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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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도시 내의 능력자들의 대한 여러 권한은 학원도시측이 소유하고 있다.
능력자들의 능력으로 여러 실험을 하여 더욱 발전된 과학기술을 만든다던지, 아니면 그 능력을 직접 이용하여 어떠한 부가효과를 만들어 낸다던지, 능력을 이용하여 새로운 법칙을 발견한다던지, 그것도 아니면 인간이 자연에서 여러 모티브를 따오는 것처럼, 능력자들에게서 발전을 위한 힌트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높은 과학기술로 만들어지는 군사용 병기. 혹은,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훌륭한 제품의 라이센스 판매가 학원도시의 주 수입원이다.
그렇기에 학원도시에 있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매월 월급을 받는다. 능력자가 존재했기에, 학원도시의 과학력이 존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당연하게도 레벨 0(무능력자)는 월급이 적고, 레벨이 높은 능력자일 수록 월급이 많이 나오게 된다.
사실 정확한 명칭이 월급인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게 부르니 그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카미조는, 자신의 기숙사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있다.
레벨 0(무능력자)의 월급이라도, 혼자 사는데엔 전혀 무리가 없다. 하지만, 집에 엄청나게 먹어대는 식객이 딸린 토우마는 항상 금전적으로 궁핍하다.
사실은 그 식객에게 들어가는 음식값 말고도, 사정상 자주 병원 신세를 지는 카미조의 병원비도 꽤나 상당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개구리 의사가 하는 병원에서 '성이 카미조 라면 병원비가 20% 할인!' 같은 이벤트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대형 슈퍼마켓에서 매일 2시부터 6시 까지 하는 슈퍼 할인타임은, 카미조씨에게는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동아줄이나 마찬가지다.
세계 3차 대전의 중심에서 있었던 소년도 '이것이 진짜 전쟁인가…' 하는 혼잣말이 나올 정도로 할인물품을 잡아채는 슈퍼 할인타임.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주 손님인 다른 학생들은 할인물품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지, 다들 웅성웅성 떠들며 신기하다는 듯이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저, 저기. 미사카씨…?"
"왜"
"조금은 떨어져서 걷는게 어떠한지요…"
"아까는 바로 도망간 주제에 뭐라?"
카악-! 하는 기세로 대답하는 미코토는 아직도 분한지 그 앞머리 쪽에서 찌릿- 하고 미약한 전류가 흘러나왔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카미조가 또 다시 '어둠'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눈치챈 미코토가 개입을 하려고 하는 순간, 카미조 토우마는 쿠로요루를 내버려 두고 냅다 도망쳤다.
그것이 미코토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해도, 갑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소년을 보고 분노한 미코토는 거의 한시간 가까이 소년을 추격했고, 결국 카미조씨는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안도망간데도! 그거보다! 주목받고 있잖냐!"
"응? 주목?"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라면서 얼굴을 찡그리던 미코토가 주위를 살펴보자, 가게 내에 있는 많은 손님들은 대부분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완전 흥분한 얼굴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 여자아이들도 있었다.
의아한듯,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던 미코토는 자신이 카미조의 팔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앗!"
미코토는 도망치는 카미조를 잡고나서 다시 도망치지 못하게 그 팔을 강하게 잡고 있었지만 머리에 열이 뻗쳐서 그런지,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평범한 연인처럼 보인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런 얼빠진 소리를 내며, 미코토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마지못해 토우마의 팔을 놓아준다.
"따따따딱히 사사사사사사사사심이 있어서 잡고 있던건 아니니까!"
양팔을 부웅부웅 휘두르면서 그렇게 말하는 미코토의 주위에 파직! 하면서 육안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전류가 나왔다.
정밀하고 세세한 능력의 조작, 그리고 그 능력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유명한 레일건(초전자포)이지만, 감정이 격해졌을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이 전류는 그녀의 불같은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미코토에게, 카미조는 마치 비밀 이야기를 하듯 미코토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말이야"
"우와아아아아아아앗!?"
순간 번쩍! 하고 미코토의 앞머리에서 푸른색의 번개가 내리쳤지만, 카미조는 정말로 능숙하게 그것을 오른손으로 받아냈다.
"아, 깜짝이야"
"내가 더 깜짝 놀랐다고!!"
"어… 응? 왜?"
카미조는 허억- 허억- 하면서 숨을 고르고 있는 미코토를 보며 고개를 갸웃이더니
"그것보다, 그래도 너 꽤 유명인이잖아? 이런데서 나랑 같이 있으면 여러 의미로 위험한거 아냐?"
"위험하다니… 어떤게?"
"음… 저런거?"
카미조가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방향으로, 미코토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귀에 대고 있는 핸드폰을 악력만으로 부수고 있는 쿠로코가 있었다.
"쿠,쿠로코!?"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팔다리를 늘어뜨린채 기괴하게 웃던 쿠로코는 전조도 없이 웃음을 딱 하고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아까전 저지먼트에 '슈퍼마켓에서 전기를 내뿜고 있는 능력자가 있다!' 하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신고받은 위치가 위치라 설마설마 했지만…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우와… 저거 좀 심각한 상탠데"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기분나쁜 움직임을 취하는 쿠로코를 보며 미코토도 질린다는 표정을 지은 순간, 쿠로코는 그 자세 그대로 카미조의 코앞으로 텔레포트를 하더니
"체포합니다"
카미조의 팔목에 수갑을 채웠다.
"어째서!!?"
"어라, 자신의 죄목도 모르는 건가요 유인원씨?"
상식적으로 지금은 가게에 피해를 주고 있는 미사카를 잡는게 맞잖아! 라면서 당황해 하고 있는 카미조에게, 쿠로코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한다.
"감히 저의 언니와 슈퍼마켓에서 쇼,쇼,쇼쇼쇼,쇼핑이라니!! 백번 죽어 마땅해요!!"
그런 소동은 그로부터 10분후, '전기 능력자 때문에 신고했었는데, 이제는 텔레포터까지 합세해 더 난장판이다' 하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다른 저지먼트가 도착할때 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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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그것이 자신이 잊고 있는 진짜 과거의 일인지, 아니면 죽는게 편할 정도의 고통을 잊기 위해 뇌속에서 만들어낸 허상인지는 모른다.
'암흑의 5월 계획' 이라는 액셀러레이터의 능력 운용법을 억지로 뇌에 구겨넣는 실험이 있었던 연구소.
아마, 페이커의 기억으로는 H.J.W… 라는 이름이었다.
남들은 정말 지옥과도 같았다고 하지만, 페이커는 그 연구소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곳에서의 기억밖에 없으니까. 어디서 태어났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이 연구소에 오게 됬는지. 그 어떠한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물속의 개구리는 우물에서 보이는 하늘만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 연구소밖에 모르는 페이커는 그 좁은 연구소가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언제였을까, 기억속의 페이커는 지금보다는 신장이 작았다.
페이커는 평소의 커리큘럼을 마치고 자신을 담당하는 연구자와 함께, 다른 피험자들이 커리큘럼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2층에서 그 모습을 내려보고 있었다.
기억속의 연구자는 페이커에게 뭐라고 말을 거는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아니, 꿈속이니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페이커는 그 연구자가 뭐라고 하는지, 꿈속이지만 매우 집중을ㅡ
삑.
삑.
삑.
삑.
삑.
"……"
정신을 차린 페이커가 처음으로 본 것은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새하얀 천장이었다.
푹신한 침대 위. 게다가 옆에서 규칙적으로 들리는 삑. 하는 소리는 분명 환자감시장치(patient monitor)다.
즉, 이곳은 병원이란 소리가 된다. 하지만 어째서? 페이커는, 다 죽어가는 자신이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으으… 입을 제외한 모든 구멍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메롱을 하는 남자라니 미사카 진짜 트라우마가 될것 같앙!"
목소리로 파악하건데, 아마 액셀러레이터의 옆에 있던 큰쪽의 클론이겠지.
큰쪽의 클론은 그런 말을 하는 주제에, 즐거운듯한 고음의 목소리였다.
"저기저기 말이야. 미사카가 셀렉터를 부숴서 제 1위랑 자폭하려고 할때도 저런 느낌이었어?"
"…네 녀석 쪽이 두배는 더 끔찍했다"
그 클론에게 반응하는 목소리에 페이커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 하고 움직였다.
"흐응? 이 메롱남 깨어났나 보네? 의사 선생니임~♡ 이 녀석은 미사카가 다시 재워도 될까요오~?"
그러자 드르륵 하며 문이 열리더니, 개구리 같이 생긴 의사가 들어온다.
"호오. 예상보다 회복이 빠르군"
"헤븐 캔슬러…"
"응? 날 알고 있나?"
조금 신기해 하는듯한 의사였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지
"뭐, 그런것보다 423 X 23 X 412 X 0 이 뭔지 알겠어?"
"바보취급 하는거냐…"
"연산능력에 문제는 없군. 좋아"
개구리를 닮은 의사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간호사에게 무언가의 차트를 받은후,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무언가를 써 내려가며 말한다.
"자네의 경우는 전두엽이 망가질뻔 했어. 자네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억지로 전두엽에 구겨넣었더군. 그거야, 당연히 뇌가 오버히트 해버리겠지"
"…이 병원, DNA 맵 같은걸 기록하기라도 하는건가?"
"DNA 자체를 검사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능력자의 신체정보는 단 하나도 기록하지 않아. 대충봐도 학원도시의 '어둠'에 관련된 녀석인건 알겠지만, 죽어버리면 다 끝이야. 어떤 무모한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5분만 늦었으면 폐인이 됬을거다"
"……"
누워있는 상태로, 말없이 고개를 살짝 돌린 페이커의 시야에 하얀색의 괴물이 보였다.
(액셀러레이터가 병원으로 데려와준건가… 적어도 보험을 들어둔건, 틀리지 않은 판단이었군…)
"지금부터 중요한 이야기니까 잘듣게. 자네의 증상은 고쳐지지 않았어"
"뭐…?"
눈을 찡그리며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하는 페이커에게, 개구리를 닮은 의사는 자신의 왼쪽 목을 보여주며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말한다.
"자네의 목에 있는 그거, 알겠어?"
"서, 설마!"
페이커는 상체를 벌떡 일으켜 자신의 목에 왼손을 갖다댄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전선과 같은 줄과 네모난 기계장치.
그곳엔 액셀러레이터가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디자인의 전극초커가 달려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네의 뇌가 감당할 수 없는 정보가 계속해서 들어와. 그 감당할 수 없는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가 신세를 지고 있는 네트워크에 자네를 억지로 구겨넣었지. 액셀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9969명의 시스터즈의 남는 연산능력을 빌리고 있는거야"
개구리를 닮은 의사는 팔짱을 끼고 계속해서 말한다.
"액셀러레이터의 경우는 멋대로 초커를 만진 덕분에 최대 30분 정도 능력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자네라면 적어도 24시간은 사용할 수 있겠지"
"핫…"
헛웃음이 나왔다.
초능력이란, 똑같은 능력이라고 해도 사용자에 의해 천차만별이다.
제 3위와 그 클론들이 똑같은 전기 능력자라고 해도 '레디오 노이즈(결함전기)' 인 클론과, '일렉트로 마스터(초전자포)'인 오리지널의 차이가 좋은 예다.
응용성. 정밀성. 확실성. 유연성.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뇌속에서 계산해가며, 더욱 치밀한 계산이 가능하다면- 능력의 발현도 강력해진다.
즉, 학원도시에 있는 7명의 레벨 5(초능력자)들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부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 들이다. 아, 7위는 예외지만.
페이커의 연산능력은, 제 1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정도의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대체, 뭐야? 뭐냐고, 뭐냐고 대체…)
그 소름끼치는 사실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지금 병실에서, 벽에 기댄체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저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탈을 쓴 무언가였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액셀러레이터의 요청으로 자네의 능력에 잠금장치를 걸어놨어"
개구리를 닮은 의사는 새파란 얼굴이 된 페이커에게 계속해서 말한다.
"자네의 경우 초커에 스위치가 없지. 전원을 껏다 킬 필요성은 없지만, 능력을 사용하려면 다만 라스트 오더나 액셀러레이터가 네트워크 내에서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사용할 수 있게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입으로 말했지? 죽여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개구리를 닮은 의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액셀러레이터가 말한다.
"자ㅡ 그럼, 이제 네 녀석이 알고 있는 정보를 파리처럼 불어보실까?"
"자, 잠깐만!"
아직도 새파란 얼굴로 페이커는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말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내가 알고 있는건 사실 얼마 없어! 게다가 사실이지만 해도 날 확실히 미친놈으로 볼거라고!"
"저기, 제 1위 말야. 이 녀석, 미사카가 죽여도 돼?"
"아까부터 느낀건데 너 진짜 성격 나쁘다!"
"크크큭… 미사카는 악의적인 사고만 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거든"
"뭘 해도 좋지만 병원 내에서 능력을 쓰는건 절대 금지야. 전두엽 말고는 딱히 피해가 간곳도 없으니, 바로 퇴원해도 좋아"
그런 말을 하고, 개구리를 닮은 의사는 간호사와 같이 병실 밖으로 나갔다.
엄청나게 불편한 공기속에, 마치 뱀 앞에 있는 개구리 처럼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해 하고 있는 페이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텔레포트를 사용해 봤지만
(역시나 발동 안되잖아!!)
라면서 자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미친놈의 망언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너에게 선택권 따위 없다고. 조금이라도 길게 숨을 쉬고 싶으면 네놈이 아는걸 당장 불어"
"자, 잠깐만! 아, 알았어!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그 망할 초커에 달린 스위치 키지 말라고!!"
페이커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고민하는듯 했지만 결국 벌레를 씹는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레이스타… 학원도시 총괄 이사장 아레이스타는… 마술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