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Faker


원작 |

마지막 이변 4화




**

액셀러레이터가 발돋움을 하는 순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이 산산조각 난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나아가면서도 액셀러레이터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는​다​. ​

눈 앞에 있는 적. 

눈 앞에 있는 원수.

여태까지 일어난 일의 모든 흑막.

두개의 붉은 눈동자는 눈 앞에 있는 저 가증스러운 적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포착하기 위해 평소보다도 붉은 안광을 뿜어냈다.

무척이나 흥분한듯한 액셀러레이터지만, 그는 냉정히 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아레이스타… 학원도시 총괄 이사장 아레이스타는… 마술사야'

솔직히 말하면, 페이커의 말을 100% 신용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아레이스타가 들고 있는 은색의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언가'는 누구라도 그가 마술사임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학원도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어둠이 존재한다. 그 어둠이 전부라고 생각이 들면, 더 깊은 어둠이 발목을 잡고 ​끌​어​당​긴​다​. ​

그만한 어둠.

그 모든 어둠의 정점에 있을 이 흑막은, 학원도시 뿐만 아니라 마술 세계의 어둠에도 깊게 관여되어 있다.

그렇다면.

(절대로 쉬운 상대는 아니겠지)

액셀러레이터의 능력은 그 이름인 ​A​c​c​e​l​e​r​a​t​o​r​(​입​자​ 가속기) 처럼, 모든 정보를 역산해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능력이다. 그것으로, '오컬트'나 '불가능' 같은 이야기들을 한없이 과학의 범주로, 가능의 범주로 끌어당긴다. 그가 자신의 능력이라고 알고 있는 벡터 변환은,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이 아는 정보' 만을 자신의 지배하에 둘 수 있다. 

과학과는 메커니즘이 다른 마술의 반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다루는 제 2위의 다크 매터(암흑물질)를 처음에 반사하지 못한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때 액셀러레이터는 이 세계에 '제 2위의 다크 매터(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연산식을 새로 만들어, 완벽하게 제 2위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다면, 저번 성인 살해자 사건때 완전하게 '마력'을 이해한 지금의 액셀러레이터라면 마술조차 완벽하게 반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승산은 있어!)

촉각을 곤두세워 마력을 띄는 공격. 즉 마술의 반사에 총력을 기울인 액셀러레이터의 손가락이 아레이스타의 머리를 잡기 직전이었다.

쿵.

"가,아악?"

보이지 않는 커다란 몽둥이에 맞은것 같은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액셀러레이터의 몸이 기억자로 ​꺾​였​다​. ​

(이,게무슨…?)

초능력과 마술.

그 양쪽을 완벽하게 반사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는 정체불명의 공격을 받고 바닥에 떨어졌다. 피를 토하며, 가까스로 일어났지만 액셀러레이터의 머릿속을 휘몰아치는건 고통이 아닌 당황스러움 이었다.

아레이스타는 들고 있는 은빛의 지팡이를 휘두르지도 않았다. 전조가 없는 공격이라 해도, 모든 공격을 반사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시리스이던 시절의 힘으로는, 비록 미완성의 힘이라지만 나를 이길 수 없다. 시대가 달라. 철기 시대에서 철을 다루는 내가 보기엔, 너는 무른 청동을 다루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쿨럭. 하고 피를 토한 액셀러레이터는 오른팔로 대충 입을 닦으며 일어났다.

"몇번을 시도해도 같은 결과다"

아레이스타는 그런 액셀러레이터를 보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로 말했다.

"아무리 네가 규격 외의 뛰어난 능력자라고 해도 근본은 학원도시의 능력자. 그 초능력을 개발한 나에게 그 이빨이 닿을 거라 생각하나? 뭐, 네가 마술사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겠지만"

"……지마"

"흠?"

"웃기지말라고! 넌 나에게 이기지 못해. 그러니까 포기해. 이딴 말을 듣고 포기할 성격이면, 여기까지 오지도, 올 일도 없었어 이 망할 ​자​식​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액셀러레이터는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그리고 파앙!!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액셀러레이터의 등에서 두장의 검은 날개가 솟아났다.

초능력도, 마술도 아닌 이질적인 힘. 

외견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십자교에서 말하는 '천사'와 비슷한 힘을 가지는, 압도적인 힘을 휘두르는 죽음의 상징.

(이것으로도, 부족해!!!)

까드득. 액셀러레이터는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이를 깨물고 그 다음 단계를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라스트 오더를 구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을 때의 그 감각.

성인 살해자와 싸울때, 마력을 완전히 이해한 액셀러레이터가 자신의 날개를 보강한듯한 감각.

후우읍. 하고 액셀러레이터의 숨소리가 바뀌었다. 자신의 생명력을 대가로 마력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호흡법이다.

삐걱삐걱삐걱!!! 액셀러레이터의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에 있는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온몸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

학원도시의 커리큘럼을 받은 사람이 마술을 사용하면, 내부에서부터 몸이 망가지게 된다. 그 반작용은 무척이나 강력해서, 미세한 회복 능력과 함께 육체적인 단련을 해온 츠치미카도 조차 5회를 못견딜 레벨이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도 그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정확히 '마술'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없지만, 이것을 사용하면 자신에게도 리스크가 돌아온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상관,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액셀러레이터는 마력을 만들어 낸다.

더 크게,

더 많이,

더 정교하게.

여기서 자신이 목숨을 잃더라도, 눈 앞에 있는 이 녀석만 죽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라스트 오더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모든 일의 속죄가 완료되는 것이다.

이미 등에서 솟아난 두 장의 검은 날개에, 그 마력을 덧칠한다. 보강한다. 그것만으로 날개의 위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증폭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만으로도 액셀러레이터의 몸이 부서지지 않을까 했지만, 그는 견뎌냈다. 견딜 수 밖에 없었다.

​찌​지​지​지​지​지​직​찌​지​지​지​지​지​직​!​!​!​!​!​!​! ​

질긴 가죽이 찢어지는 듯한 기분 나쁜 굉음이 나는가 싶더니, 액셀러레이터의 등에서 두 장의 날개가 더 솟아났다.

합계 네장의 검은 날개. 두장의 날개와 비교해서 단순히 두배의 힘이 아닌, 수백. 수천배의 힘을 가진 힘.

원하기만 한다면, 혼자서 이 세계와 싸울 수도 있을 만한 압도적인 힘.

"헉, 허억, 헉…"

이미 그 온몸은 피투성이에 체력은 아슬아슬 하지만, 그런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네장의 날개를 휘두르기만 해도 모든 것은 파괴될 것이다. 아레이스타가 얼마나 뛰어난 마술사건, 일격으로 죽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호오"

하지만 아레이스타의 표정은 공포나 당황스러움이 아닌, 단순한 '의아함' 정도였다.

직접 저 힘을 사용하는 액셀러레이터 보다 날개의 힘을 더 자세히 알고 있을 아레이스타는 두려워 하지 ​않​는​다​. ​

"설마 했지만 그 단계까지 진화한건가. 레벨 6 시프트 실험(절대 능력자 진화 실험) 때는 두장도 개안하지 못한 주제에 믿을 수가 없군. 이대로 죽이기는 아까워"

"죽는건"

액셀러레이터는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아레이스타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이​다​!​!​!​!​!​!​!​!​!​!​!​!​!​!​!​!​!​!​!​!​!​!​!​!​!​!​!​!​!​!​!​!​!​!​!​!​!​!​!​"​

액셀러레이터의 등 뒤에 솟아있는 네 장의 날개가 마치 유연한 고무처럼 휘어서 아레이스타에게 직격했다. 파괴의 힘이 조금의 양심도 없이 주변을 초토화 시키고, 건물이 무너짐에 따라 커다란 먼지구름이 생겨났다.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개념적으로 피할수도, 반격할 수도 없는 종말의 일격이 직격했고, 아레이스타는 피할 수 없었다. 녀석이 흡혈귀 같은 불로불사 같은 이상한 체질만 아니라면, 반드시. 반드시 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먼지구름 속에서, 있을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확실하게 녀석의 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감촉은 있었다. 이 세계에서 세포 하나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의 일격을 맞고도, 녀석은 상처 하나 없이 서 있는 것이다.

당황한 액셀러레이터가 네 장의 날개로 두번째 일격을 날리기도 전, 이변이 발생했다.

(…뭐,야?)

순간, 액셀러레이터의 시야가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사르륵. 하고, 그의 힘의 상징인 네장의 날개가 마치 모래처럼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힘이 다 됐나? 아니야. 그럴리는…)

"겨우 네장으로는 천상의 의지에 닿지 못해"

날개가 사라지고, 완전하게 체력이 고갈된 액셀러레이터는 몸을 가두지 못한채, 바닥에 쓰러졌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오고, 곧바로 정신을 잃을것 같았다.

"그래도 자력으로 네장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군. 무엇이 너를 그렇게 성장시킨 거지? 그 클론 때문인가? 뭐, 그런건 어찌되든 좋아. 이미 플랜은 성공적으로 진행중이고, 최종장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서드 플랜(제3후보)이 실패한다면, 그 대신은 퍼스트 플랜(제1후보)인 너가 되겠지"

"…………"

"대답할 힘도 없는건가"

그 후 아레이스타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큭큭. 하고 웃었다.

"원래 계획의 대신으로 준비한 말이, 오히려 원본을 뛰어넘다니. 재미있군. 이래서 사는걸 그만둘 수가 없다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액셀러레이터의 의식이 ​멀​어​져​갔​다​. ​

하지만 그런 몽롱한 의식속에서도 액셀러레이터는 아레이스타의 마지막 말을,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네장으로는 만족할수 없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건. 그 다음 단계다"



댓글쓰기