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이변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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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
항상 '아이템'의 집합장소로 이용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무기노 시즈리가 조금 짜증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이몸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이었어 하ㅡ마ㅡ즈ㅡ라ㅡ아ㅡ?"
"죄송함다…"
고개를 푹 숙인채, 죽을상으로 대답하는 하마즈라 시아게.
그도 그럴 것이, 눈 앞에서 고고고고ㅡ 하는 효과음이 어울릴 정도로 화를 내고 있는 무기노도 그렇지만, 한달정도 준비한 타키츠보와의 귀중한 데이트가 중간에 박살난것이다. 슬프지 않을리가 없다.
그런 하마즈라를 위로해줘도 모자를판에, 키누하타는 땀이 나는지 스웨터의 목 부분을 손가락으로 붙잡고 흔들며,
"정말, 무슨 생각으로 전화를 안받은거에요? 30분 넘게 완전 계속 전화했는데도 받지않고, 그쯤되면 완전 급한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안들어요? 덕분에 제 3학구를 완전 발에 땀띠나게 뛰어다녔잖아요"
"죄송함다…"
"그런것보다"
키누하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역시나 했는데 평소처럼 완전 창가쪽 자리를 잡았군요"
무기노가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던 자리는 창가쪽 자리였다.
길거리에 있는 이런류의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커피 전문점, 패스트 푸드점까지 가장 좋은 자리라고 하면 누구나 창가를 꼽을 것이다. 바깥을 구경할수도 있으며, 다른 자리보다 답답하지도 않고 비교적 샐러드바나 드링크바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성으로 따진다면 가장 최악의 자리였다. 아주 간단히 저격에 노출되고, 옆을 지나가던 적이 창문째 폭파시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강력한 레벨 5(초능력자)라고 해도 그래봤자 인간.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나이프에 베이면 출혈이 생기고, 총알을 맞으면 죽는건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저격을 포함한 현대무기에 대한 대비를 하는것이 현명했다.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이야기 안했잖아. S급 임무수행중이 아니면 딱히 창가라도 상관없어"
"어둠은 완전 해체됬지만요"
조금 옛날 생각이 났는지, 옅은 미소를 지은 키누하타가 중얼거렸다.
"뭐, 확실히 창가던 아니던 그녀석 한테는 완전 소용 없겠군요. 괜시리 경계심을 올려봤자 의미도 없을테고"
"그녀석? 아 맞아. 하마즈라 음료수 가져와"
"예이"
"아뇨. 가만히 있으세요 하마즈라"
평소처럼 음료수를 가지러 드링크바로 가려던 하마즈라의 움직임을 키누하타가 제지시켰다.
아이템의 리더인 무기노의 명령을 거스르는 형태가 됐지만, 옛날이면 모를까 지금의 무기노는 그다지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키누하타의 표정이 심각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키누하타는 무기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한시라도 빨리 먼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괜찮죠 무기노?"
"마음대로 해"
한손으로 턱을 괸채,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무기노.
키누하타는 그런 무기노에게 '완전 고마워요'라고 하더니, 나지막히 말했다.
"'아이템'이 표적이 됐어요"
"표적?"
"완전 정확히는 '아이템'의 '한사람'이 표적이 됐지만요"
무기노는 키누하타의 말을 의심하듯, 얼굴을 찡그리며,
"학원도시의 '어둠'은 해체됐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아이템이 표적이 됐다니, 무슨 소리야?"
"저번에 무기노가 완전 걱정했었던 일 있죠?"
움찔. 하고 무기노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무, 무슨 일인데 그래?"
갑자기 엄청 심각해진 분위기에,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하마즈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무기노는 그런 하마즈라를 무시한채 낮은 음색으로 말했다.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 구나"
"완전 정답이에요"
"그, 그게 왜? 저번에 걱정했던일이라니? 나는 그런소리 못들었는데?"
"그거야, 하마즈라한테는 말해봤자 완전 의미가 없어서 안했죠"
키누하타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더니, '일이 이렇게 됬으니 완전 어쩔 수 없죠' 하고, 귀찮은듯 하마즈라에게 설명해준다.
"하마즈라가 알고 있는것 처럼, 러시아에서 얻은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는 학원도시 내에서 우리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학원도시의 상층부 녀석들에게 '교섭재료'로 쓸 물건이었어요. 그리고 그건, 타키츠보의 치료가 목적이었구요"
"오,오우. 그런데?"
"하지만 우리가 그걸 이용해서 완전 스펙타클한 교섭을 했나요?"
"나한테 이야기 안하고 한거 아니야?"
"역시 하마즈라는 완전 바보군요… 하마즈라가 완전 목숨걸고 구해온 그것을 사용하는데, 하마즈라에 의견을 물어보지 않을리가 없잖아요"
끄덕 끄덕. 하고 하마즈라의 옆에 있는 평소보다도 귀여운 차림의 타키츠보가 긍정했다.
"…하마즈라도 '아이템'의 일원이야"
"완전 말단이지만요"
키누하타는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구요'하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쪽에선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를 교섭재료로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지금 우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죠? 완전 평화롭지 않나요?"
"자, 잠깐만. 그럼 이상하잖아"
하마즈라는 둔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돌리면서, 해답을 찾아갔다.
"교섭을 하지도 않았는데, 여태까지 그렇게 우리를 죽이려고 했던 녀석들이 간단히 포기할리가 없잖아"
"우연이야"
하고, 드링크바로 가기가 귀찮은지 점원을 불러 비싼 음료수를 주문한 무기노가 말했다.
"우리가 러시아에서 도착한 직후, 학원도시의 '어둠'이 전부 해체되어 있었어. 아이템을 공격할 어둠 자체가 남아있지 않은거지"
"어째서? 우리같이 학원도시에 반기를 드는 녀석들이 더 있다는 거야?"
"그런 녀석들이 한둘은 아니지만, 아마 어둠을 해체시킨건 그 1위겠지"
"그, 1위가…?"
"복습시간이에요"
대화에 끼어들은 키누하타는 하마즈라를 집중시키듯, 그 얼굴 앞에 검지손가락을 올리면서 말했다.
"저번에 '신입생'인 쿠로요루가 노린것이 무엇인지 알겠어요 하마즈라?"
"그, 글쎄… 몇가지 가설은 있었지만…"
플레메아=세이베른이 학원도시의 새로운 어둠. '신입생'에 표적이 되었을때. 하마즈라는 옛 스킬아웃 동료인 한조우와 같이 그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몇개의 가설을 세웠다.
처음에는 플레메아가 아주 중요한 능력을 가진것이라고 의심했지만, 그런것은 아니었다. 플레메아는 정말로 평범한 레벨 0(무능력자)이기에, 그 DNA맵에 가치는 없다.
남은것은 학원도시의 상층부에게 찍혀 제거당한 전 스킬아웃 리더. 코마바 리토쿠가 자신들은 모르는 다른 계획을 준비하여, 그 중요한 '키'를 플레메아에게 맡겼기에 표적이 되었다는 것과, 아마 혈연관계였을 플랜다의 '부업'이 문제가 됬다. 정도인데,
확신이 없기에 자신없다는듯 대답하는 하마즈라에게, 키누하타는 '역시 바보즈라군요' 라고 중얼거린다.
"쿠로요루가 노린것은 학원도시의 상층부에게 있어 '하마즈라 시아게'라는 위험분자와, '액셀러레이터' 라는 위험분자를 '하나의 큰 위험분자'로 합치려고 했던거에요. 어떠한 이유로 하마즈라와 그 1위가 커넥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것을 이용한 쿠로요루의 생각대로 완전 됐죠"
"무슨 말이야?"
"이렇게 까지 이야기 해도 모르는 건가요…"
키누하타는 거의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마즈라쪽을 쳐다봤다.
그 따가운 눈빛에 순간 몸을 움츠린 하마즈라는, 무언가가 생각난듯 번쩍.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설마… 어둠을 해체시킨 1위와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를 가지고 있는 나를 '하나의 적'으로 만들어 한번에 분쇄시키려고 했다고…?"
"80점 정도일까요. 그래도 그정도면 완전 충분해요"
그래서 문제인 거에요.
하고,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간 키누하타가 말했다.
"이미 학원도시의 '어둠'은 해체됬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교섭재료'는 쓸곳이 없어요. 하지만 학원도시의 상층부는 교섭재료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 대해 완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겠죠"
말하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강력한 폭탄'이에요.
하고, 키누하타가 덧붙였다.
키누하타의 비유대로,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는 폭탄이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적을 상대로, 시간제한이 있는 폭탄을 들고 있는 셈이었다.
강대한 적을 상대로 여차할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지만, 동시에 갑작스럽게 터져 자폭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
"그런데, 이 타이밍에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를 원한다고,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녀석이 있어요"
"건방진 녀석이네"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듯, 무기노가 인상을 쓰며 끼어들었다.
"이쪽엔 4위의 레벨 5(초능력자)랑 두명의 레벨 4(대능력자)가 있어. 그런데 협박을 한다고?"
직후, 무기노는 재미있다는게 떠올랐다는듯, 실실 웃으며 '아. 레벨 0(무능력자)도 있었지. 미안~' 하고 하마즈라를 조롱했다.
"…협박의 내용이 완전 어이없지만요"
그리고 키누하타는 하마즈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거절하면 하마즈라를 죽이겠다고 했어요"
"뭐? 왜 하마즈…"
쾅!! 하고, 무기노가 말을 만들기도 전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있는 전원이 뒤돌아볼 정도의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의 원인은,
"……그건 안돼"
"타, 타키츠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부서트릴 기세로 테이블을 치며 일어난 타키츠보가 낸 소리였다.
그리고 무기노는 그런 타키츠보와 하마즈라를 번갈아 보는듯 하더니, 한손으로 턱을 괸채 눈을 가늘게 뜨고 키누하타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필 나나 하마즈라가 아닌 너한테 한건데? 아는 사이라도 되는거야?"
"…완전 악연이지만요"
조금 살의까지 느껴지는 질문이었지만, 키누하타는 별다른 반응도 하지 않은채 대답했다.
"암흑의 5월 계획"
"!!"
"……"
"뭐야 그게?"
흠칫. 하고 무기노와 타키츠보는 미세하게 몸이 떨렸다.
하지만 혼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하마즈라에게, 키누하타는 별거 아니라는듯 싱긋 웃으며, 대충 둘러댔다.
"예전에 제가 완전 신세지던 연구의 이름이에요"
"그럼"
무기노는 듣지 말아야 할것을 들었다는 불쾌한 표정으로,
"녀석도 그 계획의 생존자라고?"
"네. 완전 실패작인 이쪽과는 다르게, 녀석은 완전 성공작이지만요"
무언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큰 심각한 사태라는것을 파악한 하마즈라는 기웃기웃 '저, 저기 말이야' 라며,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무리 강한 녀석이라고 해도, 이쪽은 레벨 5(초능력자)가 있다고? 괜찮지 않을까?"
"적도 레벨 5(초능력자)에요. 능력의 강함이 레벨 5(초능력자)들의 순위는 아니지만, 그 다크매터(미원물질)때를 생각해보세요"
하마즈라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파랗게 됐다.
하마즈라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지자,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진지하게 생각하던 무기노가 입을 열었다.
"내가 모르는 녀석이라면, 6위인가"
"뭐, 6위라면 대부분이 얼굴은 커녕 능력도 모르는게 완전 정상이니까요"
"그래서? 네가 이렇게 심각해할 정도면, 꽤나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나 보지?"
"……사용하는 능력이, 완전 성가셔요"
그러자 '주문하신 음료 왔습니다'라며, 점원이 유리컵에 담겨져 있는 음료수들을 가져왔다.
잠시 대화를 중단한 무기노와 키누하타가 제일 먼저 적당한 컵을 집어 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어서 타키츠보가 남은 컵을 가져가자, 하마즈라도 뻘쭘히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파인애플이 꽃혀있는 후르츠드링크를 가져갔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메뉴였다.
쭈욱, 하고 자신의 초코 아이스 커피를 빨대로 한모금 마신 키누하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듀얼 스킬(다중 능력자)이라고. 들어본적 있죠?"
"둘 이상의 초능력을 가진 능력자 말이지? 특력연에서 연구했던거"
특례 능력자 다중조정기술 연구소. 통칭 특력연.
차일드 에러(버려진 아이)를 이용해, 능력자가 둘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실험을 했던 곳이다.
수많은 시체를 만든 후에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뇌로의 부담이 너무 커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였다.
그런 간단한 결론을 내기 위해, 몇십, 몇백구나 되는 시체를 만들었을까.
그 액셀러레이터도 어렸을 적 이 실험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만 봐도, 얼마나 썩어빠진 실험인지 간접적으로 알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전설에는 완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죠. 모든 능력이 통하지 않는 능력자부터 시작해서 길거리에서 벗는 여자, 레벨 어퍼 등… 그리고 그 중에는, 듀얼 스킬은 존재한다. 라는 도시전설도 있어요"
갑자기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것을 느낀 무기노가 인상을 쓰자, 키누하타가 말했다.
"그 도시전설이 사실이라면요?"
"…뭐?"
"조금 형태는 다르지만, 그 6위. 페이커야말로, 듀얼 스킬이라고 부를 수 있을거에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페이커의 능력은, 다른 능력자의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을 훔쳐서 초능력을 따라하는 능력이에요. 결론적으로, 여러 능력을 훔치면 여러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요. 제가 확인한건 텔레포트(공간이동), 그라비티 프레셔(중력압박)을 포함한 풍력,화력,빙결 정도에요. 하지만 오래전 일이니, 지금쯤이면 완전 다양한 능력을 사용하겠죠"
학원도시의 초능력이라는것 자체가 무척이나 만화나 소설같은 능력이지만, 페이커의 능력은 특히나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다른 능력자의 능력을 훔친다.
하나의 능력만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로서의 단점도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능력들로 서로의 능력을 보완하여 약점도 지우는 능력.
학원도시의 능력자라면,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규격 외의 능력인지 알수있을 것이다.
레벨 0(무능력자)라 그런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는 하마즈라 조차, 타키츠보의 AIM 스토커(능력추적), 무기노 시즈리의 멜트 다우너(원자붕괴), 키누하타의 오펜스 아머(질소장갑)을 혼자서 사용하는 능력자를 상상하더니, 쭈삣. 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다.
"잠깐만! 뭐, 뭐야 그거! 그럼 그 녀석이 무기노의 능력을 훔치면, 무기노와 동스펙의 멜트 다우너를 쏜다는거야!? 말도 안되잖아!"
"그건 불가능해"
하고, 무기노가 단언했다.
"초능력은 어디까지나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을 바탕으로 복잡한 계산을 해서 발현하는 거야. 만일 너한테 나의 멜트 다우너(원자붕괴)가 생겼다고 하자. 초능력으로 만들어낸 전자(電子)에 대해 계산기 없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특성을 파악. 입자로서의 성질의 조건과 파동으로서의 성질의 조건을 파악해서 그 중간 상태로 고정하고, 내 쪽에는 피해가 없는 좌표위치를 계산한 후 운동에너지를 부여해 고속으로 사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참고로 계산식은ㅡ"
"……머, 머리가 아파"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키누하타가 무기노의 의견에 동의하며, 하마즈라의 아픈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기 위해 덧붙였다.
"몇년동안 누적된 능력자의 독특한 연산법. 응용법. 노하우, 정신상태나 마음가짐, 심지어는 주문이나 징크스로 자신감을 가지는 케이스도 존재해요. 그런 사소한 것으로도, 능력의 위력은 완전 크게 바뀌게 되요"
머리에서 김이 나면서 리타이어한 하마즈라를 무시한채, 무기노가 중얼거렸다.
"남의 능력을 따라하는 특성상, 그 부분도 확실하게 대응책이 준비되어 있긴 할테지만… 아무리 잘쳐줘도 오리지널의 50~80% 정도 출력일까"
"완전 엄청나게 낮은 능력의 경우엔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레벨 4(대능력) 정도만 되도, 오리지널보다는 출력이 떨어져요"
"하지만 그렇게 모자란 부분은 다른 능력으로 보완하겠지. 그런 능력들을 바탕으로 오리지널은 불가능한 응용법을 만들어낼수도 있겠고"
"동시에 이쪽에서 미리 대비하는것도 완전 불가능해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택지가 많은거니깐요. 정확히 어떠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도 대비할 수 없을텐데, 그 정보마저 없다는건"
"……"
말을 하다 말고, 키누하타와 무기노가 동시에 스윽, 하고 하마즈라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마즈라는 머리를 위쪽을 향한채, 타키츠보가 물에 적셔 올린 손수건의 차가움을 즐기고 있었다.
"엥? 왜?"
무기노와 키누하타의 시선을 느낀 하마즈라가 바보같이 묻자,
"…이 완전 멍청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에요"
"전투가 아니라 이 멍청한놈의 목숨만을 노리는거라면, 막을 방법이 없겠네"
"……? 뭐야, 그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듯한 시선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건지, 하마즈라는 머리위에 물음표를 잔뜩 띄우고 되물어왔다.
오히려, 하마즈라의 옆에 앉아있는 타키츠보 쪽에서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꽈악. 하고 세게 주먹을 쥐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까지 이야기 했으면 지금의 상황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아들었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를 그냥 줘버릴것인지. 아니면, 약 80% 확률로 시체가 될 하마즈라를 지켜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을 할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하고, 무기노가 덧붙였지만,
"…선수를 쳐서 그 페이커란 녀석을 먼저 죽이던지"
선수를 쳐서 먼저 대답한것은 의외인 타키츠보였다.
"타키츠보…?"
상태가 조금 심각해보이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걱정한 하마즈라였지만, 타키츠보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주먹을 부들거리며 낮은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용서, 못해. 하마즈라가 목숨을 걸고 얻은 물건을 내놓으라고 하는것도, 하마즈라를 죽이겠다고 하는것도, 용서못해…"
"……"
"………"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살의만은 굉장했다. 키누하타나 무기노조차 타키츠보의 이런 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어중간한 위로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미 키누하타는 알고 있었다. 그녀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은, 하마즈라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키누하타는 크, 크흠. 하고 살벌한 분위기를 어느정도 잠잠하게 만든후,
"개인적으로는 그냥 줘버렸으면 해요. 실질적인 물건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보만으로 어느정도의 효력을 완전 가질 수 있는 정보니까요. 게다가 페이커를 물리친다고 해도, 제 2의, 제 3의 적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무기노는 어떻게 생각해요?"
"어찌되든 좋아. 줘버려도 상관없고, 먼저 선수를 쳐서 녀석을 죽이는것도 상관없어"
"타키츠보는요?"
"하마즈라가 원하는 방법으로"
"들었죠?"
키누하타는 하마즈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
일생일대의 선택……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상황에 하마즈라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택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목숨과 직결된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하마즈라가 느끼는 감정은 공포나 두려움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감과 같은, 전투를 하기 전 느끼는 고양감과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레벨 0(무능력자) 주제에 전투광이다.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사를 뛰어넘는 여러 전투로 인해 맛이 간것도 아니다.
다만,
학원도시의 암부인 '아이템'에 완전 말단조직원으로 들어와 차량을 훔치거나, 드링크바에서 음료수나 가지고 오던 자신이, 지금은 모두에게 확실한 '조직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이 하마즈라는 무척이나 기뻤다.
그것만으로도 여태까지 목숨을 걸고 싸운것에 한점 후회가 없을 정도로.
수분간, 오랜 시간동안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얼굴로 고민한 하마즈라는 결론을 냈다.
"나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