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Faker


Original |

일곱번째 이변 5화


**

분명 한번 잘랐을 터인 요루문간드의 꼬리가 낙하한다.

그 부분의 막대한 질량만으로도 거대한 지진을 일으킬 정도의 공격에도 칸자키는 두려워 하지 않는다.

스테판이 굳이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의 사람을 불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그리스로 보내 시간을 벌려고 했다는 점.

그 이유라고 한다면, 하나밖에 없다.

(술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테죠)

요르문간드는 미드가르드라고 불리우는 인간들의 세계를 몸으로 휘감아, 자신의 입으로 꼬리를 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괴물뱀이다. 지금 스테판이 부리는 것은 꼬리의 끝쪽 부분만이지만, 만일 그가 요르문간드의 신체를 반이라도 소환 할 수 있다면, 혼자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과학, 마술을 가르지 않는 압도적인 질량의 원시적인 폭력. 성인인 칸자키라도 직격한다면 즉사하는것은 물론이고, 요르문간드의 신살(神殺) 상징이 조그마한 피해도 용납하지 않는다.

번쩍- 하고 칸자키의 유섬이 하늘을 ​가​른​다​. ​

본디, 칸자키가 '일격필살을 지향하는 성인'으로 불리는 것은, 딱히 그녀의 특기가 일격필살인 것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성인의 한계를 넘는 힘으로 가하는 발도술은 그녀의 몸에 크게 무리를 준다. 그렇기에 전투를 오래 하면 오래 할수록, 칸자키에게는 불리한 것이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할것 같군요!)

다시 한번 잘려나가는 요르문간드의 꼬리. 칸자키는 그 거대한 파편이 땅에 닿기도 전, 총알같은 속도로 앞으로 뛰쳐나간다.

당연하게도, 인간은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 피할 수는 없다. 그것이 총알같은 속도로 달려오는 인간이라도 말이다.

솨악! 하고 칸자키의 칠천칠도가 스테판의 가슴을 가로로 베었다. 원한다면 두동강도 낼 수 있었지만, 그녀는 최후로 스테판이 과다출혈로 기절할 정도로만 힘을 조절한 것이다.

혈액의 흐름보다 빠르게 베어서 그런지, 상처가 생긴후 아주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분수처럼 피가 쏟아져 ​나​왔​다​. ​

​하​지​만​, ​

"!?"

베었다는 사실이 있은 후. 칸자키가 다시 스테판을 바라봤을 땐 이미 상처따윈 없었다. 설원을 빨갛게 물든 피보라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가슴팍의 옷조차 찢어지지 않았다.

마치, 베었다는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듯이.

스테판은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채로 다시 손가락을 휘둘렀다. 그러자, 다시 칸자키의 머리위에 커다란 요르문간드의 꼬리가 생겨난다.

게다가 이미 두번이나 확실히 베었을 터인 요르문간드의 꼬리도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

마술사들의 전투는 마치 수학공식과 비슷하다.

상대방의 술식을 이해하고 그 술식에 가장 유효한 다른 술식으로 카운터를 먹인다. 그렇기에 마술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사용할 수 있는 술식이 많을 수록 마술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 말은 곧, 상대방의 술식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응하는 술식을 사용할 수도 없다는 것도 되는 것이다.

"큿ㅡ!"

칸자키는 정체불명의 술식에 놀랄 겨를도 없이, 바로 청바지샵 점주와 관광 가이드 소녀가 있는 곳으로 총알같은 스피드로 뛰어가, 다시 공중에 있는 요르문간드의 꼬리를 유섬으로 잘라냈다.

쿠웅!! 하고 요르문간드의 꼬리가 잘린 안전지대에서 새파란 얼굴로 관광 가이드 소녀를 보호하고 있던 점주는 안심한 얼굴로 칸자키를 쳐다봤지만,

"어,어이! 너 괜찮냐!?"

칠천칠도를 들고 있는 칸자키의 양팔이 경련을 일으키고,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리고 있었다.

한발만으로도 신체에 크게 무리를 주는 유섬을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세발. 이미 칸자키의 육체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일단, 시간이 필요해요"

"그럼 너랑 우리로 두갈래로 찢어서 도망치자고!"

"그래서는 만일의 경우 제가 보호할 수 없잖아요. 일단 뛰기나 해요!"

스테판 샤반은 룬 마술 하나만은 일류라고는 하지만 신체능력이 뛰어난것도 아니고, 다른 모든 것은 평범한 마술사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던 스테판이 칸자키 일행을 추적할 일은 없을 것이다.

산 아래로 뛰어가면서도, 칸자키와 점주는 방금 있었던 이상한 상황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방금 스테판의 상처, 봤나요?"

"아아…"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점주는 곤란하다는 듯이 말한다.

"베인 데미지를 무효화 했다던가,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된다던가 그런게 아니야. 그저 한순간, 그냥 원래대로 돌아간거로 밖에 보이지 않았어"

"공중에 소환된 요르문간드의 꼬리도 마찬가지였어요. 분명 베였을 터인데,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죠"

"일격에 두동강을 낸다고 해도 의미가 없을 거다. 저 정체불명의 술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파악을 해야돼"

"설마 하지만…"

칸자키는 말하는 것을 주저했다. 그것을 입에 담는것 만으로도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의 가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정보는 하나도 없다고 판단한 칸자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불로불사에 관련된 마술일까요"

"멍청아, 그럴리가 있냐. 수천년동안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불로불사를, 저딴 멍청이가 성공해냈다고?"

"으…"

종합적으로 자신보다 떨어지는 점주에게 멍청이 라는 소리를 들은 것이 기분이 나쁘지만, 그가 말한 것이 옳다. 그것은 칸자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점주는 진지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

"게다가 북유럽 신화는 모든 신화들 중에서 '가장 인간적' 이라고 평가받는 신화야. 모든 신들, 심지어는 주신인 오딘조차 생명의 여신인 이둔의 황금사과를 계속 먹기에 불로불사를 유지할수 있었어. 게다가 마지막에는 모든 신들이 죽는 라그나뢰크(신들의 몰락)이 일어나지. 당연하겠지만, 북유럽 신화에서 불로불사의 술식을 뽑아내는건 절대로 불가능해"

"그럼 저 술식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제로인가요…"

"농담같지도 않지만 말이야, 만에 하나라도 스테판이 술식을 완성시켜서 요르문간드의 신체를 전부 소환할 수 있으면 곧바로 세계멸망이라고"

"저, 저기요…"

점주의 등에 업혀 있는 관광 가이드 소녀는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는 점주와 칸자키의 대화에 끼어들더니,

"그럼 우로보로스 아닌가요?"

"엉?"

"아, 아닌가?"

헤헤. 하고 살짝 혀를 내밀며 자신이 없는듯 반응하는 관광 가이드 소녀.

사실, 관광 가이드는 그저 관광 가이드일 뿐이다. 마술의 프로인 청바지샵 점주나, 성인이면서 그 점주보다도 훨씬 마술에 대해 뛰어난 칸자키에게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관광 가이드는 마치 장난으로 말했다는 듯한 음색으로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뇨, 요르문간드는 인간 세계인 미드가르드를 자신의 몸으로 둥글게 휘감고도 입으로 꼬리를 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뱀이라고 하잖아요? 그럼 그게 연금술에서 말하는 우로보로스랑 같지 않을까나~ 싶어서 말이에요. 헤헤. 잊어주세요~"

"그거다!!"

순간 알몸으로 유레카! 라고 외치면서 뛰어갈듯이 기쁜 얼굴로 소리친 점주는 칸자키를 향해 말했다.

"관광 가이드 말이 맞아! 요르문간드를 우로보로스로 대입해 영원을 얻은거야! 시작과 끝! 삶과 죽음! 그것을 순환하는 형태로 죽어있으면서도 살아있고, 살아있으면서도 죽어 있는 상태가 된거야!"

"그렇다면, 파훼법은"

"그건 간단하지! 어딘가에 순환의 형태를 고정하고 있는 원이 있을거야! 그 우로보로스의 장식만 부서트리면 될…"

기쁜 표정으로 말하던 점주의 말 끝이 흐려지더니, 결국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점주의 표정을 본 칸자키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살짝 고개를 올려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란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래요. 이 경우엔, 저 요르문간드를 죽여야지 술식이 풀린다는 소리군요"

상식적으로 우로보로스 문양을 응용한다고 해도 불로불사를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스테판은 로키의 유해로 요르문간드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요르문간드 자체가 우로보로스의 문양이 되어 말도 안되는 양의 마력을, 자신이 공급하고 있다.

하나의 거대한 힘이. 다른 거대한 힘을 만들어낸다. 그 거대한 힘을 없애기 위해서는, 다른 거대한 힘을 없애야 한다.

약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강력해 건드릴 수 없는 약점.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일까?

(주신은 커녕, 신이 아니라고 해도 요르문간드는 오딘의 의형제인 로키의 자식이에요. 아무리 그가 로키의 유해를 이용했다고 해도, 아무런 리스크 없이 요르문간드를 소환할 수 있을리가 없어요. 한번 소환할때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야 할텐데, 어째서…)

어째서 스테판은 아무런 리스크 없이 마술을 행사할 수 있을까? 그 부분만 확실히 알아낼 수 있다면, 스테판의 우로부로스 술식을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칸자키의 머릿속에, 번쩍- 하고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잠깐만요. 스테판은 분명 룬 마술이라면 일류라고 했었죠?"

"어, 응. 그런데?"

점주의 대답을 확인한 칸자키는 주머니 속에서 조그마한 종이다발을 꺼냈다. A4 용지 같은 것이 아닌, 일일히 전통방식으로 뽑은듯한 울퉁불퉁한 종이다발을 부욱, 하고 반으로 찢더니 그것을 공중에 던졌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하나를 잡아, 그것을 동그랗게 구겨서 자신의 귀에 집어넣었다.

"통신술식이야?"

"네. 제가 아는한, 룬 마술에 대해서는 초 일류인 남자에요"

그리고 잠시 뒤, 

「뭐야 칸자키. 남들은 바뻐 죽겠는데 스웨덴에서 혼자 요양하고 있으니 좋냐?」

칸자키의 귓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찰칵.찰칵. 하고 라이터를 키는 듯한 쇳소리와, 있는 힘껏 대놓고 짜증을 내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다이렉트로 들리는 것이 기분이 나쁘지만, 칸자키는 냉정한 목소리로 사실만을 말했다.

"도움이 필요해요. 스테일"

「…무슨 일이야?」

칸자키는 되도록 간략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최고등급의 성유물인 로키의 유해를 다니엘 샤반이라는 남자가 훔쳤다는 점. 그 다니엘의 형인 스테판 샤반이 동생을 죽이고 성유물을 훔쳤다는 점. 요르문간드를 소환하고, 우로보로스 술식으로 예상되는 마술을 사용해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스테판이 룬 마술의 달인이라는 점.

「과연. 룬 마술인가」

탁탁. 하고 담뱃재를 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스테일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용자의 실력이 아무리 허접 쓰레기라고 해도, 룬 마술은 최소한의 힘을 보장하지. 룬 문자의 최대 장점은 '문자 자체가 마력을 띄는' 것이니까. 가장 중요한것은 사용자의 응용성. 즉, 센스야. 25개의 룬 문자로 어떻게 술식을 응용하느냐가 관건이지. 물론 단점도 존재해. '문자 자체가 마력을 띄는' 것이 장점이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문자가 존재해야 해. 그 문자가 파괴되면 마술은 끝이다. 내 이노켄티우스(마녀 사냥의 왕)도 마찬가지고」

이야기에 집중시키듯. 스테일은 잠시 말을 멈추고,

「룬 문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가지. 룬이 세겨지는 장소, 배치 순서와 종류, 그리고 촉매야. 아무리 그 녀석이라도, 로키의 유해를 가루로 빻아 그것으로 룬 문자를 쓴다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것보다, 우로보로스 술식을 구성하고 있는건 저 요르문간드에요. 저런걸 죽일 수 있을리가"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말하는건 우로보로스 쪽이 아니라고」

스테일은 조금 짜증을 내는듯한 목소리로, 칸자키의 말을 끊으며 말한다.

「상식적으로 인간따위가 신의 자식인 요르문간드를 소환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요르문간드를 소환하는 현상' 자체가 룬 마술로 발동하는 거라고. 아마 잘 찾아보면 룬 문자가 있을거야」

"그 룬 문자를 찾아 파괴하면 된다는 건가요?"

「서두르는게 좋을거야. 그 로키의 유해를 촉매로 만든 룬 문자다. 술식이 완성되면 마도서의 원전처럼 절대로 파괴할 수 없어」

칸자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점주를 향해서 말했다.

"요르문간드를 구성하고 있는 룬 문자를 찾아서 파괴하면 된다고 합니다. 나눠서 이 근처를 찾아보죠"

하지만 그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것은 청바지샵 점주가 아닌, 통신술식으로 이어져 있는 스테일이었다.

「잠깐. 어이. 지금 근처라고 했어? 너 지금 어디 있는데?」

"스테판의 저택이 있는 산입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무슨 문제라도?가 아니지 멍청아!!」

스테일은 순간 칸자키가 눈을 질끈 감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다.

「룬 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라고! 그만한 룬 마술을 새긴 장소가 녀석의 '영역'이 아닐 리가 없잖아!!」

쿠웅!! 하는 굉음과 함께, 칸자키 일행이 있는 장소가 어두워졌다.

또 다시 요르문간드의 꼬리가 온것이라 판단한 칸자키는 곧바로 자세를 잡고 유섬을 준비했지만, 공중에서 내려온 것은 막대한 양의 ​액​체​였​다​. ​

아무리 칸자키의 유섬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액체를 베어낼 순 없다. 그렇다고 회피할 수도 없다. 칸자키만이라면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회피할 수 있겠지만, 점주와 관광 가이드 소녀는 그 여파를 버티지 못할 것이다.

공중에서 내려오는 막대한 양의 초록색 액체를 보고 칸자키 일행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힘이 강하다는 토르조차 죽음에 이르게 한, 요르문간드의 독액이 칸자키 일행에게 직격했다.

**

"끝났군"

멀리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스테판이 감정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르문간드의 독액은 확실히 직격했다. 성인이니, 요르문간드의 신살 상징이니, 그런것은 사소한 것이다. 그 토르를 죽인 독액을, 살아있는 인간 따위가 견디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하루… 하루만 있으면 요르문간드는 완성된다"

하루만 지나면, 스테판은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얻​는​다​. ​

그 사실에 대해 스테판은 씨익ㅡ 하고 웃었다. 세계를 멸망시키는 힘을 갖는 다는 것은, 자신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라그나뢰크를 일으킨 로키와 같은 위치라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었다. 적어도 스테판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세계를 멸망시킬 작정은 아니다. 요르문간드는 단지, 그가 진정으로 얻으려고 하는 힘의 전 단계나 마찬가지였다.

"요르문간드와 남은 로키의 유해를 촉매로 사용하면 충분하겠지"

요르문간드는 오딘 이전의 최고신이었던 토르를 중독시켜 죽인 괴물뱀이다. 로키의 신살 상징을 구현해낸 스테판이, 요르문간드의 다음 단계로 원하는 것이라면 뻔하다면 뻔했다.

라그나뢰크때 신들을 죽이기 위해 로키에 낳은 다른 자식. 일반 신도 아닌, 주신 오딘을 한입에 먹어치워서 '신을 죽이는' 개념이라면 최고등급으로 평가되는 괴물. 

바나르 간드(파괴의 ​지​팡​이​)​. ​

다른 말로는, 펜리르 라고 불리우는 ​늑​대​다​. ​

주신을 먹어치운 늑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즉, 가장 높은 신을 죽이는 것이다.

"더러운 십자교의 신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는 날이 올줄이야"

입이 귀에 걸릴듯이 미소를 짓고 있는 스테판의 귀에 쾅!!! 하는 굉음이 들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스테판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산의 정상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설마……)

눈 앞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스테판은 서둘러 그 무언가가 날아간 곳으로 뛰어갔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올라가는 산이다. 조금도 지치지 않은채,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스테판은 산의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건가"

산의 정상. 평평한 넓은 광장같은 곳에서, 한발로 무릎을 꿇은채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것은 아까의 성인이었다. 급하게 닦아낸듯 하지만 온몸엔 아직도 초록색의 독액이 ​남​아​있​었​다​. ​

금방이라도 숨이 끊길것 같은 칸자키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허억… 요르문간드의 독액에 맞은 토르는…  ​괴​물​뱀​의​ 머리를 부수고 아홉걸음을 못가 죽었다고 하죠. 하아, 하아… 그렇다면 아홉걸음만 움직이지 않으면 죽을 일은 없습니다…"

"호오. 그 몸으로 여덟 걸음만에 정상으로 달려온건가"

스테판은 마치 칸자키를 조롱하는 듯이,

"그래서 어쩔꺼지? 내가 죽지 않는한 요르문간드의 독이 없어질일은 없어. 평생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그곳에 있을건가? 아니면, 나를 죽일건가? 내가 죽지 못하는 것쯤은 이제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그것도 아니면, 그 잘난 하나님의 아들에게 빌기라도 할건가?"

"……"

툭 건드리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칸자키는 대답하지 않고 스테판을 ​노​려​봤​다​. ​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걱정마라! 그 잘난 하나님의 아들도, 나의 펜리르가 한입에 삼켜버릴테니까!"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뜨리는 스테판은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듯 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지만 칸자키는 단호한 표정으로, 그 스테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자수, 하세요"

"흥. 아무래도 미쳤나 보군. 뭐, 무리도 아니겠지"

이 성인은 이제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내버려두면, 언젠가 알아서 죽게 된다.

스테판은 딱히 자기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것처럼 휙, 하고 몸을 돌렸다.

"룬 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룬이 세겨지는 장소… 배치 순서와 종류…, 그리고, 촉매, 였죠…"

하지만 칸자키는 스테판을 잡듯이, 나지막히 말했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촉매는… 로키의 유해로 했을테고…"

그 말에 뚝. 하고 스테판의 움직임이 멈췄다.

천천히 몸을 다시 돌린 스테판은, 약간 얼굴을 찡그린채 칸자키를 쳐다봤다.

"제가 아는한… 룬 마술의 초 일류인 남자가, 말했어요… 아마 이 경우에 자신이라면 세개의 룬을 사용하겠다구요… 필요악을 상징하는 '에이와즈', 난폭함과 순수한 육체의 힘을 상징하는 '우르즈', 고향과 죽음을 상징하는 '오틸라'…… 아마 당신은, 재생을 상징하는 '야라'. 거기에 생명력을 상징하는 '소우웰르'와 순환을 상징하는 '다가즈'… 그 세개의 룬을 더해, 우로부로스의 '영원'을, 구현했겠죠……"

"………"

스테판은 말이 없다. 다만, 그런 말을 하는 칸자키를 노려볼뿐이다.

그런 스테판의 행동이 오히려 칸자키에게 힘을 준듯, 칸자키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 룬문자의… 순서를 바꾸거나, 혹은 하나를 부순다면… 그 의미가 크게 뒤틀리게 되죠. 영원을 상징하는 우로보로스를 이루는 룬 문자에서… 다른 것들은 내버려 둔채로… 생명을 상징하는 '소우웰르'를 지운다면… 당신은 영원히, 그저 영원히, 삶이 아닌 재생과 죽음의 순환을 겪겠죠…"

"흥"

스테판은 콧방귀를 끼며,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이 산을 뒤져서 그 룬 문자를 찾을텐가?"

"아뇨… 방금 당신의 행동으로, 확신할 수 있었어요…"

"……?"

칸자키는 비틀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요르문간드는… 단순한 괴물뱀이, 아니에요… 자기 몸으로 미드가르드를 통째로 휘감고 있는, 바다뱀이죠… 당연히, 룬 문자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에는 물이, 필요해요…"

(…설마)

칸자키는 양눈을 부릅뜨고, 스테판을 노려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예를, 들면… 꽝꽝 얼어있는 강의 밑바닥, 이라던가…"

​"​이​년​이​!​!​!​!​!​!​!​!​!​!​!​!​!​!​!​!​!​!​!​!​!​!​!​!​!​!​!​!​!​!​!​!​!​!​!​!​!​!​!​!​!​!​!​!​!​!​!​!​!​!​!​!​!​!​!​!​!​!​!​!​!​!​!​!​!​!​!​!​!​!​!​!​!​!​"​

스테판이 행동을 취하기도 전, 칸자키의 최후의 검이 휘둘러졌다.

산의 정상. 얼핏 보기엔 넓은 광장같지만 꽝꽝 얼은 강의 표면이 갈라지더니, 그 안 깊숙히 가려져 있는 오망성의 가장 한 가운데에 있는 룬을 용서없이 잘라버렸다.

"카,학, 커헉, 말도, 말도 안돼. 이게 무, 무슨,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로운듯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던 스테판은 그대로 목숨을 잃고 털썩. 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생명이 없는 재생의 영원한 순환. 

이제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영원히 재생되어 남아있을 육체를 가진 고기덩어리는, 빛을 잃은 눈으로 원망스럽게 칸자키를 노려봤다.

**

"와우. 진짜로 죽는줄 알았네…"

청바지샵 점주는 온몸에 묻어있는 찐득찐득한 녹색의 액체를 바닥에 있는 눈으로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쪽은 한발자국도 안움직여서 그리 아프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넌 진짜 괴롭지 않았냐?"

"……어쩔 수 없죠. 그게 최선이었으니까요"

"그것보다 일단락이네요~ 가루형태가 된 로키의 유해는 스테판의 주머니속에서 나왔고,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어요!"

"………"

"응? 칸자키, 넌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

어느때보다도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칸자키는, 그 몸을 사시너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어이… 칸자키…?"

"이상해요………"

칸자키는 의지가 꺾여가는 듯한, 안쓰러운 눈으로 점주를 바라보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제 3차 세계대전의 우방의 피암마. 성인 연쇄 살인건의 성인 살해자. 지금은 스테판까지!! 성공만 한다면 혼자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괴물들이, 이 짧은 시기에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어요!! 게다가 성인 살해자와 스테판은, 모든 성인. 나아가서는 십자교의 신인 하나님의 아들을 원망하고 있어요!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정상일리가 없잖아요!!"

"어이! 정신좀 차려봐!"

"이상해요. 이상해요… 이 정도면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칸자키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학원도시에 있을 뾰족뾰족한 머리를 가진 소년의 얼굴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대체 이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

학원도시.

또 다시 어디선가 훔친 맨션에서 주거하고 있는 페이커는 컴퓨터의 앞에서 서 있었다.

모니터의 위로는 페이커가 겪은 여러가지 일들이 정보화 되어 정리되어서 띄워져 있다. 주로 종교나 오컬트에 관련된 정보들은 얼핏 보면 단순히 인터넷에서 끌어모은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보일 것이다.

"흠"

페이커는 그렇게 소리를 내더니 휙, 하고 허리를 크게 돌렸다. 순간 페이커의 표정이 고통을 참는것처럼 일그러졌다.

"능력으로 붙였는데도 아직 완벽하지 않나… 아직도 조금 아프네"

부러진 갈비뼈를 체크한 페이커는 다시 허리를 숙여,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정보들을 체크한다.

갑자기 생긴 페이커의 미래예측 능력에 대한 여러가지 가설들. 하지만 어느 하나 신빙성은 없다.

학원도시 제 1위인 ​액​셀​러​레​이​터​(​일​방​통​행​)​는​ 원한다면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라플라스의 악마'와 마찬가지며,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부정됐지만. 액셀러레이터는 그것이 가능하다.

분명히 존재하는, 과학의 모순.

러시아에서 만났던 피암마라는 녀석은 ​말​했​다​. ​

어째서인지, '바람'의 속성을 담당하고 있는 녀석은 '땅'을 관장하는 '우리엘'을 상징해 마술을 사용하고, 반대로 '땅'을 담당하고 있는 녀석은 '바람'을 관장하는 '라파엘'을 상징해 마술을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원래라면 불가능하지만, 이유를 모른채 실현되고 있다고 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마술의 모순.

그 전에 만난 올레루스라는 녀석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아무 전조도 없는 공격 능력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지만 반칙이나 마찬가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다. 하지만 원인이 없는채 결과가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가 않는다. 마치 물건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그럼에도 녀석의 능력은 그런 세계의 법칙을 벗어나 있었다.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의 모순.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적으로 그 의미를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있는' 사실이다. 이 지구상에 몇명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지? 60억이 넘는 인간이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사실을 알지 못해. 인식하지 못해. 하지만, 돌아가는 형태로 그것에 대해 어느정도 설명을 해줄 수는 있겠지'

아무 이유도 없이, 페이커는 피암마라는 녀석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너무나도 진지하게 말해 딱히 테클을 걸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대답이라 힘이 빠질 ​정​도​다​. ​

그러자 페이커의 머리에서 한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

하지만 이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것이다. 그런 '무대'가,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이다.

생각만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그 가설을,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멍청해 보이는 그 가설을, 페이커는 장난스럽게 입에 담았다.

"뭐, 세계가 통째로 뒤틀려 있는거 아니야?"

그 순간이었다.

"호오. 세번째인가"

아무도 없을 터인 페이커의 뒤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

"스스로 그 답에 도달한건 이것으로 세번째군. 대단해. 정말로 대단해"

아주 갸날픈 목소리를 가진 남자일수도, 아니면 아주 아름다운 여자일수도 있는 목소리에 페이커는 아주 천천히, 마치 귀신을 보듯 고개를 돌렸다.

몸에서 빛이 나는듯한 장신.

무척이나 폭이 넓어서 넉넉해 보이는 하얀색 원피스 같은 천.

공중에 떠서 휘청거리는, 허리정도 까지 오는 황금과 같은 금발.

인간의 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있으면서도, 다른 이질적인 무언가가 섞인듯한 밋밋한 얼굴.

외견만 본다면 여자같지만. 그 말투나 몸짓은 남자같다.

하지만 페이커가 아무말 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외모때문이 아니다.

그 등에, 핵폭탄보다도 인체에 해로울것 같은 빛을 내뿜는 황금의 날개가, 다른 모든 의문은 쓸모없다는 듯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뭐, 뭐, 뭐야, 넌…?"

페이커는 3분이 넘게 걸려 그 한마디를 겨우 뱉을 수 있었다.

그 황금의 날개를 가진 존재는 이렇게 말했다.

"내 이름은 에이와스. 너희들이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자다"



선추코를 하시면 작가가 매우 좋아라 합니다

재밌으시면 다른분들게 홍보좀 해주세요~

요즘 너무 추워 죽겠어요. 날씨좀 풀리면 좋겠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