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와스. 천사 그 이상의 존재.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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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일찍이, 페이커가 수집한 정보에서는 이름뿐만이었던 존재.
액셀러레이터가 인덱스라는 이름의 수녀에게 여러가지를 물었을때. 아무렇지도 않게 집중하고 있던 페이커는 그 대화에서 여러가지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천사.
텔레즈마 (천사의 힘).
날개의 힘.
그런 것들을 이야기 하던 액셀러레이터는 이 이야기의 결론이라는 듯, 분명히 '에이와스' 라는 이름을 꺼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정보의 해석이 뛰어난 페이커는 그것 만으로도 이야기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언가의 비유나, 과학적인 프로젝트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페이커지만 '마술'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페이커는, 그것이 비유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액셀러레이터의 검은 날개.
자신의 검은 날개.
다크 매터(암흑 물질).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존재의 황금의 날개.
마술은 거의 항상,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학원도시는 마술이 아닌 과학을 이용하는 장소지만, 이 학원도시의 총괄 이사장 아레이스타는 '마술사'다.
그렇다면.
최고 랭크의 기밀은 커녕, 존재 자체도 알고 있으면 안될 이 '에이와스'라는 자는ㅡ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고 말좀 해줬으면 좋겠군. 원래라면 이 타이밍에 내가 나와서는 안되는건데 말이야"
감미로운 미성이 울려퍼진다.
'어떻게 아무도 없을 이 방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나타났는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이제 와서는 아무런 전조도 없는 능력은 놀랍지도 않다. 아직도 확실히 위협적이긴 하지만…
페이커는 꿀꺽. 침을 삼키더니,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입에 담았다.
"무슨 이유로… 내 앞에 나타난거지…?"
"흥미가 생겨서다"
에이와스는 아직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채, 그 황금의 머리칼을 휘청거리며 말한다.
"처음부터 재밌는 이레귤러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세계의 뒤틀림'을 인지할 수 있는 정도까지 왔다니, 아무라도 나라도 놀랄 수 밖에 없군"
"…세번째? 그것보다 세계의 뒤틀림이라니?"
"이런, 답변은 하나씩 하도록 하지. 아니면 인간은 여러가지를 동시에 이야기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생물이었나?"
그렇게 말한 에이와스의 황금의 날개가 약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 입에서 큭큭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페이커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워서, 마치 마네킹이 억지로 인간을 흉내내는 모습이나, 꿈속에서 본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첫번째 답변으로는, 이 경우엔 당연히 '세계의 뒤틀림'을 인지한 순서겠지. 참고로 순서는 아레이스타 크로울리, 우방의 피암마가 먼저다"
"인지, 했다고…?"
"뭘 모르는 척을 하는 거지? 내 판단에 의하면 너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리는 없을텐데. 나에게서 확답을 유도하는 건가?"
"……………"
"큭큭큭. 재미있군. 정말로 재미있어. 그래. 원한다면 확답해주도록 하지. 너가 러시아에 갔을때, 우방의 피암마가 말하지 않았나? 이 세계엔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순간 펄쩍! 하고 페이커의 몸이 뛰어올랐다.
민첩하게 에이와스와 거리를 벌린 페이커의 표정은 무척이나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당혹감을 숨길 의도도, 숨길 상황도 아니라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째서 그걸 알고 있는 거지!? 러,러시아는 물론이고, 학원도시에서도 언더라인(체공회선)의 정보는 전부 조작해서 튕겨보냈다고!!? 그런데 어떻게!!?"
"내가 모르는 것은 없어. 난 모든 것을 알고 있지"
그러자 에이와스는 마치 자신의 품에 안기라는 듯, 그 양 팔을 양쪽으로 뻗으며 대답했다.
"뭐, 그러면 따분하니까 wqe크zbph두baewr은bbfgq 이런, 미안하군. 대부분의 기능은 off 한 상태지만"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이었다.
이 녀석은 세계의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는 슈퍼 컴퓨터 '에셜론'에 링크라도 되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페이커는 자신의 행동이 추적당했다는 사실에 긴장한 얼굴로 경계를 하고 있었다.
"아레이스타에게 말하진 않았으니 안심해. 그러면 재미가 없거든"
그렇게 말한 에이와스는 이미 페이커의 정면에 있었다.
페이커 자신도 장담하건데, 자신은 조금도 정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눈을 깜빡거리는 찰나의 순간도 없는 시간에, 에이와스는 자신의 앞까지 이동한 것이다.
아니, 그것을 이동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아레이스타의 편이 아닌건가…?"
"난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레이스타와 관련되어 있지…?"
"단순한 유흥이다. 그나마 그 남자가 가장 나를 즐겁게 해주니까 말이야. 일단 그릇 자체도 녀석이 제공한 것이기도 하고"
솔직히,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이 여자(?)는 그저 페이커의 반응을 보며 페이커가 군침을 흘릴법한 정보를 애매하게 던져주고는, 페이커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어느것이나 확실하게.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페이커는 발을 동동 굴를 정도로 답답했지만, 뭐라고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난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항상 정답만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지. 처음에는 나도 그랬지만 말이야. 결국 인간이라는 생물은 제시된 그 해답으로 밖에 보지 못하더군. 그래서야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버리는것 밖에 되지 않겠나?"
페이커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뱀이 온몸을 휘감는듯한 꺼림찍한 기분만을 느끼며 침묵을 유지했다.
솔직히 말하면, 페이커는 이 에이와스라는 존재가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다고 거의 확신한 것이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에이와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는 '신'이라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지? 아, 딱히 대답을 할 필요는 없다. 수억번은 들은 이야기니까 너의 대답은 필시 그 중 하나겠지. 그래. 너희 인간들은 '신'이라는 존재가 이 행성을, 나아가서는 이 세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뭐, 반쯤은 맞는 말이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맞는 말은 아니야"
에이와스는 살짝, 그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 몸에서 나오는 빛이 한층 더 커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은 세계에 일어나는 여러가지의 뒤틀림을 정화한다. 그리고 인간들이 그 뒤틀림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조정한다. 말하자면 인간의 무의식에 작용하는 일종의 '강제력'이 그것을 방해하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나?"
"…………"
이번에도 페이커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이와스는 그런 페이커가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인간의 희노애락 어떠한 감정도 해당되지 않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페이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긴, 자신이라는 '주체'가 없는, 남을 흉내내는 일 밖에 하지 못하는 광대 따위가 깨달은 정도니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말할 필요도 없겠군"
에이와스의 목소리 이외엔 완전히 무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장소에, 빠각! 하는 매마른 소리가 울려퍼졌다.
"호오"
에이와스는 이번엔, 정말로 놀라운 듯이 눈을 크게 띄우며,
"이것이 너의 역린(逆鱗)이었을 텐데, 인내(忍耐)한건가?"
"………………………………………"
주륵, 하고 페이커의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너무나도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손바닥을 완전히 파고들어 뚝.뚝. 하고 바닥에 아주 조그마한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입에 담는다면, 그 어느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신념이 무너졌다.
페이커는 분노를 참았다.
아니,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황금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이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의 깊이를,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미지의 존재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해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어렸을 때에 괴물이나 귀신에 대해 공포를 느끼게 되고, 나중에는 우주나 심해같은 알수없는 곳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에이와스는 무척이나 질이 나쁘다.
차라리 그 마신이라는 남자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전조가 없는 힘이라던가, 아레이스타처럼 정체도, 끝도 알 수 없는 기묘한 존재라던가, 그런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눈 앞에 있는 이 황금의 날개를 가진 에이와스에게 느껴지는 것은 그저,
너무나도 확실한.
압도적인 힘의 차이.
차라리, 쌀알 하나로 코끼리를 눌러 죽이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차라리, 출구가 존재하지 않는 미로를 통과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미래예측을 사용해 '에이와스'라는 존재의 아주 털끝만한 정보가 들어온 페이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혼절할것 같았다.
그의 예상으로 보자면, 이 에이와스라는 존재는 물리적으로 이 세계를 파괴시키는데 30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30초?
지나치게 커다란 스케일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인간이 지구보다 훨씬 커다랗고 강력한 태양을 보고도 별다른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렇기에 페이커가 지레 겁을 먹고 몸을 떨고 있지는 않지만, 뛰어난 페이커의 두뇌가 무의식적으로 그 힘의 차이를 강조하며 강제로 페이커의 행동을 제한시키고 있었다.
"큭큭"
그런 페이커를 보며, 에이와스는 소리내어 웃으며 박수까지 치면서 말했다.
"그 액셀러레이터(일방통행)는 조금도 참지 못하고 덤볐는데 말이야. 솔직히 나도 이건 예상 외군. 이래서 인간을 미워할 수가 없어"
에이와스는 다시 살짝 눈을 감고,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진짜(Original)를 뛰어넘는 가짜(Fake)라… 무척이나 흥미가 생기는군. 나에게 이런 여흥을 줬으니, 나도 그만한 보답을 해줘야겠지"
그러고는 그 황금의 날개를 살짝 흔들고, 찬송가를 부르는듯한 무척이나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으로 부터 70년전 이야기를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