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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이변 2화


"우선, 그 전에"

페이커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 전, 액셀러레이터가 말한다.

"저쪽에 있는 쥐새끼들 부터 처리하도록 해볼까"

"!?"

액셀러레이터의 시선을 따라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 곳엔 6명의 ​E​q​u​.​D​a​r​k​M​a​t​t​e​r​가​ 몸을 숨기지도 않은채 병원의 건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아…)

평소와 다른건 수 뿐만이 아니었다.

6명의 ​E​q​u​.​D​a​r​k​M​a​t​t​e​r​들​중​ 한가운데 특이한 녀석이 서 있다.

혼자서만 약간 전진하듯 서 있는 녀석은 마치 소규모 전투부대의 분대장이라도 되듯, 전신이 검은색의 특공복 같은 옷을 ​E​q​u​.​D​a​r​k​M​a​t​t​e​r​와​는​ 다르게 붉은색의 슈트를 입고 있었다.

페이커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체크한다.

(헤븐 캔슬러의 말대로 별다른 외상은 없군)

딸칵. 하는 작은 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동시에 주위의 공기가 돌변한다.

여러 마리의 들개가 으르렁 거리는 듯한 공기의 흐름에 페이커는 무심결에 마른 침을 삼켰다.

"어이, 너는 그 꼬맹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에에? 미사카도 싸울 수 있는데? 아니면 뭐야, 역시 1위는 남자취향? 보이즈 러브으?"

"…너도 확 날려버린다"

"예이 예이"

워스트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번쩍! 하는 눈부심과 함께 여태까지 창문이 있던 벽이 사라졌다.

별다른 큰 소리도 없이 생겨난 직경 3M 정도의 구멍. 그리고 동시에 생겨난 직경 3M 정도 되는 커다란 창문으로 셋은 시선을 돌린다.

"어이, 이거 설마…"

붉은색 슈트를 입고 있는 ​E​q​u​.​D​a​r​k​M​a​t​t​e​r​의​ 가면에선 이미 이상한 모양의 날개가 전개되어 있었다.

"바, 반물질!?"

"단순한 쌍소멸 반응이군. 반물질과 유사하지만 아니야. 반물질이었으면 방금 한발로 이 건물은 커녕 학원도시가 통째로 날라갔을 거다"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는 페이커와는 다르게 침착한 표정의 액셀러레이터가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군… 저런 물질은 확실히 존재하지 않아. 마치 그 3류 양아치 녀석의 능력과 비슷한데"

(그 카키네 테이토쿠가 3류 양아치…)

액셀러레이터는 워스트가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더니

"네 녀석을 노리고 온 놈들이니, 네 녀석도 일해"

질린다는 표정의 페이커에게 대충 말하고 뻥 뚫려있는 벽으로 날아갔다.

"……"

동시에 페이커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져 있던 선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페이커의 '잠금장치'가 풀렸다는 것을 파악하기 무섭게, 머리 위쪽의 천장을 부수며 3명의 ​E​q​u​.​D​a​r​k​M​a​t​t​e​r​가​ 나타났다.

"이번엔 무슨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서 돌아왔으려나?"

페이커의 비아냥에 ​E​q​u​.​D​a​r​k​M​a​t​t​e​r​는​ 켈룩켈룩. 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소리를 내며 상체를 들썩이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웃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신가?"

페이커는 검지와 엄지를 제외한 다른 손가락을 접어, 오른손으로 총의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발사되는 압축공기. 원리는 공기총과 마찬가지지만, 그 파괴력은 콘크리트 벽 뒤에 숨어있는 사람의 뼈를 통째로 부술 수 있는 위력이다.

발사 지점을 설정한다면, 자신의 신체 어느 곳에서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아무래도 이런 축을 만드는 것이 목표를 맞추기가 더 쉽고,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이유에서 였다.

(이번엔 어떻게 반응하려나…)

페이커의 전투방식은 마치 판에 찍은듯한, 마치 공식이 있는 수학문제와 비슷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장 적은 노력으로 적을 죽인다.' 그것이 페이커의 방식.

견제의 의미로 발사한 압축공기를, ​E​q​u​.​D​a​r​k​M​a​t​t​e​r​는​ 가면에 있는 날개를 펴서 쳐내거나, 이상한 기계를 꺼내서 막는다.

페이커는 그 동안 가장 반응속도가 늦는 녀석의 근처로 텔레포트 하여, 그 당시 떠오르는 능력으로 죽인다. 그리고 도주. 그리고 도주하는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적을 죽인다.

그것이 페이커가 복수의 적을 상대할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방식이었다.

"!?"

푹! 하는 소리와 함께 ​E​q​u​.​D​a​r​k​M​a​t​t​e​r​의​ 가슴팍에 야구공 크기만한 구멍이 ​생​겼​다​. ​

(단순히 멍청이인가…)

압축공기를 맞고 앞으로 넘어진 ​E​q​u​.​D​a​r​k​M​a​t​t​e​r​의​ 뒤통수로 한발을 더 발사한후, 페이커는 2명의 ​E​q​u​.​D​a​r​k​M​a​t​t​e​r​을​ 똑같은 방법으로 처리한다.

두개골과 심장이 완전히 파괴되어 엄청난 양의 혈액과 뇌수를 흩뿌린 ​E​q​u​.​D​a​r​k​M​a​t​t​e​r​의​ 최후는 비참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한데"

여태까지의 ​E​q​u​.​D​a​r​k​M​a​t​t​e​r​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졌다.

하지만 이번 녀석들은 마치 허수아비나 마찬가지.

자신의 턱을 만지작 거리며 이상하게 생각하던 페이커는 한순간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나는듯 하더니

(어…?)

페이커의 머릿속으로 이상한 영상이 틀어졌다.

인간의 가장 큰 급소 두 군데를 완전히 파괴당하여, 죽어있는게 확실한 3명의 ​E​q​u​.​D​a​r​k​M​a​t​t​e​r​의​ 몸이 순간 팽창하는듯 하더니, 이내 온몸에서 뾰족뾰족한 검은 가시같은게 ​튀​어​나​온​다​. ​

그 가시는 족히 10m는 넘어 보였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 두루고 있는 질소의 방어막을 완벽하게 무시한채 페이커의 온몸을 뚫는다.

양팔, 양 다리부터 시작해서 양 눈, 폐, 간장, 심장, 뇌까지 뚫린 페이커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

기분 나쁜 커다란 혀가 자신의 척수를 직접 핥는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으며, 페이커는 양팔을 자신의 앞에 엑스자로 만들며, 아까 만들어진 큰 구멍을 향해 뒤로 뛰었다.

뒤로 뛰는 페이커는 그 두 눈으로, 확실히 보았다.

인간의 가장 큰 급소 두 군데를 완전히 파괴당하여, 죽어있는게 확실한 3명의 ​E​q​u​.​D​a​r​k​M​a​t​t​e​r​의​ 몸이 순간 팽창하더니, 이내 온몸에서 뾰족뾰족한 검은 가시같은게 튀어나오는 것을.

게다가 그 구멍으로 떨어지기 전, 하나의 가시가 자신의 팔을 꿰뚫었다.

"큿…"

페이커는 미친듯이 뛰는 자신의 가슴을 어떻게든 다스리며, 공중에서 텔레포트 하여 건물 아래로 무사히 착지했다.

(방금건 뭐지…?)

조금만 늦게 반응했어도, 페이커는 저 위에서 온몸에 가시가 박혀 즉사했을 것이다.

마치 확정된 미래를 본듯한 ​느​낌​이​었​다​. ​

(예지…? 아니야, 이건…)

한순간 '예지' 같은 비과학적인 것을 생각해버린 페이커는 어떻게든 방금 일어난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고 했지만, 딱히 별다른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해석은 나중에 해도 좋아. 지금은 저 녀석들의 처리만 생각하자)

무사히 착지한 페이커가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아도, 그의 몸에는 오펜스 아머(질소 장갑)은 확실히 둘러져 있었다.

유효거리 내에서 25mm 짜리 유탄을 이용하여 사격하는 대물 저격총의 위력에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오펜스 아머가, 마치 두부같이 잘려졌다.

아니 그 전에, 인간인 이상 두개골과 심장이 파괴당하고 살아있는게 가능한 ​것​인​가​? ​

저번 페이커는 호기심으로 자기가 죽인 ​E​q​u​.​D​a​r​k​M​a​t​t​e​r​의​ 가면을 뜯어보았지만, 특수한 것은 '가면'일뿐 내용물은 완전히 평범한 인간이었다.

​"​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켈​룩​"​

그 인간이 아닌것 같은 웃음소리에 페이커가 고개를 들자, 자신이 나온 구멍에서 한명의 ​E​q​u​.​D​a​r​k​M​a​t​t​e​r​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거…"

'흐물흐물' 거리는 정도가 아니다.

웃고 있는 ​E​q​u​.​D​a​r​k​M​a​t​t​e​r​는​ 마치 온몸의 뼈가 없는 것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마치 끈적한 석유 덩어리가 그대로 굳어 응고된것이 생명을 가진것 같았다.

(저, 저 가면이 쓰고있는 인간 자체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로 바꿔버린 거야!?)

미쳐 있다.

분명히 미쳐있다.

학원도시도, 아레이스타도, 저 가면을 쓰고 자신을 죽이러 온 ​E​q​u​.​D​a​r​k​M​a​t​t​e​r​도​,​ 전부 미쳐있다.

"재미있는 표정이군. 좋아. 나는 그런 표정이, 너무나도 좋아"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페이커는 뒤로 돌아보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압축공기를 발사한다.

그러자 탱! 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의 주인은 압축공기를 받아쳤다.

그곳엔 붉은색의 슈트를 입은 ​E​q​u​.​D​a​r​k​M​a​t​t​e​r​가​ 팔짱을 낀채, 그 기괴한 모양의 가면에서 나온, 여태까지 본것과 조금은 다른 커다란 날개를 휘적거리면서 서 있었다.

"그 촌스러운 붉은색 슈트는 혹시 대장을 상징하는 건가? 전대물의 정 중앙에 있는 녀석이 붉은색이잖아"

"푸핫. 대장이라,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껄껄. 웃으며 옆집에 사는 아저씨처럼 대답하는 녀석은, 그다지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녀석이었다.

"…저건 뭐지?"

"오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친절하게 답해줄리가 없잖아?"

"……"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구. 그것보다 너, 방금의 공격으로 확실히 죽었어야 했는데 뭘 어떻게 알고 피했지? 일종의 '강박관념'에 가까운 너의 그 '효율성'을 따지는 성격이라면, 죽어있는 녀석들이 움직인다는 생각은 안했을 텐데. 그 트리 다이어 그램(수형도의 설계자) 만큼은 아니더라도, 몇대의 슈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친절하게 답해줄것 같냐?"

"푸핫. 그렇네. 뭐 상관없나"

붉은색 슈트를 입은 ​E​q​u​.​D​a​r​k​M​a​t​t​e​r​는​ 팔짱을 풀고 어깨를 으쓱이더니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테니까"

붉은색 슈트의 녀석보다 페이커의 움직임이 빨랐다.

주먹을 쥐고 있는 페이커의 오른손 앞에 화륵- 하고 농구공 크기만한 불꽃이 생긴다.

단순한 화염의 공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네 가지의 초능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공기중의 수분을 모으면서, 동시에 공기압축으로 밀폐된 공간을 만든 후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물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분해 한후, 그 안에 막대한 양의 화염을 집어넣는다. 초능력으로 인한 강제분해는 전해질이 필요없기에 가능한 기행이었다.

"하, 그러셔요!!"

자신의 주먹 앞에 고정되어 있는 폭탄을, 페이커는 주먹채로 힘껏 붉은색 슈트 녀석에게 날린다.

명중. ​쿠​콰​콰​콰​콰​콰​콰​콰​앙​!​ 커다란 폭탄이 터지는 듯한, 귀가 찢어질듯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폭발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렇다고 파괴력이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엄청난 규모의 폭발을 좁은 규모에 압축시킨 공격. 학원도시 특제의 방염복도 통째로 녹여버리는 지옥의 불이 하늘위로 솟구쳤다.

"대충 눈치는 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 지옥과도 같은 화염 속에서, 한사람의 인영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말했다.

"저 젤리같은 녀석들은 아무래도 지성이 좀 많이 떨어지거든. 그래서 주변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한명이 호스트가 되어서 컨트롤을 해줘야해"

아무래도, 이 녀석의 가면에서 나오는 날개는 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된 녀석들을 조종하는,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 컨트롤러인 내가 죽는다면 저 녀석들은 알아서 자멸하겠지. 뭐, 말하자면 약점이라는 거야. 그리고 약점이라는 것은, 어떠한 생물이든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지. 나는 따로 공격능력은 없지만, 내구력 하나는 무식하다고?"

마치 가면 그 자체가 자신의 얼굴인듯. 붉은색 슈트를 입고 있는 녀석은 가면 통째로 씨익 웃으며 말한다.

"액셀러레이터가 저쪽을 처리하고 오기 전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제 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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