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Faker


원작 |

이변 3화


**

"악취미로군…"

액셀러레이터는 얼굴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내뿜었다.

​"​기​에​에​에​에​엑​!​!​"​

적어도 사람의 성대로 내는 소리가 아닌것이 확실한 소리가 액셀러레이터의 오른팔에서 들려온다.

정확히는 그 오른팔에 꿰뚫려 있는 형태로 매달려 있는 검은색 젤리같은 것이 내는 소리였다.

몇번이나 계속되는 파괴의 힘에, 적어도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던 젤리는 최소한의 의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 왠지 기분이 나쁘군요"

가면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변조를 한듯한 기계적인 목소리였지만, 몸에 착 달라붙는 붉은색 슈트를 입고 있는 가운데의 녀석은 여성 특유의 풍만한 육체를 강조하고 있었다.

"핫. 뭐라는 거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쓰레기가"

붉은색 슈트를 입은 대장같은 녀석은, 다른 4명의 ​E​q​u​.​D​a​r​k​M​a​t​t​e​r​의​ 뒤에 숨어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저것들의 수를 셀때, 사람의 수를 세는 단위를 사용해야 하는지는 약간 의아하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손에 붙어있는 벌레를 떼듯,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러자 철퍽. 하면서 검은색 젤리같은 것이 떨어져 나갔다. 젤리는 꿈틀꿈틀 하는듯 하더니, 이내 다시 하나의 덩어리로 뭉쳤다.

"그러니까 말했잖습니까. 저희는 '어둠'이 아니라고, 학원도시의 '어둠'은 이미 해체됐습니다. 바로 당신의 손에"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은 '이런, 이런' 이라고 중얼거리며 이해가 안된다는듯 한숨을 쉬며

"저희는 단순히 학원도시의 존재 그 자체를 위협하는 배신자를 처리하는 부대일 뿐입니다. 그는 너무 많이 알고 있어요. 게다가, 학원도시 이외의 세력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마 당신은, 이 정도의 자위기능도 포기하라고 하는건"

"너야말로 내 이야기를 이해 못하는듯 하군"

중간에서 말을 끊어내듯이 액셀러레이터가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이런, 이런"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한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로 그대로 후퇴하고 싶지만"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E​q​u​.​D​a​r​k​M​a​t​t​e​r​를​ 가르키며

"이 녀석들은 지성도 없고, 생명이라는 개념도 없는 녀석들이에요. 병기로 운용을 하는건 좋지만, 아무래도 이런 슬라임 같은걸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높으신 분들이 만든 제어장치가 있답니다. 타겟이 설정되고, 그 타겟을 죽이면 알아서 자멸해요. 다만 아쉽게도, 그 타겟을 바꾸는건 저에게 불가능 하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제 1위? 이대로 집에 돌아가서 따뜻한 홍차에 초콜릿 쿠키를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타겟인 페이커가 죽지 않으면 이 녀석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붉은색 슈트 녀석의 가면에서 나온 날개가 흐느적 흐느적 춤을 추고 있었다.

4명이나 되는 ​E​q​u​.​D​a​r​k​M​a​t​t​e​r​가​ 그 붉은색 슈트 녀석을 지키는 형태로 있는 것만 보아도 붉은색 슈트의 녀석이 컨트롤러인것은 확실했지만

(저 녀석의 말대로 죽지 않는 적이라는건 성가셔. 컨트롤러를 죽이는건 쉽겠지만, 죽인 후가 문제군. 저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조종자를 잃은 녀석들이 폭주할 가능성도 있고, 계속해서 독단으로 타겟을 쫓아갈 가능성도 있어)

그러자, 아까 액셀러레이터의 오른팔에서 떨어져 나간 슬라임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다시 온몸을 수십개의 뾰족한 가시로 바꾸며, 액셀러레이터를 찌르지만 가시는 반사되어 자신의 몸을 찌를 뿐이었다.

"이 슬라임 같은 녀석들이 원래는 뭐였는지 아십니까?"

딱히 물어본 것도 아닌데,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은 마치 노래를 부르듯, 왼손을 자신의 가슴에, 오른손을 하늘로 뻗으며 말했다.

"인간이었어요 인간. 믿어져요? 한심하게도 주사위의 눈이 1이 나왔다는 이유로 저런 추한 몰골이 되었죠"

그러고는 계속해서 킥킥. 하고 웃으며

"그에 비해서 저는 정말 운이 좋아요. 저 불행한 녀석들과는 다르게, 저는 주사위의 눈이 6이 나왔거든요. 그 사소한 차이만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결정됩니다. 말하자면 이건 운명이에요! 처음부터, 저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그런 운명인겁니다!"

"그렇군"

"호오, 역시 당신은 머리가 좋은…"

"그렇군. 확실히 알겠어"

더러운 것을 들었다는 듯이,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긁으며 액셀러레이터는 말했다.

"네놈이 구제할 수 없는 쓰레기중의 쓰레기 라는건 잘 알겠다고!"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액셀러레이터가 밟고 있는 땅이 갈라진다.

가속이라는 개념 자체를 짓밟는 듯한 악몽과도 같은 속도로 하얀색의 괴물이 날아간다.

그럴 기분이 든다면 맨몸으로 전투기도 쫓아갈 수 있다고 하는, 진심이 된 액셀러레이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라스트 오더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꼬맹이와 그 빌어먹을 착해빠진 녀석 정도 밖에 없겠지.

"읏!?"

순간, 붉은색 슈트의 녀석의 가면에 있는 날개가 크게 요동친다.

무언가의 명령을 내린듯, 여태까지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던 슬라임 같은 녀석들은 믿기지 않는 스피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붉은색 슈트의 녀석을 지키는 듯한 4명의 ​E​q​u​.​D​a​r​k​M​a​t​t​e​r​도​ 마찬가지 였다. 

자신을 공격하던 녀석까지, 총 5명의 ​E​q​u​.​D​a​r​k​M​a​t​t​e​r​는​ 전광석화같은 스피드로 한 점으로 모여, 2M 정도의 벽을 만들어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로 만들어진, '이 세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만들어낸 고기의 벽.

그것의 강도, 유연함, 신축성 등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한 재질이, 새로운 법칙에 의해 무적의 방어력을 가진 최강의 방패로 뒤바뀐다.

"아무 이유도 없이, 너같이 역겨운 쓰레기에게 시간을 썻다고 생각하냐!"

찌지직- 하면서 여러장의 두꺼운 종이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그 '문도 창문도 없는 건물'과 동등한 스펙을 가졌다고 하는 고기의 벽이 두부처럼 무너진다.

"꺄악!"

액셀러레이터의 주먹이 고기의 벽을 찢는 여파만으로,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은 쇠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수십개로 찢긴 고기의 벽은 다시 질퍽질퍽한 젤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중 몇개는 붉은색 슈트 녀석의 온몸에 붙어 있었다.

"히익…!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빠,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샤워를…"

그렇게 말하며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는 '원래 인간이었던것'을 떼어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액셀러레이터는 뚜벅 뚜벅 걸어가, 그 춤을 추고 있는 듯한 가면의 날개를 양손으로 붙잡는다.

"자, 잠깐! 컨트롤러인 내가 죽으면, 이 녀석들은 타겟을 잃고 눈에 보이는 모든걸 죽이고 다닐거야! 죽지도 않는 괴물들이 영원히 그렇게 된다고!!"

"네놈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거다"

"뭐!?"

액셀러레이터는, 보는 쪽이 섬뜩해질 정도로 무표정한 표정으로

"컨트롤러인 네놈이 타겟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기​에​에​에​에​에​에​에​에​! ​

가면에 달린 하얀색의 날개가 기괴한 비명소리를 낸다.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는 그 날개의 구조의 해석을 끝낸 액셀러레이터가, 인체의 혈류나 전기신호를 조작하듯 날개에 간섭하여 새로운 명령을 덧씌우고 있다는 것을,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이 알 수 있을리가 없었다.

"네놈이 쓰레기 취급한 저 녀석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으면, 조금은 다시 보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콰직. 하며 가면에 달린 날개를 꺾어 부숴버린 액셀러레이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하,하하하하… 살았어, 살았다고! 저 괴물놈에게서 공격받고, 살았다고! 역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인간이야!"

이제는 그 액셀러레이터의 뒷모습 조차 보이지 않자,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환​호​한​다​. ​

방금 액셀러레이터의 일격에 산산히 부숴진 젤리같은 녀석들도, 다시 하나의 덩어리로 모여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좋아. 다시 정비를 한후 페이커를 상대하고 있는 부대와 합류해서…"

푹.

"…어?"

무언가 날카로운것에 찔린듯한 느낌을 받으며, 자신의 다리를 내려본다.

그 곳엔 이미 수십개나 되는 검은 가시가 촘촘히 자신의 하체를 관통해 있었다.

​"​히​-​히​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방금까지 자신을 조종하던 슬라임에서 나온 가시였다.

악독하게도 오로지 하체만을 노린 그 공격에 엄청난 출혈과 함께,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은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졌다.

당연하게도 '가시' 라는 것은 뒤로 갈수록 굵어지고 앞으로 갈수록 ​얇​아​진​다​. ​

그리고 지성이 없는 슬라임은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앞으로 내민 가시를 그대로 유지한채 서서히 앞으로 움직였다.

"그, 그만! 넓혀져! 상처가, 구멍이 넓혀져!!"

슬라임이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의 다리까지 도착하자, 이미 '타겟'은 입에 거품을 물고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슬라임의 정 중앙쪽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 절단면의 위 아래에서 조그마한 가시가 촘촘하게 생겨났다.

그래 마치, 동물의 이빨처럼.

그리고 그 이빨의 사용법대로, 슬라임은 아주 천천히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의 발부터 씹어나간다.

"아, 아파아… 왜… 히, 히익… 먹지마… 내 발을 먹지마!! 얼마를 들여 관리한 발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아아아!?"

단지, 액셀러레이터는 '붉은색 슈트를 입은 녀석을 타겟으로 설정' 하는 단순한 명령을 덧씌웠을 뿐인데, 어째서 여태까지 단순히 가시만으로 공격하던 '지성이 없는' 슬라임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