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 2화
토키다와이 중학교의 기숙사는 두개가 있다.
5개의 여학교가 밀집해있는 여자만 출입이 가능한 '배움의 동산' 내에 하나. 참고로 토키다와이 중학교도 이 부지 안에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배움의 동산' 바깥에 있는 조금은 평범한 기숙사.
물론 학교 자체에 가까운 부지내에 있는 기숙사는 크기도, 시설도 바깥에 있는 기숙사와 비교하면 굉장히 좋다.
그렇다고 바깥에 있는 기숙사의 시설이 안좋은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것. 카미조가 살고 있는 기숙사와 비교하자면, 원룸하고 호텔방 만큼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선호도는 바깥에 있는 기숙사가 높다.
한창 이성에 대해 관심이 많아질 중학생들은 창문 밖에서라도 다른 학교의 남학생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바깥족 기숙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라이 쿠로코 같은 공간이동 능력자나, 하늘을 날수있을 정도의 풍력사,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지각조작 능력자 같은 경우는 사실 꽤나 자주 몰래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물론, 그 레일건(초전자포) 조차 제압하는 사감에게 걸린다면 뼈도 못추리겠지만.
학원도시의 5대 명문 학교라고 해도, 다른 평범한 학생들이 '아가씨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며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녀들도 그저 이성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소녀들. 이라는 것이다.
"…"
그 바깥쪽 기숙사의 한 방에서 미사카 미코토는 왠지 멍하니 있었다.
미코토가 바깥족 기숙사를 선택한건, 단순히 '몰래 쇼핑하기가 편하다. 근처 책방에서 만화책을 서서 읽을 수 있다' 하는 이유였다.
배움의 동산 내 부지에는 백화점이나 레스토랑 같은 편의시설이 많지만, 미코토의 취향에 맞는 옷은 없고 게다가 만화책도 금지되있기 때문이다.
(크,크앗! 저번에도 저러시더니, 이번에는 아에 상사병에 걸린 소녀잖아요!? 또 그 유인원 놈인가요!?)
사랑하는 언니의 그런 모습을 보며, 시라이 쿠로코는 자신의 배게를 입으로 물어뜯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거의 발광하는 듯한 쿠로코의 모습도 미코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평소같았으면 '가만히 좀 있어 쿠로코' 라고 했을 미코토는 멍하니 있었다.
깊게 생각을 하는듯 멍ㅡ 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미코토는 갑자기 '헤,헤헷…' 하고 웃었다가, 갑자기 침울해졌다가, 다시 멍ㅡ 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표정을 바꾸고 있었다.
"쿠로코"
"네? 네 언니"
그런 쿠로코의 모습을 눈치챈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계속해서 멍ㅡ 하니 깊게 생각을 하던 미코토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갑자기 쿠로코에게 말한다.
"저기 혹시, 내일 무슨일 있어?"
"우효옷! 드디어 언니쪽에서 데이트를 신청하시는 건가요!? 이 시라이 쿠로코. 부족한 몸이지만 평생 언니를 우갸아아악!"
마치 이성에게 고백을 하는듯 수줍게 말하는 미코토의 말에 쿠로코는 그렇게 말하며 미코토의 전방에 텔레포트 하여 안기려고 했지만, 미코토의 머리끝에서 발사되는 전격이 문답무용으로 쿠로코를 덥쳤다.
"그런게 아니라… 나도 조금은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까, 혹시 저지먼트도 참가하게 되나 해서"
"……"
진지한 표정과 음색으로 말하는 미코토의 말에 쿠로코도, 전격의 영향에 조금 탄내가 나는건 상관 안하면서 더이상 장난은 치지 않는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제 7학구 뒷골목의 양 다리만 남은 시체 말인가요"
"…응"
"물론 저지먼트도 안티 스킬과 같이 전력으로 범인찾기에 착수했어요. 이번에는 조금, 위험한 녀석인것 같지만요"
"……"
능력자들의 범죄는 학원도시 내에서는 빈번한 일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직 어린 학생들. 해봤자 능력으로 인한 방화, 도둑질이 대부분이고 스킬아웃들은 직접적인 폭력이 추가될 뿐이다.
정말 심한 경우에도 실수나 무지로 인한 능력폭주자가 사람을 중상까지 입히는 경우도 있지만, 살인은 학원도시가 설립된 이래 몇번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의 건수는 꽤 많은 편이다. 그것도 아니면 사람의 이름이나 능력명 같은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던가.
그런 모든 경우가 살인으로 인한 엄폐공작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자세한 것까지 알고 있는 자는 적다. 어디까지나 학원도시 내의 도시전설 일뿐.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서도 인간의 DNA를 발견했어요. 형체도 남지 않을 정도의 압축성 폭발에 인해 죽은 사람이 둘. 이 둘은 물론이고, 양 다리만 남은 시체도 그 부위로는 도저히 어떤 사람이었는지 파악이 안되요. DNA 만으로는 데이터베이스에 잡히지도 않고…"
"신원불명이라는 거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장난도 사고도 뭣도 아닌, 벌레를 잡는 정도의 의식으로 행한 살인사건.
게다가, 공식적으로 학원도시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 딱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비를 입은채 죽어있었다.
조금이나마에 학원도시의 '어둠'을 봐왔던 미사카 미코토는 이것이 또 학원도시의 '어둠'에 관련된 일이라는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다른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뭐든지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마. 여차하면 나한테도 도움을 청해"
"걱정마세요 언니. 이 쿠로코. 절대 언니를 실망시키지 않겠어요"
"응. 알았으면 좋아"
"와버렸네…"
그 다음날. 미사카 미코토는 정말로 평범한 학생용 기숙사의 문앞에 서 있다.
어제 쿠로코가 수색에 참가하는 것에대해 진지하게 쿠로코를 걱정한 이유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학원도시의 '어둠'을 느낀 미코토는, 바로 항상 큰 소동의 중심에 있는 소년을 떠올렸다.
제 3차 세계대전의 중심에 서있었던 소년.
그가 가진 이상한 힘 때문인지, 아니면 참견하기 좋아하는 그 소년의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은 항상 소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잠시만 눈을 떼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망신창이가 된 몸으로 웃으면서 돌아온다.
그렇게 그 소년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심한 처지의 사람들도 구해준다.
결국엔, 세계까지 구했다.
"하아…"
미코토는 알고있다.
그 소년에게,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오히려 여태까지 소년이 구해준 수많은 사람들중 하나. 정도로 밖에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그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최근,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나서 그 사실은 가슴속에 걸린 족쇄처럼, 그냥 막연히 답답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저 녀석이 학원도시로 돌아온 이후는 더 심해졌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구했는데.
심지어 세계까지 구했는데,
아직 할일이 많이 남은듯한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미코토는 맹세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소년의 힘이 되어주겠다고.
하지만 소년은 그런 미코토는 상관도 안하고, 항상 혼자서 멀리 가버린다.
그래서 불안했다.
이번에도 또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서 망신창이가 되서 돌아오지는 않을까. 다시 내가 뻗는 손을 거절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미코토는 소년의 집에 찾아왔다.
처음 소년이 학원도시로 돌아온 날. 그 날은 자신 말고도 그 소년의 지인들이 많이 있고, 왠지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까지 귀찮게 굴길래 분노하며 물러났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똑똑
"저, 저기… 미코토 인데"
그녀답지 않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래도 소년은 없는지 반응은 없었다.
"아아 정말! 기껏 이 미코토님이 만나러 와줬는데 대체 뭐야!"
사실 전화번호도 알기 때문에 연락이라도 하고 왔으면 됬겠지만, 그런 사소한 사실은 신경도 안쓴채 미코토는 화를 내며 문 손잡이에게 화풀이를 할 생각에 손을 댔더니, 이상하게도 그대로 문이 열렸다.
"응? 열고 나간건가?"
주인의 허락없이 방에 들어간다는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미코토는 소년의 성격이면 아무렇지도 않을것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갔다.
현관에는 아직 신발도 있고, 방안에서는 TV가 틀어져 있었다.
"집에 있는건가…?"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쥐어잡고 미코토는 집안을 살펴봤다.
소년이 사용했을 식기나 침대를 보고 더 심장이 쿵쾅거렸다.
"평정심, 평정심…"
자신의 머리를 잡고 중얼거리던 미코토는 샤워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 문을 열자ㅡ
"왓, 손가락은 깨물지 말라고"
"미안. 실수다"
"…그러십니까"
노출도가 높은 펑키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12세 전후의 소녀를 샤워실에 묶어놓은채 샌드위치를 먹이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어이"
"응? 엥? 미사카?"
"응? 엥? 미사카?가 아니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진짜로 맞았으면 소년이라도 심장마비로 죽었을 정도의 뇌격의 창이 발사되었지만, 소년은 능숙하게 오른손을 뻗어 그것을 받아챘다.
"뭐, 뭐뭐뭐야!? 왜 카미조씨의 집에 들어와서 전기를 뿜고 있는거야!?"
"그건 그거고! 이, 이거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감금이라니 세, 세상에…"
"저기, 잠시만. 미사카씨? 미사카씨는 지금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은데요"
"후…… 저지먼트쪽은 쿠로코를 시켜서 어떻게든 하도록 하고, 안티스킬이 문제인데… 걱정마 너. 이번에는 내가 지켜줄테니까"
"미사카씨!? 미사카씨 돌아와요!?"
진지하게 소년의 범죄를 은닉하려고 하는 미코토를 보며, 소년이 먹여주던 샌드위치를 입에 문채 우걱우걱 먹고 있던 쿠로요루는 먹던 샌드위치를 마저 다 먹고 입을 열었다.
"하, 이번엔 제 3위인가. 너 대체 어떻게 되먹은 놈이야? 제 1위, 제 3위랑 직접적인 커넥션이 있고 간접적으로 제 4위까지 커넥션이 있다고?"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미코토는 소년에게 쏘던 전격을 멈췄다.
그리고 쿠로요루는, 미코토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괴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 레일건. 동생들은 잘 살아있나? 제 1위에게 박살난 나머지 녀석들 말이야"
"…너, 누구야?"
온몸에서 파직 파직 하면서 전류를 내뿜고 있는 미코토는 얼굴을 찡그린채 그렇게 말했다.
"후후… 니가 조금이나마 맛봤던 학원도시의 어둠. 그것 뿐만이 아니야. 나는 학원도시의 새로운 어둠이 웁!"
"이야, 미안 미안. 그냥 우리집 식객"
"우우붕부우우웁!?"
잔뜩 분위기를 잡은채 말하던 쿠로요루는 소년이 입을 틀어막았기에 몸을 바둥거리며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아…"
그런 모습을 보며 미코토는 크게 한숨을 쉰뒤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일에 말려들었구나 너"
걱정반, 기쁨반인 감정으로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