
……──뭐야 갑자기.
‘앞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면, 정리해. 전부 버릴 각오를 굳혀.
 하지만 바뀌지 않고 있으려면 계속 안 버려도 괜찮아.’
……──바뀌지 않고……?
‘대신에, 혼자서는 짊어지지 못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함께 짊어지는 거야.’
……──네게는, 그런 사람이 있는 거냐?
‘아아, 내 친구와 여친이.’

아마, 마지막 질문이 돌아올 거다.


……──왜 너는 떨어져 가지 않은 거야?

그래, 이전의 나라면…….
사람과의 거리를 재고, 거기에 대응해 도랑을 만들어……뿌리쳤을 거다.
그러니 당연한 의문이겠지.
그게 상대에게 통한다면.


‘이길 수 없는 승부할 의미는 없다고.
 이성뿐만 아니라 남과 거리를 두는 데는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지만, 완전히 발렸어.
 그런 녀석들한테서, 떨어질 수 있겠냐.’

……──……


말이 막힌 걸까.
하지만 이것도 ‘네가 가진 일면’인 거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체념하고 있던 것 뿐이고, 사실은 갈망하고 있던 관계.
그걸 손에 쥔 순간, 너는 이런 표정을 짓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항상 지고, 모두에게 이기지 않고, 내 앞에 있는 모두가 승리한다.
 하지만 봐 보라고. 그런 나만이 얻을 수 있는 승리가 있어.’


철칵


옥상 문이 열린다.
이 녀석밖에 없는 곳에서, 나만의 승리를 얻자고.


“바보 하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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