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Faker


원작 |

마지막 이변 1화




**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초능력자). 액셀러레이터의 주말은 꽤나 평범하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이후. 여러가지 신세를 지고 있는 집의 주인 요미카와의 명령으로 액셀러레이터와 라스트 오더. 미사카 워스트는 매주 토요일 집의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를 찾는다.

집의 주인이자 집의 어머니. 그 액셀러레이터 조차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요미카와에게 일정량의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주말동안 먹을 식재료를 사오고, 먹고 싶은 과자나 (주로 라스트 오더지만) 귀여워 보이는 악세사리나 (주로 미사카 워스트지만) 한 브랜드의 커피를 (주로 액셀러레이터지만) 사온다.

조금이라도 불량기가 생기는 중학생 정도만 되도 하지 않을 일을 이 흉악한 레벨 5(초능력자)가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예전의 그를 알던 사람들은 '하? 그 1위가 애들 손잡고 쇼핑?' 이라며, 그저 고약한 농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옷! 미사카는 미사카는 게코타 장난감이 들어있는 시리얼에 눈을 빛내보기도 하고!!"

"미사카는 딱히 관심 없지만 말이야. 2개 한세트로 사는 편이 훨씬 싸니까 그 편이 낫지 않아?"

노골적으로 게코타 장난감을 요구하는 라스트 오더와, 은근히 자신도 게코타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미사카 워스트. 그리고 한발자국 뒤에서 그녀들을 따라가는 액셀러레이터.

타인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 본인도,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것이 일상.

아무 고민 없고, 그저 기분 좋은 무력감까지 느껴지는 매주 오는 일상이다.

"……"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확실히,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의 온몸을 담그고 있던 깊고 깊은 어둠에서 그 양팔을 바깥으로 내밀고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한손은 라스트 오더가, 다른 한손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 빌어먹게 사람 좋은 레벨 0(무능력자)가 당겨주고 있다. 고 생각한다.

3개월.

겨우 3개월 만에, 액셀러레이터는 평생동안 갇혀 있어서 조금도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었던 어둠 속에서 기어나오고 있었다. 이것을 기적이 아니면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아니, 인정할수 없었지만. 정말로 자신이 원하던 생활.

하지만 어둠에 있던 사람이 빛을 향해 나간다는 것이 반드시 좋기만 한 상황은 아니었다.

타닥.

"!!"

등뒤에서 들려오는 빠른 발소리에 액셀러레이터가 전광석화 처럼 반응한다. 이미 목에 있는 초커의 전원을 키는 소리는 긴장감에 묻힌 상태다.

핵 방공호 조차 일격에 파괴하고 세상의 모든 벡터를 조종하는 악마같은 능력이 발동되고도, 그 이후에 파괴의 굉음이나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또야? 이쯤되면 미사카도 슬슬 걱정되는걸"

쿡쿡. 웃으며 조롱하는 듯한 음색으로 말하는 미사카 워스트.

액셀러레이터는 그런 미사카 워스트를 험악하게 노려봤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붉은 안광에 겁을 먹었겠지만, 모든 사고가 악의에 연결되어 있고 액셀러레이터의 성격을 잘 아는 미사카 워스트는 겁먹지 않는다.

미사카 워스트는 살짝 식은땀까지 흘리며 목에 있는 초커의 전극을 끄는 액셀러레이터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에게만 들릴만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어둠의 망령이 쫓아오는 환상이 보이는 걸까나?"

"………"

액셀러레이터는 노골적으로 얼굴에 인상을 쓰며 짜증을 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나​,​ 전투 스트레스 반응인 ​C​S​R​(​C​o​m​b​a​t​ Stress Reaction) 같은 것은 아니다.

이미 아주 어렸을 적부터 어둠속에 있었고, 학원도시 상층부의 여러 실험으로 피폐해 질때까지 피폐해진 그가 이런 정신적인 공황장애 따위를 겪을 일은 없는 것이다.

영화 '람보'의 주인공도 심각한 PTSD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액셀러레이터가 얼마나 깊은 어둠 속에 있었는지 대강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미사카 워스트의 말대로, 이미 오늘 하루동안만 해도 액셀러레이터가 이런 과민반응을 보인 것은 정확히 12번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이 액셀러레이터가 자신들을 미행하는 적이나 아주 미세한 살의를 감지하지 못했을 일은, 원래라면 없었겠지만…

"칫…"

액셀러레이터는 ​초​조​했​다​. ​

원래라면 손에 넣고 즐겨야 할 평화로운 일상이, 몇주도 되지 않아 그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

문제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스트 오더가 완치되었다고는 하나 아레이스타의 플랜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고, 적어도 액셀러레이터는 그것을 막을수도, 심지어는 플랜에서 라스트 오더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게다가 요즘 액셀러레이터는 꽤나 화려하게 날뛰었다. 직접적으로 학원도시에 해를 입히는 총괄 이사회들을 죽이고, 노골적으로 파괴의 힘을 흩뿌리며 자신에게 이득이 될만한 정보를 찾으러 혈안이었다.

(아레이스타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변에 일어나지 않는다.

학원도시 상층부의 별동대가 라스트 오더를 납치하려고 하는 일도 없었고, (이 경우엔 미사카 워스트가 물리칠테지만) 다시 무언가 액셀러레이터에게 유효한 공격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도 않는다.

가장 조용하고 안정된 시기에 가장 위험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액셀러레이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치 폭풍전야 같이 느껴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평화. 그리고 동시에, 총괄 이사장인 아레이스타가 무언가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레이스타의 플랜이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모든 일의 원흉인, 아레이스타를 죽일 수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지만 녀석은 기이할 정도로 강도가 높은 건물에 숨어있고, 그 안에 정말로 녀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도 없다.

(이쪽이 쳐들어가야 되는건가?)

액셀러레이터의 검은 날개.

원래 있던 두장의 검은 날개에 마력으로 보완을 하면 등장하는 네장의 검은 날개.

적어도, 액셀러레이터는 그 네장의 날개를 핀다면 누구에게 진다는 상상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무리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 레벨 0(무능력자)도, 그 힘 앞에서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판단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으갸아아악! 둘이 딱 달라 붙어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미사카는 미사카는 필사적으로 방해해보기도 하고!!"

지금은 3개월 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이 압박감은 계속해서 커져 언젠가 액셀러레이터를 짓누를 것이다.

"혼란스러운걸 까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지 못해 한숨을 쉬는 액셀러레이터에게, 라스트 오더의 머리를 꾸욱 꾸욱 누르며 장난을 치고 있는 미사카 워스트가 말했다.

또 시덥지 않은 소리가 나올거라 예상한 액셀러레이터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럴땐, 자신의 과거부터 되돌아 보는게 어떨까. 하고 미사카는 생각해"

"뭐?"

의외로 그 입에서 나온 소리는 꽤나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구. 미사카는 나름대로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주고 있는 건데? 성격이 배배 꼬인 1위는 그런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나?"

무심코 반응한게 실수였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지만, 미사카 워스트는 그런 액셀러레이터를 무시하다시피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에…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미사카의 생각이 아니라 '미사카들'의 생각이지만 말이야? 무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정확히 찾을 수 없을땐 자신의 과거. 그러니까 옛날에 일어난 일들에서 힌트를 찾는게 좋을걸? 생각보다,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복선 같은게 있을수도 있거든"

"핫. 태어난지 몇년도 되지 않은 녀석이 인생에 대해서 논하는 거냐?"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미사카도 끼워줘!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의아해 하면서 제자리에서 총총 뛰는 라스트 오더. 하지만 미사카 워스트는 그런 라스트 오더의 머리를 더욱 세게 꾸욱 꾸욱 누르며 그 점프를 방해하면서 말했다.

"아마 ​테​스​트​먼​트​(​학​습​장​치​)​로​ 주입되어 있는 지식인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주입되는 지식은 가장 정확한 왕도(王道)니까"

"………흥"

액셀러레이터는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그런 미사카 워스트의 이야기를 한귀로 흘렸다는 듯이 대강 대답했다.

"너랑 꼬맹이는 먼저 돌아가. 할 일이 생각났어"



이대로 강행돌파 한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