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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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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변 9화


**

결국 폭주하는 이츠와를 내버려 두지 못하는 타테미야와 다른 아마쿠사식 멤버들은 어떻게든 그녀를 달래 교토에 있는 아지트로 데려갔다.

울먹이면서 '교황 대리 바보!' 라며 있는 힘껏 타테미야를 두들겨 패는 이츠와의 맹공을 선두에서 막은 탓에, 타테미야는 눈가에 멍이라는 영광의 상처가 생겼다.

그 후 억지로 이츠와를 재우는 방법은 실패. 결국, 츠시마가 이불 위에서 이츠와의 술주정이 추가된 한탄을 들어주다 그녀가 술기운에 자멸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태까지 쌓인 모든 원망을 들은 기분이야…"

츠시마는 마치 야근을 한듯한 상상 이상의 피로감에, 어깨를 뿌득이며 방에서 나왔다.

냉장고로 다가가 자신의 오렌지 쥬스를 꺼내서 마시는 츠시마의 모습을 보고 다른 아마쿠사식 멤버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코에는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멍든 왼쪽 눈가에 계란을 문지르고 있는 타테미야가 말했다.

"곧 있으면 프리스티스도 돌아올테니 뭔가 호화로운 식사라도 준비해야 되는거 아니야?"

"원래라면 제대로 준비를 해놓고 요리를 하려고 했지만 예상외 사태 때문에 시간이 없어요"

이츠와의 폭주 사건 때문에 충분한 요리재료를 사오지 못한것도 있지만, 애초에 일식이 가장 뛰어난 이츠와가 리타이어 했으니 호화로운 요리는 불가능하다.

정작 칸자키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바라지도 않을 주문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칸자키의 마음을 묶어둬야 하는 아마쿠사식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아주 조금 고민하는듯 했던 타테미야는 그 계란을 한손으로 쥐며,

"큭. 어쩔 수 없지. 급하게 양식으로 전환하는 수 밖에!"

"양식이라니… 프리스티스는 일식파에요. 게다가 양식을 할줄 아는사람도 없습니다만"

"케이크 정도라면 내가 어떻게든 된다"

"무리! 교황 대리가 만드는 케이크라면 생리적으로 무리라구요!"

왠지 옅게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는 타테미야.

그리고 타테미야가 앞치마와 보온장갑을 끼고 오븐에서 케이크를 꺼내는 모습을 상상한 츠시마가 일갈했다.

"크흠"

뭣이!? 2년에 걸친 내 양식 실력을 의심할테냐!? 하고 으르렁하는 타테미야와, 그럼 프리스티스가 어떻게 반응하나 내기해보실래요!? 하고 캬앗ㅡ 하는 츠시마의 사이에 초로의 노인. 이사하야가 끼어들었다.

"이럴줄 알고 근처에 있는 맛집에서 호화 초밥세트를 주문했다만. 괜한 주문이었어? 그럼 지금 전화해서 취소를…"

"이사하야씨 굿 센스! 덕분에 살았어요!"

"쳇,"

이 중에서는 제일 나이가 어린게 확실한 코우야기는 뭔가 아쉬워 하는 타테미야를 보고 하하, 하고 억지웃음을 짓더니, 이사하야에게 묻는다.

"꽤나 지출이 클것 같은데요…"

"프리스티스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자네들분도 확실히 주문했으니 걱정하지마"

이럴때라도 나이먹은 값을 해야지. 하는 이사하야.

우시부카는 이사하야씨 최고!! 라면서,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게 방방 뛰었다.

타테미야는 다시 쳇. 케이크가 더 좋은데. 하고 중얼거리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조용한 옆방으로 갔다.

장지문을 닫고, 문 너머에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다른 멤버들의 소리를 들으며 타테미야는 핸드폰의 액정에 떠오른 숫자를 쳐다본다.

"………"

영국 청교도에서 걸려온 국제전화다.

수신자부담이라는게 문제지만.

결국 5초 정도 그 삐죽삐죽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타테미야지만, 눈물을 머금고 전화를 받았다.

"네. 영국 청교도 산하 아마쿠사식 크리스트 처교의…"

「타테미야 사이지」

"뭐야 스테일인가. 수신자부담 국제전화라니 좀 봐달라고"

전화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타테미야는 한숨을 쉬었다.

"용건은 간단히"

「어차피 그럴 생각이다. 잘 들어」

마치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전 집중시키듯, 약간의 정적후

「성인 살해자를 만났다」

흠칫. 하고 타테미야의 몸이 작게 떨렸다.

"외관적 특징은? 사용하는 마술은? 술식의 해석은 됬나?"

「지금 그걸 전해주려고 하는거잖아. 조용히 하고 듣기나 해. 40대 초반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목격경위에는 항상 검은색 신부복을 입고 있었어」

"동양 내라면 성인급의 마술사를 상대할만한 사람은 없을텐데?"

「'왼손'에 '이매진 브레이커'를 가지고 있다」

"…뭐?"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타테미야지만, 스테일은 막힘 없이 다른 의문을 선물한다.

「술식의 해석은 불명. 게다가, 카미조 토우마의 '오른손'과는 달리 마술의 제어권 자체를 강탈해. 나의 독자적인 술식도 똑같은 위력으로 따라하고, 심지어 이노켄티우스의 제어권마저 빼앗겼어」

"그런게 가능할리가"

성인은 물론이고, 천하의 그 천사마저 마술은 통한다.

오래 전, 타락천사가 인간에게 선물해줬다는 마술.

그것은 힘의 덩어리이자, 하나의 이치다.

그 이치에서 완전히 벗어난 소년의 오른손. 그리고 성인 살해자의 왼손.

마술사라면, 누구나 그 이치에 벗어난 존재에 의문을 가질것이다.

「이론이라면 상관없어. 내 눈으로 직접 본것을 이야기 하는거니까. 게다가, 아마도 마도서 '악마 숭배'의 원전을 해독해낸것 같아」

마도서.

거기에 씌어 있는 것은 또 다른 상식 ​'​이​상​식​(​異​常​識​)​'​ 또 다른 법칙 ​'​위​법​칙​(​違​法​則​)​' ​

─그런 '다른 세계'의 지식은 선,악을 따지기 전에 '이 세계'에 유해하다.

그렇기에, 마도서를 읽으려면 그 이상식(異常識)과 위법칙(違法則)을 견딜 수 있는 종교방벽이 필요하다.

그리고, '악마 숭배'는 마도서들 중에서도 가장 독기가 강한 마도서.

타테미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왼손의 힘은 그 부산물인가…"

「아마도.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겠지. 확실한건, 제대로된 대응책을 찾기 전에 헛된 전투는 피하는것이 좋아」

"ㅡ!"

그때였다.

타테미야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 흠칫. 하고 아지트에 있는 공기가 급변했다.

무방비한듯 하면서도 주위에 몇십단계의 은폐마술과 방호마술이 걸려있는 이 아지트의 정문에, 침입자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정문에 있는 경보마술은 마치 내부엔 빈 깡통이 있고, 그 깡통에 연결된 가느다란 실을 외부에 걸어놓아 실을 건드리면 내부의 깡통이 소리를 내는것과 마찬가지인 원초적인 마술이지만, 무엇보다 일회성으로 침입자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당했다는 자각마저 주지 않는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습격인가ㅡ!)

타테미야는 핸드폰을 한손에 쥔채로, 옆에 있던 자신의 플랑베르쥬를 들고 장지문을 확, 하고 열었다.

다른 아마쿠사식의 멤버들도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채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그런 팽팽한 실 같은 분위기는 금방 누그러졌다.

"지갑을 가져오지"

"꽤나 많을테니 제가 들게요"

"헤헤, 잘먹을게요 이사하야씨"

덩치가 큰 우시부카가 짐을 들러 밖으로 나가고, 코우야기가 그 뒤를 따라 나갔다. 혼자 남은 츠시마도 내키지 않는듯 했지만 짐을 들러 둘을 뒤따라 나갔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잠시 멍하니 있던 타테미야는 전화 너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니, 감지술식에 침입자가 감지되어서 말이지. 배달 음식인가 보네"

「감지술식? 설마 너희 칸자키 카오리랑 같이 있는거야?」

"그렇다만?"

「지금 어디에 있는건데!」

"교토야. 무슨 일인데 그래?"

「제길!!」

갑자기 험악한 목소리의 스테일이 소리쳤다.

덩달아 진지한 표정이 된 타테미야는 평탄하게 물었지만, 스테일은 욕짓거리를 내뱉더니

「생각이 짧았어! 10일동안 다섯명. 그만한 색적(索敵)능력을 가지고 있는건가!!」

"뭐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3시간 정도 전, 오사카 공항에 성인 살해자가 목격됐어」

스테일은 진지한 음색으로 말했다.

「이번 타겟은 칸자키 카오리다!」

쾅ㅡ!

스테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지트의 현관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

"에… 배달인가요?"

배달온 초밥세트를 받기 위해, 싱글벙글 웃으며 현관문으로 나간 우시부카는 눈 앞에 있는 남자가 배달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딱히 우시부카의 통찰력이 좋다기 보다, 신부복을 입고 퀭한 눈빛을 하고 있는 남자가 상식적으로 초밥배달을 하러 온것은 아닐것이다.

"질문. '성인'은 어디있나"

신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창한 영어였다.

우시부카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저기, 영어는 못해서… 일본어 못하시나요?"

"파악. 뻔하게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는데 모르는척할 속셈인가"

"으음. 그럼 안에서 사람을 불러올테니까 기다려주세요"

"무의미. 성인의 텔레즈마는 저쪽인가"

"쳇ㅡ!"

우시부카는 혀를 차며, 민첩하게 현관 옆에 있는 신발장을 열었다.

신발장에는 신발대신 무언가 커다란 창 같은것이 붉은색 천에 감싸여 있었다.

우시부카는 그 천을 집어 신부의 얼굴로 던진뒤, 그 안에 있던 큰 양손도끼를 집었다.

"흡!"

우시부카의 판단은 옳았다.

대화만으로 이 신부가 성인 살해자라는 것을 파악한 우시부카는 신부의 시야를 가리고, 그 양손도끼를 어깨위로 들어 대각선으로 내려쳤다.

정확히 신부의 왼쪽 목을 노리고, 양손도끼라고는 믿기지 않는 스피드로 내려치는 공격. 맞는다면 목이 달아나는건 물론이고, 얕게 들어간다 해도 경동맥이 잘릴것이다.

쨍!!

"!?"

마치 커다란 철덩어리를 쇠파이프로 전력으로 내려친것같은 소리가 났다.

들고 있는 도끼는 우웅ㅡ 소리를 내면서 떨리고, 우시부카는 그 진동으로 무심코 도끼를 놓칠뻔했다.

"나쁘지 않아"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붉은색 천을 치우며 신부가 말했다.

본능적으로 신부의 공격이 올것이라는것을 알았지만, 엄청나게 저리는 양손으로는 방어하는것도 불가능했다.

(이거 위험한데!)

신부의 뒤쪽에서, 다시한번 쨍! 하는 소리가 났다.

"우왓, 온몸이 철덩어리 같은데요!"

상황을 살피던 코우야기가 응원한것이다.

신부의 허리를 노린 코우야기의 단검도, 우시부카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튕겨나갔다.

순간 멈칫. 했던 신부는 왼쪽으로 몸을 돌리는듯 하더니, 우시부카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발을 뻗었다.

"우오오오!"

우시부카가 양손도끼를 들어서 옆으로 돌려, 도끼의 넓은 면으로 그 발차기를 막기가 무섭게 신부는 그 몸을 다시 회전시켜 코우야기의 머리를 노렸다.

얼핏봤을때 완전히 등을 보이고 무방비한것처럼 보이는 신부의 등을 노리지도 않은 코우야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숙여, 공격을 피했고

"츠시마!! 지금이에요!"

"!!"

코우야기가 그렇게 외치면서 뒤로 뛰자, 동시에 우시부카도 뒤로 뛰었다.

"인(寅)시에 허락없이 남의집 대문을 밟는자 누구인가!"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신부의 귀에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3개의 주사위의 눈을 각각 1,2,2 가 보이게 들고 있는 금발의 여자가 보였다.

"삼백팔십오 조상신이 명하노니, 그 흙발을 털고 밖으로 나가 멋대로 아사하거라!"

아무리 신부가 강력한 존재라고는 해도, 아무런 상의 없이 즉석에서 만들어낸 완벽한 팀워크에 반응하지는 못했다.

순간, 이 집의 '침입자'로 판단된 신부의 몸이 빛났다.

아마쿠사식 멤버들도 바보는 아니다.

혼자서 성인 다섯명을 죽였다고 하는 괴물을 상대로, 만에 하나라도 자신들이 이길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준비한것이 '강제전이' 술식이다.

아마쿠사식 크리스트 처교는 일본내 한정이라면, 정해진 포인트로 전국을 순간이동 할 수 있는 술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만든 이노 타다타카가 만들어낸 술식으로, '우상의 이론'을 역으로 이용해 일본 전국토에 존재하지 않는 49개의 '소용돌이' 만들어내, 그 소용돌이에서 다른 소용돌이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강제전이' 술식은 이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응용한것으로, 상대를 원하는 '소용돌이' 포인트로 날려버린다.

정해진 위치의 공방에서 수비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기야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최적의 술식이었다.

그리고 번 시간동안,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 시간을 번다. 그런 작전이었지만,

파앙! 하는 느낌과 함께, 술식 자체가 파괴되었다.

확실히 술식의 발동을 확인했던 아마쿠사식 멤버들이 긴장을 풀고 있었기에, 신부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흐트러진 마력의 흐름을 뚫듯이 달려오는 신부는 오른손을 뻗어 중얼거렸다.

"APBWDX (어린양은 울부짖는다)"

신부의 오른손에 붉은색의 가시덩쿨이 생겨났다.

마치 피를 얼린것같은 가시덩쿨은 얼음처럼 빛을 반사하며, 그 오른손을 감쌋다.

"츠시마!!"

콰아앙ㅡ! 하는 굉음과 함께 벽이 무너져내렸다.

그 틈을 억지로 채우듯, 끈적이면서 증식하는 가시덩쿨에 인간의 육체가 견딜리는 없겠지만,

"에,에…?"

파괴의 소음속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 츠시마가 눈을 천천히 뜨자, 자신의 고개 옆에 신부의 오른손이 박혀 있었다.

눈 앞에서는 신부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고개 옆에 박혀있는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는듯 하더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 같은 어린아이 표정으로 말했다.

"혜,련이…?"

피를 토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갈라진 목소리였다.

"엎드려!"

츠시마는 강대한 적의 이상행동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숙였다.

무너지다만 벽을 발로 차며, 교황 대리 타테미야 사이지가 나타나 신부의 가슴속에 플랑베르쥬를 찔러넣었다.



나랑꼐

문좀 열어보랑께?

빨리, 문좀 열어보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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