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살짝 멈춘다 3화
**
학원도에 있는 여러개의 학구는 각각 그 특징이 있다.
예를 든다면, 방송국이 있는 가장 큰 번화가가 있는 15학구라던지, 요리로 유명해 한 학구에서 세계의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4학구라던지, 상업 구획으로 고액 아르바이트 시설이 많아 돈에 쪼달리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16학구라던지가 그런 예이다.
하지만 학원도시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해도 그 모든 학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원도시 밖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고향에 있는 모든 시설에 대해 알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든다면, 학원도시의 행정이 집중되어 있어 경제나 사법관계의 대학이 많지만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1학구라던지, 안티 스킬의 훈련소이자 학원도시의 병기나 폭발물을 시험하는 2학구라던지, 학원도시의 기술을 바깥으로 팔기 전시장이 있는 제 3학구라던지 그런 예이다.
그런 특이한 학구들은 학원도시의 학생들도 별로 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와 함께 보통 학생들은 출입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엇을 하는 학구'인지 그 특징만을 대강 알고 있을 뿐이다.
그 외의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평범한 학구들을 보자면 대부분이 평범한 중 고등학교가 밀집해 있는 7학구, 공예나 미술 관련 학교가 밀집해 있는 9학구, 신학계의 학교가 밀집해 있는 12학구 등이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메인인 도시니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렇게, 그들에게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비일상도 계속되다 보면 지치게 된다. 따분하게 된다.
그런 학생들이 휴일에 친구들끼리 찾는 곳이 이 제 6학구. 특별한 때가 아니더라도 관광객의 입장이 가능한 이 학구의 특징은 놀이공원 시설이 밀집해 있다는 것이다.
"………"
그리고 제 6학구에서 새롭게 오픈한 놀이공원인 '게코타 랜드'에 정문에서 미코토는 눈을 감은채 파직- 하고 조금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전격을 뿜고 있었다. 아마, 화가 난것 같다.
그런 미코토는 그 옆에 있는 소년. 카미조 토우마에게는 안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다.
"당연히 이렇게 될 상황이었는데 왜 눈치채지 못한거야 난…"
"응? 뭐라고 했어 미사카?"
저번 날의 약속대로 미코토와 카미조는 놀이공원에 놀러왔다.
분명히 미코토는 자신이 놀이기구를 타다가 무의식적으로 전격을 쏠 수도 있으니, 그것을 막아달라는 이유로 놀이공원에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당연하게도 이 소년과 단둘이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었다.
다른 제 3자가 이런 상황을 본다면 누구나 미코토가 유혹한것으로 보이겠지만, 연애 쪽으로는 경험이 없는 미코토나 똑같이 경험이 없으면서 무지하게 둔감한 이 카미조가 그것을 눈치챌 리도 없었다.
"므…"
그렇게 자신에게 무슨 말을 했냐고 물어보는 카미조를 무시한채로 미코토는 그 카미조의 옆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본다.
"우와, 토우마 토우마. 오늘 게코타 랜드에 '사이언스 전대'가 온대! 이건 반드시 봐야할지도!"
그곳엔 귀엽게 생긴 서양인 수녀가 카미조의 옆에 딱 달라 붙어 있었다. 말할것도 없이 카미조의 동거인. 인덱스였다.
(그냥 처음부터 '단 둘이' 라고 말할걸 그랬나? 아냐 아냐. 그건 너무 대놓고 내가 유혹하는것 같잖아. 하아… 나도 참 뭘 기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대놓고 유혹한 상황이었지만, 미코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이라도 카미조가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몇날몇일을 밤잠을 설친 미코토는 굉장히 크게 실망했다.
아무리 봐도 이 인덱스라는 수녀는 카미조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동거까지 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어찌됬든 미코토에게 있어서는 방해물이란 소리가 된다.
그런 미코토의 찌릿한 시선을 느낀건지 인덱스는 보고 있던 팜플렛에서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표정으로 말한다.
"응?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 단발?"
"으그그그극…"
이래선 이 수녀에게 따지기도 뭐하다. 분명 연기도 아닐테고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더 알고 있기에 미코토의 속은 더 불타올랐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코토는 그냥 즐기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게코타 랜드로 입장한다.
여담으로 미코토와 카미조의 복장은 교복이었다. 명문 토키와다이 중학교는 학교내가 아니더라도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교칙이 있었지만 카미조는 그냥 교복이 편해서. 란 이유였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게코타 랜드의 마스코트. 웃기게 생긴 개구리 모양 인형탈을 뒤집어 쓴 직원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토우마! 저기 봐! 게코타야!"
"어디!?"
막상 인덱스가 부른 카미조는 아무런 흥미가 없어 보였지만, 고양이 같은 눈으로 먹이를 노리는 눈빛을 번쩍이며 미코토가 고개를 돌리더니, 인형탈을 뒤집어 쓴 직원에게 뛰어간다.
"저, 저기 한번 안아봐도 되요!?"
말 없이 게코타의 머리가 끄덕인다.
그리고 홍조를 띄운 미코토가 "아우우~!" 라며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으로 게코타를 안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 인형탈 안에 있는 직원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단발 취향 특이할지도"
그렇게 게코타를 실컷 안아본 미코토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얼굴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제 라이벌이니 그런걸 떠나서 순수하게 즐기는 것이 나을거라고 판단한것 같다.
미코토는 그렇게 고개를 돌려가며 무엇을 탈까 찾는듯 보였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조금 멀리 있는 방향을 가르킨다.
"역시 놀이공원 이라고 하면 저게 정석이지?"
미코토가 가르킨건 배의 끝 부분에 게코타가 있는 바이킹이었다. 아무래도, 바이킹 뿐만 아니라 모든 놀이기구가 게코타 모양인가 보다.
"뭐, 맞는 말이긴 한데"
"우선 저거 타러가자!"
"오, 오우. 가자 인덱스"
카미조는 인덱스를 재촉하며 먼저 뛰어가고 있는 미코토의 뒤를 따라간다.
**
"…웃기게 생긴 놀이공원이구만"
제 6학구에 새로 생긴 놀이공원. '게코타 랜드'에 있는 벤치에 액셀러레이터는 앉아있었다.
아마 놀이공원의 중심지라고 생각되는 이 곳은 다른 여러가지의 테마파크와 이어지는 길이 여러갈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지의 가장 중심에는 회전 목마가 있다. 아니, 회전 게코타라고 해야할까…
액셀러레이터는 그 회전 목…아니 회전 게코타를 보고 있었다.
"꺄! 꺄! 회전 목마가 왜 이렇게 빠른거야!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부실한 안전장치에 겁을 먹기도 하고!"
"안장 밑에 이어져 있는 발걸이를 아래로 차면은 속도가 빨라지는 거야"
"우오!? 어째서 회전 목마에 이런 시스템이!? 하지만 미사카는 이런거 차지도 않았어!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이상한 미스테리에 의구심을!"
"아 그거? 미사카가 아까 신나게 밟아놨으니까 즐기라고 상위개체"
"끼야아아아아! 번외개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까부터 이런 느낌으로, 라스트 오더와 미사카 워스트는 한참을 회전 게코타를 즐기고 있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게코타들 사이로 두 개의 게코타가 쌩! 하는 느낌으로 마구 질주하고 있다.
요미카와에 의해 억지로 끌려오게 된 미사카 워스트는 당연하게도
"쳇… 왜 미사카가 이런 광대놀이를 해야 되는 거야? 악의의 덩어린 미사카는 이런 분위기가 죽을 정도로 싫다고"
라며, 지나가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일것 같은 살인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게코타 랜드'의 정문에 들어서자 얼굴이 조금씩 풀어지더니, 모든 놀이기구가 게코타 모양이라는 것을 안 이후로는 완전히 즐기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액셀러레이터의 얼굴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모든 시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상처입은 맹수처럼 심각한 표정이었던 액셀러레이터의 표정에 조금이지만 평화가 찾아온것이다.
(저게 재밌다니 역시 꼬맹이들이군)
액셀러레이터는 푸른색의 하늘이 입체 영상으로 계속해서 움직이는 실내 놀이공원의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가끔은 이런것도 나쁘지 않아…)
마치 잠에 빠진듯,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던 액셀러레이터는 무언가 이상한 기척을 눈치챘다.
탁탁탁. 여러 사람의 절제되고 군더더기 없는 발소리. 천천히 눈을 뜨고, 다시 상처 입은 맹수의 표정으로 돌아간 액셀러레이터는 주위를 둘러본다.
"…"
한쪽 구석. 음식점이나 카페가 많은 구역에서 놀이기구가 밀집해 있는 구역으로 게코타 인형탈을 뒤집어 쓴 세명의 사람이 이동하고 있었다.
최대한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엄폐를 하며 움직이는 그 모습은 분명히 훈련된자의 움직임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아마 무전을 하고 있는지 최소한의 손짓으로 인한 명령도 없이 체계적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액셀러레이터는 당연하게도, 학원도시의 가장 어두운 '어둠'을 담당하고 있는 인간 쓰레기 녀석들. 하운드 도그(사냥개 부대)를 떠올렸다.
액셀러레이터는 바로 목에 있는 초커의 전원을 킨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방해되지 않게, 천천히 그 인형탈을 쓴 녀석들에게 다가간다.
아무래도 자신이 목표는 아닌지, 뒤에서 접근하는 액셀러레이터에게는 완전히 관심이 없는 인형탈은 계속해서 앞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키하라 녀석이 죽고 나서 하운드 도그(사냥개 부대)는 와해됐을텐데"
굉장히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살의가 담긴 액셀러레이터의 목소리에 세 명의 인형탈은 흠칫 놀라더니 뒤로 고개를 돌린다.
"아니면 그 녀석들을 대신할 새로운 부대냐?"
"……!!"
세 명의 인형탈은 당황한듯, 주저거리더니 서로를 쳐다본다.
왼쪽에 있는 인형탈이 다른 인형탈을 향해 고개를 도리도리 돌린다.
중앙에 있는 인형탈이 그 인형탈에게 '그건 아니지' 하는 식으로, 오른손을 흔들었다.
오른쪽에 있는 인형탈이, 왼쪽 인형탈의 어깨를 턱. 하고 잡더니 엄지손가락을 올린다.
그 후의 움직임은 빨랐다.
제일 왼쪽의 인형탈이 액셀러레이터의 반대편으로 전력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흥"
액셀러레이터는 가볍게 그 손을 공중에 뻗는다. 그러자 놀이공원 내부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공기의 순환이 한 점으로 집중되어 거대한 강풍을 만들어냈다.
뭐 당연하겠지만, 액셀러레이터가 가볍게 바람의 벡터를 조종해 강풍을 만들어낸 것만으로 대쉬하던 인형탈은 바닥에 넘어졌다.
그런 부피가 커 보이는 인형탈을 쓰고 있는 상태로는 쉽게 달릴 수도 없고, 저 정도의 강풍에 쉽게 넘어진다. 뭐, 그 인형탈 덕분에 별다른 외상이 없는건 다행이지만 말이다.
넘어진 충격으로 인형탈의 머리 부분이 빠져서 데구르르 하고 굴러간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액셀러레이터는 목을 뿌득거리며, 넘어져 있는 인형탈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녀…"
액셀러레이터의 말이 멈춘다.
벗겨진 인형탈의 머리에서 솟아올라 있는 모습은 액셀러레이터도 잘 알고 있는 외모였기 때문이다.
"가, 갑자기 나타난 이레귤러에 대해 미사카는 계획의 수정을 요구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만명을 넘게 죽인 그 클론이었다.
"레벨 6 시프트 실험(절대 능력자 진화 실험)은 중지되었을 겁니다. 하고 미사카는 혹시라도 당신이 10039호를 죽이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해봅니다"
뒤에서 들리는 다른 목소리에 액셀러레이터가 몸을 돌리자, 그곳엔 두 명의 클론들이 인형탈의 머리 부분을 손으로 잡은채로 서 있었다.
"네 녀석들…"
그런 액셀러레이터를 무시하는 것처럼, 그 두명의 클론은 액셀러레이터를 지나치며 걸어가 넘어져 있는 다른 클론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세 명이 나란히 서 있는 상태로 중앙에 있는 클론이 오른쪽에 있는 클론의 허리를 쿡쿡. 하고 찌른다. 그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자신을 찌르는 손가락을 탁. 하고 쳐낸 클론이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당신이 오해할것 같아서 말하는데. 미사카들은 당신이 두렵지 않습니다. 하고 미사카 13557호는 숨겨진 반전을 고합니다"
세 명의 클론은 스윽. 하고 크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라스트 오더(최종신호)가 당신을 따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물러가는 것 뿐입니다. 하고 미사카 10039호는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말합니다"
스윽. 하고 크게 한 발자국 더 뒤로 물러선다.
"그거보다 빨리 그 재수없는 19090호를 막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하고 미사카 10032호는 리더쉽을 뽐내며 도망칠 궁리를 합니다"
다시 스윽.크게 한 발자국 뒤로 간 세 명의 클론은 그대로 휙 돌더니 들고있는 인형탈의 머리를 던져버리고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뛰어간 클론들을 내버려 두고, 액셀러레이터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3개의 게코타 머리를 보며 중얼거린다.
"뭘 하는거야 저 녀석들은…"
**
바이킹의 앞에 도착한 미코토와 카미조. 인덱스는 약 5분 가량 줄을 서서 기다린 다음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바이킹에 탑승했다.
"제일 뒤 쪽으로 가자"
미코토는 그렇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바이킹은 상하운동을 한다. 그렇기에 가장 변동률이 적은 중앙의 자리보다는 제일 앞과 뒤의 자리가 가장 높게 올라가므로 가장 무서운 자리가 된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으로 카미조와 인덱스는 미코토를 따라 제일 뒤에 있는 자리로 이동한다.
들어간 순서에 따라 카미조가 중앙. 그 왼쪽엔 인덱스, 오른쪽에는 미코토의 순서로 앉게 됬다.
"곧 있으면 안전바가 내려옵니다. 자세를 바로 해 주세요"
안내방송이 나온 후 손잡이의 아래에 있는 안전바가 내려와 다리쪽을 고정해준다.
그리고 서서히 바이킹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뭔가 옆에서 미코토가 꼼지락 거리며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왜 그래 미사카?"
"아, 그게…"
혹시 무서운건가. 자기가 제일 뒤 쪽으로 가자고 했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카미조의 예상과는 다르게, 미코토는 쭈삣쭈삣,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그, 말했잖아. 혹시라도 내가 흥분해서 전격이 안나오게 해달라고…"
"아. 그랬지"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카미조가 '으음. 오른손으로 잡고 있으면 되나?' 라고 생각하고 있자
"……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은 미코토가, 수줍게 자신의 왼손을 내밀었다.
"오, 오우"
마치 약혼반지나 결혼반지를 끼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 같은 수줍어하는 미코토를 보며 카미조는 '이, 이녀석 원래 이렇게 귀여웠던가?' 라고 생각하며, 덩달아 자신도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손으로 미코토의 왼손을 살며시 잡자, 자신의 왼쪽에서
콰직
"………트으므으으으(토우마아아아)"
"하하. 어차피 이럴줄 알았다고"
왠지 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인덱스가 왼손을 물은채 웅얼거렸다.
ㅡ
"바이킹이라는게 이런거였구나. 재밌었어!"
몇 분동안 신나게 바이킹을 즐긴 카미조와 미코토. 인덱스는 바이킹에서 내려와 다른 놀이기구를 찾고 있었다.
여담으로, 그 몇 분동안의 분위기는 대략
"꺄핫! 흔들려!! 높아!!! 재밌어!!!!!"
"끄아아아앙아아가아아아아악아아아아가아아아아아아아아가아아아아아아앙아가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늘에 계신 우리 주님!! 이 어린 양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러했다.
옆에서 반질반질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하는 미코토와는 달리 카미조와 인덱스는 5년은 늙은 얼굴이었다.
"이, 이 얼마나 무서운… 역시 과학은 위험한거일지도… 우윽…"
"하, 하하하하…"
인덱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카미조의 표정을 보고 미코토는 '어라?'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 보니 너. 놀이기구 못타는 쪽?"
"아니 못타는 편은 아닌데… 그리 잘 타지도 않아"
그 말에 카미조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놀이기구 잘 타지도 못하면서, 나 때문에 같이 타준거야? 날 위해서…?)
또 펑! 하고 얼굴이 붉어진 미코토였지만, 카미조는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기지개를 하듯 허리를 핀다.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
"으,응"
"토,토우마… 난 일단 여기서 좀 쉬고 있는게 좋을지도…"
흐느적 흐느적 근처에 있는 벤치에 수녀답지 않은 포즈로 (일명 쩍벌녀) 앉은 인덱스는 후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카미조는 그런 인덱스와 미코토를 뒤로 한채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이동했다.
"…우아 죽는줄 알았네"
화장실에서 용변을 마치고 나온 카미조가 중얼거렸다.
아까는 못타는 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카미조씨는 놀이기구에 잼병이다. 바이킹 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이 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미사카가 못타니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카미조는 걸어가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신이 주의하지 못했는지, 카미조는 길을 가던 여자애와 부딪혔다.
"꺅!?"
쇳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여자애를 반사신경만으로 잡아챈다.
여자애의 뻗은 팔을 잡은채로, 다른 손은 그 등을 받히면서 여자애가 넘어지기 전에 안전하게 잡았다.
"미, 미안. 괜찮아?"
"……"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귀여운 소녀는 자신의 팔에 몸을 맡긴채 카미조의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빨간색과 검은색이 섞여있는 짧은 체크무늬 치마에 허벅지 까지 오는 긴 검은색 스타킹. 그리고 슬림한 하얀색 티셔츠 위에 노란색 캐미숄을 입고 있다.
나이는 15세 정도 됬을까? 찰랑찰랑한 갈색의 머리는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까지 자라있었다.
도시의 공해는 전혀 받지 않은 듯한 뽀얀 피부에 강하지 않은 아주 옅은 화장을 한것 같았다. 연한 색으로 반짝이고 있는 입술을 아주 살짝 벌리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자애의 시선에 카미조는 무심코 숨을 참았다.
"저,저기… 어디 다치진 않았어?"
"……"
도리도리. 하고 소녀는 말없이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카미조는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의 기시감을 느꼈다.
(…어디선가 본것같은데)
소녀는 계속해서 카미조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 갑자기, 소녀는 양손을 마주잡고 살짝 꽉 하고 눈을 감았다.
"…엥?"
뭔가 공주님에게 키스를 해야하는듯한 그 분위기에 카미조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자
갑자기 옆에서 파지직! 하고 전격이 날아왔다.
"우왓!?"
카미조는 여자애의 등을 받히고 있었던 오른손을 들어 그 전격을 막아낸다.
그리고 바로 동시에 왼손을 여자애의 등으로 이동해 혹시라도 여자애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준다.
"미, 미사카!?"
뭔가 그 미코토에게 공격받았다고 생각한 카미조였지만
"예상보다 합류가 늦었다고 생각했더니 이러고 있던건가요 19090호. 하고 미사카 10032호는 전력의 전격을 한방 더 쏘아봅니다"
그 말과 함께 날아온 전격을 팡! 하고 막아낸 카미조가 고개를 돌리자 게코타 인형탈을 입고 머리 부분만 없는 미사카 동생들이 보였다.
"에… 동생양?"
"칫…"
그리고 그 반응보다 빨리,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소녀가 혀를 찼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나쁜 녀석들. 하고 미사카 19090호는 아쉬운 마음을 토로해봅니다…"
"에… 너도 미사카 동생이었어!?"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이 소녀는 카미조가 기억하고 있는 미사카 동생들과는 많이 달랐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무표정에 다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다른 미사카 동생들과는 다르게 이 미사카 동생은 자신을 꾸미고 있었다. 게다가 약간 더 마른것 같기도 하다.
레벨 6 시프트 실험(절대 능력자 진화 실험)의 중지를 위해, 누노타바 시노부는 시스터즈에게 '인공적인 감정 프로그램'을 인스톨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누노바타 시노부는 개체넘버 19090호를 통해, 그 네트워크 전체에 감정을 주어 그 계획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효과는 있었는지 미사카 19090호는 다른 개체들보다 감정의 배움이 훨씬 빨랐다.
"참고로 머리는 지금은 붙임머리지만 계속해서 기르고 있습니다. 하고 미사카는 당신에게 미사카만의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강조해봅니다"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미사카 동생은 윙크를 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순간, 네 명의 미사카 동생들이 움찔. 하더니
"미, 미사……"
"응?"
"미사 심각한 카미 전파장해 사키미 의 네트워크가 사카미사카 불안 미사카카사 아마도 언니의 미사 전파공격 카미사카 부글부글"
"어,어이!!?"
자신의 품 안에 있던 미사카 동생이 멍한 눈으로 움찔움찔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카미조가 뭔가 번쩍이며 눈이 부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호오… 왠지 돌아오는게 늦다고 생각해서 나와보니까… 그 여자애는 누구야…?"
학원도시에 7명 밖에 없는 레벨 5(초능력자). 그 중에서도 3위인, 레일건(초전자포)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소녀가 귀신의 형상으로 서 있었다.
"아니 저, 그, 그게 말이지…!"
"문답무용!!"
외침과 함께 날아온 전격의 창을 카미조는 오른손을 뻗어 막아낸다.
"자,잠깐 이야기를 들어봐!"
"무슨 이야기를 들으라는 거야! 모르는 여자애를 고,고,고,고,공주님 안기를 한 마당에!!"
"그러니까 이 애는!"
전자파를 뿜고 있던 미코토와 전격의 창을 쐇기에 그런걸까, 움찔거리던 미사카 동생들의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미조의 품에 안겨 있던 미사카 동생은 물론, 다른 미사카 동생들까지 빠른 움직임으로 미코토에게 거리를 벌린 후
"자,작전상 후퇴입니다! 하고 미사카 10032호는 싸구려 악역이 할만한 대사를 하며 이탈명령을 내립니다!"
라며, 세 명의 게코타 인형탈을 쓰고 있는 미사카 동생과 장발의 미사카 동생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