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Faker


Original |

에이와스. 천사 그 이상의 존재. 2화


**

한때 20세기에는 역사상 최대의 마술사가 존재했다.

에드워드 알렉산더. 다른 이름으로는, 아레이스타 크로울리라고 불리우는 남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마술사임과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마술을 모욕한 마술사라고도 불렸으며, 지금도 마술사 누구나 '최강, 최악'이라고 뽑는 마술사다.

에이와스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그 최강이자 최악인 남자의 이야기였다.

"학원도시의 총괄 이사장. 아레이스타 크로울리는 엄청난 천재였다"

그가 나타남과 동시에 마술 세계에는 커다란 파장이 일어났다.

유명한 마술사 가문에서 태어나 어렸을때 부터 체계적으로 마술을 배운것도 아니고, 엄청난 아티팩트를 얻어 순식간에 지식을 얻은 경우도 아닌 이 남자는, 그저 처음부터 마술에 능통했기 때문이다.

마술을 배운지 한달도 안되서 왠만한 프로 마술사와 고차원적인 토론을 하는것이 가능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반드시 그 상대를 ​뛰​어​넘​었​다​. ​

당연히 마술 세계에서도 이런 족보 없는 천재들이 나타나는 경우는 꽤 있었지만, 크로울리의 경우는 질이 매우 크게 달랐다.

100년에 한번 나올만한 천재, 500년에 한번 나올만한 천재, 이런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다. 크로울리의 경우는, 이 혹성이 태어난 이래, 멸망할 때까지 크로울리와 같은 급의 천재가 나오리라고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때 당시의 모든 마술을 이해한 후, 그와 같은 수 만큼의 술식을 만들어 냈지. 그 누구라도 크로울리가 최고의 마술사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했다. 마치 마술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남자였지"

말하자면, 마술의 역사를 혼자서 새로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21세기에 존재하는 모든 마술은 크로울리의 술식이나 방식에서 영감을 따오거나, 혹은 모방한 마술들이니까 말이다.

"다른 것들을 설명을 해봤자 이해도 못할거고, 말해도 소용이 없을 테니 가장 중요한 것만 말하지. 녀석이 연구했던 것 중 마술 세계에 가장 큰 파장을 가져온것은 '계'의 새로운 정의를 찾아낸 것이다. 너희 인간들은 흔히 마계니, 천계니 그런 말을 사용하지? 그 '계'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층 건물의 1층에 있는 사람과 3층에 있는 사람의 위치는 지도로 본다면 같지. 하지만 그 '층'이 다르므로 똑같은 위치에 있다고는 할 수가 없다. 크로울리는 지금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층만 다를뿐 겹쳐 있는 다른 계'의 증명을 성공해낸 것이다"

그가 이룩한 것들중, 학계에 보고되어 마술사들이 알고 있는 이론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유명한 것들을 뽑자면,

보통 천계나 마계. 라고 불리우는 '계'의 새로운 정의를 찾아내어 그때까지의 마술 양식을 통째로 바꾸었단 점이다.

또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의식마술인 magick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효과를 가지는지 이제 와서는 정확한 파악을 할수도 없고, 청교도의 아주 소수만이 그 파장을 이용해서 아직까지 만일의 경우 아레이스타 크로울리가 살아있다는 가정 하에 그의 파장을 검색하여 세계를 뒤지고 있다. 이미 죽었을 사람을 살아있다는 가정하에 계속해서 추적을 한다. 그 정도로, 최강, 최악의 존재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확한 해명을 못하고 죽었긴 하지만, 크로울리는 이 세계에 두 가지의 물리법칙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크로 사이즈와 마크로 사이즈. 어디까지가 미크로 사이즈고 어디부터가 마크로 사이즈인가, 이제 와서는 그 누구도 영영 답하지 못하겠지만.

"혼자서 근대 서양 마술의 역사를 새로 쓴 크로울리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유명인이 되었지. 하지만 그런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 크로울리는 마술과는 조금도 연관이 없는 여자와 결혼했다"

로즈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한 크로울리는 얼마간은 행복한 생활을 지냈다. 제자를 만들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연구만을 계속하고 세계를 여행하면서도 아내를 아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내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오컬트에 조금도 관심이 없던 아내는 어느날 갑자기 크로울리에게 이렇게 말했지. '호루스 신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해요' 혹시 모를까봐 덧붙이지만, 호루스란 이집트의 전쟁의 신이다"

처음엔 크로울리도 아내가 다른 마술사에게 조종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흔적은 전혀 없었고, 단지 아내 로즈는 꿈에서 호루스 신이 나타나 그런 말을 전하라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

마술은 커녕, 기본적으로 오컬트 자체도 믿지 않았던 아내의 그런 말에 크로울리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행동했지만, 그것들이 어떠한 결과를 낳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크로울리는 꿈에서 호루스에게 계시를 받게 됀다"

"계시, 라고?"

"그래. 신이 직접 꿈에 나타나서 인간이 알 수 없는 진리를 이야기 해준 것이지.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그건 내가 봐도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 남아 있기엔 무척이나 불안정한 요소였다. 너무나 뛰어난 인간이라, 더 높은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

에이와스는 페이커가 또 묻지 않는 것을 확인한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시는 이러하다. '2000년마다 인간을 다스리는 신들이 바뀌게 된다. 하나님의 아들 탄생 이전 2000년간은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가, 하나님의 아들 이후 2000년간은 죽음의 신 오시리스가, 그리고 이제는 전쟁의 신 호루스의 시대가 온다. 이시스가 다스리던 시대는 '모계사회'가 중심이며 대자연의 섭리가 인간사회를 지배했고, 오시리스의 시대에는 '시체(하나님의 아들)'를 숭배하는 부계 중심의 사회이다. 이제 다가올 호루스의 시대는 왕좌에 앉은 어린아이의 시대이니, 세계 곳곳에 등장하는 독재자가 바로 그것이다'. 너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겠나?"

"…2000년마다 신들이 선거라도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그래. 이것은 선거다. 2000년마다 한번씩, 신이 바뀐다는 소리지"

어느정도의 비아냥을 담아서 말한 페이커의 대답에도, 에이와스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로 ​대​답​했​다​. ​

"정확히는 그 '시대'를 정하는 키워드일 뿐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태어나기 전의 2000년은 이시스의 시대, 하나님의 아들이 태어난 후 2000년은 오시리스의 시대. 그리고 그 후의 2000년은 호루스의 시대지. 딱히 오시리스나 호루스가 신을 하고 있는건 아니다. 신이 될 자격이 있는 자들이, 멋대로 신이 되는 것 뿐이지"

"잠깐… 신이, 된다고?"

"그래. 뭐가 이상하지? 하나님의 아들도 평범한 인간의 자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능력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신이 될 자격을 가져 후에 신이 됐지"

"신이라는게 그렇게 간단한거 였다고…?"

"2000년 마다 한번씩 오는걸 간단하다. 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너희들은 오래 살지 못할텐데"

"………잠깐만"

페이커는 이 진실을 알 수 없는 어이가 없는 대화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파악했다.

얼굴에서 식은땀을 한방울 주륵, 흘리며, 페이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2000년씩으로 계산한다고 하면, 설마"

"그래. 지금은 그 하나님의 아들이 태어난지 2012년이 지난 날이지"

"뭐야, 그럼 그 신을 뽑는 선거라는게 시작된다는 건가? 인류종말이니 뭐니 그런말들이 있더만, 설마 하나님의 아들이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들을 싹 다 정리하기라도 한다고?"

"그럴리는 없다"

에이와스는 단언한다.

"그야, 지금 하나님의 아들은 죽었거든"

​"​…​…​…​…​…​…​…​뭐​?​"​

"임기 기간이 끝났다는 거다. 그 후엔 당연히, 소멸하겠지"

에와스는 매우 부드럽게, 하얀색 원피스 같은것으로 둘러져 있는 양 팔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어떤 남매는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 있다는' 축복같은 성질을 가졌음에도, 신의 축복을 거부해 스스로 카인의 후예가 되었지"

사상 최악의 성인남매. 라이엘과 카리엘의 이야기를.

"어떤 신부는 자신의 딸이 잔혹하게 죽은 것을 신의 탓으로 돌려, 신을 원망해 자신의 손으로 신을 죽이기 위해 이계의 악마를 소환하려고 했지. 뭐, 분명히 하나님의 아들이 존재했다면 그 이빨이 닿긴 했을테지만 말이야"

비운의 신부. 이현식의 이야기를.

"어떤 마술사는 종교적인 문제로 고민하던 것을, 어느 순간부터 직접 신을 죽이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했지. 그것도 결국은 실패했지만"

자신의 손으로 동생을 죽여, 성유물을 뺏은 스테판의 이야기를.

"어떤 ​가​짜​(​F​a​k​e​r​)​는​ '세계가 뒤틀려 있다' 라는, 원래라면 알아채서는 안될 사실을 인지했지"

자신. 페이커의 이야기를.

"세계에 내린 신의 축복이 사라지고, 최소한의 억제력 마저 사라졌다. 이것들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나? 답은 하나밖에 없지"

에이와스는 마치 페이커를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시키듯 그 날개를 파앙. 하고 살짝 흔들며,

"지금 이 세계에, 신은 없다"

원래라면 마치 사이비 종교의 주교가 하는 것 같은 이야기를 페이커가 믿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한 압도적인 힘을 가진 '무언가'가 하는 이야기라면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에이와스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기는 힘들었다. 과학이니, 마술이니, 하는 그런 스케일을 넘어, 신들의 이야기 까지 이야기가 커진 것이다.

사람의 인지를 한참을 뛰어넘는 그런것을, 페이커가 확실하게 이해한다면 그도 '자격'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겠지만. 그런 자격은, 아직은 없는듯 했다.

"그, 그럼!"

페이커는 필사적으로 뇌를 활성화 시키며, 어떻게든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레이스타의 목적은 대체, 대체 뭐지!?"

"음?"

그러자 에이와스는 부자연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그 녀석은 단 한번도 자기의 목적을 숨긴적이 없는데? 원한다면 학원도시의 책자나 인터넷 사이트 같은 곳만 들어가도 될거다"

"무슨, 말이지…?"

"'인간은 세상의 진리를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를 만들어내면 알수있을 것이다'"

그 말을, 학원도시에 살고 있는 학생들 중 모르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원도시의 설립목적.

초능력의 설립목적.

신이 아닌 몸으로 천상의 의지에 도달하려는 이.

즉, SYSTEM 이라는 이름의 단어를.

"아레이스타는, 설마…"

"그래. 호루스 시대의 '신'이 되려는 거지"

그 한마디로, 페이커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실감하지 못했던 지금 까지의 이야기가 직접적인 '위협'으로 느껴진 것이다.

아레이스타가 어떤 남자인지, 어떤 녀석인지는 페이커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것은,

그 남자가 신이 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것.

페이커는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다.

이 질문의 답변에 따라 페이커의 행동방침이 정해질 ​것​이​다​. ​

꿀꺽. 하고 침을 삼킨 페이커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질문을 입에 담았다.

"너는…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지…?"

"원하는 대로 불러도 상관없다. 나를 부르는 호칭은 무척이나 많으니깐 말이야. 하지만 너희들에겐 그것이 가장 이해하기 쉽겠군"

어째서인지, 에이와스의 그 몸이 더 빛나는듯 했다.

처음 에이와스를 보고 느꼈던 감정들. 압도적인 힘과 빛을 가진 자에게 느껴지는 두려움. 경외심… 그런것들을, 분명 페이커는 이야기의 형태로 들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지"

에이와스는 그 황금의 날개를 살짝 접고 나서, 파앙ㅡ 날개를 살짝 펼치며 이야기 했다.

"내 이름은 에이와스. 다른 세계에서 신이라고 불렸던 자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실존했던 마술사 알레이스터 크로울리의 이야기죠. 원작에서도 오시리스의 시대니, 호루스의 시대니 이야기를 하는데, 카마치는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 궁금하네요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