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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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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이변 1화


일본. 교토.

이제는 세계화니, 지구촌이니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동양의 나라에서 서양인은 어디서나 이목을 받는다. 검은 쥐가 가득 있는 우리에 하얀 쥐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그것도 한두명의 소수의 서양인이 아닌, 50명에 가까운 서양인들이 수상해보이는 동상이나 책, 기다란 막대기 같은 것을 가지고 마을에 모여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경계할것이지만, 주위에는 마을 사람들의 그림자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따로 경계경보가 울린것도 아니고, 다른곳에 축제가 있는 것도 아닌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 평범한 날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을 사람들은 이 근처로 얼씬조차 하지 않는다.

마력이 띄지 않는 일반인들의 접근을 방해하는 술식. 사람 물리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50명에 가까운 서양인들은 전부 마술 세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청교도의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의 프로 마술사들이다. 그 대부분은 전투원이 아닌 정보를 수집하거나, 마술을 해석하는 정도의, 얼핏 보면 전투원보다 역할이 적을 것 같은 사람들이다.

마술사들은 원으로 넓게 퍼져, 정 중앙에 있는 한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여러가지의 장치와 영장으로 조사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사람들의 중앙. 

자신의 신장의 2.5배 정도 되는, 지나칠 정도로 긴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서 있있다. 베이지색의 수녀복을 입고 있는 여자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군계일학이라고 할까, 외견만 본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 여자지만, 누구라도 이 상황을 본다면 그녀가 이곳의 보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였다.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의 보스이자. 청교파의 ​아​크​비​숍​(​최​대​주​고​)​인​ 로라 스튜어트는 '흠…'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소?"

"몰라, 전혀 모르겠어"

그녀의 앞에 쭈구려 앉아,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분필로 여러개의 마법진을 여자가 대답했다.

이곳저곳이 찢어진 고딕 로리타 드레스, 사자갈기처럼 헝클어진 금발에 밀빛 피부. 마도서나 우의화를 해독하는게 특기인, 마술 세계 제일의 암호 해독가인 셰리 크롬웰은 무척이나 난해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크리스트, 불교, 유교,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슬라브 신화, 핀란드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 이집트 신화, 수메르 신화. 그 어떠한 마술과도 반응하지 않아"

"그것은 이미 알고 있소. 하지만 마력의 흐름에서 일종의 암호가 있을 가능성도 있기에 당신을 부른것 아니오?"

그러자 빠각. 하는 소리가 났다.

이딴게 보스라고… 라고 남모르게 중얼거린 셰리가 들고 있는 하얀 분필을 악력으로 부러트린 것이다.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음색으로,

"마력? 대체 여기 어디에 마력이 있다는 거야? 너희들도 알고 있잖아. 이건 텔레즈마야 텔레즈마. 천사의 힘이라고. 공식적으로 해석된게 전혀 없는 에너지가, 전혀 연관도 없을 법한 이 극동에 땅의 시골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깔려 있다고. 여기서 대체 무슨 마력의 흐름을 찾아내라는 거야?"

"나는 공식적인 보고를 원하오. 셰리 크롬웰"

항상 실실 웃으며 진지한 표정을 보기 힘든 로라는 단호한 표정으로 셰리를 노려봤다. 그 박력에 무심코 잠시동안 동요했던 셰리는 칫, 하고 혀를 차고 말했다.

"마력의 존재 따위 없어. 남아있는 텔레즈마를 마력으로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술식과는 아무런 연관점이 없다는 거야. 손톱은 커녕, 개미 만한 연관점도 없어"

마술이란건 세계의 오컬트를 응용해 사용하는 힘이다. 그것은 신화일수도 있고, 동화일수도 있고, 종교일수도 있다.

예를 든다면, 마술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은채 장난으로 바닥에 끄적인 낙서에도, 파고든다면 마술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마술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마술사들은 자신들의 술식이나 의도를 감추기 위해 하나의 술식에 일부러 여러가지의 정보를 덧칠한다. 나무를 숲속에 숨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셰리는 믿기지 않는 것을 보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있어야 할게 존재하지 않아. 지나치게 깨끗해서, 오히려 이상하다고"

"수고했소"

로라는 상관에 대한 태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례한 셰리에게도 별 말을 하지 않은채 대답하고 몸을 돌렸다.

원래 그런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그녀기도 하지만, 지금은 처리해야 될 일만으로도 머리가 터질것 같은 것이다.

"………"

로라는 휙, 하고 다시 몸을 돌려 '성인 살해자'가 최후를 맞은 장소를 조사하는 자신의 부하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아레이스타 크로울리… 네 녀석은 대체 어떤것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 거지?)

**

스웨덴 란스델 지역의 한 술집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가게를 가득 채울 정도의 손님들은 힐끗힐끗, 혼자 앉아 있는 검은 머리칼의 여자를 쳐다봤다.

단순히 동양인 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 여자는 나름 숨기려고 한건지, 붉은색의 보자기로 감싸놓은 2M에 달하는 장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지만, 누구라도 그것을 단순한 봉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있는 힘껏 취한 상태라 그런지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

세계에 20명, 아니, 이제는 15명도 채 되지 않는 '성인'중 하나인 칸자키 카오리는 무언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필요한거라도 있나?"

술도 마시지 않으면서 혼자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칸자키에게,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가게 주인이 와서 물었다. 벌써 이것으로 세번째다.

부글부글. 칸자키의 얼굴에서 열이 올랐다. 칸자키는 약속 시간에 30분이나 늦은 남자가 도착하면 들고 있는 칠천칠도를 던져버릴 기세로, 어쩔 수 없이 요리를 주문했다.

가게의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부엌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딸랑, 하고 가게의 문이 열리는듯 하더니, 15세 정도로 보이는 짧은 금발의 소녀가 들어왔다. 술을 파는 가게에 들어오기는 커녕, 근육 투성이의 가게 주인에게 쫓겨날것 같은 소녀는 혼자서 기운없이 앉아있는 칸자키를 발견하더니 소리쳤다.

"칸자키씨!"

"…점주는요?"

반가운 표정으로 얼굴에 홍조까지 띄우며 달려오는 소녀를 향해, 칸자키는 반가운 기색도 하지 않은채 물었다. 그러자 짧은 금발의 소녀의 왼쪽 볼에서 미세하게 경련이 일어났다. 그 미세한 변화를 눈치챈 칸자키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또 늦는군요"

"하,하하… 아, 아마 곧 올거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이에요 칸자키씨, 여태까지 뭐하고 지내셨어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언제나의 접객용 미소를 띄우면서 말하는 소녀는 노골적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물론 이 소녀도 늦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기보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화를 낼 정도로 칸자키는 성격이 나쁘지는 않다. 멋대로 약속시간을 잡아놓고 자기가 오지 않는 그 청바지 샵의 점주라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칸자키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이것저것 있었어요. 위기에 빠진 동료를 구출하러 갔다가 이상한 소년에게 설득당하기도 하고, 천사랑 싸우다가 죽을뻔 하기도 하고, 그 소년에게 또 설득당하고, 영국에서 카테나를 휘두르는 왕녀랑 싸우는 소년을 도와주고, 러시아에서 또 소년을 도와주고… 그러다가 성인 살해자한테 노려진적도 있었네요"

"성인 살해자요!?"

헉, 하고 입을 쩍 벌린채 놀라는 소녀에게 '뭐, 그것도 그 소년이 물리쳤지만요' 하고 덧붙이는 칸자키.

"그런데 뭐랄까, 소년 소년 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네요. 혹시 애인?"

"무,무슨 소리에요!? 제가 언제 그의 이야기를 했다고!"

발끈하듯이 대답한 칸자키지만, 곧바로 방금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 칸자키는 퍼엉! 하고 얼굴에서 김이 날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진 얼굴로 양손을 눈 앞으로 부웅부웅 흔들었다.

그런 '성인'의 귀여운 모습을 본 소녀는 씨익ㅡ 소악마같은 미소를 띄우며,

"하앙, 짝사랑이시구나?"

"그러니까 아니래도!!!"

후욱.후욱. 하고 숨을 정돈하던 칸자키는 컵에 물을 따라 꿀꺽꿀꺽. 한입에 다 마셨다. 그러자 옆 테이블에 있던 취객이 '오오, 아가씨 잘마시는데?' 라면서 휘파람을 불었지만, 칸자키는 그 말을 무시하며 화제를 전환한다.

"그럼 관광 가이드씨는 뭘하고 지내셨나요?"

"정의의 관광 가이드로서 세계를 떠돌아다녔죠~ 라고, 쾌활하게 평가하고 싶지만 그냥 계속 일의 연속이었어요. 정말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는 사람을 다루는게 거칠다니깐요"

관광 가이드라고 불린 소녀는 입을 뾰족히 내밀면서  ​말​했​다​.​

관광 가이드란, 마술사들이 해외에 나가 임무를 수행할때 동행해 그 지역의 구체적인 지리, 정보, 상식, 마술 정보 따위를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보통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관광 가이드의 마술사 버전. 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다.

칸자키는 관광 가이드 소녀를 지긋히 쳐다봤다. 너무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적당한 키. 적당한 몸매. 그리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소녀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칸자키는 눈을 ㅡㅡ 모양으로 만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때 이후로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았네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건가요?"

이 관광 가이드 소녀는 정말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것​이​다​. ​

하지만 관광 가이드 소녀는 칸자키의 질투심과 시기심을 눈치채지 못한건지 쾌활한 목소리로,

"정말, 나이는 먹었는데 몸은 전혀 자라지 않았다니깐요. 그런 칸자키씨는 가슴 사이즈랑 키가 조금 크신거 같은데요. 부러워요 정말~ 앗, 칸자키씨!?"

머리위에 돌이 떨어진듯 쿵! 충격을 받아 몸을 휘청거리는 칸자키는 '딱히 저라고 거인녀가 되고 싶어서 된게…' 라면서 중얼거렸지만,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관광 가이드 소녀는 하핫.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칸자키씨가 해낸 일들이면 '왓. 2계급 특진!' 같은 분위기인데, 왜 다시 해외출장 일을 하시는 거에요?"

"아뇨, 그게…"

칸자키는 하하… 하고 뻘쭘하게 웃더니,

"성인 살해자에게 습격을 받고, 물리친것 까지는 좋은데… 위쪽 분들은 정보를 더 중요시 했다는 거죠. 그 유일한 당사자가 사라졌으니, 창끝이 저에게 돌아왔다고 할까요"

"우와. 뭐에요 그거? 그 괴물한테서 살아남았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람?"

"조직생활이라는게 항상 납득할 수 있는 상황만 있는건 아니니깐요. 그래서 '지금은 보기도 싫으니, 외지에서 잡부나 하고 있어라!' 하는 느낌으로 여기까지 온거에요"

조금 정신적으로 피로해서 위문여행이라고 생각하려구요. 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칸자키.

그것에 대해 관광 가이드 소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가게 주인이 칸자키가 주문한 요리를 들고 왔다. 

순간 그 근육질의 주인을 보고 입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관광 가이드 소녀는 곧바로 가게 주인이 들고 있는 여러가지 소스에 담궈 통째로 구워낸 닭요리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딸랑. 하고 가게의 문이 열리는듯 하더니, 20대의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들어와 쏜살같이 칸자키가 있는 테이블로 달려왔다.

"이야. 이거 미안 미안. 어쩌다 보니 늦었네"

"50분을 늦고 어쩌다 보니 늦었네. 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미안하대도"

싱글벙글 웃고 웃으면서 대답한 남자는 칸자키의 옆 의자에 앉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허리춤에 있는 장검을 보더니 마음을 바꿔 반대편에 앉았다.

"하하하. 설마 이번에도 청바지 배송에 실패한건가요?"

점주라고 불린 남자는 조그마한 청바지 샵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이름을 물어볼 필요도, 알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청바지 샵 점주' 정도로도 충분했다.

"무슨 멍청한 소리야? 이번에는 확실히 전부 보내고 왔다고"

그 점주를 놀리려는 속셈으로 물어본 관광 가이드 소녀의 질문에, 점주는 크하하하핫! 하고 거의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으며 대답했다. '청바지 샵 점주'가 본업이고 '마술사'가 부업인 그는, 저번에 몇일동안이나 배송을 보내지 못한 것이 꽤나 한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점주는 마치 그것을 자랑이라도 하는듯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내밀며,

"봐라! 문자 친구가 된 중학생이 친구들에게 우리 청바지를 권유하고 있을 정도라고!"

확실히, 그 핸드폰에는 이 점주가 언젠가 문자 친구가 되었다는 일본인 중학생. Ruiko Saten 이라는 이름으로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자기도 사고 싶다고 하길래 추가 주문할게!' 같은 문자가 띄어져 있었다.

"헤에…"

관광 가이드 소녀는 그 스마트폰을 신기하다는듯 뚫어져라 쳐다보며,

"당연히 얼마 안가 망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하네요. 점주씨"

"크하하하하핫!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사텐의 친구들이 청바지 10개를 사면 사텐의 청바지 하나는 서비스! 이렇게 하면 무지하게 장사가 잘될거야!"

평소같았으면 '뭐라!? 청바지의 멋도 모르는 망할 꼬맹이가!'라면서 화를 낼 정도의 사람이지만,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지 자연스럽게 무시하면서 말했다. 관광 가이드 소녀는 찌릿. 하고 점주를 노려보면서 말한다.

"저기, 그거 다단계 아닌가요…?"

여러 음식을 테이블에 세팅한 근육질의 가게 주인은 그런 바보같은 대화를 들으며 핫핫핫! 하고 호쾌하게 웃더니, '잘들 놀게나!' 하며 부엌으로 사라졌다.

"…"

아주 잠시동안의 정적. 

가게의 주인이 떠난 테이블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술에 취한 손님이 가득 차 떠나갈것같이 시끄러운 술집이지만 다른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딱히 그 취객들이 전부 조용해진것은 아니다. 안의 소리와 바깥의 소리를 차단하는 술식을, 칸자키가 펼쳤기 때문이다.

"그럼"

진지한 음색으로 칸자키가 말한다.

"이번 임무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죠"



진짜 소설을 쓸때 가장 중요한건 소재같아요. 나머지는 근성으로 어떻게든 되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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