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변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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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멍청아! 딥 블러드(흡혈귀 사냥꾼)은!? 그새 그 꼬맹이한테 정이라도 든거냐!"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버드웨이는 카미조 일행을 향해 대뜸 화를 내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이 꼬맹이를 죽일 순 없다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카미조를 대신하여, 하마즈라가 대답했다.
생각을 해보자. 히메가미 아이사는 학원도시에서 커리큘럼을 받은 정식적인 초능력자가 아니라, 선천적인 초능력자인 '원석'이다.
학원도시는 그런 '원석'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것 같지만, 그런 '원석'에 대한 정보는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
일반인이라면 도달 할 수 없는 '딥 블러드'라는 능력명을 하마즈라가 알고 있다는 시점에서, 무언가 사건에 연관되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 아이, 설마…"
기본적으로 카미조는 바보가 아니다. 적어도, 하마즈라보다는 똑똑할 것이다.
다만 이러 저러한 이유로 출석일수가 모자르다보니, 지능과는 별개로 배운것이 없으니 성적이 그 모양인것이다.
이 정도의 사실만 가지고도, 상황을 이해하기엔 충분했다.
"……오우. 아무래도 그 '흡혈귀'라는것 같아"
그 대답에 카미조는 무의식적으로 하마즈라의 옆에서 거리를 벌렸다.
딱히 꺼림직하다던가 그런것이 아니다. 이능 그 자체인 '흡혈귀'가 카미조의 오른손에 닿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칭 특등석에 앉아있는 인덱스는, 그런 카미조의 행동과 표정을 보더니 '에헴'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토우마. 토우마의 오른손이 닿는다고 해도 그 아이가 사라지는 일은 없어. 토우마의 손이 지울 수 있는건 '이능'이지 '생명'이 아니니깐"
"그, 그래?"
조금 안도한 표정이 된 카미조지만, 만약을 위해 다가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조금은 멀리 떨어진 라리엘은 귀찮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퉁겼다.
"뭔가 늘었어~ 귀찮아~"
파지직! 하고 나오는 전격을, 중간에서 버드웨이가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 자신의 몸을 도깨비불로 감싸고 몸으로 받아냈다.
"전기 능력자?"
신기하다는 듯 소리를 낸건 카미조가 아니라 미코토였다.
그리고 버드웨이는 칫. 하고 혀를 차더니
"금서목록, 마술 해석을 신청한다!"
"에? 그렇지만,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이용해려면 승인이…"
"지금 그런걸 따질때로 보이냐! 저 빌어먹을 뇌신(雷神)남매를 모르진 않을거 아니야!"
"……"
잠시 인덱스는 고민하는듯 했지만. 결단은 빨랐다.
"알았어.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의 적인 마술결사의 보스인 당신이지만, 당신은 토우마를 구해줬다는 은혜가 있으니까"
"10만 3천권의 마도서를 전부 외우고 있다는 소문의 금서목록인가"
카리엘은, 자신의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귀찮네. 라고 중얼거리더니
"…살려둬선 곤란하겠어"
그 주먹을 들어, 휙! 하고 공중에 주먹질을 했다.
순간 팡!! 하고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닉붐과 유사한 굉음이 났다.
그 알 수 없는 공격은, 카리엘과 카미조 일행의 중간에 있는 버드웨이의 황금색 머리카락을 몇십가락 태워먹으며, 그 고운 얼굴의 옆으로 지나갔다.
정확히 금서목록이라고 불리는 소녀를 노리고 말이다.
"!!"
카미조는 그 이능을 죽이는 오른손을, 인덱스의 얼굴앞으로 가렸다. 그러자 퍽! 하고 손바닥 위를 망치로 내려찍은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네놈"
놀란 것도, 당황한 것도, 분노한 것도 카미조가 아닌 카리엘이었다.
당연한 것이다. 라이엘과 카리엘의 술식은 전기. 기본적으로, 빛의 속도의 공격이다.
단순히 엄청나게 운이 좋거나(갑자기 돌에 걸려 넘어진다거나), 패시브적인 방어술식을 가지고 있는자나, 카리엘이 실수를 했을때를 제외하고는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영창의 공격은 막을 방도가 없다. 그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카미조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 공격을 막아냈다.
"전기공격이라면, 누구씨 덕분에 이골이 나서 말이지. 발동되기 전에 전조랄까, 그런게 느껴진다고"
"지금 날 말하는건 아니겠지?"
"우갸아아악! 옆에서도 전격이!?"
"해석 완료"
자신의 목숨을 노린 공격에도, 옆에서 등에 전격을 맞고 펄쩍 뛰고 있는 토우마에게도 당황하지 않은채 마술지식의 전문가. 프로 마술사인 인덱스는 말한다.
"역시, 그 이명대로 세계에서 유명한 뇌신(雷神)들의 술식들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어. 방금 저 남자의 공격술식은 힌두교의 인드라가 사용하는 무기인 '바쥬라'. 어느정도 파괴력을 포기하는 대신, 정밀성을 대폭 강화하여 물리적인 데미지를 가지는 전격으로 바꿨어. 격투가로서는 제법 좋은 센스일지도"
그 대답을 듣고, 버드웨이는 다시 지팡이를 대각선으로 흔들어 자신의 후방에 빛의 구슬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수십개에 달하던 그 빛의 구슬의 수는 10개 정도로 줄어있었다. 버드웨이의 마력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것이다.
빛의 구슬은 이번에는 라이엘이 아닌 카리엘에게 향했다. '포대'를 지키는 '성'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채 그 공격을 받아냈다. 역시나 라이엘과 마찬가지로, 즉시 빛의 구슬 위로 벼락이 떨어져 잛게 찢은 종이처럼 으스러졌다.
"저 방어술식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뇌공(雷工)이 제련했다는 번개로 만든 갑옷이야. 방어술식이라기 보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중간에서 차단하는 저격술식이라고 하는게 더 옳을지도"
"파훼법 같은건 없는거야!? 저 빌어먹을 술식은 물질이 아닌 마술까지 지워버린다고!"
"기본적으로 저격하는 벼락은 빛의 속도야. 그렇다면, 적어도 똑같은 속도의 공격이 아니면 닿지 않을지도!"
"그런 스피드를 가진 술식이 있을리가…!!"
쿠콰카카카카카카카카! 굉음과 함께 버드웨이의 머리위에 다시 벼락이 내려친다.
"증원이 오니까 더 말이 많아지지 않았어 천재 꼬맹이?"
"큿!!"
버드웨이는 다시 붉은색 지팡이를 휘둘러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도깨비불을 만들었지만, 아까보다도 확연하게 크기가 작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신화에 등장하는 벼락장군의 뇌벌(雷罰)… 정말로, 세계의 모든 뇌신(雷神)의 술식을 다루는 거야?"
"핫. 당연하지. 일격필살. 신속정확. 전기(電氣)야 말로 속성계 최강의 능력. 살아있는 무언가를 죽이기엔 이 이상 강한 속성은 없어. 물, 바람, 땅, 불 그런 애들 장난같은 속성은 사양이야!"
자신의 능력을 뽐내듯. 자신의 속성을 뽐내듯. 라이엘은 광기까지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한다.
무언가의 영적 장치를 만들어 내거나, 현상을 해석하거나 구현하는 능력은 전무한 이 남매는 종합적인 마술실력으로 따지자면, 그 둘을 합쳐도 버드웨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기본적인 실력만 된다면 무난하게 중간 이상까지 할 수 있는 다른 속성과는 다르게 자질이 없는 경우 조금도 익히지 못하는 전기 속성의 달인인 이 남매는, 살상력 만큼이라면 버드웨이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마술사.
그 마술사들이 영생을 사는 흡혈귀가 된다면, 도달하는 것은 파멸일 뿐이다.
"슬슬 마력이 한계. 아니야?"
킥킥. 웃으며 라이엘은 다시 하늘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권총을 잡듯이, 손을 오므린다.
"아직은 괜찮거든!"
쥐꼬리 만큼 남은 마력을 쥐어짠다.
신체 끝에 있는 찌꺼기까지 모은 마력으로, 버드웨이가 지팡이를 대각선으로 흔들어 4개의 빛의 구슬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을 라이엘의 자세를 무너트리기 위해 발사하려는 순간ㅡ
"흠"
그런 맥빠지는 소리와 함께, 라이엘의 옆에 서 있던 카리엘이 휙. 하고 방금까지 손으로 들고 있던 그것을, 버드웨이의 공격을 막는 형태로 던졌다.
버드웨이가 가장 신뢰하는 부하이자, 그녀의 오른팔인 의식이 없는 마크 스페이스를 말이다.
"!!"
무의식일까, 아니면 조건반사일까.
어차피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가 발동되어, 신벌(神罰)의 번개가 떨어지는 순간 주변 300KM에 있는 모든것이 쑥대밭이 된다. 당연히 저 남매는 신벌(神罰)의 대상이 아니기에 티끝하나 다치지 않는다.
감정론을 배제한다면, 여기서는 마크 스페이스의 몸을 뚫어버린채 어떻게 해서든 저 술식의 발동을 저지해야 했다.
하지만, 버드웨이는 그러지 못했다. 그 찰나의 순간 동안, 라이엘은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의 준비를 끝냈다.
"마,망했…!"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절망에 찬 버드웨이의 목소리는 라이엘의 미친듯한 웃음소리에 지워졌다.
꾸릉 꾸릉. 하고 순식간에 하늘에 뇌운(雷雲)이 가득찬다.
그리고 그 뇌운의 한가운데, 뻥- 하고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λαμπρός γόνατο μου το βλέπω! (빛나는 휘광앞에 무릎 꿇어라)"
순식간에, 라이엘의 입에서 1소절의 영창이 끝났다.
그리고 수초후, 절대적인 위력의 신벌(神罰)의 번개가 떨어진다.
인덱스마저 얼굴이 새파랗게 된 그 순간ㅡ
"됬으니까 다들 엎드려!"
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그 필사적인 음색에, 다들 그 자리에 엎드리자, 하늘에 뚫려있는 커다란 구멍에서 요란한 소리도 없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번개가 떨어졌다.
"………?"
지상에 떨어지자 마자 주변 300km에 있는 모든것을 태워버려야 할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가 발동하지 않았다.
(불발…?)
그런 말도 안되는 희망적인 바램을 하며, 버드웨이는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보았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그리고 그 천하의 버드웨이도 멍하니 입을 벌린채,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광경은
'과학'측의 능력자 한명이,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 번개의 기둥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학원도시 제 3위의 레벨 5(초능력자) 미사카 미코토가 말이다.
번개는 지상과 하늘을 잇는 형태로, 10초 정도의 시간동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미 번개가 아니라 그냥 광선공격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번에야 말로,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네"
그 절대적인 위력의 술식이 끝난후, 평소보다도 더 크게 온몸에서 파직-파직- 하고 전류를 내뿜고 있는 미코토가 말했다.
"미, 미사카 너…"
"음… 뭔가 일반적인 전기나 능력으로 만들어진 전기와는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는데, 그럭저럭 걸러낼 수는 있는것 같아"
술식을 사용한 적까지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당황해 하고 있자, 미코토가 말했다.
"마술이니 성인이니 하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요는 저것도 전기잖아?"
'자 그럼' 이라고 중얼거린 미코토는 마치 누전되는 기계처럼, 한층 더 크게 방전을 하며 소년의 '적'을 향해 돌아선다.
"막대한 양의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학원도시 최강의 일렉트로 마스터(전격술사)를 얕보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